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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만화가 인터뷰 모음집 - 이시카와 마사유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11:44:28
조회 208 추천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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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는 모야시몬의 작가 이시카와 마사유키

인터뷰 도중에 나오는 작품명은 정발명 기준으로 적었으며 미정발 작품은 임의 번역 후 원제를 병기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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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시카와 마사유키


세균이 보이는 주인공과 동료들의 일상을 그린 「모야시몬」등으로 알려진 이시카와 마사유키.

발군의 스토리 텔링과 세밀한 작화, 그리고 유니크한 착안점으로 알려진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서 어떻게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순결의 마리아純潔のマリア」완결 제3권 발행을 기념하여 그 작풍의 비밀을 좇아가 보자.



PROFILE

1974년생. 오사카부 출신. 만화주간지에 게재된 신인상응모란를 보고 투고한 것을 시작으로, 1997년 「일본정부직할기동전대 코무인V日本政府直轄起動戦隊コームインV로 데뷔. 1999년 「신이 깃든 산神の棲む山」으로 치바 테츠야상 준입선. 2008년 「모야시몬」으로 제 12회 데즈카 오사무 만화대상 수상, 제 32회 코단샤 만화상 일반부문상을 수상. 동 작품은 2007년·2012년에 TV 애니메이션화. 2010년에는 TV 드라마화 되었다.






──이시카와 선생님의 작품을 처음 의식한 건 「주간 이시카와 마사유키週間石川雅之」의 연재때였는데요. 이건 매주 단편을 게재한다는 이른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었죠. 어떻게 이런 형태의 연재를 하게 된 건가요?


이시카와

당시에는 아직 신인이었으니, 갑자기 연재를 받을 수가 없었어요. 일단 연재할 기획을 짜내가면서 단편으로 눈도장을 찍어야겠다……라는 심산으로, 여러가지 콘티를 가져갔었어요. 맨 처음에는 단행본의 가장 앞에 수록된 「그녀의 비밀」이었네요. 이걸 제출했을 때, 당시의 「주간 모닝」의 편집장에게서 「이거랑 비슷한 걸 10개 이상 그릴 수 있다면 바로 연재시켜주겠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듣고서 「못 하겠는데요」라고 말하면 안 되잖아요. 일단 「됩니다!」라고 답변하고, 그 뒤로는 완전 시간과의 싸움이었죠.



──매번 다른 시츄에이션, 다른 스토리를 생각하는 게 큰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이시카와

큰일인 건 큰일이었지만, 「큰일이라서 못 하겠는데요」라 해버리면 연재의 꿈이 날아가 버리니까요. 할 수밖에 없죠. 처음 그렸던 몇 개는 비축분이었고, 그 뒤로는 어떻게든 펑크를 내지 않는 것만 염두에 두고 그렸어요. 전10화 구성입니다만, 콘티는 15~16개 정도 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일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이걸 해내면 일을 주겠다」라는 말을 들으니 어떻게든 해낼 수밖에 없었어요.



──과연. (웃음) 그런데 이시카와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만화를 많이 읽지는 않으셨었나 보네요.


이시카와

「엄청나게 좋아한다」같은 느낌은 아니었네요. 오히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걸 더 좋아했고, 만화는 잡지를 볼 때 팔랑팔랑 넘겨보는 정도였어요. ……아, 하지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미야자키 하야오)는 읽었으려나. 정기적으로 게재되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다음화를 기대하며 읽었었네요.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만화가가 되자고 생각하셨나요?


이시카와

스무 살 정도 때 였으려나요. 당시 토목 쪽 일을 하고 있었는데, 트럭의 운전석 뒤 주머니에 잡지나 신문이 곧잘 꽂혀있잖아요. 거기에 「모닝」과 「주간 영 매거진」이 들어있었는데, 신인상 응모에 「100만엔 준다」라고 써져 있었어요.(웃음) 그게 맨 처음 계기였네요. 원래부터 그림을 그리는 건 꽤 좋아했는데,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었어요. 처음엔 「만화라는 건 이런 거겠지……」하는 느낌으로.



──그리고, 치바 테츠야상(「모닝」, 「영 매거진」의 신인상)에 입선한 거군요.


이시카와

그 때 담당편집자가 붙으며 연재가 시작되는데, 결국 중간에 연재가 중단되며 끝나기도 하고……. 결과물로써 나온 건 「카타리베カタリベ」뿐이었네요. 아무튼 편집자님이 똑똑하셔서요. 「이런 부분은 대충 얼버무리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렸던 부분들을 전부 들켜버리거든요. 편집자한테 이기는 것에만 눈이 팔려 있었는데, 역시 경험이 부족했어요. 그 길로 만화와 한 걸음 멀어져서 여러가지 일들을 해 보자 하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군요. 만화 이외의 경험을 축적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이시카와

그래서 25~26살 때 쯤에 다시 한 번 치바 테츠야 상에 도전해서, 거기서 만난 게 「모야시몬」의 초대 편집자였어요. 그 분도 저와 비슷하게 만화를 전혀 읽지 않는 분이셨는데, 전혀 다른 분야의 취재를 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셨죠.



──거기에서 「월간 이시카와 마사유키」로 이어지는 거군요. 약간 이야기를 되돌리고 싶은데요, 「카타리베」는 왜구(※중세의 조선반도나 중국대륙의 연안에서 활동하던 해적을 가리킴)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요.


이시카와

원래는 군상극을 하고 싶었거든요. 가령 예를 들자면, 사람이 잔뜩 있고, 그걸 커다란 거인의 발이 나타나 짓밟는다고 치면, 그 발에 밟혀 빈대떡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서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고, 반만 깔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같이. 그런 모든 리액션을 한 컷 안에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찌됐든 사람이 잔뜩 움직이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가령, 전장 씬을 그린다고 치면 부감으로 그리고 싶은 거죠. 군대 대 군대로 싸우고 있는 거니까 전체 상을 보고 싶잖아요. 줌아웃 샷 없이 일기토 같은 것만 몇 컷 있는 만화를 그려놓고 「이거 전쟁씬이예요」라고 말해본들, 제 입장에서는 「이게 뭐가 재밌다는 거지?」라고 생각해 버리거든요.



──「순결의 마리아」도 그야말로 「군집」그 자체인 만화였죠. 그렇다 해도 어째서 「왜구」라는 특수한 주제를 선택하신 건가요?


이시카와

「월간 애프터 눈」의 편집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요. 너는 아무도 모르는 무명 만화가니까, 유명한 역사 인물을 그려도 재미 없을게 뻔하고, 기대도 안 한다고. 그 때는 「그럴리가 없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 그대로군」싶어요.(웃음) 당시의 제가 그린 도요토미 히데요시 따위는 저도 보고 싶지 않은걸요. 똑같이 남북조 시대(*)가 무대여도, 좀 더 유니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죠. 그리고, 20대였던 당시의 저는 음침한 걸 그려서 어려운 테마를 표현하는 거에 취해있었던 거 같아요.(웃음)


* 역주) 남북조시대 : 교토를 중심으로 일본의 북조와 남조가 대립한 시대. 기원후 1336~1392년.



──역사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이시카와

소설을 읽는 걸 좋아했어요. 첫 발은 거기에서부터였네요. 시바 료타로라던가. 그리고 역사서 같은 것을 읽는 것도 좋아해서, 세토내해(*)의 무라카미 수군(**)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그러다보니 외해의 마쓰라토(***)에도 관심이 생기고……. 또 예를 들면, 「고사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름은 알고 있지만 내용은 잘 모르잖아요. 이자나미와 이자나기의 이야기였던가……정도로만 알고 있고, 어떤 이야기인지까지는 잘 모르죠. 그게 싫어서 읽어보기 시작했더니 점점 흥미가 붙기 시작하는 케이스도 많았어요.


* 역주) 세토내해 : 일본 열도의 내해. 간사이에 위치해 규슈, 시코쿠, 혼슈에 둘러쌓여 있다.

** 역주) 무라카미 수군 : 14세기 중반에 세토우치에서 활동한 일족. 세토우치 해역의 해상 교통을 장악하고 수로 안내, 해상 경고, 운수, 정치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무라카미 해적이라고도 불린다.

*** 역주) 마쓰라토 : 8세기~12세기에 활동한 무사단武士團의 연합 조직. 수군으로 유명했다. 왜구의 전신.



──호기심이라고나 할까, 「알고 싶다」라는 상태를 참을 수 없는.


이시카와

「아이즈에 백호대가 있었습니다」같은 내용이 적힌 책을 읽고 재밌게 느껴서, 무진 전쟁(*)에 대한 내용을 따라가보기도 하고, 막말(**)이 좋아져서 알아보다가 「신선조도 같은 시대 이야기였구나」하고 알게 되고. 게다가 옛 사람들이 직접 써서 남겨준 이야기라 생각했더니 더 흥미가 갔어요. 그 뿐이예요.


* 역주) 무진 전쟁 : 1868년 무진년에 일어난 일본의 내전. 메이지 유신이 시발점이 되었다. 무진을 일본 발음대로 읽은 '보신전쟁'이라고도 부른다.

** 역주) 막말 : 에도 시대 말기, 막부의 말기를 줄여서 칭하는 말.

*** 역주) 신선조 : 신센구마. 막말에 막부 휘하에서 활동한 치안 조직.



──하나 신경쓰이는 점이 있는데요. 「카타리베」는 타이틀대로 역사의 "이야기꾼"이 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요. 어째서 그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선택하셨나요?


이시카와

저는 우정이나 애정 같은 주인공의 압도적인 파워로 악을 이기는 이야기를 너무 싫어하거든요. 그런 걸 보고 싶으면 「주간 소년 점프」나 보란 말야.(웃음) 살아가다 보면, 화나는 일이나 막히는 일이 한가득 있잖아요. 그런데 만화 속에서만 모든 일이 술술 풀리다니, 그런 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들과 똑같이 실패를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점프」가 아니니까, 그런 주인공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과연. (웃음)


이시카와

뭘 해도 실패하고, 주인공이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런 답도 없는 녀석이 주인공.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주인공은 최후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권리를 얻게 되는 거군요.


이시카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같은 느낌이지만요. 결국 이 녀석이 주인공이 된 이유는, 주변 사람이 모두 죽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네가 살아남으면 죽은 사람들을 되살려주마」라는 말을 듣는다. 그럼 이 녀석에게 있어 성공은 주변이 죽든 말든, 일단 자기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되죠. 그리고 후일에 그 기억들을 말하는 것이 가능한 건 주인공 뿐이게 되고. 마음고생 심한 일이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사명감도 뭣도 아닌, 그저 「세상 만사가 이런 법이지」같은 느낌으로.



──아까 전에도 살짝 이야기한 것이지만, 「카타리베」를 끝낸 이후 살짝 만화에서 멀어졌고, 그 뒤에 「주간 이시카와 마사유키」와 「모야시몬」쪽으로 선회하셨죠.


이시카와

기본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카타리베」같은 이야기도 좋지만, 기분이 나빠지려면 CNN이나 BBC를 보면 되잖아. 세계 뉴스의 톱5같은 건 대부분 기분나쁜 이야기니까. 그런 걸 만화에서까지 읽고 싶어 하려나?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좀 더 즐겁고 느긋한 이야기도 좋지 않을까 하고요. 「만화는 오락이여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렇군요. 「모야시몬」의 배경을 농대로 설정한 것은 어째서였나요?


이시카와

그것도 「카타리베」와 같아요. 군상극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리고 싶은 것들이 한 점에 모이는 배경이라 하면 역시 학교겠거니 했어요.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대」라는 단어를 봤을 때 별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농대란 곳이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잘 모르는, 블랙박스 같은 곳이기에 흥미가 생긴다. 그런 기준으로 골랐네요. 즉, 그 기준만 맞는다면 사실 뭐든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그냥 우연히 고른 게 농대였던 거죠.



──처음부터 흥미가 있어서 조사하셨던 건 아니었군요.


이시카와

네. 어른이 되어서 되돌아보며 「대학 시절은 최고였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떠올리는 대학 생활의 추억은 동기들과의 에피소드지 수업이 이랬었다 저랬었다 같은 기억들이 아니잖아요. 추억 쪽에 무게를 두고는 싶지만 수업하는 내용을 일절 그리지 않을 순 없으니까, 내가 잘 모르는 특이한 분야를 골라서 기준을 낮추자, 그리고 뭔가 재밌어 보이기도 하니 농대로 하자. 그런 식의 스타트였어요.



──예를 들면, 「모야시몬」은 세균이 주역이 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사와키 일행의 일상이 주역이 되는 에피소드가 있죠.


이시카와

으-음. 둘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모야시몬」을 그리면서 가장 다행이었던 점은 뭘 그려도 「모야시몬」이 된다는 점이었거든요. 외국에 가도 되고요. 대학생활의 범주 내이기만 하면. 우주인이 처들어오는 것만 아니면 되는(웃음). 자유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다만, 사와키가 주인공이 맞냐고 물으면 약간 갸웃하긴 하네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카타리베」처럼, 딱히 주인공다운 행동을 하지는 않는 주인공이지요.


이시카와

「세균이 보이니까 주인공」.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는 도중에 주인공처럼 되어주면 되니까. 애초에 「주인공」이라고 써져있으니 다들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고, 비중이 없는 이야기들도 잔뜩 있으니까요. 저는 「빈란드 사가」(유키무라 마코토)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것도 주인공이 딱히 주인공답게 행동하지 않거든요. 아빠는 영웅이지만 자기 자신은 딱히 해낸 게 없죠. 다만, 보고 있으면 「언젠간 이 녀석도 거물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재밌죠.



──「모야시몬」은 굉장히 길게 연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연재 도중에 변하게 된 것이 있나요?


이시카와

요즘은 권마다 테마를 잡고, 1권 분량으로 끝내는 느낌이 되었네요. 딱히 이렇게 된 이유는 없긴 하지만 굳이 이유를 붙여보자면, 발간 속도가 느리다 보니 「다음에 계속」이라는 말을 적어봐야 내용을 잊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럴 바에야 깔끔하게 1권씩 읽을 수 있도록 그리는 게 좋겠다. 더 읽기 싫어졌을 때에 손절하기도 쉽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번에 다른 인터뷰에서는 「독자가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셨었죠.


이시카와

잡지냐 단행본이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만화는 오락이니까, 만약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라 치면, 제 만화는 5분 정도 즐기고 다른 만화들도 전부 읽은 뒤 쓰레기통에 버려버주시면 그걸로 만족해요. 잡지의 그런 깔끔한 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하지만, 단행본은 길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가능하면 오랫동안 책장에 소장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말이죠.


이시카와

그러니 기본적으로는 같은 마음이지만, 잡지와 단행본은 약간 스탠스가 달라지는 거죠.



──2008년부터는 「모야시몬」과 병행하여 「순결의 마리아」의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계기가 있나요?


이시카와

「good! 애프터 눈」의 창간과 함께 「그려」라는 말을 들어서.(웃음) 덕분에 비교적 자유롭게 그렸지만요. 「백년전쟁」을 테마로 한 것도 「모야시몬」과 같은 이유네요. 전혀 모르는 분야니까 맘껏 조사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조사거리가 많아서 큰일일 것 같은데…….


이시카와

그게 싫으면 역사물에 손을 대면 안 되죠. 판타지여도 똑같은 건데, 자기 머리 속에서만 생각한 판타지 따위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거든요.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의 말인데, 판타지이기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토대를 다져야 해요.



──과연. 「순결의 마리아」는 그 말 그대로인 작품이네요. 당시의 사회·문화환경을 제대로 짚고서 그려지고 있어요.


이시카와

「판타지 속의 마녀」가 아니라, 당시 시대의 「마녀」를 소재로 하는 작품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마녀는 어째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마녀란 게 원래 그렇잖아」로 끝나는. 그런 건 아니잖아요.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빗자루를 타는 거예요. 물론 그걸 그리는가 그리지 않는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조사해둔다 해서 손해볼 것도 없으니까.



──종극에 이르러서는 「신이란 무엇인가」같은 곳으로 이야기가 옮겨갔었죠.


이시카와

처음엔 「미카엘이 등장하면 3화 이내로 끝낸다」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와버려서. (웃음) 그래도 말하고 싶은 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어요. 일부러 연도도 애매하게 설정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될 듯 하면서도 되지 않고. 보통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면 「누가 죽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게 아니라, 한 명의 여자아이가 연인을 만들고 돌아오는 이야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심플한 이야기인 거군요.


이시카와

사실은 1화에서 끝나버려도 될만한 이야기예요. 「너를 좋아해!」라는 말을 들은 마리아가 「나도!」라고 대답하면 끝.(웃음) 하지만, 그게 좀처럼 안 돼서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끌어들여버리는 거죠.



──「순결의 마리아」라고 하면 역시 15화의 전투씬이 압도적이었는데요. 이것 말고도 그림의 디테일이 굉장하네요.


이시카와

이전에 이시카와 쥰 씨가 말씀하셨던 건데, 「만화가가 그린 것만 만화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만화가가 그리지 않으면, 하늘도 사람도 집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까지 그릴 수 있느냐가 그 만화의 세계를 결정한다고. 그걸 듣고서 「저도 모두 그려서 담아내겠습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 이시카와 선생님에게 「이 자식은 만화의 생략이란 걸 모르는 놈이다」라는 말을 듣고 말았죠. 저번에 하던 얘기랑 말이 다르잖아! (웃음)



──어시스턴트 없이 혼자서 그리시고 계시는 거죠?


이시카와

그렇네요. 그치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만화가가 된 거니까요. 출판사와 독자분들이 허락하는 한 지금의 스타일로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양산해라」라는 명령이 내려오면 또 달라지겠지만.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그리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이시카와

일단은 지금 그리는 것들에 전력을 다하고 싶네요. 그렇게 여력이 많지도 않고. (웃음)



──그럼, 만화 이외에는요?


이시카와

그런 의미라면, 농사를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거나 하고 있어요. 만화가 만화로 끝나버리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요즘은 「만화의 골인 지점은 애니메이션화」라는 풍조도 강한데, 세상에 그렇게 생각하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없어요. 만화가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지,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애니화도 애니화대로 좋은 일이지만, 뭔가를 낳는 만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야시몬」은 그걸 성공한 작품이기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논에 흥미가 생겨서 농사를 해 본다. 거기서 수확한 쌀로 일본주를 빚는다. 그렇게 점점 세상이 넓어져 간다. 그런 식으로 즐길 수 있는 만화가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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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는 코미티아땜에 일본여행 가있을 예정이라 한동안은 번역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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