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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여자'도 끝이 나고 새벽이 왔다. 일어설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주일, 조용필, 조영남 누구도 술값을 계산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유인'이었던 그들은 계산이라는 관념 자체가 없어 보였다. 그때 시중에는 이런 농담이 있었다. '경찰, 세무공무원, 기자 셋이서 밥을 먹으면 밥값을 누가 낼까?' 답은 '식당 주인이 낸다'였다. 당대 최고 스타 3명과 기자가 술을 마시면? 결국 기자인 내가 계산했다. 1980년대 연예인들의 인기도는 밤무대 출연료가 말해줬다. 그 시절 리버사이드호텔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던 삼호프로덕션 최봉호 회장은 "이미자, 최희준 등 톱클래스 가수의 출연료가 한 달에 100만원이었다. 보통 가수와 사회자들이 50만원 정도였다. 그때 이주일은 한 업소 독점출연으로 최고 가수의 15배나 되는 1500만원을 받았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리버사이드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월 5000만원을 받았다. 출연료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했다. 조영남이 그림 대작사건으로 한참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3년 전이었다.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했다. "형, 주변에서 탄원서를 낸다고 해. 형도 한 장 써줘." "그래, 알았어." 대답은 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었다. 사건 내용도 잘 모르고 대작의 범위도 내가 말할 성질이 아니었다. 문득 술값을 냈던 생각이 났다. 탄원서에 썼다. '저는 기자였습니다. 조영남, 이주일, 조용필은 벌이도 많은 톱스타들인데 밤새 같이 마신 술값을 기자인 제가 냈습니다. 그들을 인색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연예인들은 행사에 초대를 받고 공연을 하고 출연료를 받는 것이 일상입니다. 이런 습성으로 사생활에서 오해를 받고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조영남처럼 자유분방한 성격은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겪은 조영남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의도적으로 할 인성이 못 됩니다.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라는 요지였다. 이 사건은 5년 만에 무혐의로 끝이 났다. 그렇게 웃기던 이주일은 고인이 됐다. 그가 떠나기 5개월 전 문병을 갔다. 3월이었다. 내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5월이면 완치돼서 나가니까 우리 제주도 가서 골프나 칩시다."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코미디 황제' 이주일,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가 코미디였다. 그의 인생이 그랬다. 조용필과 나는 참으로 많은 시간을 가졌다. 그는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울림이 큰 '작은 거인'이다. 내가 문효라는 이름으로 작사, 작곡한 '타인'을 부르기도 했다. 가끔씩 유튜브로 듣곤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 이번 주말에는 카펜터스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신대남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