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감상 후기] 4/26 인천시향, 브루크너 7번, 이병욱

Bruckn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7 01:54:23
조회 1021 추천 27 댓글 17
														

인아센의 인상


오늘 정말 너무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아트센터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뭐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감과 또 제가 요 근래에 너무나도 자주 듣는 브루크너의 곡이라는 설레임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마치 서울 전철 2호선이 생각나는 그 비좁은 수인선과 인천 1호선 끝에 센트럴 파크역에 내려 인천아트센터로 향했습니다.


이야... 근데 확실히 인아센으로 향하는 길이 서쪽이었고 마침 제가 그 길을 걷는 때가 황혼 무렵이라 그런지 저 너머로 해가 지는 그 서광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길을 잘 몰라서 바로 옆에 있는 길이 송도의 센트럴 파크였는데 그 길로 걸어나가면서 인아센으로 향했으면 얼마나 더 멋지게 보였을까 싶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 인아센은 처음이었고 워낙 칭찬이 자자했던 홀이기에 과연 이 홀은 나에게 어떤 사운드를 전해줄까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인아센 건물의 외관이 드러나자 뭔가 연상되는 건물이 하나 생각나더라고요.


그건 바로 NDR의 엘브 필하모닉 홀.


유튜버 나래 솔 씨가 상주 크리에이터로 있는 연주단체의 상주홀로서 매번 볼 때마다 바다 위에 그 모습이 좀 신기하기도 하고, 또 그 내부의 모습 또한 너무 신기하게 봤던 터라 인아센의 건물 외형이 약간 그런 느낌이 살짝 나더라고요.


암튼 저물어가는 석양과 더불어 인아센 유리창에 비치는 그 전경은 꽤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이 더 호감이었던 것은 콘서트홀 2층까지 향하는 진입로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경복궁이나 창덕궁의 구조와 같이 임금이 정문을 통과하여 근정전이나 인정전을 향하는 어도와 같이 경사로가 2층까지 길쭉하게 이어져 있는데, 공연장으로 향하는 설레임을 보다 극대화 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인아센 콘서트홀 주변으로 센트럴 파크 바로 옆에 있는 부속건물과 현존하는 콘서트홀의 옆으로 있는 오페라 하우스가 아직 건축중이라는 사실인데, 만약 이 건물들이 완공되고 나면 인아센 디스팅트는 과연 어떤 느낌으로 꾸며질까 참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튼 호수 변에 위치해 있는 이 인아센의 전경은 뭔가 NDR의 상주홀 같은 느낌을 자아냈고, 저물어가는 석양과 더불어 그 찬란함을 만끽하게 만들었습니다.


표를 받고서 이제 콘서트홀 내부로 들어가는데 늘 항상 뭔가 좀 크고 거대했던 그런 홀을 경험했던 저에게는 인아센의 내부 구조는 좀 황당했습니다.


무대의 너비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고, 그리고 1층에서부터 천정까지의 높이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비교할 때에 비교가 안 될 만큼 상당히 낮았습니다.


다만 무대에서부터 3층 끄트머리까지의 홀의 길이는 그나마 꽤 길어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좀 더 공간이 넓은 홀에서의 울림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내부 홀의 구조는 그렇게까지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내부 구조보다 더 놀랐던 점은 나름 이 좁아 보이는 홀에서도 1700여 석으로 나름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점이 좀 놀랐습니다.


1층을 제외한 2층부터의 구역이 마치 벌집처럼 방울져서 존재하는데, 이런 탓인지 이렇게 좁아보이는 홀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더더욱 놀랄만한 점이었습니다.



이병욱 지휘자님의 간단한 렉쳐와 유의사항 안내


오늘은 특별히 이병욱 지휘자님이 직접 오케스트라 입장하기 전에, 마치 교향악 축제에서 김성현 기자님이 그러는 것처럼, 간단한 교향곡에 대한 렉쳐와 공연 중 유의사항에 대한 안내를 직접 하셨습니다.


교향곡에 대한 해설이라야 뭐 다른 건 아니고 이 교향곡이 브루크너 일생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향곡이었고, 3번 교향곡 초연의 아픔을 딛고 이겨낸 곡이다 라는 사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휘자님의 설명 중 그래도 꽤 인상깊게 남았던 말은 이 곡을 연주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지휘자님 본인은 브루크너 교향곡이 지휘자와 악단이 충분한 신뢰가 쌓였을 때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 보고 처음 인천시향에 부임했을 때 이 브루크너 곡을 연주하는 것을 목표라고 어떤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침 올해가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이기도 하고 해서 이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과 8번을 연주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씀하셔서 그래도 이 지휘자님이 브루크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브루크너의 곡을 격하게 아끼는 입장에서 이렇게 지휘자도 소중하게 생각해주시니 간단한 렉쳐를 들으면서도 참 흐믓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 외에도 악장 사이에 박수 자제, 공연 중 휴대폰 전원 종료 혹은 알림 차단에 대한 내용을 안내해주셨습니다.


이것보다 더 호감이었던 안내사항은 연주가 모두 마친 후 충분히 잔향이 사라질 때까지, 지휘자가 팔을 완전히 다 내리기 직전까지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라는 내용을 직접 말씀하셨는데, 이 안내는 실로 효과가 너무 대단했습니다. ㅋㅋ


여튼 이렇게 이병욱 지휘자님의 사전 브리핑을 마치고 악단이 입장하여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두둥)



브루크너 7번


늘 떨리고 설레고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 음악. 브루크너의 교향곡.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기법. 브루크너 오프닝.


그렇습니다. 이 7번의 1악장은 E major의 화음으로 된 ppp의 현악 4부의 트레몰로로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늘 이 트레몰로를 마치 0에서부터 출발하는 듯한 그런 표현을 머릿속에서 원해왔고, 또 그렇게 표현된 버전들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라이프치히 브루크너 9번 내한에 이어 이런 느낌을 살려내는 또 다른 연주를 발견해냈습니다.


캬.,... 진짜 들으면서 이렇게 포근하면서도 마치 저 멀리 어딘가에서 시작한 그 브루크너 오프닝의 특유의 느낌.


더군다나 장조곡이기에 마치 뭔가 좀 부풀어오르고 설레는듯한 그 트레몰로.


저는 진짜 좀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이런 트레몰로를 귀로 들을 수 있다니...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첼로의 그 풍성한 음색의 주선율 제시.


하... 저는 이 느낌을 텍스트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늘 첼리비다케와 반트 버전을 들으면서 과연 이런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 저는 인아센에서 그 소리를 들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뭔가 좀 조심스러운 듯한 E음에서 출발한 첼로의 선율은 크레센도를 타고 마치 비극의 절정에 이르는 듯한 절제된 포효로 이어지는데 브루크너 교향곡 전체 중 이렇게 긴 21마디가량의 주선율의 감상은 캬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첼리비다케가 베를린 필과 리허설 하면서 츠바이데!!! 츠바이데!!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


첼로의 그 폭넓은 음색은 홀의 광대한 음향을 타고 넘어와 저에게 너무나도 큰 감동을 주었고, 이 브루크너 오프닝의 그 여러가지 인상들을 다시 느끼게 하거나, 혹은 새롭기 느끼게 만들만한 것이었습니다.


템포는 첼리비다케 버전보다는 약간 빠른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후루룩 하고 넘어가는 정도의 빠른 템포는 아니었기에 템포에서도 너무 만족하면서 들었습니다.


1악장에서의 전체적인 느낌은 물론 관악기 쪽에서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클라리넷이 솔로로 2주제를 노래할 때에 플룻과 오보에가 오스티나토로 계속 반주를 해주는데 이 반주가 다소 좀 급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홀의 음향이 매혹되어 잘 들리진 않았지만, 호른에서도 음정을 틀리는 등의 실수는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1악장 오프닝에서의 그 점차적으로 넓게 확대되어 가는 그 광활한 음색과 더불어 브루크너 특유의 저 작은 사운드에서 광대한 사운드로 넘어가는 그런 셈여림, 그리고 그 광대함에서 갑자기 목관악기 앙상블로 넘어가는 그런 음량 조절 등 지휘자가 직접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내비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에서 대단히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근슬쩍 존재하는 루바토며, 여러가지 디테일한 셈여림 등 단원들의 연주력이 아주 조금만 더 받쳐주었더라면 충분히 더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을 만한 지휘자의 해석이었고, 브루크너 특유의 투티에서의 강대한 사운드를 느끼기에는 더 없이 좋았습니다.


독특했던 점은 보통은 꽤 많은 영상에서 트럼펫 수석을 보조할 보조연주자를 두는데, 오늘의 인천시향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트럼본에 보조연주자를 두며 관객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왼쪽부터 호른 - 튜바 - 트럼본 - 트럼펫 순으로 금관악기를 배치한 것도 꽤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 곡의 1,2 악장은 브루크너의 곡이 늘 그러하듯이 클라리넷과 호른이 알게 모르게 현악기 혹은 목관의 주선율을 받쳐주기도 하지만, 이 트럼본도 뭔가 낮은 음역대에서 공명감을 더해주는 악기로 꽤 쓰이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통상적으로 가운데에 트럼펫 오른편에 트럼본을 두는 관행을 뒤집어 트럼본을 가운데에 두는 이병욱 지휘자의 배치도 꽤 설득력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진짜 홀의 음향이 너무 좋다보니 소리의 잔향과 공명이 특히나 더 중요한 호른과 클라리넷의 사운드가 너무 매끄럽게 느껴졌던 부분도 참 호감이었습니다.


제가 이 브루크너 음악을 들으면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그런 사운드에 거의 가까운 그런 음색이었거든요.


거기에 더해서 플룻의 음색은 거의 뭐... 청아함 그 자체 ㅋㅋ 저는 플룻의 음색이 예당에서 들은 것보다 몇 배는 더 훌륭한 사운드였다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의 맑고 청아한 플룻의 음색이 있었고 그렇다 보니 1악장의 그 두터운 첼로와 호른의 사운드에 신선하고도 마치 피클과 같은 상쾌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해주었습니다.


그래서 1악장은 끝날 때까지 내가 듣고 있는 사운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홀의 그 잔향과 울림에 대해 참 만족했고 더욱이 이병욱 지휘자님의 살짝살짝 가해지는 루바토와 템포, 그리고 다이내믹까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2악장.


2악장은 정말 다들 아시다시피 바그너의 죽음을 추모하는 바그너 튜바의 코랄로 시작합니다.


놀랍게도 이 2악장의 중심조성(C# 마이너)과 1악장의 중심조성(E 메이저)은 나란한조이며, 거기에 더 놀라운 것은 1악장에는 이 전조하기 너무나도 쉬운 나란한 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브루크너는 이 2악장의 중심조성을 위해 1악장에서 아예 쓰지 않는 그런 시도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지만 여튼 마장조의 그런 밝음과 1악장 코다의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듯한 그 느낌을 뒤로한 채 우리는 바그너 튜바의 음울한 선율을 마주하게 됩니다.


근데 저는 이 2악장 첫 인트로에서는 약간 아쉽다 느꼈습니다.


이 2악장 인트로에서 사실 중요한 것은 물론 주선율도 주선율이지만 바그너 튜바의 "코랄"이라 생각합니다.


선율미를 부각하기보다는 이 선율을 받쳐주는 C#마이너의 구성음으로 된 화음의 그 어두움과 바그너 튜바의 깊고 공명감 넘치는 음색이 더해져 이 2악장의 캐릭터를 만들어 준다 생각하는데, 오늘 이 연주는 이런 화음과 바그너 튜바의 음색에 집중하기보다 선율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물론 첼로의 더블링과 더해져 이 선율 자체에도 충분한 매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이너의 감성과 어울려 뭔가 그 슬픔을 자유분방하게 표출하진 않지만 상당히 절제된 가운데의 그 슬픔을 더 숭고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바그너 튜바의 코랄이 끝난 후 이어지는 현악 5부, 특히 퍼스트 바이올린의 G현에서, sehr markig (더욱 눈에 띄게)라는 표시가 붙어있은 그 깊고 진한 선율 또한 인아센의 넉넉한 음향과 더불어 바그너 튜바의 코랄을 충분히 뒷받침해줄 수 있을 만한 어둡고 깊은 감성을 표현해주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2악장 들을 때 너무 집중했는지는 몰라도 이 2악장의 ABABA 구조에서 2번째 A일 때 왜 팀파니랑 심벌즈가 없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2번째 A 더라고요 ㅋㅋㅋㅋㅋ


그 느리게 진행되는 와중에 몇 번 반복했는지 까먹을 정도로 이 음악에 폭 집중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의 대망의 하이라이트, 2악장 A'' 부분.


A파트의 메인 선율을 모티브로 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음가를 높여가는 시퀀스 끝에 도달하는 클라이 막스.


아 물론 시퀀스 와중에 바이올린으로부터 16분 음표의 연속된 반주가 있는데 이 반주가 조금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홀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과 함께 흐르는 금관악기의 찬란한 물결.


그리고 그 정상에 올라왔을 때의 심벌즈와 팀파니, 트라이앵글과 함께 울려퍼지는 그 장엄한 사운드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물론 우리 그 바이올린 주자님들이 조금 더 큰 볼륨감을 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긴 했지만서도, 저는 그 금관악기의 특유의 음압 앞에서 무릎꿇고야 말았습니다.


마치 뭔가 크고 거대하고 장대한 슬픔 앞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랄까요?


정말 와... 저는 정말 늘 음반을 들으면서 이런 사운드를 원했는데, 저는 그런 사운드를 여기서 찾은 것 같습니다.


2악장의 그 거대한 클라이막스 끝에 플룻의 가녀린 선율만 남고 이후는 바그너 튜바를 위시로 하여 바그너 튜바와 호른, 콘트라 베이스 튜바의 장엄하고도 엄숙한 최종적인 코랄이 이어집니다.


물론 바그너 튜바에서 음정에서의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긴 하지만 충분히 이 홀의 공명과 더불어 바그너 튜바의 음색의 매력을 알기에는 충분했고, 호른이 더해짐으로 인해서 더 풍부해지고 더 깊어지는 감정의 골짜기는 제 귀에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 정도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2악장 최후의 종지에 이르러서도 느껴지는 호른과 바그너 튜바의 롱톤은 정말이지... 와.....



3악장.


솔직히 3악장부터는 음... 약간 1,2악장에 온 힘을 쏟은 전사는... 그 이후... 약간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트레몰로와 그리고 3악장의 고집스러운 그 또로람삐 음형에 맞춰 현악기들은 좀 지쳐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관악기 주자분들도 입술이 풀려가는 듯 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서울시향에서도 발견했던 터라 뭐라고 비판할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또로람삐의 그 특유의 리듬감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했고, 은근 이 부분에서 트럼펫 수석님이 틀릴 것 같은데 잘 안틀리시더라고요(ㄲㅂ)


트럼펫으로 시작해 호른, 클라리넷 등으로 계속 곡이 이어지는데 이 브루크너 스케르초의 무거운 발랄함을 충분히 살려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앗 근데 이 또로람삐 부분을 지나 스케르초의 중간부분(B 부분)에 접어드는데, 여기서부터 에러가 좀 생기더군요.


1바이올린과 목관악기 사이에서 앙상블이 좀 애매하게 넘어갔던 부분들도 들렸고, 전반적으로 앙상블이 조금씩 깨져갔습니다.


그래서 3악장에서는 1,2악장에서 느꼈던 그 어떤 거대한 감동과는 다르게 약간씩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들긴했고, 현악 관악주자 할 것 없이 이 길고 길면서도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브루크너의 산성 앞에 좌절하기 시작했습니다.



4악장.


사실 4악장은 딱히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딱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이 4악장의 인트로 부분.


이 역시 첼리비다케가 리허설 도중 가장 강조한 부분이기도 한데, 이 1악장 첫 바이올린 파트에는 Spitze라는 지시말이 붙어 있습니다.


바이올린의 프로그 부분이 아닌 맨위의 끝 부분을 활용해서 가능한 가볍게 표현해 달라는 지시말입니다.


첼리비다케의 산토리홀 방일 연주 영상에서는 현악 주자들이 이런 첼리비다케의 협박(?)에 못이겨 정말 활 끝으로 가급적이면 가볍게 이 1주제의 가벼움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오늘의 인천시향은 그보다는 확실히 더 무게감 있는 연주였습니다.


가볍고 발랄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무게감이 있는...


그래서 이 1주제가 등장하는 부분 곳곳에는 Spitze라는 지시말이 붙어 있는데 1,2악장과는 대조되는 이 발랄하면서도 가벼운 4악장을 다소 무겁게 풀어낸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제시부의 세 번째 주제인 온갖 악기가 총동원 된 그 붓점 리듬의 강대함은 홀과 더불어 너무나도 잘 즐길 수 있었던 점은 참 너무 좋았습니다.


만! 현악기들은 그 브루크너 특유의 트레몰로와 2악장의 지속적인 롱톤으로 인해 음정도 좀 많이 나가기도 했고, 1,2악장 만큼의 집중력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관악기 역시도 집중력이 1,2악장 만큼은 아니기도 했구요.


그래서 여튼 4악장에 대한 감상은 물론 이 악장이 짧기도 하지만, 1,2 악장에서의 보여준 그런 집중력 만큼보다는 좀 덜해서 아쉬웠습니다.


아 그래도 4악장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확실히 지휘자님이 곡이 끝나더라도 그 잔향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호응하는 관객들의 태도였습니다.


이병욱 지휘자님이 일부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4악장이 끝나고 나서도 꽤 오랜시간 팔을 내리고 있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이런 지휘자의 행동과 더불어 박수를 치지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7번이 끝난 이후 충분한 여유와 그 느낌을 간직할 수 있었고 여러모로 이 연주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만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총평.


음... 솔직히 말해 일요일에 있을 교향악 축제에 대한 예비적 성격의 공연이긴 했습니다.


어찌보자면 인아센에서의 공연보다 예당에서의 공연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도 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제 감상평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야 이거 꼭 가야겠는데?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워낙에 칭찬으로 가득찬 감상글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제 양심은 이 공연은 어찌보자면 홀의 탁월한 음향 덕분에 본 이익이 더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천시향의 연주력이 막 엄청 나빴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홀에서의 경험이 너무나도 귀중하고 소중하기에 이 홀을 통해 전해진 그 연주 역시도 좋게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제 글을 보고 일요일 교축을 갈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제 글을 안봤다고 치고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시길 권고드립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하고 들었던 이 인아센의 음향은 실로 예당 콘서트홀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예당은 5정도 수준의 연주를 말 그대로 5정도 보여준다고 한다면, 이 인아센은 5정도의 연주를 10정도로 들려주니까요.


아마 이 공연 그대로 예당에서 연주했더라면 저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써내렸던 이 평가보다는 훨씬 박한 평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경험했던 인아센에서의 브루크너 7번 공연은 참 좋았습니다.


홀의 음향? 만점. 지휘자의 해석? 10점 만점에 9점. 연주력? 10점 만점에 한 6점.(음정이나 리듬, 앙상블에서 미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므로)


근데 제가 이 공연에 투자한 비용은 대중교틍 2천 8백원에 티켓값 단돈 만원.


저는 오늘 이 적은 금액을 투자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행복을 누렸습니다.


브루크너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장엄한 울림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홀을 만나서 참 감사했고 이 실연을 통해 브루크너 곡에 대한 또 다른 영감을 얻은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아! 그리고 저는 이 공연을 통해서 칭찬해주고 싶은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첼로 수석이신 양지욱 선생님. 그리고 악장이셨던 정하나 선생님.


4악장에서 모두가 지쳐나갈 때에도 꿋꿋하게 자기가 맡은 바를 성실하게 수행하셨던 귀인들이십니다.


음정 하나로 참 사람을 감동시키기 쉽지 않은데 첼로 수석이셨던 양지욱 선생님을 필두로 오늘의 첼로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특히 1악장 주선율의 E음은 그 홀에서 다시 듣고 싶을 정도로 너무 감동적이더군요.


예당에서 어떤 공연이 벌어지든 사실 그건 어찌보자면 예당 홀의 문제이지 적어도 이 두 분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정말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의 곡과 그리고 이 곡을 생각할 때 그려졌던 그런 이미지들을 충분히 구현해준 연주로, 저는 이 곡이 마치고 나올 때까지도 참 깊은 여운에 젖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칭찬했지만, 솔직히 예당에서의 연주는 어떨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예당의 울림과 이 인아센의 울림은 극과 극이기 때문입니다. 예당은 누군가 실수한다면 그 실수를 그대로 보여주지만, 적어도 이 인아센에서는 그 실수를 실수가 아닌 것 마냥 커버해 줄 수 있는 그런 홀로 아마 예당에서는 제가 들었던 실수보다 더 많은 실수들이 캐치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 후기를 믿고 가는 그런 우는 범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단지 이 인아센과 이 공연의 분위기에 매료된 것이기에 이런 점을 꼭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누가 뭐라하든 저는 이 공연을 통해 다시금 브루크너 뽕을 채우게 되었고 그만한 감동을 얻었습니다.


정말 다시금 이런 연주를 들려주신 단원 여러분과 첼로 수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브루크너 밖에 모르는, 그리고 이렇게 비루한 막귀의 감상평을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대단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글을 접습니다.


감사합니다.


06bcdb27eae639aa658084e544857469af7389e95738fda438b4bddeac7ee553ec5b3c8222127746298e1993


(남은 시간 첼리비다케 7번이나 듣고 자야지)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7

고정닉 4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115621 공지 도갤 이용 규칙 및 조성진, 임윤찬 언금 공지 (23.12.10) [5] Fantasi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10 3259 15
115236 공지 KBSSO 2024 시즌공개 [2] 당켓예언가(121.125) 23.12.04 1400 20
113061 공지 도갤 <명예의 전당> 좋은 글 모음 (업데이트중..) [11] Fantasi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0 2016 26
113675 공지 서울시향 2024 시즌공개 [32] 00(220.121) 23.11.15 2988 20
94983 공지 부적절한 글, 댓글 신고 Fantasi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06 8116 10
127520 일반 몬트리올 콩쿨 듣고있음? ㅇㅇ(211.235) 05:13 62 1
127519 일반 플레트네프 차피협1 안하나 ㅇㅇ(59.187) 04:28 20 0
127518 감상 베토벤 교향곡 9번 - 무티/빈필 (24.05.07) [2] AMD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75 1
127516 일반 니나 셰이커(1995)의 루미나(2020)를 들어보자 ㅇㅇ(118.235) 02:14 43 0
127515 일반 페-미니즘 강의를 듣거라 베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6 71 0
127514 일반 아람누리 1층 3-4열 극사이드 음향어떰 ㅇㅇ(39.115) 02:00 39 0
127512 일반 도쿄 필하모니커 / 정마에 예당 찬양글 [4] 욕먹는할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5 559 27
127511 일반 슈피협 k향 게릭 올슨 연주가 더 좋았음 [4] ㅇㅇ(118.235) 00:00 372 10
127510 일반 클래식 안 듣는 사람도 아는 차이콥스키의 멜로디 [3] ㅇㅇ(220.71) 05.07 210 7
127509 일반 정마에가 지금까지 설샹 맡았으면 [1] ㅇㅇ(223.38) 05.07 407 19
127508 일반 도갤러들이 내한 오케는 무조건 빤다고? [5] ㅇㅇ(118.235) 05.07 371 11
127507 일반 차이콥스키 생일도 축하합시다. [1] 식후경(222.112) 05.07 81 2
127506 일반 독일 넘버2 오케가 어디임? [2] ㅇㅇ(118.235) 05.07 271 0
127505 일반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브람스 [3] ㅇㅇ(220.71) 05.07 182 6
127504 일반 아니 근데 정할배 ㅇㅇ(118.235) 05.07 298 2
127502 일반 이분이 연주 제일 잘하는듯 EBS광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39 0
127501 일반 도쿄필이 잘했다는거 실화인가요 [5] ㅇㅇ(118.235) 05.07 704 4
127500 일반 마이스키 트리오한테 싸인받음 [7] 쏯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64 8
127499 일반 도쿄필 보고옴 [6] ㅇㅇ(118.235) 05.07 712 10
127498 일반 오페라 음악만들을건데 명작추천좀 [2] ㅇㅇ(222.236) 05.07 97 0
127497 질문 예당 1층 c블록 4열 좌측 시야 [1] ㅇㅇ(118.235) 05.07 235 0
127495 일반 다비드 프레이 [1] ㅇㅇ dc dc(39.7) 05.07 205 5
127494 일반 슈만의 환생! [1] ㅇㅇ(39.115) 05.07 519 4
127493 일반 도쿄필 대호감 [7] ㅇㅇ(118.235) 05.07 928 12
127492 일반 생각보다 흥얼거리는 연주자들 꽤 있음 [2] ㅇㅇ(211.234) 05.07 385 2
127491 일반 이정도 악단 데리고 [7] ㅇㅇ(106.101) 05.07 674 1
127489 일반 저번에 환청 들렸다고 글썼었던 사람인데요 [6] ㅇㅇ(121.184) 05.07 484 16
127487 일반 국심 매진, 인기가 좋네 ㅎ [4] ㅇㅇ(118.235) 05.07 452 3
127486 일반 좋아하는 베9 음반은? [8] 식후경(118.235) 05.07 237 1
127483 일반 설샹 팀파니 뽑혔음? [2] ㅇㅇ(219.249) 05.07 361 0
127481 정보 오늘은 무슨날? [4] Arios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396 6
127480 일반 병특의 존재가 필요하긴 함 [9] ㅇㅇ(106.102) 05.07 506 5
127479 일반 베토벤 9번 초연 200주년 기념 공연 [3] ㅇㅇ(222.108) 05.07 278 6
127474 일반 정치용 후임 예종교수 윤한결? [6] ㅇㅇ(211.246) 05.07 699 2
127473 음악 푸르트뱅글러가 누고? [1] ㅇㅇ(124.49) 05.07 188 0
127470 일반 오늘이 브람스 생일이면 나만이라도 바그너를 듣겠다 [1] ㅇㅇ(118.235) 05.07 106 1
127468 일반 박하우스 발트슈타인 1969 베를린라이브 개웃김 도갤러(210.222) 05.07 176 0
127467 일반 부람스 탄신일 기념 깔깔 유머 [3] ㅇㅇ(223.62) 05.07 257 12
127466 음반 오늘온 LP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148 1
127465 일반 내년엔 얀센하고 피셔 내한 좀 제발 [2] ㅇㅇ(220.75) 05.07 189 0
127464 일반 정치용이 누고 [11] 쏯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633 0
127463 일반 아 모르겠다 세종 3층 베9 예약함 [6] ㅇㅇ(39.115) 05.07 282 1
127462 일반 정치용 어때? [2] ㅇㅇ(118.235) 05.07 357 0
127461 일반 베토벤 들박최적화 체형이었네 ㅇㅇ(112.153) 05.07 271 2
127460 일반 병역특례 대상 콩쿠르를 알아보자 [11] ㅇㅇ(118.235) 05.07 773 3
127459 감상 5/6(월) 인스브루크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캉토로프 간단한 후기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491 21
127456 일반 6월 공연중 가장 기대하는 것 [3] ㅇㅇ(118.235) 05.07 542 3
127454 일반 정마에 살판 나겠네 ㅇㅇ(36.39) 05.07 757 0
127453 일반 경☆축 브람스 탄신일 [6] JohannesBrahm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323 8
127452 일반 금요일에 열음쨩 보러 간다 안태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27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