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트라비아타에 이어 오늘 공연도 호화로운 캐스팅이다. 신상근-사무엘윤.-이혜진-김만수라는 빵빵한 가수진에 지휘에 김광현 지휘자까지. 아마 이 캐스팅으로 파우스트를 다시 보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결국 대구까지 내려가기로 결정했고 결과는 대성공.
가수진부터 오케스트라, 합창, 연출까지 모두 완벽했다. 이번 공연은 과장 (많이) 보태서 메트한테 비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상근 테너는 내가 제일 많이 실황을 접한 테너이고 개인적으로도 프랑스 오페라에 잘 어울리는 그의 아름다운 음색을 좋아한다.
초반에 음색이 내가 알던 신상근 테너의 음색과 조금 달라서 컨디션 난조인가 싶었는데.. 극 중에서 회춘하자마자 신상근 테너 특유의 싱싱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아마 노인 연기를 위해 소리에도 변화를 조금 주었던게 아닌가 싶다. 덧붙여 노인 연기 역시 매우 훌륭했다.
1막 마지막, 회춘한 뒤 기뻐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모습은 아버지 뻘 연배의 선생님이라 이런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이 참 귀여우셨다. 3연속 쥬뗌므 역시 성공적이었고 Sault 하이C를 팔세토 처리하긴 했지만 역시 아름다운 음색으로 잘 불러주었다.
막이 끝나갈수록 목이 더 풀려서 초반부보다 후반부에 더욱 좋은 소리를 내주셨다.
사무엘윤. 오늘 공연의 MVP.
개인적으로 (김기훈 바리톤과의 듀엣 콘서트,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한 오페라 갈라 이후) 세번째 접하는 그의 실황인데, 앞선 두 공연도 잘했지만 그 공연들과 비교가 안되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엄청난 피지컬을 바탕으로한 큰 성량의 노래는 기본이고, 격렬한 춤과 함께 사방을 돌아다니며 Le veau d’or(황금 송아지의 노래)를 불렀는데도 지치지도 않는지 음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vous qui faites l’endormie에서는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마치 사자후를 연상케 했다. 거기에 뛰어난 연기까지 합쳐져 말 그대로 씹어먹었다.
이혜진 소프라노 역시 아름다운 가창과 뛰어난 연기를 들려주고 보여줬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강약조절이 매우 인상 깊었다. 어느 부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갈때 크레센도를 보여줬는데 소프라노의 고음이 오페라하우스를 쨍하고 울릴때 전율이 일었다. 마르게리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아리아인 쥬얼리송 역시 뛰어난 연기와 가창으로 잘 소화해주었다.
김만수 바리톤은 영상으로 접했을때 소리가 너무 좋으셔서 실황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바리톤이었는데 드디어 관람하게 되었다.
레오 누치에게 사사 받으신 걸로 아는데 실황에서도 역시 누치를 연상케 하는 발성과 음색을 보여주었다.
극에서의 역할이 비중이 크지 않아 (정말 너무 아쉽다. 리골레토 같은 오페라 주연으로도 꼭 보고 싶다.) 많이 등장하진 않으셨지만, avant de quitter ces lieux를 시작으로 마르게리트를 저주하며 극 중에서 사망할때까지 시종일관 쩌렁쩌렁한 성량을 보여주셨다.
김광현 지휘자도 대단한 지휘를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를 정말 잘 이끌어갔고 템포 역시 일정했다. 관악에서 약간의 삑사리 한번을 포함해도 호연. 자리가 1층 5열이라 지휘를 하는 그의 모습도 같이 관람했는데, 격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과 막이 끝날때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날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커튼콜 때는 함성 유도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셨다.
연출 역시 참 좋았다. 미니멀리즘 연출이었지만 고전적인 느낌을 아예 지운 것이 아니라 거슬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최고였다. 국산 오페라에서 이런 공연을 보다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 대구 행 기차표와 공연 티켓을 예매한 불과 2일 전의 나를 엄청나게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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