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나는 조금도 그 점을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대기업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운빨, 다른 말로 줄을 잘서서인 게 스스로의 능력에 의한 것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서 대기업에 다닌다 해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 또는 프리터나 무직자보다 반드시 잘났는가? 아니다. 대기업이 잘난 것이지, 내가 잘난 게 아니다.

그러나 조선인들은 자기 주체성이 없어서인지, 자기 직장에 자아를 의탁해서 자기 직장보다 못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깔보고 업신여기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사귈 때 상대의 직장이나 나이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물론 개인적인 교우 관계의 이야기다. 업무상의 교류야 상대가 어느 회사 어느 부서인지 정확히 알아야겠지).

실제 5년 10년 20년 넘게 알고 지내면서 어느 회사 다니는지, 나이가 얼마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한 트럭이다.

내가 대기업 다닌다고 해서 그렇지 못한 사람을 함부로 업신여기고 살았다면 이런 교우 관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