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때 못내려왔다가 지금 시골왔는데

친척어르신들이랑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나 버리고 간 여자 하나에 이렇게까지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내 자신이 불쌍해지고 딱해진다.

결혼하고 애낳고 애 키워서 장가, 시집 보내고

퇴직 걱정, 승진 걱정, 사업 망하고 이혼하고 졸혼하고

시부모님, 장인, 장모 치매걸려서 시다바리하고

이런 얘기들 듣다 보니까 다른 남자랑 눈 맞아서 떠나간 여자때문에

죽고싶고 힘들어한 내가 불쌍해진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사람과 배경적으로, 성격적으로 맞지 않았을 뿐이다.

아름다운 추억이 많았다고 그게 서로가 잘 맞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제 겨우 25인데 고작 나랑 맞지 않았을 뿐인 지나가는 인연 하나에 이렇게 애도하고 비통하면 앞으로 살아갈 남은 50-70년 어떻게 버틸까.

맥주 두캔 걸치시고 친정와서 이렇게 맥주 두캔 마시는거조차 자신에게 너무 큰 행복이라고 울먹이시면서 얘기하시는 고모가

주무시러 가시기전에 날 껴안아 주시면서 넌 그래도 좋은 부모님만나서 행복한거고 너 전여자친구는 그렇지 못해서 너랑 안 맞았을 뿐이다. 넌 충분히 매력있고 앞으로도 잘할거다 라고 하시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

오늘 따라 좋은 환경에서 나를 낳고 좋은 영향으로 길러주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