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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 일기 (담배보다 먼저 끊어야 할 불닭)

불갤러(122.36) 2024.03.02 07:12:52
조회 153 추천 2 댓글 2

나는 23살 대학생이다. 성인이 되고부터 불닭을 즐겨먹었다. 일주일에 두번정도 꾸준히 먹었었다. 평균적으로 2봉지씩, 많게는 3봉지씩 먹어왔다. 95%의 확률로 불닭을 먹은 당일, 혹은 다음날 설사를 하였다. 하지만 중독성이 강한 불닭의 매운맛 때문에 나는 계속 불닭을 먹어왔다. 약 2년동안 불닭을 먹어온 내가 이제는 불닭을 끊으려고 한다. 고2때부터 꼴초였던 내가 담배보다 불닭을 먼저 끊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디시에 써두고 불닭이 먹고 싶을 때마다 상기하기 위해 글을 적어본다.


2024년 3월 2일 아침 6시
어젯밤 11시에 불닭 2봉지를 끓여먹었다. 약 두달만에 먹는 불닭이었다. 두달전쯤 불닭을 먹은 뒤 설사를 하고 강한 복통을 느끼게 되어 더이상 불닭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나의 의지는 두달만에 깨진 것이다. 조리된 불닭을 방에 가져왔다. 맥주 한캔과 김치도 함께 가져왔다. 나는 먹기 전부터, 아니 냄비에 물을 받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불닭을 먹으면 설사로 고통받을 것을. 그러나 이번에도 평소와 같았다. 미래의 고통을 무시하면서 당장의 도파민 분비를 위해 짐승처럼 캡사이신 범벅을 먹었다. 아니, 짐승만도 못한 행위이다.
12시가 되었다. 무식한 섭취를 끝내고 맥주의 알코올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잠을 청하는 이 행위마저 열등하다. 안 자면 한시간 내로 복통이 찾아올 테니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5시에 눈이 떠졌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더이상 잘 수 없었던 것이다.
장기마다 내가 느낀 고통을 서술해보겠다. 먼저, 소장과 대장에 끓는 물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닭의 캡사이신과 맥주의 탄산이 만든 새로운 고통이었다. 캡사이신이 만든 고통은 끓는 물 같았다. 끓는 물의 느낌은 장에 순수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멍청하게 집어넣은 맥주의 탄산은 장에서 부푸는 느낌과 함께 장을 팽창시켜 풍선처럼 터트릴 것만 같았다. 어릴 적 겪었던 장염보다 더한 수준의 복통이었다. 다음 장기, 위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등까지 전해지는 듯한 고통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위에서 작은 폭탄이 터진 듯했다. 폭탄이 터진 후 위의 주변은 불타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식도의 고통을 서술하겠다. 하이라이트다. 위에서 뿜어져나오는 위액과 나오기 직전의 토사물의 조합은 환상이었다. 위액의 쓴맛, 캡사이신의 뜨거움, 맥주의 알코올 냄새, 김치 냄새. 이 네가지의 조합은 내 식도를 죽이려고 작정했다. 식도에 바람빠진 농구공을 넣고 계속해서 바람을 넣는 것 같았다. 뜨겁게 달궈진 쇠봉을 목구멍 깊숙히 쑤시는 것 같기도 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라 정신이 혼미해졌다.
식도, 위, 장. 이 세 장기들이 느끼는 각각의 고통은 날 어지럽게 만들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어지러웠다. 심한 독감에 걸렸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있기 어렵고, 어지러웠다. 독이 든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무언갈 먹고 어지러운 적은 처음이다. 일어나자마자 느낀 고통이었다. 그대로 자려고 했지만 죽을 것 같아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제부터 더러운 얘기가 나옵니다. 비위 약하신 분들은 그만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먼저 변기에 앉아 설사를 했다. 설사가 나올 때마다 장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설사에 칼날이 섞인 듯 내 장을 쓸면서 분출되었다. 설사를 하면서 어지러움이 심해졌다. 뒤를 닦고 물을 내렸다. 이번엔 토를 하고 싶었다. 닫았던 변기 뚜껑을 열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가장 아팠다. 식도를 타고 흘러가는 토사물은 독약이었다. 자다 깼을 때 식도가 받았던 고통의 몇배는 아팠다. 끓는 물이 역류하는 것 같았다. 그냥 물도 아니다. 농축된 음쓰 같았다. 그 음쓰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김치국물, 맥주, 불닭 소스. 그리고 갖가지 자극적인 음식물들. 식도를 뜯어내고 싶었다. 장을 꺼내버리고 싶었다.
고문을 받는 듯했다. 심각한 고통과 어지러움만이 존재했다. 설사와 토는 끊임없이 반복됐다. 약 1시간가량 변기에 붙어있었다. 설사는 약 10회, 구토는 약 7회정도 했다. 설사를 하다가 구토를 하고 싶어지고, 구토를 하면 설사가 나올 것 같았다. 이렇게 반복되었다. 설사를 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가까스로 남은 정신을 부여잡고 메모를 하였다. 어지러운 상태에서 적은 메모라 내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면서 설사를 할 때마다 조금씩 메모를 하였다. 다음은 내 메모이다.

3월 1일 11시에 불닭 먹고 다음날 아침 5시 반까지 개고생하는 멍청한 짓을 했다. 설사는 3번 정도 하였고, 마지막에는 참을 수 없을 고통으로 구토까지 하게 되었다. 토를 할 때마저 불닭의 매운 소스와 쓰라린 위액이 합쳐져 나오는 토사물을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식도와 위를 잇는 나의 내부가 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보통 설사를 할 때 액체 느낌의 고체를 분출한다면, 이번 설사는 순수 액체를 내뿜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불닭을 먹고 토를 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정신나간 고통의 행위이다. 불닭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이 글을 읽고, 이때의 고통을 다시 생각해보자. 죽을 거 같다. 내 안의 장기들을 꺼내서 씻어야 고통이 사라질 것 같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설사가 끊이지 않는다. 몸이 불닭을 정말 싫어하는 것이 느껴진다. ‘불닭+김치+맥주’ 이 조합은 내가 자살을 할 때나 먹어야겠다. 이렇게까지 개지랄을 하고 기록까지 하였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나는 내 스스로에게 정말 큰 실망을 할 것 같다. 내 인생에 불닭은 더이상 없다. 오늘의 고통을 죽기 직전까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은 젊기에 이정도의 고통을 받는다. 나이가 들수록 고통의 크기는 커질 것이다. 고통뿐이 아닌 건강상의 이유로 불닭은 나의 주적이다. 아직도 항문에선 더러운 물줄기가 뿜어져나온다. 7회가량의 설사와 4회 정도의 구토를 한 거 같다. 토를 하는 과정 중, 식도가 가장 아플 때의 고통이 가만히 있어도 계속 유지된다. 오늘 나는 정말 큰 실수를 했다. 홧김에 한 행위도 아니고, 술에 취해 한 행위도 아니다. 불닭 섭취와 후폭풍에 대한 춘분한 이해와 인지가 있었다. 또다시 불닭을 먹는 행위는 인지장애 수준이다. 등이 아프다. 혼이 빠질 정도로 아프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식은땀이 날 것 같다. 지금의 어지러움의 원인은 맥주의 알코올이 아닌 불닭의 캡사이신이다. 너무 아프다. 구토와 설사를 번갈아가며 하는 중이다. 21세기에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정수기 꼭지를 누르면 물이 나오듯이, 항문에 힘을 빼면 설사가 흘러나온다. 가족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수치스러운 상황이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얼마나 한심하고 열등해보일까. 지금도 충분히 멍청하고 부족해보인다. 정말 하등한 생물이 아닐 수가 없다. 내 친구들, 미래의 내 애인 혹은 배우자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한심해보일까. 불닭을 처먹는 행위는 일론머스크마저도 열등하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다. 정신 좀 차리자. 두달만에 먹는 불닭이었지만 여전하다. 얼마만에 먹든, 얼만큼 먹든, 무엇과 곁들여 먹든, 불닭을 먹는 행위는 내 스스로의 존위를 해치는 행위이다. 내가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과 지금의 나와 무엇이 다른가. 죽기 직전까지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 이건 아니다. 이때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억하라.

불닭이 생각날 때마다 내가 쓴 이 글을 읽어야겠다. 곧 개강을 한다. 학교에 가끔씩 같이 불닭을 먹는 동기가 있다. 그 친구에게 내가 오늘 겪었던 일을 설명해줘야겠다. 동기도 같이 불닭을 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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