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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번역] 점자성서) 타고 남은 것들앱에서 작성

Psychedelic_surre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1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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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쏟아져내리는 새볔녘은 내려다보는 무수한 눈들과도 같아 그 밑에 있다 보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경량형 역각 AC를 선호하는데도 꼭 격납고에 들어갈 때면 굳이 그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기를 원하는 나의 이 괴벽을 허세라 부를 이도 있겠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조심스럽게, 격납고에 AC가 철컹 하고 고정되는 느낌은 언제나 좋다. 인간이 걸어야 할 방식으로 AC를 조종한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 걸맞는 건 이 쪽이다.


"...수고했소. 이렇게까지 아르카부스를 진심으로 경멸하는 용병은 오랜만이군.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꼼꼼하게 파괴하는 모습이 아주 멋있었소. 이 정도면 본사에 제대로 된 보고가 올라가는 것도 상당히 지연되겠지. 그 좋은 실력을 썩히는 것도 아까우니 앞으로도 믿고 맡기겠소. 보수는 바로 지불하겠으니 푹 쉬시오. 그럼 이만."


푹신한 소파에 주저앉다시피 누워 팔로 눈을 가린다. 힘든 하루였다.

아르카부스 연구개발부의 신제품 시연회 습격. 기업의 중책과 연구개발부 직원들이 대거 모인 자리였고, 그들이 자본과 노력과 시간을 막대히 쏟아부어 완성시킨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 인생이 걸린 사람들이, 비유적으로도 말 그대로도 많았다.

일이 끝나고 나자 남은 것은 잿더미 뿐이었다. 그 사실이 좋았다. 실실 미소가 새어나왔다. 아르카부스 놈들에게 하사해줄 수 있는 것은 파멸 뿐이다.


한참을 누워 쉬다가 조금 기운을 차리고 부엌으로 가서 차를 조금 탔다. 좋아하는 대로 과하게 우려 쓴맛이 조금 나오게 만들어진 차를 홀짝이며 단말기를 켰다. 많은 소식이 들려온다. 내가 습격한 시연회, 끝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린 발람, 그리고...

"...다음 소식입니다. 루비콘 항성계를 전소시킨 전대미문의 재난, 소위 「레이븐의 불」에 연루된 범죄 조직 「RaD」의 잔당 중 일부가 어제 행성 봉쇄 기구 시설을 습격했습니다. 이들은 「보스」를 기리겠다며..."


쨍그랑.


...멍청한 놈들. 칼라가 그러라고 죽은 줄 아는 거냐.

떨리던 손은 이내 감각을 잃는다. 손톱에 조금 파여 피 흘리는 손은 기괴하리만치 하얀 색을 띠었다. 천천히 손에 힘을 풀고 숨을 고른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쓴다.

감각, 피, 숨, 맥동. 다시금 재수술은 성공적이었다는 걸 실감한다. 월터... 아니, 핸들러의 조언을 떠올린다. 가명도 새 신분도 얻었다. 얼굴도 전부 갈아엎고 완전히 새로운 항성계로 떠나왔다. 예전의 내 모습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고, 이제 나를 알아볼 자는 없으리라.


하지만 평범한 삶 같은 건 아득히 멀어져만 간다. 월터, 에어, 러스티... 모두 죽었다. 전부 나 때문에 죽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들이 죽을 때 함께 죽은 것일지도 모를 거란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나는 이제 4세대 코랄 강화인간 C4-621도, 자유 의지의 표상 레이븐도 아니다. 여기 남은 것은, 그저 부서진 공각. 내가 조종하는 AC와 나는 별 다를 것이 없는 존재다.

그 드높은 천공에서 러스티는 나를 일컬어 진정 사냥개가 아니라 무언가 스스로 짊어진 자라 했다. 물론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때 나는 분명 충분히 고뇌하고 판단하여 핸들러의 유지를 잇고자 했다. 코랄은 위험 요소다. 목숨을 구해준 칼라의 등에 단검을 꽂는 배반을 저지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타고 남은 모든 것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그것이 달성되고 나자 나는 순식간에 빈 껍질이 되고 말았다. 짊어진 것도 없고 안에 담은 것도 없는.


인간과 코랄의 공존을 원했던 그녀를 쇠말뚝으로 꿰뚫어 죽이고서, 나는 들었다. 보았다. 통신 채널에서 무수한 목소리들이, 글자들이, 공포에 질려 절규하고 있었다.

부모를 찾는 아이, 손자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노파, 애인을 다독이는 청년,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 숨겨두던 마음을 전하는 소년, 수고했다 말해주는 남편.

나는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했던 자들을 위해 제일 살고 싶어했던 자들을 분살했다. 그 끝에서 나는 나 자신도 태워버린 것일지 모른다.


틈만 나면 날붙이로 손목을 그어대어 흉하게 찢어진 피부와 검은색으로 눌러붙은 피를 볼 때면 안에서부터 무언가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을 마시다 갑자기 목을 졸라대고 모서리에 일부러 머리를 찧어댄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지경으로 반복한다. 거울을 볼 때면 눈동자는 점점 흐려지고 목은 원형의 고리에 조금씩 더 조여진다. 뱃속이 무언가로 꽉 차 뒤틀리는 느낌이다. 얼굴은 온갖 곳이 크고 작게 찢어져 마치 고문 기술자가 조금 성의없게 찢어놓은 것만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잠을 설치며 그럴 때마다 메슥거리는 기운에 속을 게워낸다. 하지만 고통은 매번 어느 때보다도 생생하고 쓰라렸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견딜 수 없었으리라. 누군가는 악인이 마음대로 값싸게 속죄하며 자기 만족을 꾀하는 꼴이라 하겠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괜찮은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다 언젠가 제멋대로 죽어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분명 내가 정의의 심판을 죽음으로써 피해갔다는 말이 있겠지만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에 신경쓰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너무 높이 날아버렸다.

깨진 자기잔 파편에 베이고 찢어진 손의 거스러미를 주욱 하고 더 뜯어낸다. 피가 울컥울컥 터져나온다.


그만둬요, 레이븐. 이건 나도 당신도 원하지 않는 일이예요.


...제발 조용히 해줘요. 당신은 죽었잖아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라는 격언 몰라요?


가끔씩은 핸들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어쩌자고 이런 짐을 나에게 떠넘긴 거야. 그것은, 물론 어처구니없는 어리광과 같다. 내가 직접 짊어진 짐에 남의 탓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서 대신 아르카부스를 증오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하며 의도하지조차 않은 것이었지만, 어쨌든 스네일의 행동은, 아르카부스에 소속된 자의 결정은, 결국 코랄 소각 계획의 결행으로 이어졌다.

혼돈 이론의 좋은 예시가 될 것만 같은 이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아직까지 책임을 떠넘길 곳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아르카부스 때문이야.


"...내방자. 짧았지만 그동안 즐거웠어. 앞으로 나 대신 많이 웃어줘!"

미안해요, 칼라. 나는 웃을 수가 없어요. 도저히.


바닥에 떨어뜨린 찻잔을 대충 치우고 침대에 누우려던 찰나, 범용 AI 인터페이스가 켜진다.

"유저에게 도착한 신규 메시지: 1건. 제목: 의뢰 요청"


...그래. 그래야지.


무언가 처음 시작하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다양한 답이 나올 테고 그 중 정답은 없겠지만 나만큼은 그 질문에 「비참한 실패」라 답하겠다.

「초심자의 행운」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성공의 기억은, 무엇을 낳건 간에 사람을 거기에 묶는다. 그리고 영원히 닿을 수 없을 피안을 향해 끌고 간다. 그 여정에 끝은 없다. 잠시 멈춰 쉴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파멸의 길에 발을 디디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길을 얼마나 기어온 걸까.

관성은 대개 물체의 질량과 비례해 커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냥개에서 갈까마귀로, 그리고 다시 불씨로. 수많은 강자와 거대한 난적을 전부 꺾고 끝내는 이 손으로 한 항성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그 모든 기억의 질량은, 가히 막대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도 그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매일매일 자신을 조금씩 죽여가면서도 다른 이들의 의뢰를 받으며 언제까지고 그러할 듯이 용병으로서의 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는 것이라고는 이 방식밖에 없기에.

한숨을 내쉬고서 의뢰를 확인한다. 의뢰주명은...


...


「루비콘」.


...대체 뭐지. 누가 이런 이름을 쓴다는 거야. 아직까지도 피해 규모가 제대로 추산되지 못한 대재앙의 장을, 명의로?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을 넘어 귀가 조금 먹먹해지고 손이 저려온다. 할 일 없는 누군가 장난을 치는 건가? 아니면 대부호의 괴악한 취미? 대체, 도대체가...

오랫동안 뛰는 느낌이 들지 않던 심장이 다시 맥동하기 시작한다. 아주 미약하게,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다시 쿵쾅대기 시작한 그것이 몸에 뜨거운 피를 돌려간다.

브리핑부터 확인해보자.




"...먼저, 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TTS 프로그램을 통해 브리핑을 진행하게 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는 「레이븐의 불」의 생존자입니다. 그 화마에서 탈출하다 목을 심하게 다쳐서 정상적으로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런, 필요없는 내용이 너무 길었군요. 이만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의뢰의 목적은 데이터의 회수입니다. 당신에게는 전소된 루비콘 3, 그 중에서도 특히 알레아 해의 해저 시설 잔해에 접근 후 내부 데이터의 추출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본디 바다 아주 깊숙이 파묻혀있어 고강도 승강기로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였지만 이제는 관측 결과 바다가 전부 말라버렸으니 AC로도 접근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사료됩니다.

내부에 여전히 작동 중인 보안 대책이 수 기 있는 것 같지만 AC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겁니다. 시설 최심부에 도달한 후 데이터센터에 접근하여 데이터를 추출하고 귀환하면 됩니다. 수상하게 여기실까봐 노파심에 말해드리자면, 전술된 데이터에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섞여있지만 주요 내용은 과거 루비콘 3에서 사용되었다고 하는 프로토타입 무기의 설계도입니다. 소기한 대로라면 이 데이터를 퍼즐의 마지막 조각 삼아 설계도는 완성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고 확인되지도 않은 풍문이니 유의하여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만, 해당 시설에서 과거 「아이비스의 불」을 일으켰던 자의 아들이 목격되었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해당 소문의 진위에 대해서 조사해주신다면 추가 보수를 지불할 의향이 있우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레이븐의 불」의, 생존자.


한번 태어난 것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 이상할 것은 없다. 코랄이건 사람이건, 한 번에 속 편하게 다 쓸려나갈 거라 기대하는 게 오히려 어리석은 것이다. 손톱을 바위에 긁어대듯 피가 나고 살이 갈려나가도 삶에 매달리는 것이 존재다.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 우리다.

하지만, 하필 나에게 의뢰를 요청한 것은, 어이없는 우연일까, 아니면 잔인한 악의일까. 정체를 들킨 건지 어쩐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핸들러가 안에서 목격되었다는 제보도 있다. 분명, 나는 그가 죽는 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 사실, 핸들러가 남긴 메시지를 끝으로 그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했고, 살아있는지도 어쩐지도 모르는 채 강제로 헤어져야 했다. 지금 이렇게까지 아르카부스를 광적으로 혐오하다시피하며 반 아르카부스 의뢰라면 닥치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전부 그 스네일 놈 때문이다. 그 자식 때문에 모든 게 꼬여버렸다. 지금쯤 아르카부스에서 꼬리자르기를 당해서 어딘가의 한직에 처박혀있든,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당했든, 그것도 아니면 한참 전에 타죽었든 하겠지만, 맹세코 살아있는 걸 직접 찾아내는 날에는 그 사실을 후회하게 해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나는 이 의뢰를 이제 거절할 수 없다. 이 공각의 팔다리에 실을 걸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무언가의 정체가 죄책감인지 호기심인지,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밖으로 나가자 해가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었다. 보기가 좋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태워죽여놓고도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좇는구나.

언젠가는 칼라처럼 웃으며, 핸들러처럼 짊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날아올랐다.




이제는 없어진 대기의 바깥에서 본 루비콘 3는 참혹했다. 그 거대한 봉쇄 위성조차 깡그리 타고 군데군데가 터지고 녹은 채 방치되어있었다. 땅은 온통 검게 그슬린 채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저 검은 색채 중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유저 인식. 루비콘 3로 강하 중.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시작하자.


인터페이스에 나타난 해저 시설의 입구는 가히 까마득했다. 눈으로 보이지조차 않을 만큼 깊은 심연. 저런 곳에 시설을 만들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이렇게나 광막한 무저갱의 바다가 전부 마를 정도의 불이 항성계를 여러 밤낮으로 뒤덮었다. 그건...

...아니, 거기까지. 임무에 집중하자.


바다의 절벽에서 훅 뛰어내린다. 하강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포의 원천이어야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지성이자 인간성이라 한다면, 목숨이 달린 끊임없는 싸움을 긍정할 수 있는 자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은 역시 중요한 순간에서야 가장 잘 떠오른다.

한도 끝도 없이 하강은 이어졌다. 바람 소리와 부스터 소리가 합쳐져서 약간의 백색소음을 만들어낸다. 정신이 머릿속의 깊숙한 곳으로 후퇴하는 듯한 감각. 어느새 의식의 끈을 놓고 잠을 자는 듯 몽롱하게 눈 뒤의 눈을 감았다.


내려가려면 한참 걸리겠네요, 레이븐. 어떻게 시간을 때울지 생각해봐야겠어요.


...아니. 당신은 내가 죽였어요. 내가 죽였다고요. 그 수많은 코랄과 똑같이 죽였고 그 땔감들과 당신은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그냥 말을 좀 할 수 있다는 것뿐이잖아요. 말하지 마요. 말하지 마요. 말하지 마세요.

제발요.

...


끝내 도달한 시설의 입구는 마치 방공호의 견고한 문 같은 구조를 하고 있었다. 웬만한 총탄으로 뚫릴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그렇다면...

좌측 행거에서 레이저 슬라이서를 꺼내어 쥔다. 파일벙커로도 할 수는 있겠지만 소음이 이 쪽보다도 훨씬 심하게 발생할 터이다. 더욱이 선이 아닌 점이기에 돌파 자체에도 비효율적일 테고. 안에 있는 보안 대책에 대비하려면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겠지. 심연 같은 어둠 속에서 청색과 황색이 섞인 섬광이 이리저리 발산된다.

드디어 열린 문 안쪽은 의외로 깨끗했다. 불이 제대로 손을 뻗지 못한 탓인지 견고히 폐쇄되어있던 탓인지 먼지가 날린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AC가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는 점이다. 이런 해저 시설의 설계가 AC의 출입을 상정했다니. 뭔가 싶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대체로 상당히 간단하게 구성되어있었다. 갈림길이 다수 있는 구조 때문에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그 점을 제하면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브리핑의 내용대로 간간히 MT나 포탑이 튀어나와 기습을 가했지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범용 병기 다수의 습격은 어썰트 아머가 있었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심해 시설치고는 너무 간단하고 허약한 보안 수준이다. 벽면이나 구조물도 평면에 가까웠다. 기계장치나 전선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대체 뭘...


...그러고 보니, 이 시설, 뭐하는 시설이랬지? 까먹은 건가? 최심부에 데이터센터가 있고, 그리고...

...느낌이 이상하지만, 핸들러가 목격되었다는 정보 때문에라도 일단은 물러날 수 없다. 함정이라면 지금껏 수없이 그래왔듯 다 처리하면 될 뿐이다.


십몇 분만에 최심부에 도달했다. 이렇게 최심부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던가. 일단은 브리핑받은 대로 데이터센터와 서버 클러스터가 보인다. 다른 좁은 통로들에 비하면 훨씬 널찍하고 천장도 높은 공간이다.

조금 쾌적해지는 느낌에 잠시 찌뿌둥한 몸을 풀려 기지개를 켠 다음 접근을 시작한다. 데이터 액세스 포인트가 사방에 널려있는 것을 보니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다.

데이터 전송 퍼센티지는 느리게 올라갔다. 20%, 40%, 60%, 80%...


퍽.








...


...어... 지,금... 뭐가...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경고: AP 60%. 부스터 및 제너레이터 반파. 완전 복구까지 대략 4분 17초."

4...분? ...너무 길,잖아...

"...상태 분석."

"상태 분석 결과: AC 주요 시스템 및 유저 링크에 멀웨어 업로드됨. 시스템 무결성 손상 심각. 복구 시도 중. 유저 뇌파 활성화율 287%."

...마지막 부분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AC 쪽은 수리를 때려박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장착한 오퍼레이터 AI다.


...도망쳐요, 빨리.


평소보다 훨씬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혹감이 몰려온다. 나도 알아요.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점점 압도되어간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기침이 터져나온다. AC를 조종하던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아보지만 터져나오는 발작적인 기침을 막을 수가 없다. 폐가 쭉 짜이는 것만 같다. 목이 따갑고 눈물이 나온다. 땀이 머리를 덮어간다. 덥다. 뜨겁다.

타는 것 같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다. 예상대로 이 시설도, 데이터도 함정이었다. 누가 올지는 몰라도 빨리 도망쳐야 한다. 바다가 말라버렸으니 안에 수장될 걱정은 없겠지만 이런 상황에 기습당한다면 걷잡을 수 없-




"여어, 들개."


...이 목소리는.


"아니면, 「학살자 레이븐」이라 불러야 할까? 네 덕분에 몇 명이나 죽었는지 제대로 알기나 하냐?"


...망할. 최악이다. 그것보다-


"-「대체 어떻게 살아있냐」고 묻고 싶겠지? 월벽 때와 똑같다. 멍청아. 나대로 살아남았단 말씀. 차라리 모두와 같이 타죽었다면 좋았을 걸 괜히 질긴 명줄 때문에 결국 여기까지 왔단 말이다. 돌아왔다고. 있어야 할 자리로. 완수해야 할 사명으로."

"그렇다면, 「루비콘」은..."

"그래. 네가 통째로 없애버린 그 모두를 기리는 이름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름이기도 하고. 원래 「루비콘」은 강이지. 강을 코드네임으로 삼는 전통이 있던 조직이 뭐였는지 기억은 나냐, 혼자서만 다른 이름을 쓰던 놈아?"

"...레드 건."

"...호오, 그래도 뇌까지 완전히 탄 건 아니잖아. 그래. 네 손에, 아니면 적어도 너 때문에 몰살당한 레드 건이다. 한 명만 빼고 말이지. 나는 최후의 레드 건이다. G5 이구아수다!"


이구아수가 왼팔의 기묘한 생김새를 가진 날을 휘두르자 청록색 광파가 날아왔다. 본 적이 있다. 인조 코랄. 극한까지 몰린 인간 뇌파의 통합으로 만들어지는.

빠르게 광파를 피하면서도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왜 놈이 저런 무장을? 저런 걸 쓸 놈이 아닌데.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일단은 시스템이 완전 복구될 때까지, 아니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복구될 동안 회피에 집중하자. 이 상태로는 싸울 수 없다.

저 AC는 분명 「헤드 브링어」가 맞지만, 무장은 전혀 딴판으로 바뀌었다. 광파 블레이드에 카라사와, 바주카, 스턴 배턴... 거기다 기체 자체도 외관만 똑같을 뿐 출력이나 속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내부 부품과 체계에서 상당히 업그레이드를 거친 듯하다.

그럴 만한 돈을 벌 정도라 해도 납득이 될 만큼 상당히 성장한 듯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이구아수가 눈 앞에 있었지만,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혹시 뒷배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스턴 배턴이라는 구성은 또 뭘까. 이구아수는 저돌적이고 직설적이지만 그만큼 선형적인 성격이다. 날 죽이면 죽였지 생포해서 뭘 해보려는 성정은 아닌데...


경량형 AC에 역각 다리를 고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 버틴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놈의 공격은 탄속 자체에서 많이 느리다. 이대로 피하기만 하다가 복구가 완료되면 반격하거나 아예 탈출하거나 하자. 미사일은 여유롭게 피할 수 있지만, 카라사와와 광파에는 조금씩 피격당하며 AP가 하강하고 있다. 유저 링크 시스템에 손상이 생겨서 조작이 가끔씩 먹통이 되는 탓이다. 그래도 4분이면 아슬아슬하게나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면...


"왜 피하고만 있는 거냐, 들개! 하던 대로 송곳니를 드러내고 덤벼! 「즐거운 소풍의 시작」이라는 거다!"


...이구아수는, 실력 말고도, 사람이 풍기는 느낌도 뭔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의 그 한량과는 아예 다른 사람인 듯하다. 마치...

...마치 무언가 짊어진 사람처럼.


"경고: AP 10%. 비상 탈출을 권장합니다."

지금이다. 일부러 조작을 중지한다. 내 AC는 곧 바닥 위에 선 자세로 축 늘어졌다.

"...뭐야, 들개. 벌써 포기한 거냐. 뭐, 아무래도 좋겠지."

이구아수가 예상했던 대로 스턴 배턴을 충전하며 다가온다. 역시 내 생포가 목적이었어. 하지만, 이제 곧...


"시스템 복구 완료. 부스터 및 제너레이터 가동 중. 무기 시스템 및 유저 링크 정상 작동 중."


시작해볼까.


왼팔에 장착된 파일벙커를 가동한다. 차르륵, 철컹. 쇠말뚝의 뒤편에 작약이 장전된다. 이 순간 밀려오는 환희는 무엇과도 비할 수 없으리라.

"...!? 뭣-"

당황한 이구아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쇠말뚝을 박아넣는다. 놈의 AC는 파편과 연료를 비산시키며 저 멀리 날아갔다. 연료 압력 계통에 정통으로 맞았는지 황갈색 액체가 피마냥 많이 새어나오고 있다.

권총을 고쳐잡고 어깨 위 니들 미사일의 조준을 확인한다. 문제는 없어.

"...윽. 한 방 먹었나. 역시 여전히 제법 하잖아. 들개..."

그걸 용케 견뎌냈나. 완전 직격은 아니었던 탓이리라. 그래도 상관없다. 승산은-


미채 부대 접근 중! 저격이예요, 회피를!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목소리와 내용에 반사적으로 퀵 부스트를 발동한다. 헛것을 들은 건 아니었는지, 내가 있던 자리에 에너지 줄기가 내리꽂힌다.


그걸 말해주었던 사람은...

에어.

이제 더는 부정할 수가 없다. 그녀는 분명 한 명의 사람이었다. 루비코니언이자 지성체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죽인 그녀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그런데, 그것이 환청이 아니라면...

...제기랄.


그때 새로운 통신이 들려온다.

"이구아수. 대피하십시오. 여기서부터는 제가 맡겠습니다."

"...큭. 고마워. 괜한 객기를 부렸구만. 역시 1대 1로는 무리였나. 목표는 바꾸자고."

헤드 브링어는 순식간에 훌쩍 뛰어 데이터센터의 입구 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새로 나타난 세력은 미채 부대. 본 적이 있다. 퍼즐 조각이 하나둘 맞춰진다.


「올마인드」. 원래는 용병 지원 시스템이었지만 루비콘 3 항성계의 소각 이후로 온데간데없이 모습을 감췄다. 그 곳에서 발견된 각종 문서들은 올마인드가 과거 루비콘 기술연구소에서 고안하고 섬 돌마얀이 계획했던 「코랄 릴리즈」라는 것을 실행하려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내가 일으킨 불 때문에 그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지금 이렇게 이구와수와 손을 잡고 날 생포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

...그 계획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 거기에, 내 머릿속에서 계속 들려오는 이 목소리도.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뿐이다.


코랄을 직접 뇌에 주입받은 6세대까지의 강화인간들 중 불에 휩쓸리지 않은 자들의 뇌내 코랄은 극미량이나마 남아있다. 코랄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증식하고, 더욱이 진공에 노출되면 그 속도는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놈들은 날 생포해서 해부를 하든 뭘 하든 내 뇌내 코랄을 추출할 셈이야. 나는 과연 몇 번째 사냥감일까.


"강화인간 C4-621. 당신을 오랫동안 추적했습니다. 이만 저희의 계획에 동참해주셔야겠습니다. 당신은 귀중한 자원입니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리는 이제 불가능하고, 어썰트 아머도 딱 한 개 남았다. 이구아수는 쓰러뜨렸지만 미채 부대 다수를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단은 도망쳐야겠어.

"...협력하겠다."

"그렇다면 무기를 버리고 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와주십시오."

무장을 전부 퍼지한다. 다시 사려면 귀찮겠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번째는...


...!?


인터페이스를 경고 표시가 빼곡하게 채운다. 투항한다고 했을 텐데, 라고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미채 부대 중 다수가 에너지탄을 발사하고 나머지는 채찍을 휘두른다.

속았나. 어썰트 아머를 가동한다. 곧 코어가 열리며 펄스 에너지 파장이 뿜어져나온다.

저격탄은 격추했지만 채찍에는 몇 대 피격당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죽기를 원했건만, 결국 나도 다른 이들과 다를 것 없는 인간이었다는 건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어썰트 부스트를 가동한다. 시설 구조가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도망치는 데에는 문제 없을 것이다. 망할, 생포가 여의치 않으면 아예 죽여버릴 셈이었나. 목표를 바꾼다는 게 그런 뜻이었을 줄은...


"...이구아수. 대피는 완료되었습니까."

"아아. 문제 없어. 손상은 얼추 복구했고 이대로라면 표면까지 탈출하는 것도 금방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시설 전 개소 자폭 절차를 가동합니다."


역시. 이 시설은 짓다가 만 것을 올마인드가 함정으로 개조한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월터가 목격되었다는 것도 거짓말이겠지. 개자식들.

갈림길을 잘못 들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감각이 든다. 어떻게든 입구까지 가야 한다. 올 때는 그래도 오랜만의 조사 임무라고 천천히 구조를 훑으며 왔으니 전속으로 기동하면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 않아 입구가 보인다. 까마득한 어둠 속이지만 바람의 느낌이 달랐다. 밖으로 나오고 나서도 부스트를 멈추지 않는다. 폭발 범위가 생각보다 넓을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예상대로, 꽤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마주한 폭발도 꽤나 위협적이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더라면 실제로 약간의 피해를 입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끝인가.


한숨을 내쉬고서 표면까지 올라가기 시작한다. 내려올 때 생각했던 대로, 한참 걸리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 편이 오히려 좋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




...올마인드는 뇌파 통합을 통한 인조 코랄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이예요. 그래서 코랄 릴리즈를 계획할 수 있었던 거죠. 거기다 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까지 더해지면 구세대 강화인간들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여서 구세대 강화인간들을 찾아낸 다음 죽이던지 가로채던지 해야 한다는 건가요?"

...죽인다라. 레이븐.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는 당신이 알던 에어가 맞아요. 코랄 변이 파형이자, 한 명의 루비코니언 에어. 제 일부가 당신의 뇌내에 남아있던 건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는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미약한 편린으로서 생전의 행동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할 뿐이던 제가 다시 의식을 각성한 것도 당신의 뇌파 활성화율이 급증했던 것이 계기였으니까요. 그 일이 없었다면 전 계속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갇혀있었겠죠.

당신은, 예전의 그 레이븐이 맞나요?


...

솔직히, 에어에게 살아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것에 사죄하고 다시 받아들여달라고 빌고 싶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러나, 관성은 너무 강하다. 유지, 사명. 과거에 붙잡혀있는 나는 코랄의 완전한 소각을 원한다. 핸들러, 아니, 월터를 위해서. 칼라를 위해서. 올마인드도 이구아수도, 그리고 남은 구세대 강화인간들도, 전부 죽여야 한다. 이 공각의 팔다리를 움직이는 끈의 정체는, 아마도 추억.

그 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날이 오면, 나는 AC에서 내린 다음 기꺼이 어떤 방법으로든 자살할 것이다. 온 우주에 마지막으로 남은 코랄을 절멸시킬 것이다.


"네."


미안해요. 태어난 것은 쉽게 죽지 않고, 태워도 태워도 결국 잿더미 속에는 무언가 남는 법이죠.

나도 그래요.


...그렇군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심해주세요. 저는 당신을 설득하는 걸 멈추지 않겠어요. 언제까지고.


의외로 상냥하다 생각될 수 있는 답변에 조금 놀란다. 이 지경까지 와서도 변하지 않는 나에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무엇일지 알 수는 없지만.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일단은 푹 쉬어요, 레이븐.


...푹 쉬어요, 라.

나는 과연 쉴 수 있을까. 불과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과 밝혀진 정보들에 정신이 어지럽다. 깨질 것만 같은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고 소파에 눕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결정됐다. 세세한 줄기는, 나중에 잡아도 되겠지. 일단은 될 수 있는 대로 잠부터 자자. 내일 일어나면 무기도 사고 수리도 맡기고... 할 일이 많다.



...




"유저에게 도착한 신규 메시지: 1건. 제목: 621. 할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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