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타임 63시간 40분.

전작 7 몰모스 기병대보다 훨씬 재밌게 플레이했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전작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전작의 알메세라 연대기를 기반으로 100년을 진행하되, 스토리적인 살을 붙여 본편으로 구성한 느낌이다.

이 스토리가 아주 감동적이었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단조로운 편이지만 스토리가 뒷받침되니 게임이 몰입되었고 육성에도 재미가 느껴졌다.

불사의 주인공이 10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맺는 인간관계가 가슴 뭉클했다. 월라스, 프리, 레오로 이어지는 사제 관계의 묘사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만남과 이별, 성장과 죽음이 반복되는 모습에는 장대함마저 느껴졌다. 엔딩에서 기사단 멤버를 하나하나 짚어 줘서 감동이 배가됐다.

주인공 블러드는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불로불사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모습이 잘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전작의 존재감 없던 주인공하고는 천지 차이였다.

단원끼리 결혼과 출산을 반복하며 기사단 전력을 키워 나가는 것도 꽤 재밌었다. 2세대 이후부터는 전력이 급상승해서 학살에 가까워졌지만, 전투 밸런스 조절보다 인간 관계를 맺어 가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게임인 듯하다. 결혼에 출산으로까지 인간 관계를 맺었으니, 그들의 자녀가 큰 전력으로 돌아오는 건 당연한 것 같다.

3, 4세대 자녀쯤 가니 아군의 전력이 워낙 압도적으로 강해져서 스토리 보스 캐릭터들도 압살하는 수준이었다. 최종 보스도 2턴 킬이었다. 1턴 킬도 가능한 전력이었는데 무희 스피드가 너무 빨라서 실패...

엔딩에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게임이었다. 음악도 참 좋았다.

단점도 여럿 생각나는데, 무엇보다 소프트 리셋 기능이 없는 게 제일 아쉬웠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소프트 리셋 기능은 플레이 내내 아쉬웠다.

랜덤성이 강한 게임이라 리셋을 자주 했는데, 리셋에 잡아먹힌 시간도 5시간은 안 되겠나 싶다.

기사단 멤버 수 제한도 아주 답답했다. 연초마다 기존 멤버들의 자녀들이 입단할 때면 멤버 수 제한에 한숨이 나오는 지경이었다. 이 제한은 밸런스 조절용인 것 같긴 하다만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주점에서 소문 이벤트를 발생시킨 후 마을에서 해당 지점을 찾아 해메야 하는 것도 불친절했다. 이벤트가 벌어지는 지점은 아이콘으로 미리 보여 줬으면 좋았을 텐데.

레오부터 주요 캐릭터들은 일정 시기 이후에 임의로 퇴단시킬 수 있게 되는데, 이것도 좀 아쉬웠다. 퇴단 이벤트까지 별도로 넣었으면 더 감동적인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본편 엔딩을 보니 크로니클 모드가 개방되던데, 이것까지 할 마음은 없다. 100년의 시간을 또 보내려니 아득하다. 본편만 해도 충분히 즐긴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