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충이라서 집에 게임기 있다고 하면 "너네집 부자야?" 소리 듣던 시절

(아 물론 패미컴은 제외임... 패미컴은 패미컴 짭 시리즈 때문인지 꽤 보급율이 높았다)

어느날 동네에 뜬금없이 본격적인 비디오 게임 매장이 생김

"게임 = PC 게임"이었던 시절이자 에뮬레이터도 끽해야 게임보이 정도만 돌아가던 시절인데

플스랑 새턴 게임 같은거 잔뜩 전시해놓고 TV에 가디언 히어로즈 같은 최신 게임 틀어놓으니까

나 포함 동네 겜돌이들 눈 돌아가서 지나갈때마다 한참 멍하니 구경하고 그랬음

근데 그 당시 플스랑 새턴은 진짜... 엄마한테 사달라고 할 엄두조차 안 나는 그런 물건이라

복돌이고 뭐고 애초에 플스겜, 새턴겜은 기계가 없어서 아무도 건드릴 수가 없는 영역이었으니

그런 촌동네에서 비디오 게임 매장이 정상적으로 장사가 되겠음?

죄다 구경만 하고 아무도 게임을 안 사가니까 매장이 운영이 될리가 없었고

궁여지책인지 어느날 갑자기 게임 매장 앞에 군것질거리 같은거 잔뜩 들여놓더니

게임 매장에서 먹을거 하나 사면 게임 1번 해주게 하는 식으로 장사하는 사실상 분식집으로 변함

(지금 생각하면 진짜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었는데 서로 게임 한번 해보겠다고 너도나도 먹을거 사서 줄 서다보니

인원이 너무 많아서 맨날 니 차례 내 차례 하면서 싸우고 게임 못해보고 집에 가는 문제가 속출함

얼마 안가서 결국 먹을거도 안 팔고 게임 시연하는것도 없어졌는데 아마 어디서 항의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음...

결국 게임가게 사장님은 PC게임 복돌 (당시엔 빽업씨디라고 불렀음) 판매로 아예 전략을 바꿔서

비디오게임은 구석으로 치우고 암암리에 PC게임 복사씨디 같은거 팔다가

단속에 걸렸는지 아니면 그조차도 돈이 안 됐는지 게임매장 폐업하고 세탁소로 업종 전환 해버렸다....

그 이후로 몇년동안 동네에 제대로 된 게임매장 아예 없다가

3~4년쯤 지나서 하나 생기긴 했는데 여기도 사실 그냥 복돌 매장에 가까웠던듯

(이 시기엔 플스가 좀 보급됐고 플스 에뮬도 나와서 에뮬로 하는 애들이 있었음;)

지금 생각하면 할수록 참 열악한 환경이었음...

저때 부모님 따라서 잠깐 외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큰 빌딩에 플스겜 광고 걸려있는거 보고 엄청 놀랐던 기억도 있네 ㅋㅋ

외국이랑 한국이랑 게임 환경이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던 시절인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