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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만남 또는 안녕하세요 좌백씨 - 김요석

tm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19 21: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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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제목은 구스타프 쿠르베Gustave Courbet의 작품(왼쪽 그림)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러나 더 정확히는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의, "만남The Meeting" 또는 "즐겁게 지내십시오, 혹크니 씨Have a Nice Day, Mr.Hockney"(오른쪽 그림)에 신세진 바가 크다. 이 그림은 포스트 모더니즘을 연구하는 데 있어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패러디의 이유는 좌백 또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계열 속에 속한다고 봤기 때문.
 
 



따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의 한가로운 풍경(風景).
장소는 숲 속의 빈 터. 시냇물이 가늘게 흘러가고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가 눈에 띈다. 그 곳에 신선(神仙) 차림의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다. 그 옆으로 약간 고개를 비스듬히 치켜 든 문사(文士) 차림의 서생이 있는데 신선 옆의 두툼해 보이는 서책(書冊) 하나를 소매 속으로 넣으려는 참이다. 이 모든 것을 바위 뒤의 한 동자(童子)가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조금은 무심한 표정이다.
이것은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그림의 하나다. 동양화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캔버스에 유화이다. 제목은 "만남" 또는 "안녕하세요 좌백씨"인데 재미난 것은 서생의 모습이다. 서생은 머리칼이 금발로 염색되어 있다. 약간 비스듬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가 걸려 있는데 자못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소매 속으로 책을 넣으려는 행위는 불법(不法)에 가깝다. 그러나 두 신선의 표정에선 그것을 알 길이 없다. 오로지 바둑에만 신경이 쏠려 있을 뿐이다.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눈치 채셨다시피 금발머리 서생은 좌백이다. 바둑판은 무협의 시장 혹은 그 논리(論理)를 말함이다. 바둑은 흑(黑)과 백(白)으로 나뉘니 두 신선은 무협 시장을 암묵적으로 끌어 온 음(陰)과 양(陽)의 대표자격이다. 어떤 사람인지 굳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동자가 누구인지도 비밀이다. 이 수수께끼를 글을 읽는 여러분은 능독적으로 풀어주기 바란다. 좀더 무협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아니, 수수방관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좌백이 90년대를 훔쳤다는 것이다. 그는 세간(世間)의 말대로 "무협소설에 대한 공식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그 매너리즘을 극복한" 사람이다. 진부한 것(舊武俠)에는 새로움(新武俠)으로 맞섰으며 이러한 것이 공존해 있던 동시대를 충실히 언급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좌백의 표사 시리즈는 명백한 동기를 갖는다. 그는 주인공 용유진을 통하여 80년대에 무협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좌백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그것의 개량 가능성이다.)
이러한 자기성찰 속에 좌백의 작품은 서서히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는 무협소설(武俠小說)을 현재의 일시적인 것에서 영원한 현재로의 것으로 바꾸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게다가 그 자신의 작품은 항구성(恒久性)이란 덕목(德目)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결국 무협소설 즉 한국무협이 좌백의 글쓰기로 인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가능성있게 제시한다. 또한 무협소설이 단순히 오락소설로서의 기능(機能)이 아닌 문학적 기능을 포함한 장르 문학으로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움직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무협에서 좌백의 작품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할 것이다.
오늘 소개할 『야광충(夜光蟲)』은 좌백의 심리적 상태를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선정한 것이다. 본인은 이미 『대도오(大刀敖)』와 『생사박(生死搏)』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니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한국무협의 독자라면 감상하는 사람의 위치에서 좌백을 최대한 벗기고픈 충동(衝動)을 어쩌지 못한다. 언젠가 사석(私席)에서 의견을 밝힌 바도 있지만 좌백의 소설은 재미나면서도 참으로 할 말을 없게 만든다. 그런 사람의 글을 읽고 감상한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닌 것이다. 부디 여러분도 동참하여 그 거죽의 낯을 들춰 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 하길 바란다. 작가(作家)에 대한 애정 어린 성원과 지속적인 감상(感想)은 한국무협을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다.
 
 
本一. 夜.光.蟲.之.迷
 
본인은 어떤 책을 손에 집던 간에 목차를 유난하게 살핀다. 목차는 결국 그 책이 내게 건네려는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점점 책생활의 습관이 되었다. 『야광충(夜光蟲)』은 크게 1, 2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모두 6권이다. 각기 제목이 붙어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부 1권은 겨울, 2권은 봄, 3권은 여름이고 2부로 넘어가 1권은 차가운 여름, 2권은 뜨거운 밤, 3권은 창백한 하루이다.
좌백 작품이 가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너무나 선명하리 만치 뇌리에 각인(刻印) 되는 시각적 이미지의 충족감이다. 생생하기가 이를 데 없어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한다. 독자를 최대한 작품 속에 끌어들이는 이러한 현실감(現實感, Reality)은 이른바 비주얼에 능숙하고 입체적인 구상(構想)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요즘 세대들에게 크게 공감을 준다.
따라서 야광충을 읽는데 있어 이러한 현실감을 살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쉽게 생각의 그물(思網)에 빠져 버린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제대로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고 싶다면 야광충을 우선적으로 길게 펼쳐 놓은 영화 필름이라고 생각해 보라. 한 십 년쯤 전이던가. 『시나리오는 무엇인가』라는 텍스트를 유지나 씨가 번역했는데 그 내용 가운데 5분 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후로 이것은 많은 영화 소개 프로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5분 법칙은 다름 아니다. 영화 시작 5분 안에 모든 것을 끝내라. 관객을 끌어당길 것이며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감추어 두어라.
 
 
“흡혈귀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느냐?”
 
누구의 사부인지 모를 한 사내가 아이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글이 시작된다. 아이는 해를 마주할 수 없는 특이한 체질이라 사부가 해결책을 제시하나 아이는 반쪽 인생을 택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리하여 야광충이란 별호를 가진 사내가 성장한다. 이렇게 사건의 발단은 시작되었다. 그것도 무협의 고향이라 할 중원(中原)이 아니라 대막(大漠)에서의 어떤 사부와 그 제자 야광충의 대화로 서장(序章)은 끝이 난다. 그리고 1장의 시작은 6년을 훌쩍 넘어 시작된다.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감춰진 이야기가 풀릴 것이라는 암시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로 물레를 통과한 후 어떤 형태의 옷이 되는가를 밝혀줄 초석(礎石)이다. 초석이 다져졌으므로 이제는 물레가 돌아감에 따라 쉬엄쉬엄 놀다가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귀주성로를 지나는 범상치 않은 무리들이 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갈 주동인물들이었으니 야광충을 비롯하여 맹인 검객 화영, 라마승 황룡, 흑룡사 대두목 혈문룡과 그로 인해 합류한 원도살, 방각과 그의 딸 월몽영, 그림자 같은 존재 등평, 백리극과 도신 도귀, 흑웅이 그들이다. 이제부터 사건 출발의 열쇠가 어디 있으며 어떻게 풀려나가는가를 흥미진진하게 살펴보는 재미가 곧 이 책의 재미이다.
그 시작선에 선 것은 한 사람의 욕망(慾望)이었다.
십 수 년 전 몽고 변두리에 존재했던 천산파의 천산오조 중 맏형격인 로부 옹고트의 욕망이 모든 일의 원인이 된다.
1부 1권 p. 141을 살펴보면
 
“로부 옹고트는 몽고의 중원수복을 꿈꾸고 있었다”
 
라고 씌여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권력을 이미 손에 넣은 자는 진시황처럼 불사신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로부 옹고트 역시 그러한 자신의 개인적 욕망에서 출발하는데 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그 많은 사람들의 삶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은 권력의 힘이다. 로부 옹고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수년을 기다리는 끈기가 있으며 목적을 위해(危害)하는 장애물을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용의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불사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현음지맥(玄陰之脈)을 가진 아이가 필요했다. 그 아이가 바로 야광충이다. 로부 옹고트 또는 예충, 양유락이라 불리워지는 사내는 모원의의 아들이 그런 체질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듣고 아이를 납치하여 옥령체(玉靈體)로 키운다. 야광충이 험한 세월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곧 로부 옹고트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작가는 그 이유를 2부 3권 p. 246에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불사옥령체의 질은 재료가 되는 두 사람의 질에 의해서 결정된다.
불사체야 불사성이라는 한 가지만 얻어 내면 되니 태양지맥의 여아를 구해 천인혈로 불사체로 바꿔 버리면 더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옥령체는 달랐다.
불사체가 되면서 인성을 잃어버리는 약점을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의 옥령체는 그 옥령체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것을 재료로 한 불사옥령체의 질도 뛰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왕이면 최고의 수준을 성취한 불사옥령체가 되기를 원했고, 그것은 옥령체가 될 야광충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낌없이 교육시켰다.
그 교육은 단순히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의 단련, 즉 연혼(練魂)의 단계까지 포함해야 했다.
무수한 고통과 시련, 그리고 한계를 돌파하면서 하나의 인간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야광충은 배반을 당해야 했고, 친인의 죽음을 보아야 했고, 연인의 부정한 행위를 보아야 했던 것이다.
인간을 포기하고 흡혈귀가 되었다가 다시 인간을 긍정하고 되돌아오는 총체적인 과정이 그것을 위해 필요했다.
그를 위해서, 위대한 불사옥령체의 제왕이 될 그, 로부 옹고트를 위해서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관계와 사건이 줄을 잇는다. 이 부분을 되풀이 읽으니 의혹 하나 생긴다. 1부에서 몽고어인 로부 옹고트가 로부는 앵무새라는 뜻이고 옹고트는 신(神)이라며 해석하자면 앵무새의 신이라고 밝혀놓았다. 작가는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비난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야광충이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이 결국 우리네 삶과 연결되고 우리네 삶을 주관하는 것은 신이다, 라는 명제와 엮어본다면 아니 될 말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알 수 없다. 이 의혹을 뒷받침해 줄만한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으니. 그러나 위의 말만을 토대로 덧붙이자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해답은 작품에서 명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 옮겨 적은 글 중 가장 눈길을 오래도록 붙잡는 문장이 "인간을 포기하고 흡혈귀가 되었다가 다시 인간을 긍정하고 되돌아오는 총체적인 과정이 그것을 위해 필요했다" 라는 문장인데 작가가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의 원동력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통해 작가가 제시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완벽하게 숨어버렸거나 아니면 없다? 고개를 저어 본다.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는 야광충처럼 희미한 실루엣? 나는 모르겠다. 철학적인 명제에 대한 해답이 좌백 본인에게 정리 정돈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물음만 던져놓은 채 그림자만 지니게 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만 해볼 뿐이다. 그러므로 잠시 추측했던 신과 인간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힘을 잃게 되고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없으며 사념으로 추락한다. 이 책이 재미는 있으나 무엇인가 얘기해봐 라고 했을 때 우물쭈물하고 마는 것이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本二. 夜.光.蟲.之.惑
 
이야기의 재미를 이끄는 첫째 조건은 인물 성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동 인물들 외에도 곁다리로 스쳐 가는 인물들도 모두 부각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인 생동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 야광충―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탓인지 그는 사부와 사형 외에 인간적인 정을 느끼는 대상이 없다. 그에게는 인간=곤충=식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런 그가 의문을 품게 되고 사부와 사형을 제외한 인간들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다.
 
㉡ 로부 옹고트―이기심의 끝을 알 수 없다.
 
㉢ 화영―맹인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의례 더 많은 소리를 듣고 느끼듯 화영 역시 마음 수련을 통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검객이다.
 
㉣ 혈문룡―나오는 인물 가운데 가장 다혈질이다. 주위의 만류가 없다면 가장 많은 좌충우돌을 겪을 수 있다.
 
㉤ 백리극―백(白)이면 백, 흑(黑)이면 흑이라 말할 수 있을 인물이다.
 
이들 외에도 순진한 미련 곰퉁이 같은 흑웅, 약삭빠른 진운, 드넓은 평야에 우뚝 자리잡은 듯한 황룡과 같은 인물들이 장애를 뚫고 나오는 과정의 호쾌함이 두 번째 조건이다. 이 부분은 작가 좌백 작품의 핵심이며 독자들이 글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이다. 각기 남다른 성격과 얽히는 사건들, 그 그려지는 양상의 미와 더불어 펼쳐지는 활극(活劇)에 힘이 넘치고 남성다우며 시원하다. 독자는 그 순간 한여름 무더위도 잊을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되고 역경을 헤쳐 나오는 주인공은 어느새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단점들도 있다. 그 하나는 구조의 단조로움이다. 처음 목차를 살펴봤을 때 겨울, 봄, 여름으로 차례대로 넘어가는 계절의 순서가 깊은 속 뜻을 포함하고 있는가 생각되어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웠으나 그저 순차적이라는 순서를 나타낼 뿐이었다는 사실에 조금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내 작은 툴툴거림일 뿐이다. 허나 내용에 있어 눈에 거슬렸던 것 하나는 화영의 사부이며 천산오조 중 하나인 천산제일검 여문량이 죽음을 선택하면서 야광충, 화영, 혈문룡에게 호접몽(胡蝶夢)이라는 검무(劍舞)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후 여문량이 말하길 1부 2권 p. 163
 
"이제 영아에겐 심검(心劍)을, 너희들에게는 환검(幻劍)을 전수했으니 이후의 성취는 너희에게 달려 있거니와……."
 
라며 말끝을 흐리며 사색에 잠기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호접몽이라는 검무가 야광충이 로부 옹고트를 이기는데 어떤 열쇠가 되지 않을까 내심 마음에 새겨두었는데 그저 2부 3권에서 야광충이 떠나면서 대막의 하늘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호접몽을 추어 보겠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그 존재가 나타난다. 읽은 이의 오류(誤謬)일지 모르겠으나 작가 좌백이 글을 써내려가는 도중 궤도 수정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혐의(嫌疑)를 아니 둘 수 없다. 두 번째는 이중성을 지닌 로부 옹고트의 문제이다. 야광충의 자애로운 사부인 예충이 배후에 숨은 인물인 로부 옹고트와 동일인임이 밝혀지는 과정이 어색하다. 1부 1권 p. 192를 보면 자신의 정체를 숨겼던 성주(城主)가 쌍고르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벽 틈에 숨어 있던 야광충은 로부 옹고트가 혹시 자신의 사부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품게 된다. 그러자 로부 옹고트는 쌍고르마에게 예충의 목을 치라고 한다. 그 과정이 서술된 쪽을 읽다보면 야광충에게 사부의 죽음은 예견된 사건은 아니었다. 로부 옹고트의 임기응변식 일 처리였다. 왜 두 사람이 동일임을 밝혀야 했을까? 그 과정의 어설픔이 의문을 남겼지만 속도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으로 나는 점점 더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을 알 수 있다.
 
 
結. 夜.光.蟲.之.感
 
무협은 남성만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그려진 여성들은 모두 주변인물로 나오는 것일까? 많은 여성이 나오지도 않지만 크게 부각되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야광충과 반대 성향을 지닌 혈부용이 있다. 그녀는 태음지맥인 야광충과 반대로 태양지맥 체질이다. 그리고 야광충을 좋아하는 월몽영이 있고, 과거에는 미인이었으나 현재는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현현소녀가 있다. 또 마상란과 상관청조가 있으나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한 인물은 아니다.
 
㉠ 혈부용―야광충과 반대 성향을 지닌 탓에 둘은 첫 순간에 전기가 찌릿 통하게 된다. 그녀가 로부 옹고트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었으며 숨겨진 과거는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는 표현되어 있지 않다. 그저 그녀는 남자를 무척 밝히는 여자이며 순정을 찾아볼 수 없는 여자로 그려지고 있다.
 
㉡ 월몽영―그녀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서술했다. 1부 2권 p. 230
성격이 극도로 괴팍한데다가 무공이 또한 그 성격만큼 뛰어나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그녀 자신에게 있는 듯이 행동하고 말하는 여인, 그리고 손끝이 극도로 악랄한 여인이었다.
 
㉢ 현현소녀―우둔한 모습과는 틀리게 나오는 여자 가운데 가장 현명함을 지닌 듯이 보인다.
등장하는 여성들을 앞서 정리했던 (남성) 인물들과 멀찌감치 떼어놓은 이유는 이야기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아님에도 있겠지만 뭔가 비틀려 있는 여성상(女性像) 때문이다. 인간은 입체적이다. 그러나 그 변화무쌍한 성격을 토대로 글을 전개하다보면 방만한 전개와 더불어 산만함이 더해질지도 모른다. 하여 인물 개개인에게 특징을 부여해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 방법에 충실하다. 인물 하나하나가 읽는 내내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었다는 것이 바로 작가의 성공이다. 그런데 어째서 여인들에게는 생각이 없는 듯이 그려졌을까. 인물이 뛰어나면 성정이 고약하고 행실이 부덕(不德)하거나 충동적이다. 여기서 잠시 작가가 생각하는 여자란 이렇듯 부정적인 모습 뿐일까 싶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지만 혐의를 벗을 수 없다. 이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에 한해선 말이다.
읽으면서 분하고 아쉽지만 어쩌랴, 큰 장애가 아니라면 눈 감아주며 흘러가야지 손해를 입는 것도 아니요, 오히려 새록새록 재미가 솟아 매우 긴 글을 완독했으니 이까짓 단점들은 너그럽게 보아주며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성격을 지닌 주인공이 엮어낼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지. 독자에게 기다리는 미덕을 가르쳐주는 작가이니 감수해야지, 암 그래야지. 아무쪼록 작가 좌백에게 용기와 격려를. 그리고 한국무협에 희망이 가득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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