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초반 줄거리

위대한 마녀 그리젤다 솔. 모든 별들에게 사랑받는 그녀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평범한 디아나 솔과 모든 재능을 이어받은 헤스터 솔.

디아나 솔은 어떤 재능도 물려받지 못했다. 탄생성조차도 가장 어둡게 빛나는 암흑의 별 칼리스토다. 어머니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반푼이, 쓸모없는 것. 그게 디아나 솔이 성인이 되기까지 받아온 취급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그녀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희망은 언니 헤스터 솔 뿐이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꾸준히 애정어린 편지를 보내오는 자신의 언니만이 디아나 솔에게는 삶의 의미였다.

마침내 성인이 되던 날, 디아난 솔은 도제 신분을 벗고 마녀가 되어 언니가 있는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도시로 가는 기차가 습격을 받게 되고, 디아나 솔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II. 감상포인트

1) 서사

큰 줄기로 보면 서사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i) 헤스터 솔의 감정 찾기

ii) 자일스와 디아나 솔

iii) 디아나 솔의 비밀과 흑막

큰 줄기는 3번을 따른다. 1권부터 나오는 흑막이 전권에 걸쳐 점차 드러나는 식이다. 1, 2번은 로맨스 관련이지만 대부분 큰 줄기에 얽혀 나오는 잔가지이므로 로맨스 비중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로맨스 비중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갖은 고생 끝에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까지만. 로맨스는 거기서 깔끔하게 끝낸다. 질척한 감정서술이 너무 길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본다.

3번 서사의 구조는 퍽 훌륭하다. 4권이라는 짧다면 짧은 분량 내에 필요한 복선들을 이곳저곳 배치해두고, 클라이맥스에 다가갈수록 떡밥을 제때제때 잘 풀어낸다. 왜 디아나 솔의 탄생성은 암흑의 별인가, 악마는 왜 디아나 솔을 사랑하는가, 그리젤다 솔이 많은 빚을 남기고 떠난 이유가 무엇인가. 사소한 부분들이 뒤에 가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완성도 측면에서는 잘 쓰여진 이야기라고 본다.

2) 세계관

교활하지 못한 마녀를 언급할때 꼭 따라나오는 소리가 '이 작품은 세계관이 훌륭하다'라는 소리다. 맞다. 참으로 매력적인 세계관이 아닐 수가 없다.

마법의 근원은 별에게서 온다. 마법을 쓰는 자들은 모두 탄생성에게서 힘을 빌려온다. 이 세계관에서는 별자리에 따라 마법의 위력이 약해지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1권에 나오는 겨울의 마법사는 겨울의 별이 져버리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따라서 마법사들에게 기적이란 '자신이 따르는 별을 밤하늘에 불러올 수 있느냐'의 여부다. 단순히 마법을 이용해 싸움을 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별의 힘을 빌려와 마법을 부린다는 설정이 가장 두드러지는 건, 예언의 마법을 쓸 수 있는 자일스 가문이 등장할 때다. 그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따르는 탄생성 테베가 목격한 일을 그대로 읊을 뿐이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이미 '일어난' 일이며, 일어났기에 예언한 일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마법에 대한 설정도 흥미롭지만, 거기에 더해 시대상이 화약과 증기가 등장하는 시대라는 건 퍽 흥미롭다. 문명 초기에는 신이나 왕으로 군림하던 마법사들이,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문명에 대적하기 힘들어지자 협약을 맺고 공생한다는 설정.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 두루뭉술하게 뭉개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디테일을 생각했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다.

III. 아쉬운 점

짧다. 4권이라 적당한 이야기긴 했지만, 역시 짧은 느낌이다. 그리고 2권에 쓸데없이 세드릭 자일스(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높다. 심리묘사를 위해서 넣은 건 이해하지만 과거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져서 이 부분은 많이 지루했다. 이제 이야기 시작했는데 뚝 맥을 끊는 느낌?

그리고 문장서술이 수려하지만, 그만큼이나 쓸데없는 문장도 많다. 거의 반반 확률이다. 잘썼다 싶은 문장 반, 만연체인 문장 반. 쭉 읽다보면 많이 거슬리지는 않지만 뒤돌아서 보면 제대로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IV. 총평

1세대 여주판타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지나치게 무거워 지지도 않고. 기승전결 갖춘 중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