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의 생활은 나름 괜찮았다. 불편함을 이길 만큼 마음편히 지낼 수 있는 곳 이었다. 경희가 없다는 걸 빼면 말이다. 그래서 진우는 경희가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많은 식사를 했고 경희의 옆에서 경희가 들려주는 사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늦은 밤 두 사람 모두 새벽이 되어서야 나란히 누워 잠에 빠졌다. 아니 정확히는 경희가 잠에 빠졌고 그런 경희를 옆에 누워 바라보는 진우가 보였다. 

 자신에게 온 경희는 이곳저곳을 보며 자신이 미쳐 보지 못한 곳을 정리하고 자신을 위해 영양제를 챙겨 자신이 자주 있는 책상에 올려놓고 좋아하는 간식을 사놓고 모두 자신을 생각하며 샀을 것들을 정리하고 자신을 챙기는 경희를 진우는 오늘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자신을 보는 경희를 향해 평소처럼 ’나 영양보충도 하고 먹고싶은 간식도 막 먹고 살이 아주 여기저기 다 찌겠네‘ 하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진우는 알았다. 경희는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불안감을 자신을 보러오는 것으로 씻어내고 있다는 걸 

 영실에게서 경희가 요즈음 몸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저 피곤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정리되고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서 이렇게 편안해 하는 경희의 모습을 게속 본 진우는 알았다. 자신 때문에 이라는 걸 경희를 위한다며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 시간이 이렇게 경희를 불안감에 잠조차 편히 자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걸 잠에 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한쪽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경희를 보며 진우는 깊은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돌아온 첫 날 진우는 자연스럽게 경희의 집으로 향했고 거실에 들어선 자신의 앞에 펼쳐진 모습에 움직이지도 말을 할 수 도 없었다. 자신의 눈 앞에는 지금 당장 이라도 사용 할 수 있는 작은 칠판이 있고 거실 구석구석에는 자신의 짐이 박스로 정리되어 있었다. 경희는 그런 진우를 못 봤는지 자신의 옷장 깊숙한 곳에서 작은 옷 상자를 꺼내 진우의 앞에 놓아둔다. 

 “한선생님 옷 중에 여기 있는게 편한 옷 이예요 마음에 드는 옷 찾아봐요”

 자신이 언제나 와서 바로 입을 수 있도록 옷 상자에 잘 정리해 놓은 자신의 옷들 그리고 그 옷을 만지며 진우는 경희를 다시 바라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도망자의 신세가 된 그 시간동안 경희 혼자 이곳에 남아 자신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정리해 자신의 집으로 가져왔을 경희를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답답해졌다. 

 경희를 뒤에서 꼭 안고 잠에 들었다. 이른 새벽 경희보다 먼저 잠에서 깬 진우는 조용히 집을 바라봤다. 언제든지 자신이 볼 수 있도록 한쪽에 정리해 놓은 책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누구 보아도 경희에게는 필요조차 없을 의학 잡지들이 한쪽에 올려져 있었다. 이곳에 자신만 오면 되는 것 이었다. 자신만 돌아오면........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경희를 보며 진우가 나지막히 속삭인다.

“우리 강형사님 나 많이 기다렸네 엄청............”

 진우는 그 다음 날 망설임 없이 자신이 살고 있던 산골짜기 집을 모두 정리했고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한 쥬얼리샵 안으로 들어가 오랜 고민 끝에 경희와 잘 어울릴 법한 반지를 들고 나왔고 그 반지는 얼마 후 가늘고 기다란 경희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그냥 다음편도 있으면 한다는 댓을 봐서 자기 전에 짧게 끄적여 봤다.
그냥 진우가 결혼 결심하는 장면? 그런게 보고파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