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곽동한을 이긴 후 활짝 웃는 바를람 리파르텔리아니(조지아) 선수다. 이 사람은 지금은 체급이 -100kg 올라갔다고 한다. 체급이 오르기 전에 -90kg 체급의 곽동한을 이긴 바 있는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준결승에서 곽동한이 이 선수한테 졌던 사실을 모른다면 그냥 마음씨 좋은 호남 이미지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선수와 겨루다 곽동한의 결승진출이 좌절된 사실을 아는 팬이라면 웃는 모습이 얄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을 마음으로 곽동한 선수에게 부적(amulet)으로 줄 수 있는 이유다.

의심이 들 때, 혹은 자아라는 것이 내게 무겁게 느껴질 때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내가 내딛으려고 생각한 발걸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 자문한다. 뭐라도 얻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운명을 통제할 수 있을까? 좋은 길로 인도해줄까? 대부분은 의심도 사라지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데 가끔 약발이 잘 안 먹힐 때가 있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 싸웠을 때도 그렇다. 그럴 때는 미워하는 사람이나 얄미운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본인만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