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행정사, 공인노무사 등 국가전문자격은 각 부처의 개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전체 26개 부처에 총 176개 종목에 이른다. 국가전문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격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런 국가전문자격 중에는 단지 공무원이었다는 사정으로 그냥 자격을 부여하거나 자격시험의 일부 과목을 면제해 주기도 한다. 아마 공무원의 해당 분야 근무 경험에 비추어 전문자격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는 취지인 듯하다. 그러나 이는 전문자격사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카르텔을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공직자는 어렵게 자격을 취득하여야 하는 데 반하여 공직자는 재직 중에는 공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퇴직 후에는 쉽게 안정적인 소득을 누리는 혜택까지 받게 된다. 실례로 세무직 공직자 중에는 퇴직 당시(2022년)에는 7332만 원의 평균연봉을 받다가 퇴직 이후 4억 6224만 원으로 약 6.3배의 수입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비공직자로서는 어렵게 자격을 취득해도 공직 특례를 받은 자격자들이 재직 당시 친분을 이용해 압도적으로 일감을 가져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LH 출신 법무사 6명이 2017년부터 2021년 1월까지 LH 공공택지주택지구의 법무사 일감 1/3을 수임한 사례가 있었다. 공직 특례를 인정하는 건 무엇보다도 양질의 직장을 가지려는 젊은 세대에게 진입장벽을 치고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뺏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비판 등으로 공직 경력을 이유로 전문자격을 아무런 시험 없이 자동 부여하는 건 상당히 사라졌지만, 시험과목 면제 등의 특혜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시험과목 면제 특혜도 선발 과정에서 치명적인 불공정을 일으킬 수 있다. 일례로 2021년 9월에 시행된 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세무공무원에게 면제된 과목에서 과락률이 82.13%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그해 세무경력자의 합격자 비율이 전년도 6.6%에서 33.6%로 증가했다. 즉 난이도 조절을 통해 공직경력자에게 사실상 특혜를 주는 방법이 여전히 가능한 구조이다. 하나의 시험에서 체급을 달리하는 경쟁자를 두고 경쟁을 시키는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 정부는 청년세대의 공정 기회 보장을 위한 제도지원 강화라는 취지에서 ‘국가자격시험 관리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실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국민 77%가 공직 경력 특례를 필요 없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권익위원회는 국가전문자격 시험에서 모든 공직경력 특례를 폐지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법원의 고위직 공무원을 하다가 퇴직 후에 임명받는 집행관도 공직을 이유로 여전히 고소득을 누리는 경우라 개선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성폭력이나 성희롱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들도 감봉이나 경고 등의 가벼운 징계를 받고 나서 여전히 공직 특례를 받는 경우들이 있어 시정할 필요가 있다. 공직 퇴임 후 일정한 기간 수임을 제한하는 규제 장치도 미흡하여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다행히 많은 부처가 권익위의 이러한 시각에 공감하고 있다. 국가전문자격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통하여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공정한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김태규 부위원장(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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