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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어릴때 진성 해리포터 마니아였는데 (긴 뻘글 주의)

해갤러(112.151) 2024.03.12 17:45:34
조회 328 추천 6 댓글 8
														

소설 5권 불사조기사단은 좀 나중에 나왔고

라떼는 4권 불의잔까지 나오고 영화는 2편 비밀의방까지 나온 상태였어.

영화가 1년에 한 편씩 개봉했는데, 불의잔까지 소설이 나온 다음에 어느날 영화 1편이 나오고, 그 다음해에 2편이 나오고,

그 이후에 소설 5권 불사조 기사단이나 새로운 떡밥이 나오기까지는 시간 텀이 꽤 길게 있었던 걸로 기억함.

그땐 영화 소장본이 DVD도 아니라 비디오테이프였던 시절이었다.

소설책 외우다시피 읽었던 건 물론 신비한 동물사전같은 세계관 확장판 책까지 섭렵하는 것은 기본,

영화 비디오테이프도 당연히 소장했고 집에서 여러번 돌려봤었지.

내 인생 첫 성대모사가 헤르미온느의 윙가디움레비오사 성대모사일 정도로 영화도 웬만큼 외웠지.

해리포터 관련 굿즈는 뭐라도 사서 모아뒀던 것 같다.

난 코믹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는데 만화책 좋아하던 친구가 코믹에 해리포터 부스가 있다는 걸 알려줘서

그때 생전 처음으로 코믹도 가보고 해리포터 관련 굿즈는 보이는 족족 쓸어올 수 있는대로 쓸어왔는데

원작파였고, 엽서나 팬아트 묶음 정도의 굿즈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집에 와서 하나의 회지를 열어보았다가 해리와 말포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 매우 충격을 받았더랬지.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콘텐츠를 팔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요즘에 해리포터 책을 영어로 다시 읽고있는데

과거의 짬이 있다보니까 세계관이나 복선 끼워맞춰지는 게 왠지 좀 덜 된 것 같으면 성에 안 차는 것 같다.

소설 4권까지는 천번쯤 읽은 것 같거든. 다음 페이지에 무슨 표현이 나올지 미리 외우고 읽을 정도였지.

그러니까 복선들과 표현의 연결고리들이 머릿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구조적이고 입체적으로 정리가 되는 상태였는데

5권부터는 몇 번 읽고 끝낸 정도니까 다시 읽으면서 복선과 단서들을 회수해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같고,

그럼에도 읽으면서 완벽하게 이해가 안 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남은 상태가 된다.

재밌는 콘텐츠인데 완벽하게 이해하고 즐기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아서 매우 찝찝해.

인생 내내 해리포터만 읽으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7권까지 읽고 넘어가야겠지만 매우 찝찝하네.


영어로 소설을 읽으니까 말장난이나 복선들이 한국어판보다 훨씬 더 잘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아.

나처럼 원작을 꼼꼼하게 파는 스타일인 사람들은 영어판 원본 소설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어릴 때 진성 마니아였기 때문에 이후에 불사조기사단이랑 혼혈왕자까지의 소설도 나오는대로 나름대로 착실하게 읽었던 것 같고

영화도 7편까지 보기는 다 봤을텐데 이상하게 5권 이후의 컨텐츠는 소설이든 영화든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어.


최근에 5권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 건 불의잔과 불사조기사단 사이의 텀이 길었어서 그런지

그 무렵부터 갑자기 인물들과 상황의 캐붕, 세붕이 크게 느껴졌다고 해야되나,

복선 연결이나 떡밥 회수도 잘 되고 있지만 뭔가 그 이전만큼 쫀쫀하지는 않아.


4권까지는 복선을 항상 미리 깔아놓고 나중에 복선 따라서 회수해나가는 느낌이었는데

5권부터는 뭔가를 많이 벌려놓은 다음에 나중에 가서 뒷수습하듯이 "그 이전에 원래 이런 예언이 있었다"는 얘기 같은

추가적인 부연설명으로 세계관을 수습(?)하는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아.


3권 아즈카반에서 헤르미온느는 크룩섕크랑 스캐버스 사이에서 좀 이해가 안 가게 행동하고,

해리가 호그스미드에 나갔다 오는 것도 이를거라고 했었나, 아무튼 좀 합리적이지 않고 민폐캐인 것처럼 묘사가 됐었는데

왠지 4권 불의잔에서 론을 좀 망가뜨리면서 헤르미온느의 민폐력을 상쇄시키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나만의 느낌적인 느낌인가 싶고

5권 불사조기사단에서 해리에게 예민함과 짜증을 주며 마지막엔 덤블도어 교장실에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인간상으로 변형시켜놓은 것이

돌아가면서 민폐력을 한번씩 배출하게 하겠다는 수습의 흐름이었다면 5권의 캐붕이 좀 납득이 되는 것도 같고.


아직 6권이랑 7권은 안 읽었는데, 왠지 내가 5권 이후의 스토리를 잘 기억을 못 하는 게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5권은 재밌는 소설이었지만 마침내 한국어판 소설은 5권으로 나누어 출간되어야 할 정도로 (영어 소설책도 제일 두꺼움)

이때부터는 수습해야되는 세계관의 양이 너무 많아진거지.

이야기가 뒷수습화되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6권과 7권에서는 캐릭터들이 다 죽어버리다시피 하니까

아무래도 애정을 남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앞권에서 프레드와 조지같은 캐릭터들도 얼마나 생기넘치고 위트있게 다 써먹어놓고서는 마지막에 다 죽여버리는데

앞권들에서만큼 위트가 넘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점차 아니었던 걸거야.


그리고 시대가 너무 많이 바뀌었지.

예전에도 어렴풋하게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4권까지는 머글태생을 무시하는 애들이 별볼일없는 악당쯤으로 취급되잖아.

그게 괜찮은 감각이라고 생각했었거든. 해리를 학대하던 머글들이 마법사 세계에선 머글(얼간이) 취급을 당하곤 하니까 현실을 뒤집는 위트라고도 생각했는데,

5권부터는 어떤 부분들이 점차 강화되는 게 느껴지는거지. 편견과 차별의 감각이 그것을 비판하고 뒤집는 감각보다 한편 더 강조되고 있다고도 느꼈어.

예를 들면 시리우스도 본인 가문이 순혈주의인 걸 싫어해서 집을 뛰쳐나갔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그래. 집안에 족보 태피스트리가 있고,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 그동안 주요하게 등장하던 마법사 세계의 인물들 거의 대부분이었던 것.

말포이 엄마인 나시사, 벨라트릭스, 호그와트 이전 교장 등.

그 세계가 너무 좁고, 인간관계도 너무 좁은데 그게 점점 순혈주의인 게 더 공고하게 보이는 데다가

"예언"같은 선천적인 포인트로 세계관이 정리되고 묶여지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드는거지.

머글태생이나 혼혈이라고 차별하는 것을 비판하지만, 정작 해리한테도 "타고난" 오러라는 표현이 점점 등장하게 되는 시점이 이때인 것 같아.

나는 갑자기 5권부터 굉장한 보수성과 사회가 닫히는 감각을 많이 느꼈어.


4권과 5권 사이에는 긴 텀이 있었고, 그 사이에 영화 제작도 두 편 이상 되었고,

신비한 동물사전 책 같은 세계관 확장판도 나왔고, 나는 5권이 십년 뒤에나 나올 기세일 줄 알았는데 그래도 꽤 시간이 흐른 뒤에 나왔지.

그 사이에 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관점이나 사상이나 감각도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


뜬금없이 궁금한 건 작가가 이혼 뒤 싱글맘으로 키우던 아이가 있었잖아.

처음에는 아이를 재워놓고 타자기로 소설을 써나갔다고 알고있거든.

그 아이의 성별이 남자일까 여자일까 하는 점이야.

해리포터는 아이한테 들려줄 이야기, 아동도서란 말이지.


처음엔 해리네 아빠가 좋은 사람인 줄 알지만 제임스 캐릭터는 꽤나 별로고,

해리를 살려내고 강하게 만든 건 실질적으로 "엄마"란 말이지.

엄마의 위대함이 강조되는 소설이지, 아빠의 어느정도의 찌질한 면모와 함께.


5편에는 해리가 초 챙이랑 데이트도 하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대화가 통하기 어려운 문제로

헤르미온느의 "여성적 대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역 코치를 받기도 하는데

이런 표현들이 정말 점차 보수적이야. 5편에서 제일 굉장한 보수성을 느꼈어.

론이 "여자들이란"같은 표현으로 마무리하는 게 보수적 표현의 정점이라고 느꼈어.

엄브릿지한테도 해리랑 론이 뒷담할 때 "엄브리지 여자(woman)"라고 한단 말이지.

예를 들어서 스네이프는 뒷담할 때 "스네이프 교수(professor snape)"가 아니라 그냥 "스네이프"라고 호칭 떼고 무례하게 부르는 정도인데

엄브릿지는 "엄브릿지 워먼"이야.


4권에서도 퀴디치 월드컵의 벨라들 있잖아. 남자들 홀리는 존재들.

그런 포인트들에서 점차 사상의 보수성을 느끼긴 했는데 5권이 전반적으로 제일 보수적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시대가 변한 걸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느꼈던 것 같다.

1,2,3권까지 어쩌면 아동도서로 추천하면서 중산층 인간 사회에 대한 위트있는 비판을 하는 포인트를 더 크게 볼 수 있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특히 5권은 그냥 아동도서라기 보다는 리터러시가 많이 필요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이런 표현들은 마냥 스탠다드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한 책이 되는 것 같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업데이트가 필요한 책이 되는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긴 뻘글이네.

어릴 때 진성 마니아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콘텐츠 읽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솟아오르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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