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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칠대불가사의 오버타임 2/4

걸판새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11 15:23:47
조회 700 추천 13 댓글 15
														

우리히가 같은 콜라보 챙녀라도 육개월 안에 섭종각 서는 듣보겜에 팔려갈 바에야 그랑블루 같은 대세겜에 팔려가는 콜라보 챙녀였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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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부실 구석에 있는 나가토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문예부 부장한테 의뢰를 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 연구부에서 찾아 온 자객을, 나가토는 직선적인 시선으로 올려다 봤다. 이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나가토가 독서를 중단까지 해가면서 손님의 언동에 신경 쓰는 일은 아주 드물다.

"너희들이 만든 회지를 읽었어."

난데없이 킬패스를 찔러넣었다.

"...."

나가토는 무릎위에 펼쳐놓았던 책을 천천히 덮었다. 그 틈에 제목이 언뜻 보였다. <이미지 심볼 사전> 이럴수가, 사전처럼 두꺼운 책은 정진정명 사전이었던 것이다. 아니 잠깐 놀라야할 대목은 그게 아니다.

나가토가 누군가의 말을 듣기 위해서 독서를 중단했다 뿐일까 완전히 페히지를 덮다니 이거야말로 진짜 경악할만한 일이다. 아사히나 선배는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쪽에 시선을 뺏겨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코이즈미가 나가토를 보는 눈은 마치 안드로메다 은하내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을 육안으로 확인한 천문학자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 우주적인 이 기적을,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은 깨닫지 못한채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좋고 나쁨을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좋은 의견이다. 아마 타당할 것이다.

"작품집 자체의 퀄리티는 제쳐두고 회지의 발행 자체를 높이 살 수 있다고 미스터리 연구부 선배는 말했다."

그래서 문예부 부장으로서의 나가토에게 있다는 용건은 뭐냐?

"미스터리 연구부도 회지제작을 기획중이다. 나가토 양한테 꼭 기고를 부탁하고 싶다. 부탁드림다,라는 내용이다."

고지식하게 폴더 인사까지 했다.

"나가토 양이 쓴 환상 라이크하고 포에틱한 문장은 어쩐지 마음에 들어. 나랑 다른 부원들도 의견이 일치했다. 문예부 부장이란 직함이 폼으로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 거라면 이런 걸 통해서가 아니라 정식으로 기고 의뢰를 하는 게 어떠냐. 회지 낸거 꽤나 예전 일이다만. 너네 부장은 지금까지 대체 뭘 한거래.

"부장회의에 출석했을 적에 의뢰는 해봤다,고 말했다."

오호

"무시당했다,고도 말했다."

뭐, 그렇게 되기 마련인가.

"어떻게 안 될까."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은 다그쳤다.

"아직 발행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어. 대략 문화제에 출품하면 좋겠다는 계산을 해둔 정도다."

문화제는 가을이니까, 그것 참, 나중의 일이구나.

"어떤 것이든 괜찮으니 한필, 아니 한작품, 적어주면 좋겠다. 어떻겠습니까?"

나가토는 얼굴을 천천히 수평이동 시켜,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

3초정도 들여 머리를 약 2센티미터 내리고, 다시 3초 정도 들여 2센티미터 올렸다. 불안한 표정을 지은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은 내 귓가에서 "이봐 캼. 그녀의 저 동작은 긍정의 에비던스로 봐도 좋은 것인가?"

그래. 내가 보증한다.

"감사합니다. 나가토 양."

깡총깡총 뛰어오른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은 순간이동을 하는듯한 속도로 나가토의 손을 부여잡고 휙휙 흔들었다.

컴퓨터 연구부도 그렇고, 나가토는 알게 모르게 교내의 여기저기서 고평가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찌됐건 문예부의 좌부동 같은 존재한테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일은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건대 이녀석을 파견한 건 나가토를 향한 어프로치가 본목적이고, 하루히의 칠대불가사의 탐구는 구실이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상당한 책사가 있는 것 같군. 그쪽에도.

나가토의 승락을 얻어낸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은 여유가 생겼는지 뒷짐지고 문예부의 책장을 끝에서 끝까지 둘러보며 돌아다녔다. 책표지 탐색의 여행에 나선 것이다.

"꽤 괜찮은 취향이로군. 판타스틱한 미스터리가 잔뜩 있네. 어메이징. 으흠, 음? 음!"

일순 정지했나 싶더라니 뇌광같은 속도로 한권을 꺼내들어 휙휙하고 넘겼다.

"오오! 이건...Viking Press판 하드커버 Thomas Pynchon 중력의 무지개!? 심지어 73년 초판!?"

손에 든 양서를 하늘에 바치듯 들어올리고

"나가토 양, 이 책, 내가 빌려도 괜찮을까?"

그 낡아빠진 원고의 어디가 귀중한지 전혀 모르겠다만 또 나가토는 묵묵히

"....."

약 육초를 들인 끄덕거림으로 답했다.

"어이 캼 그녀의 저 동작은,"

"그래도 된대."

"고맙다. 나가토 양!"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은 책을 일단 옆에 있는 테이블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금 뛰어오르듯 이동해 나가토의 손을 휙휙 흔들었다. 만약 나가토가 앉아있지 않았더라면 끌어안았을지도 모르겠다.

"열독하고나면 반드시 반납하마. 캼한테 주면 될까?"

싫거든. 직접 반납하러 와. 나가토한테.

"반드시, 나는 그리 하겠다."

크게 끄덕이곤 빌린 책을 옆구리에 끼워넣고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그레이트한 감사를, 너희에게"

고양이과 동물같은, 날쌘 동작으로 가볍게 인사를 한뒤, 춤추는듯한 발걸음으로 부실에서 모습을 감췄다. 우주를 수놓는 화려한 금발의 잔상만 남겨두고서.

"후우"

그건 그렇고 너무 오래서서 말했다.

마찬가지로 계속 서있었던 아사히나 선배가, 제정신을 차린 것처럼

"앗, 차를 내드리면 좋았을걸요..."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던데다가, 이상한 기세가 있었으니 말이죠. 여지를 끼워넣을 틈이 없었다고 해야할까요.

덕분에 대량의 괴담자료를 끌어안고 말았다. 하루히가 오기전에 어딘가에 숨겨두기로 할까.

내가 단장 책상에서 딱 사각이 될만한 곳이 없을지 둘러보다가, 코이즈미의 기묘하게 우울한 표정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야. 지난달부터 우리반에 온 교환유학생이 그렇게 마음에 걸리냐.

"그건 그것대로 신경 쓰이지만요."

그럼 회지에 실려있던 네 고양이 이야기를 언급해주지 않은 게 섭섭한거냐.

"그건...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코이즈미는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이 가져온 선물에 시선을 가져가며

"어느쪽인가 하면 학교의 칠대불가사의 쪽이 중요합니다."

아앙?

내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코이즈미는 몸을 쑥 들이밀며

"스즈미야 양은 이 학교에 칠대불가사의 전승이 있는지 어떤지 찾고 있는 듯해요. 방금 오셨던 분 말씀대로 그런 것은 없을 테지요.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스즈미야 양의 사고를 예측해보세요."

...없다면 만들면 된다,가 그녀석의 모토였지.

"당연히 그렇게 될 겁니다. 그다음의 전개는 명백합니다. 스즈미야 양은 이 학교의 칠대불가사의를 새롭게 창조할 게 분명합니다. 남다르게 풍부한 상상력으로, 터무니없이 기발하고 오컬티즘한 현상을요."

코이즈미는 항복 포즈를 취하곤

"그리고, 어쩌면, 그중에 몇가지는, 아니, 어쩌면 일곱개 전부가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찻잔에 남은 차를 전부 마셨다.

소원현실화 능력. 그러고 보면 그런 설정이 있었지. 하루히 녀석한테는.

우리들의 SOS단 단장은 아직도 오지 않고.

엑센트릭컬한 미스터리 연구부 여자와 하루히가 여기서 만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그래야 할 겁니다. 덕분에 우리들한테 시간이 생긴 셈이니까요."

코이즈미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하고, 나는 되물었다.

"무슨 시간."

"물론 이 고등학교의 칠대불가사의에 대해 생각할 시간입니다. 스즈미야 양이 짜낸 일곱가지 괴이현상이 키타고를 혼돈에 몰아넣기 전에, 어떻게든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짜야만 합니다."

그냥 내버려둘 순 없을까.

"가을에 벚꽃이 만개하는 정도라면 요즘들어 불안정한 지구의 기상이 또 변덕을 부렸다고 간신히 넘길 수 있지만, 신사의 비둘기가 멸종되었을터인 여행비둘기로 바꿔치기된 것을 생물학자가 발견하면 졸도할 겁니다. 그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촬영 때랑 같은 상황인가.

그리하여 급속히 단원 네명에 의한 긴급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하루히를 뺀 SOS단 전체 미팅은 이걸로 몇번째일까. 부실에서는 처음이던가.

아사히나 선배가 전원의 차를 다시 타는 동안, 부실 구석이 정위치인 나가토도 테이블에 앉혀야겠다. 나가토는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이 가져온 것들 중 아동용 호러소설을 손에 들고는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미스터리 연구부 장서에 왜 괴담이나 옛날 이야기 책이 대량으로 있는걸까. 호러진영에서 스파이가 뒤섞여 있는 게 아닐까.

"호러와 미스터리는 표리일체인 경향이 있으니까요."

코이즈미는 돌연 찾아온 손님이 가져온 서적과 인쇄용지를 검사하면서

"유령의 정체가 정말로 유령이라면 호러입니다만, 마른 참억새나 낙엽을 잘못 본 것뿐이라면 단순한 세간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호러 같은 현상을 현실의 상식 안에 끼워맞춰 이치에 맞게 만드는 프로세스가 곧 본격 미스터리가 지닌 특유의 구조입니다. 딕슨 커 같은 작가가 이 스타일을 교묘하게 구사한 걸로 유명하죠."

그런 얘기는 아까 그녀석이 있을 때 화제로 꺼내라. 감동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고.

"지리한 미스터리 담론이 될 예감을 느꼈기 때문에 자중한 거랍니다."

그 말투로 연신 대화를 하면 '머리가 욱씬거리는' 상태가 됐을지도.

"받으세요."

아사히나 선배가 쟁반에 올려놓은 차를 우리 세사람한테 나눠주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코이즈미는 가볍게 메이드 양한테 감사의 뜻을 표시한 다음

"이건 작년의 영화촬영 때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만, 요컨대 세계관의 변이를 일으키지 않도록 논리를 마련해두면 되는 셈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어떠냐. 다시 한번 알려다오.

"당신의 반친구가 가져온 잠고자료 중에 딱 안성맞춤인 예제가 있으니 참조해보도록 할까요."

코이즈미는 미스터리 연구부 부원이 가져온 서적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고금저명하집>이란 제목의 하드커버였다.

"이건 가마쿠라 시대에 편찬된 설화집입니다. 필자에 해당하는 타치바나노 나리스에란 인물이 보고 들은 다양한 사건이 대량으로 기록되어 있어 그 시대의 습속이나 배경을 알 수 있는 귀중한 문헌 중 하납니다."

고전문학은 특기과목이 아닌데.

"그 사건 중 하나로 <곤자쿠 모노가타리>에도 채용된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실제로 호러같은 듯 미스터리 같은 듯한 이야기죠. 그에 의하면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범인이 오니였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런 이야기였을겁니다,라며 코이즈미는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기 위해 고생한 모양인데 간신히 찾는 쪽을 펼치고

"이겁니다. 표제는 <인화(仁和) 3년 8월, 무덕전(武德殿)의 벌판에 나타난 요괴에 대해서>"

인화사의 화상 정도밖에 머리속에 없다.

"필자에 의하면 서력으로 따져 887년 8월 17일 밤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세사람의 여관이 밤길을 걷고 있노라니, 마침 지나가던 소나무 아래 용모 수려한 남자가 있어, 여성 중 한사람의 손을 잡고 나무 그늘 아래로 오라 유혹했습니다."

헤이안 시대에도 어거지 난파는 있었구나.

"그 남자와 여성은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은 모양입니다만, 머지않아 그 목소리가 끊겼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동행인 둣가람이 어둑어둑한 곳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여자의 손발만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토막살인이냐.

"여고나 두사람은 허둥지중 위병이 머무는 곳으로 달려가, 전말을 들은 위병이 현장에 급히 나서자, 확실히 남아있는 건 손발 뿐이고, 두부와 동체는 없읐습니다. 물론 남자의 모습도."

사체의 일부,라기보단 대부분을 가지고 떠나다니. 과연 엽기로군. 그래서 그 남자가

"네 오니의 소행이라고 표현하듯 그 정체는 인간으로 둔갑한 오니였고, 이 비참한 사건은 오니에 의한 범행이 분명하다고 당시의 사람들은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 다음은?

"사건에 대한 기술은 그뿐이고 이 다음은 다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해의 8월의 수도는 이따금 지진이 일어나 날개미나 왜가리가 대량으로 찾아왔다는 식의 이변이 많았다고 합니다."

느긋한 어조로 코이즈미는 말했지만, 옛날 쿄토 방면 사람들은 큰일이었겠어. 벌레 퇴치 스프레이도 방조 그물도 없었을테고. 지진은 지금도 똑같지만. 그나저나 평범하게 생각해서 전부 살인사건과는 관계 없잖아.

코이즈미의 구설은 이어졌다.

"결론은 크게 나눠 두개입니다. 하나는 범인이 정말로 오니였을 경우. 이건 그대로도 문제 없습니다. 헤이안 시대, 그곳은 사람을 잡아먹는 오니 같은 인외종이 분명이 존재했고 이형의 존재들이 날뛰고 설치는 세계였던 겁니다."

게임 속에서밖에 본적 없는 헤이안 시대다.

"두번째. 범인이 오니가 아니라면 인간이게 됩니다. 이쪽은 더욱 분기합니다. 여성을 토막내어 두부와 동체를 가지고 사라진 엽기 살인범이 당시의 수도에 있었다는 게 한가지."

그렇다곤 해도 순식간에 살인+사체훼손+두부와 동체만 가지고 도망+도주후의 목격 증언 없음,을 감안하면 인간이 할 수있는 소행이 아닐텐데.

"또 하나는 범인이 살아남은 두 여관이었다는 해답편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두사람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 하지만 두부와 동체에 범인이 이 두사람이라는 증거가 남아버렸습니다. 이를테면 여성의 연학한 힘으로 새긴 다수의 칼자국 같은 거 말이죠. 범인들은 어쩔 수 없이 수족을 잘라내고, 두부와 동체를 어딘가에 은폐하고 신고를 한 겁니다."

훗하고 미소 지은 코이즈미는

"너무나도 상식 밖의 증언이고, 현장은 더욱 이상합니다. 즉슨 오니의 소행인가, 하고 황당한 결론을 짓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왜냐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니까 말이죠. 당신이 생각하듯 말이죠."

보기좋게 이용당한 기분이 든다.

"이렇듯, 뭐, 이같은 결론이라면 모순이 사라지는 것도 확실합니다."

코이즈미는 자기 이름이 적힌 찻잔을 들어올리고

"이 추리의 가장 좋은 점은 엽기살인범이나, 무엇보다 오니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세계는 판타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들이 아는 이 현실이라는 선언이 가능해집니다."

온기를 머금은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오니와 관련해서 이 책에 있는 또 하나의 설화를 소개해보죠."

코이즈미는 물이 오른 것 같았다. 또 열심히 목적한 페이지를 아날로그 검색해서 "이겁니다. <승안 원년 7월, 이즈쿠니 오쿠시마에 오니가 탄 배가 찾아온 사건> 있는 내용 그대로의 제목이죠."

더 하는거냐. 고전문학은 질색이라니깐. 슬슬 그만하면 좋겠는데, 이녀석 칠대불가사의를 구실삼아 미스터리 토론을 하지 못했던 불만을 발산하고 있는 거 아냐.

"전술한 엽기살인사건과 다른 점은 수수께끼의 남자의 정체는 오니였을 거라는 추측에 머물던 것과 다르게 처음부터 오니가 왔다고 적혀있다는 부분입니다."

아사히나 선배는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어떤 각도에서 봐도 그림이 되는 용모는 세계하녀 심포지움에 출석한 일본 메이드계 대표 그 자체였다.

나가토가 얘기를 듣고 있는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정숙한 채로 읽고 있는 호러 아동서가 2권째에 돌입한 걸 나는 발견했다. 마음에 든 것일까.

고문을 옮기면서, 간추려 읽고 있으니, 그 점은 유념해달라며 코이즈미는

"서력 1171년 7월, 이즈의 어느 섬에 한척의 배가 흘러들어왔기에 섬사람들이 난파선이라 생각하고 살펴보러 간 결과, 오니가 8명 정도 상륙했습니다. 섬사람이 술과 찬거리를 내어주자 걸신 들린 듯 먹었다고 합니다. 다만 '오니는 말을 하지 않고'에서 보이듯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오니의 모습은 신장은 8~9척 남짓, 머리는 야차와 같았고 적흑색 피부는 문신을 하였고, 눈은 원숭이처럼 둥글고 몸에 걸친 것이라곤 도롱이 뿐이었고 나머진 알몸, 길이 6~7척 쯤 되는 몽둥이를 들고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섬사람들이 오니를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 신경쓰이는군.

"섬사람이 가지고 있던 활을 탐내었기에 거절하자, 오니들은 고함을 지르며 섬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합니다. 섬사람 중 다섯명이 살해당하고, 네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오니가 허리 밑에서 불을 뿜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령이 깃든 화살을 꺼내들어 응전하려던 차, 오니들은 바다로 돌아가, 배를 타고 저멀리 달아났다는 내용입니다. 그 때 오니 중 하나가 허리띠를 떨어트렸는데 렌게오인(蓮華王院), 현재의 산쥬산게도(三十三間堂)죠. 그곳의 보물고에 보관하게 되었다나 어쨌다나."

의문점은 도저히 오니 같지 않은걸. 오니같은 비주일라고 해봐야 도롱이 뿐이고.

"바로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정말 있었던 사건인 모양으로 이즈의 국주가 조정에 보낸 보고서에 써놓은 것을 쿠죠 카네자네가 일기에 남겨 놓았습니다. 카네자네는 섬에 표류해온 젊은이들을 '야만족 부류겠거니'라고 기술하여 이국의 민족이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그게 정답 아닐까? 그놈들 뿔도 이빨도 튀어나오지 않았던 모양이고 진짜 오니라면 섬사람들이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을거고 대접도 안 했겠지.

"네. 태풍이나 무슨 이유로 표류하게 된 이국의 배,라고 해석하는 게 보통이겠죠. <먹는 모습, 걸신들린 듯>은 오랜 표류생활로 허기진 거라 생각하는 게 타당합니다. 그후에 발생한 섬주민 살상사건은, 당연히, 그들은 일본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명백하게 외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발생한 디스커뮤니케이션이 원인일테지요."

옆구리 밑에서 불을 뿜은 건 뭐냐.

"오니의 용모 묘사를 미루어 보건대 폴리네시아 계통의 뉘앙스가 느껴지므로 파이어댄스에 쓰는 횃불 같은 것을 그렇게 기술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코이즈미는 농담처럼 말하고는

"이 이야기는 좀전의 토막살인과 다르게 주어가 오니가 아니라면, 애초에 신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자가 있고, 저지른 일도 인지의 범위 안입니다. 배를 타고 찾아온 이국의 인간들이 사소한 일로 행패를 벌인 결과, 이곳에 더는 머무를 수 없다고 깨닫고 배를 타고 떠났을 뿐인 이야기니까요."

오니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냉큼 믿어버릴 만큼, 옛날 사람들도 생각 없이 살지는 알았다는 뜻인가.

"오히려, 지금도 옛날도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펼친 책을 다시 휘적이며

"흥미로운 점은 작자에 의해 <변화>로 제목지은 제 27편 서문의 표제입니다. 이르길 '변화는 천변만화하여 인심을 미혹시키고 그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것'이라 합니다. 변화는 오니를 필두로 한 괴물을 의미하죠. 작자는 괴물의 부류는 다양한 모습으로 모습을 바꿔 출현한 인간을 현혹합니다만, 그 요상하고 이상한 무리가 확실하게 존재한다고는 믿기 어렵다,고 굳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800년 전의 인간조차 의심하는 사실입니다. 머나먼 미래에 있는 우리들은 그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을 겁니다."

천변만화에 해당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빛의 구슬로 변신한 네가 말해본들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만.

코이즈미가 하드커버를 덥고 테이블에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이야기가 일단락됐다고 판단한 나는, 이녀석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옛날 설화를 통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했다.

"즉 네 그 이론으로 말하자면 하루히가 어떤 칠대불가사의를 꺼내들건 간에, 그걸 잘못 봤다거나 불확실한 전문정보, 내지는 허위 증언이라고 억지로 단정지으면 초현실은 초현실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냐."

"심플한 해답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가령 심야의 학교 수영장에 엘라스모사우르스가 나타나 긴 목을 쭉 뻗어, 이웃에 민폐인 포효를 한 결과 다수의 이웃주민이 목격하게 되었더라도 증인 전원이 잘못 본 것으로 퉁칠 수 있을까?

'그래야 한다면'이라며 코이즈미는 힘주어 "그렇게 밀어붙일 작정입니다."라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수십개 찍혀 일부가 시종일관 인터넷에 확산시켜도 말이냐.

"영상 데이터는 손쉽게 가공할 수 있으니까요. 잘 만들어진 CG라고 우기지요."

너도 꽤나 말발이 늘었는걸. 점점 하루히의 사고에 침식된 것 같다고.


나는 해바라기 민족과 같은 동작으로 목을 저으며

"그걸로 하루히가 납득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가요?"

오히려 잘못 볼 여지 따윈 없이 누가 봐도 진짜로 위험한 괴기현상이라 받아들일만한, 대규모인 동시에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리얼한 질감을 동반한 초절적 대불가사의 발생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건 곤란하군요."

역시, 하루히가 괴현상을 발생시키고나서, 그걸 현실적인 해석을 부여하는 것보단 애초에 발생시키지 않는 쪽으로 생각해보자.

"그게 가능하다면 최선입니다만. 어떻게 말이죠?"

발상의 전환이다. 하루히가 말을 꺼내고 대처하는 게 아니라 미리 우리들이 칠대불가사의를 만들어버리면 돼. 키타고에 칠대불가사의는 이미 존재했다, 이것이 그 일곱개다,라고 추장해서 하루히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게 상책이야.

"스즈미야 양이 부정하면 어떻게 되죠?"

그지경까지 가면 나머진 도박이지. 하지만 우리가 손수 떠다 바친 칠대불가사의를 허투로 하지는 않을 거란 예감은 든다.

"그 가능성에 걸어볼까요."

코이즈미는 <고금저명집>의 밑에 깔려 있던 복사용지 다발을 해방하여 나한테 건내왔다.

"당신의 반친구인 교환유학생에 미스터리 연구부 소속 인재가 가져와준 자료가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어딘가의 웹사이트를 걸리는대로 컬러인쇄한 것으로 짐작되는 종이뭉치 십여장 정도에는 학교의 괴담이 열거되어 있었다. 감사히 참고로 삼도록 하자.

"하지만, 그 뭐냐."

이런 하루히 대책검토회의를 여기서 해도 되는거냐? 다음 순간 당사자 본인이 돌입할지도 모르는데.

코이즈미는 자기 핸드폰에 재빨리 시선을 가져가곤

"안심하시길. 스즈미야 양의 현재지와 처한 상황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부실에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하루히한테 GPS추적기라도 달아놓은거냐?

"뭐, 우리 <기관>은 말하자면 스즈미야 양의 프로니까요, 그나름의 일들은요. 물론 그런 간단한 방법은 쓰지 않습니다만."

자랑스럽게 할 소리가 아니잖냐.

"그리고 교내에 있는 조직의 외부협력자는 학생회장 뿐이 아닙니다. 필요하면 발을 묶어두는 것쯤은 가능합니다. 물론 평화적인 수단으로."

알고 있다고. 코이즈미와 무수한 빨간 빛구슬들이 하루히의 정신적 안정제나 다름없다는 사실쯤은. 니가 하는 말을 이제와서 의심할 생각은 없다.

나는 복사용지를 테이블에 내던지듯 내려놓고

"그러면 키타고 칠대불가사의 책정회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네에~"

아사히나 선배만 짝짝하고 박수를 쳐주었다. 과연 우리 단이 자랑하는 마스코트 걸 겸 부실 전속 메이드 겸 내 전용 치유계다, 마음에 조금 습기가 치밀어올랐다.

"그런데 저기요~"

아사히나 선배는 나랑 코이즈미를 번갈아 본 다음

"그게~ 불가사의는 무서운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거 말고 다른 문맥에서 쓰기나 하던가요?

"칠대불가사의라고 하길래, 철썩같이 과거의 지구상에 있었던 유적을 말하는 건가 싶었어요."

방금전 코이즈미가 실컷 떠든 옛날 이야기를 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아주 옛날 쿄토의 이야기였죠? 쿄토는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유적으로 인정되어있는 오랜 도읍이라고 배웠는데요..."

미래인의 인식은 이런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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