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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 이야기』제5화:새로운 경사(経糸)

EthanEr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2.14 23:40:39
조회 154 추천 5 댓글 2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 이야기』제5화:새로운 경사(経糸)

2016.11.04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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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 다음 단계로 이야기를 넘어간다고 말을 했었는데, 이야기란 사람의 인연이라는 실이 짜여서 만들어진 옷감같은 거야. 한 가닥의 실만 더듬으면, 실은 그 옷감이 몹시 아름답게 짜여진 옷감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르지.

 그래……아마네 유리나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결국 아마네 유리나를 쫓기만 해서는 엄청 부족해.

 지금부터는, 그녀가 바꿔가는 세계를, 그리고 그녀를 바꿔가는 세계를 알 필요가 있어.

 그러면 이야기하지 않겠는가. 세계를 자아내는 그 인연을 담당할 자들을.


 주변은 하얀 안개로 가득 차있고 우뚝 솟은 산의 표면을 가리고 있다. 발밑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시야는 더욱 나쁘다.

 청년・치도리는, 그 흰소복에 싸인 몸을, 골짜기 밑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으……크어……」

 머리에서는 핏줄기가 흐르고, 부러진 갈비뼈 앞부분은 바깥 공기에 닿고 있다. 다리는 올바른 방향따위는 잊은 듯이 버려진 인형이 훨씬 나을 정도로 보일 정도만큼 심했다. 10번 이상으로 굴러 떨어졌던걸 생각하며, 즉사하지 않은게 기적이겠지.

 스스로 바래서 이렇게 된건 아니다. 시야가 너무 나빴다, 는 이유도 아니다.

 치도리는, 세속에서 떨어지고 자연을 몸으로 익히고 이해하려고 하는 구도자・닌자다. 미코토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단련했고, 그럭저럭 기술도 연마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닌자의 마을에서는 아직까지도 미숙하지만, 설마 정찰 임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였다.

 하지만, 그는 감시 대상을……어느 벚꽃 결투의 전말을 견문하고, 그 굉장함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그 결과로 집중을 잃고, 발밑이 미끄러져서 이 상황으로 도달했다. 마을을 둘러싸는 자연의 요새의 답파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다. 한 사람의 닌자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실패였다.

「으윽……하앗, 하앗……」

 이대로 여기서 끝나버리는걸까? 사라져가는 감각 속에서 치도리는 각오를 한다. 햇님조차 안개 저편에 있고, 간호해줄 사람 없으니, 단념하고 조용히 눈을 감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지 마라」

 치도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골짜기 밑에 볼일이 있는 사람은 없다. 일반인은 처음부터 접근할 수 없는 장소였고, 닌자라면 벼랑 위로 지나간다.

죽음 직전의 환청. 그렇게 납득한 그는, 다시,

「아직 숨이 붙어있겠지. 일단은 이몸의 말을 계속 들어라. 알겠다면 대답해.」


「아……」

 현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났다. 그 목소리는 명확하게 치도리를 향하고 있으며, 깊게 생각할 여력도 없던 그는,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짜내기 시작한다.

「알겠나. 죽고싶지 않으면 지시에 따라라. 전망은 있지만 성공은 보증할 수 없어. 하지만, 뭘하든 안하든 어쨌든 네녀석은 죽는다.」

 인정미없는 말투였지만, 도움이기는 했다. 갑자기 뉘어진 그에게 그림자가 드리누운다. 마치 쭉 이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도리도 기색도 없이 솟아난 것처럼. 목을 만족스럽게 일으킬 수도 없었고, 구부러진다고 해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머리에 물먹은 무언가가 들러붙는 걸, 치도리는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뭔지 설명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좋은가, 잘 듣게나. 손이다. 손에 구멍이 뚫려있는 감각이다. 귀로는 부족하다, 코도 입도 부족하다. 양 손에 뚫린 구멍을 통해서, 힘이 흘러들어오는 걸 상상해라. 그 힘의 색깔은 벚꽃색. 세세하게 부수고, 무수한 결정이 되어 안개처럼 되어 손에서 네녀석의 몸 안에 들어간다. 힘은 순환되고, 그래, 찌부러진 통을 안쪽에서 채우는 듯이 온몸을 채워라.」

 그의 몽롱한 의식은, 들려오는 그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래, 그렇지. 채워진 힘은 이윽고 8곳으로 집중되어 가지. 지금은 그렇지, 사지에 1개씩, 배에 1개, 가슴에 1개, 목, 머리에 1개씩. 거기에 힘의 덩어리가 생기고 힘이 그 주변에 퍼져가는 감각이야. 전신을 채우는 감각은 잊어서는 안된다네. 할 수 있었나?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몸에서 빠져나오고 떨어져가는 것――피, 살점, 그리고 생명을 대신해서 그 힘을 내보내게 해라. 그 힘은 자신의 일부이니, 대신에 이걸 잃는다, 라고 이해해라.」

「우, 크윽……」

「그렇게 할 때에도 되도록 손에 힘이 들어가는 감각을 결코 잊지 말거라. 네녀석은 아직 항상 의식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겠지. 들어가고, 나가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보거라.」

 이 과정을 얼마나 했을까. 도중부터는 지시도 없어지고 해이하다는 지적만이 나온다. 치도리도 스스로도 제대로 해내면 8장소에서 힘이 넘치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뭐야, 이미 말할 정도로 회복했던건가. 이건 좋은 시험 재료가 되겠군. 우로우오(虚魚), 돌아오거라」

「우오……」

 어느새 발성할 수 있게 된 치도리의 눈 앞에 살아있는 검은 새끼줄같은 물체가 튀어 올라갔다. 머리에 감겨있던 어떠한 감각도 사라졌다.

 목만을 움직여서 그 정체가 뱀장어임을, 그리고,

「어, 라……오, 보로 님……?」


 자신을 구해준 여자는, 비취색을 띤 닌자 의상 위에 순백의 외투를 걸쳐 입고 있었다. 긴 목도리와 두 쌍의 묶은 머리 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허리에 묶어 붙인, 거대한 두루마리.

「시행 중에 의식을 잃으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우로우오에게 흘러나오는 피를 멈춰두고 있었네.」

「아니, 그걸……그런게, 아니라, 오보로 님이……맞으신, 가요?」

「그야말로 그렇다만. 뭐어 그런건 어찌됐든 좋지 않나. 결정을 재워두고 있었던 자가 생체활성까지 성공시키다니 드물군. 네녀석은 귀중한 시험 재료니까, 좀 더 벚꽃 결정을 받아들여서 상처를 고쳐버리게나.」

 오보로. 그건 닌자의 시조인 존재이며, 동시에 닌자와 생물학의 여신이기도 하다.

 그녀의 본연의 자세에서 닌자가 생겨나고,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지금도 이렇게 여신으로 존재하면서 육체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치도리도 물론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마을 안에서도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고, 무엇보다도 오보로는 항상 자연 속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아랫쪽 사람이 볼 기회는 그리 없다.

 게다가 치도리는 미코토가 아니였다. 그러므로 더욱 인연이 없었다.

「……무어냐 그 얼굴은. 돌맹이에 맞은 비둘기같구나.」

 지금까지는.

 지금까지의 치도리는 여신과 인연있는 자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오보로의 말을 천천히 짓씹는다. 그게 확실하게, 벚꽃 결정을 힘의 양식으로 삼는 자――미코토에 대한 설명이였다고, 안개가 개인 머리로 이해해갔다.

「정말, 로……감사합니다……」

「어째서 눈물을 흘리는 겐가. 어중간하게 나아서 통각이 돌아와버린건가? 정말로, 고생스러운 녀석이구나.」

 확실히 이 강직한 여신이 말한 대로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복잡한  생각이, 치도리의 안을 뛰어다니고, 흘러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보로는 그 심정을 알 수 없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좀 더 간호해야 된다고 해석했는지,

「쿠마스케, 옮겨주거라」

「우에엑⁉」


 덩치가 크고 이마에 벚꽃 결정이 끼워 넣여진 단단한 곰이 돌연히 나타나, 아직까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치도리를 메어 올린다. 부하인 곰이지만 치도리는 그것까지는 몰랐다. 마을 까지 돌아가는 길, 먹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아픔을 느낄 틈도 없었던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아, 그렇지……。그대, 이름은 뭐지?」

 자칭하기 전에 수많은 추태를 보여버렸지. 이게 바로 어느 닌자와 그 선조와의 만남이었어.

 그는 지금까지 잠들어있던 미코토로서의 재능을 발휘하여 성장해가게 돼.

 여신과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어.

 이런 기적의 끝에 이어진 인연을 가진 자였기에야 말로, 여기서 이렇게 카나에가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도 다시, 후에 다시 그 이름을 이야기할 때가 오게 되겠지. 실이 겹치는 그 때가, 말이지.

이야기:카나에

『앵강대지전 그림 두루마리 제1권』에서

글:五十嵐月夜   원안:BakaFire  삽화:TOKIAME  번역:EthanE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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