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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3

[일반] 오늘은앱에서 작성

ㅇㅇ

2024.05.20 01:16:48

조회 228 추천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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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동안 밀린 전자책과 유튜브를 보며 여가를 보내다 점심 즈음에 일어나 강변 산책로를 따라 칠성시장에 갔습니다.

산책로를 이탈해 횡단보도 몇개를 건너고 도착한 칠성시장은 대구 제 2의 시장이라기에 다소 초라해 보였습니다. 생선이나 건어물 등의 시장은 건재해 보였지만, 칼국수와 같은 음식을 파는 점포 몇개를 제외하고는 과거의 영광에 대비되어 빛이 바랜 듯 보였습니다. 서문시장과 달리 옷가게가 없는 듯 해서 제가 찾고자 했던 스웻 반바지를 구하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 말벌 한마리가 애벌레로 보이는 먹잇감을 포식하는 데에 여념이 없어 보이길래 한장 찍어 봤습니다.

집에 도착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냉장고에 박아뒀던 바밤바 하나를 입에 문 채로 어슬렁 어슬렁 범어도서관으로 걸어갔습니다. 기존에 빌렸던 카프카 단편선을 반납하고, 무얼 읽어 나의 기술적 지식을 보충해 관념세계를 정교히 할까 고민하던 찰나, '상나라 정벌' 이라는 간결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리숸이라는 중국 역사학자가 쓴 책인데, 영어 제목은 relevation(폭로)로 상나라의 잔혹한 인신공양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몇장 넘기며 오후의 한때를 보내던 와중, 주말에는 5시까지 운영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려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날씨도 슬슬 선선해지고 하니 어디 만만한 잔디밭에라도 가서 돗자리 깔고 주말의 마지막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회사에 돗자리 세트를 놓고 온 것을 깜빡해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대신 몇년만의 노래방, 코인 노래방을 방문해 개인적으로 사랑하나 제 키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들을 연습하며 내일은 정류장과 같이 낮은 노래를 불러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노래방을 뒤로 한 채 집으로 올라가 슬그머니 도착하고 책상에 앉아 갤을 좀 보다가 갑자기 마음이 아려졌기도 하고 매일 운동한다는 저만의 약속이 생각나 근처 공원까지 뛰어갔습니다. 제가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읊고 다짐하며 동기부여를 얻고 제 천형이나 마찬가지인 망상을 일축시키고자 운동에 더욱 전념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푸시업 70개로 마무리하고 바로 샤워했습니다. 그 뒤 계속 미루고 있었던 스테인레스 쌀세척볼의 연마제 제거 작업에 착수했는데 '연마제 걱정없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식용유를 뿌리고 닦아도 닦아도 연마제가 계속 묻어나와 당황스러웠습니다. 키친타올을 다 쓰자 그제서야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의 연마제가 나오지 않아 안심하고 베이킹 소다로, 다시 세제로 씻어줘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당근마켓 지역게시판에서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을 모집한다길래 댓글을 달았는데 잘 될지 모르겠군요. 모르겠다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저처럼 망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단정짓고 괴리에 고통받기 일수인 사람에게 무지의 축복을 스스로 내리고자 합니다. 상기한 운동 중의 다짐에도 포함되어 있죠. 아무튼 나름 유의미한 날이였습니다. 내일부터 현충일까지 휴일없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오히려 제가 할 일에 열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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