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커뮤니티에 갔더니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대다수의 K리그팬들이 이번 연고 이전 보도를 통해서 분노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런 사람도 있었다.용인 사람인가? 모르겠다.)

그 사람의 주장은 이러했다. 

"김현회는 지역에서 사랑 받는 팀을 훔쳐오는 것은 도둑놈의 심보라고 한다. 또, 김현회는 일단 연고이전은 죄악이라는 결론을 지어놓고 무작정 지역에서 사랑 받는다고 결론 내리고 논리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제주가 제주시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고 실토했다. 도둑은 강제로 뺏어오는 것이다. 연고 계약은 계약이고, 한쪽만 일방으로 계약 맺을 수 없다. SK와 용인시 제주시 3자가 합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글이 짧은데도 논리가 지저분하다. 깔끔하게 정리해보자. 

[제1논증]

주장1 : 김현회가 주장한 지역에서 사랑 받는 팀을 훔쳐온다라는 명제는 틀렸다. 

주장1의 근거: 도둑은 강제로 뺏어오는데 용인시는 강제로 뺏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고 계약이라 한쪽만 일방으로 계약을 맺을 수 없고, SK와 용인시, 제주시 3자가 합의하면 이 연고이전은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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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논증]

주장2: 김현회가 연고이전을 죄악이라고 하며, 무작정 제주가 지역에서 사랑 받는다고 주장한 것은 틀렸다. 

주장2의 근거 : 본인 스스로 제주가 제주시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고 실토했기 때문이다. 

=> 제 1논증은 좀 의아하다. 보통 이런 논증은 대꾸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근거가되는 전제의 명제가 가상의 상상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제주시, SK, 용인시 3자가 합의하면 ~ 이렇게 영어로치면 가정법을 쓰고 있다. 이런 명제는 마치 '용(dragon)이 존재한다면 ~'이랑 다를게 없는 망상적

명제라 사실 논박할 수도 없다. 그것은 상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용인시가 강제로 뺏어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근거에서 '강제로'라는 부분에

우리는 좀 주목을 해야 한다. 물론 용인시에서 용인시 공무원들이 SK 직원을 감금하고 때리고 해서 강제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고 중심의 스포츠의 클럽에 적극적 구애를 펼치며 이런 저런 미끼를 던져 팀을 채갈려고 하는 것은 강제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그런 행태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 

따라서 김현회가 지역에서 사랑 받는 팀을 훔쳐온다라는 명제는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제 2 논증은 더 결점이 두드러진다. 제주시에서 홀대 받는다고 이야기한 것은 지자체의 문제이지, 팬의 이야기가 아니였다. 완전한 오독이다. 

김현회 기자의 기사를 올바로 정독도 못했다는 의미이다. 읽어도 이해를 엉뚱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난독[難讀]이라고 한다. 이것이다. 

따라서 제주가 지역에서 사랑 받는 것은 팬들에게 사랑 받는다는 것이고, 홀대는 지자체의 문제이므로 해당 결론과 전제는 연관성이 없다. 

그릇된 논증이다. 

김현회가 연고이전을 죄악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한 반론은 없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연고이전이 죄악이라고 한 김현회 기자의 표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만 한다. 연고이전은 죄악인가? 

축구의 경우는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여타 종목들 가운데에서도 지역적 연고의 중요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유럽에서도 축구클럽이 연고이전을 한 사례는 있지만, 그것은 정말 극 소수이다. 그리고 연고이전을 행한 스포츠 클럽은 해당 국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연고이전을 이토록 금기시하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일종의 연고지 위주의 정책을 뿌리로 하기 때문이다. 

축구팬의 경우에 다른 스포츠 클럽보다 더 충성심이 높다. 그 충성심의 발로는 지역연고 의식이다. 태어날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손을 잡고 경기장에 가서 내 팀으로서의 경기를 본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하나고, 나의 아이덴티티는 나의 클럽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되어 간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나의 클럽'이라는 부분이다. 나의 고향에서 나의 친구들과 나의 가족과 함께 공유한 한 축구 클럽의 향수는 진득하게 세대와 세대를 타고 내려와 공고한 지역 연고의 의식을 형성한다. 이 부분은 클럽 스포츠들 중에서도 축구의 매우 독특한 부분이다. 

그래서 수 많은 K리그 클럽들이 새해만 되면 '클럽과 연고지의 상생'이라던가, '지역 연고민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스킨십 마케팅'이라던가 하는둥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축구클럽에게 연고지 정착이란 하나의 당위적 명제이기 때문이다. J리그에서도 지역 연고지 개념의 실행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준 케이스가 바로 사이타마의 우라와 레즈이다. (얼마전 제주랑 시끌했던..)

우라와 레즈는 팀의 선수단이 길거리에 나가 쓰레기를 주웠다.. 바로 이곳은 여러분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저희 우라와 레즈의 집이기도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K리그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조금씩이나마 공고해져가는 연고의식을 정착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또 다시 이런 통수를 갈기면서 팀을 욺기려는 시도(그것이 정말 사실인지 아직은 모르나)는 축구판과 더 넓게 우리 나라 스포츠 시장의 해가 되면 해가 되지 득이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상대팀의 연고이전을 옹호하면, 자신의 팀도 어느새 욺겨갈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초적 사고력을 가졌다면, 가히 연고이전은 찬성하기 힘든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