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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창작] 투실장 -1-

ㅇㅇ(39.116) 2024.04.04 21:29:58
조회 482 추천 16 댓글 2
														

“테치테치.”


이른 봄. 공원의 구석에 한 자실장이 있었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홀로 있는 자실장.

자세히 보니 마치 권법을 수련하듯 허공에 양손으로 정권 지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테치.”


주먹을 내지르고, 쉰다. 다시 주먹을 내지르고, 쉰다.

단순한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자실장의 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다.

달아오른 몸은 붉게 물들었고 쌀ᄊᆞᆯ한 날씨에 몸에서는 수증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테휴.”


간신히 수련이 끝났는지 주저앉아 쉬는 자실장.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이 체온을 앗아가는 탓에 몸을 껴안고 잠깐 부르르 떤다.

그리고 그 자실장을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던 한 쌍의 눈동자.


“데프프프.”


자실장은 쉽게 죽는다.

인간에게, 동물에게, 그리고 동족에게.

이 동족 역시 자실장을 사냥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새벽부터 자식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러 나선 덕분에 홀로 있는 자실장을 발견한 성체는 오늘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데샤아앗!”


자실장이 아무리 뛰어봤자 성체를 따돌릴 수는 없다.

잠깐 몸을 숨긴 것은 어째서인지 남아있는 사냥 본능 때문이다.

혹시라도 자실장을 놓칠거라는 생각을 성체는 추호도 해 본적이 없었다.


“테치!”

“데뎃?!”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 무너졌다.

성체실장의 습격 소리에 빠르게 반응한 자실장은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수풀로, 인간의 도로로 달리며 성체의 추격을 뿌리치는 자실장.

성체는 그 몸놀림에 결국 추격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데슷! 데스데슷!”


말도 안된다.

자실장이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나.

허공에다 한참 화풀이를 한 성체는 결국 다른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성체가 더 이상 자신을 쫒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자실장은 간신히 멈춰섰다.

계속 뛰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야생에서 살아가기 위해, 그것도 자실장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함부로 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었다.


“테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실장은 수련을 멈출 수 없었다,

언어가 되지 못하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실장은 다시 주먹을 뻗기 시작했다.


자실장이 태어나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간.

가족 모두가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던 시간.

마마와 자매들과 즐겁게 이야기 하던 시간.

자실장이 아주 짧게 기억하던 그 순간을 추억하며.





***





“텟테레!”


자실장은 환호성과 함께 태어났다.

이 세상에 감사를, 그리고 자신을 낳아준 마마에 대한 감사를 담은 환호성.

그 환호성을 들은 친실장은 일사분란하게 자실장의 점막을 혀로 핥아 주었다.


“테치치칫.”


자실장은 친실장의 혀가 닿을 때 마다 간지러운 듯 몸을 움찔거리며 비음을 흘렸다.

친실장이 혀를 한번 핥을 때 마다 뭉텅뭉텅 사라지는 점막.

이윽고 손발과 뒷머리가 쑥쑥 자라더니 완전한 자실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마! 고마운테츄!”

“오로로롱 착한 자 인데스.”


자실장이 전하는 감사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친실장.

자실장을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친실장은 다시 총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직 출산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모토챠테치! 반가운테치!”

“텟? 오네챠인테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실장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막 태어난 듯 깨끗한 모습의 자실장이 있었다.


“그런테치. 와타치가 오네챠인 테치. 앞으로 잘 부탁하는테치.”

“와타치도 잘 부탁하는테츙~”


자실장은 차녀로 태어났다.

먼저 태어난 오네챠와 테치테치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친실장의 총구에서 또 한 마리의 실장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텟테레~”

“데챱데챱.”


곧바로 자식의 점막을 핥은 친실장.

그리고 또다시 건강한 자실장이 한 마리 이 세상에 늘어났다.


“마마 고마운테츙~. 세상의 보배인 와타치가 테어난 테츙.”

“데뎃.”


약간의 분충성을 보이는 삼녀.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교육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친실장은 잠시 고민한 끝에 자실장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곧바로 장녀와 차녀에게 둘러싸여 함께 테치테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실장들.

그렇게 친실장의 출산은 계속됬다.


“텟테레~”

“텟테레~”

“텟테레~”

“텟? 마마 얼른 점막을 할짝할짝 해 주는레치. 이대로면 와타치 우지챠가 되어버리는 레치.”


친실장이 낳은 자들은 자실장이 셋, 엄지가 넷, 그리고 구더기가 셋이다.

정확히는 한 마리는 엄지로 태어났으나 안타깝게도 친실장이 점막을 취하는 것이 늦은 탓에 저실장이 되었다.

그렇게 총 10마리의 실장석을 낳은 친실장은 출산으로 녹초가 된 몸을 기대며 한숨 돌렸다.


테치테치

레치레치

레후레후


화장실 변기칸을 꽉 채우는 실장석들의 소리.

분명 지친 몸이지만 그 울음소리를 들으니 친실장은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모이는 데스.”


친실장의 말에 자기들끼리 떠들던 실장석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자연스럽게 태어난 순서대로 줄을 서는 실장석들.

친실장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뜻을 이해하는 총명한 자들이라 생각하며 앞에서부터 서열을 정해주었다.


“오마에가 장녀. 오마에가 차녀... 뎃?”


잠깐 멈칫하는 친실장.

친실장은 본능으로, 그리고 마마로서 태어난 자식들의 순서를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어난 직후임에도 분명 차녀가 장녀보다 조금 더 컸다.


“다시 말하는 데스. 오마에가 장녀. 오마에가 차녀, 그리고.... 오마에가 칠녀인데스.”


잠깐 고민한 친실장은 차녀가 덩치가 조금 더 컸음에도 태어난 순서대로 서열을 정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어릴적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조금 더 먹은 자매가 더 커지고 힘도 더 셌다.

그렇다고 장녀가 차녀가 되거나, 차녀가 장녀가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열이 바뀌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죽음 뿐이었다.


“레후? 왜 우지챠는 8녀가 아닌 레후?”

“우지챠도 원하는 레후. 우지챠는 9녀인 레후.”

“우지챠는 10녀인레후~”


친실장의 말에 꼬리를 붕붕 흔들며 항의하는 구더기들

친실장은 그 구더기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배 아파 나은 자식이다.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밤새 태교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혹시나 추울까봐 담요는 배 쪽으로만 덮었다.

혹시 놀랄 일이 있을 까 임신 도중에는 뛴 적도 없었다.

친실장도 가능하다면 구더기들도 모두 자라고 생각하고 키우고 싶었다.


“오마에들도 잘 듣는데스. 구더기는 자가 아닌데스.”

“레후? 구더기는 자가 아닌 레후? 파킨.”


친실장의 냉혹한 말에 현실을 견딜 수 없었던 구더기가 한 마리 파킨했다.

가장 늦게, 10번째로 태어난 구더기였다.

나머지 구더기들은 친실장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온 몸을 동그랗게 말고 레훼엥하며 울고 있을 뿐이었다.


“자들. 그럼 지금부터 집으로 가는데스. 길을 잃지 않게 마마를 잘 따라오는 데스.”


친실장은 죽은 구더기를 포함해 세 마리의 구더기를 들고 온 봉투에 넣고 길을 나섰다.

친실장의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였던 자실장과 엄지는 황급히 친실장을 따라 길을 나섰다.

어쩌면 자신들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데프프. 오마에 출산은 다 한데스?”

“그런데스. 덕분에 건강한 자들을 낳은데스. 감사한데스.”


화장실 밖에는 세 마리의 성체실장석이 있었다.

마마를 제외하고 처음 보는 성체에 놀란 자실장과 엄지들.

마마의 뒤에 꼬물꼬물 거리며 숨으면서도 고개를 살짝 내밀어 호기심의 눈빛을 보낸다.

그 모습에 또 데프프 하고 웃는 성체실장석들.


“그럼 세금을 내는데스.”

“...여기 있는데스.”


친실장은 구더기 세 마리가 든 봉투를 넘겨주었다.

이 공원에는 룰이 있었다.

출산을 희망하는 실장석은 누구나 구더기를 세 마리 바쳐야 한다.

대신 그 대가로 안전한 출산을 보장해준다.

그것이 저 실장석들이 말하는 세금의 정체.

그리고 친실장이 눈물을 머금고 엄지 한 마리를 구더기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였다.


“뎃? 오마에 잠깐 기다리는데스. 여기 구더기 한 마리가 죽어있는데스.”


세금을 내고 지나가려는 친실장을 멈춰 세우는 경비실장.

출산은 처음이었기에 죽은 구더기를 내면 안된다는 것을 몰랐던 친실장은 당황했다.


“뎃... 그럼 어쩌는데스?”

“일단 잠깐 기다리는데스.”


세 마리의 경비실장들은 자기들끼리 데스데스 의논하더니 죽어있는 구더기의 몸을 세 개로 찢었다.

그리고 각각 한 점씩 나눠 먹는 실장석들.

끔찍한 그 모습에 자실장들과 엄지는 빵콘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친실장 역시 배 아파 낳은 자가 설령 시체라 하더라도 동족에게 먹히는 모습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데챱데챱. 흠. 오마에의 구더기는 제법 맛이 좋은데스. 데프프픗”

“...고마운데스.”


하지만 분하다고 해서 경비실장에게 반항 할 수는 없었다.

자실장들은 싸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숫자만 해도 3:1이다.

게다가 설령 저 셋을 전부 물리친다 하더라도 경비실장은 더 많다.

최후에는 끔찍하게 린치를 당해 죽을 뿐이다.


“데프프픗. 오마에는 운이 좋은데스. 오마에의 자는 맛이 좋으니 특별히 구더기 한 마리 대신 엄지 두 마리를 더 주면 보내주는데스.”

“뎃? 말도 안돼는 데스! 어째서 두 마리 인 데스?”


경비실장의 말에 친실장이 항의한다.


“닥치는데스! 저항하면 지금 당장 출산노예로 만들어 구더기를 바치게 해 주는 데스! 오마에의 자가 맛이 좋은 덕분에 특.별.히. 와타시타치가 봐주려는데 감히 반항인데스?”


경비실장은 그런 친실장을 비웃었다.

친실장은 대화가 통하지 않음을 느꼇다.

어쩌면 엄지를 한 마리 더 구더기로 만들었다면 이럴 일이 없었을까?

아니다. 분명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친실장에게 더 요구했을 것이다.

경비실장 역시 보스에게 바치고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원했을 테니까.


“웃기지 마는레치! 저리 꺼지는 레치!”

“그런레치! 와타치의 마마는 무적인 레치! 오마에들 따위는 순식간에 죽여주는 레치!”

“데뎃?!”


친실장이 침묵을 지키는 사이 엄지 두 마리가 발광했다.

6녀와 7녀였다.

그 둘은 친실장과 경비실장의 대화를 듣고 본능적으로 다음에 목숨을 잃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빵콘한 팬티에서 운치를 던져가며 욕하는 엄지들을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철퍽


7녀가 던진 운치가 경비실장의 몸에 튀었다.

곧이어 실장석의 본능대로 자신이 노예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레치치 웃는 7녀.

형편없는 엄지의 팔 힘이 어떻게 경비실장에게 맞았는지에도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완벽한 분충의 모습에 일부러 가까이 다가와 운치를 맞은 경비실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데퍄퍄퍗! 오마에타치는 감히 보스의 명령을 받은 와타시타치에게 운치를 던지며 저항한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이럴 경우 보스에게 즉결 심판의 권한을 위임 받은데스! 지금부터 처벌을 집행하는 데스!”

“데스 데스!”


곧바로 달려드는 경비실장.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 친실장은 경비실장이 가지고 있던 보검에 한순간 무력화 되었다.


“데프프프. 오마에의 자는 맛이 좋은데스. 와타시가 출산노예로 삼아 계속 자를 맛보는데스.”

“마마!”


무력한 친실장을 보고 절망하는 자실장과 엄지들.

그리고 그 사이로 뛰어들어 학살을 시작하는 경비실장들.


“데챱데챱. 이 엄지는 몸이 연한데스. 뼈가 오독오독 씹히는 것이 맛이 일품인데스.”

“데프프. 역시 갓 태어난 자실장이 진미인데스. 빵콘한 운치조차 달콤한데스.”


차녀는 절망했다.

사방으로 도망쳐도 성체와의 차이 때문에 순식간에 잡혀서 식량이 되는 자매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거야?

그런 의문 속에 멍하니 있는 차녀에게 경비실장의 손이 다가왔다.


“데프프. 역시 자실장이... 데겍?”

“마마?”


무언가가 차녀에게 손을 뻗으려던 경비실장을 쳐날렸다.

친실장이었다.

보검에 의해 잘린, 피가 철철 나는 한쪽 팔을 감싸고 친실장은 필사적으로 자식들을 보호했다.


“도망치는데스! 도망쳐서 하나라도 살아남는데스!”

“데샷! 감히 와타시를 친 데스? 오마에는 편히 죽지 못하는데스.”

“빨리 도망치는 데스! 장녀! 차녀! 삼.. 데벳.”


하지만 필사적인 친실장의 몸짓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애초에 숫자부터 밀리는 데다 상처를 입은 몸으로는 제대로 된 저항이 불가능했다.

방금의 기습은 경비실장이 완전히 방심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

그마저도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해 곧바로 다시 달려온 경비실장에게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살아남는테치. 살아남는테치.”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생명을 살릴 수는 있었다.

네 마리의 성체가 뒤얽히는 가운데 차녀는 간신히 몸을 빼내는데 성공했다.

설령 자실장 혼자서는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하더라도, 반드시 살아남을 것을 맹세하며 차녀는 달려나갔다.





***





테치가 테스가 되고, 테스가 다시 데스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흘렀다.

차녀는 자실장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공원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오네챠 보다 조금이나마 컸던 체격.

삶에의 원동력.

필사적인 수련에 더해 천운이 차녀를 도운 것이다.


“복수인데샷!”

“데벳.”


그 사이 두 번의 복수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차녀는 자신의 일가를 실각시킨 세 경비실장을 용서할 수 없었다.

셋 모두 죽일 때 까지, 절대 자신은 죽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 늦은 데스네.”


하지만 그 필사적인 삶도 곧 끝을 고하려 하고 있었다.

경비실장 둘을 죽인 차녀는 공원의 공적이 되어 쫒기고 있었다.

먹이도, 잠도, 용변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생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단련된 차녀로서도 구석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데스?”


차녀를 포위하고 있던 경비실장이 말했다.


“데프프프. 그 놈을 죽이지 못한 게 한인데스.”


죽음의 직전에도 차녀는 비굴하게 굴지 않았다.

그저 남은 한 놈을 죽이지 못해서 아쉬웠을 뿐.

7녀의 운치를 일부러 맞은 녀석.

그 녀석은 가장 먼저 죽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공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래도 둘에게 복수를 마쳤으니 2/3이나마 후련한 마음으로 차녀는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그걸로 만족해?”


“뎃?”


하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녀만 들은 것이 아닌지 차녀를 포위하고 있던 실장석들도 모두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정체를 쫒기 시작했다.


“데겍! 닌겐상!”


경비실장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한 남자가 자신들의 가까이에 와 있었던 것이다.


“요 며칠 공원이 씨끄럽다 싶더니 네 짓이였구나.”

“...그런데스.”


차녀는 남자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남자는 씩 웃으며 말했다.


“너 말이야, 나한테 오지 않을래?”

“데뎃?!”


그 말에는 차녀 역시 놀랐다.

잠깐의 정적 이후 경비실장은 곧바로 남자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기다려주는데스. 닝겐상. 저자는 와타시타치의 규칙을 무시하고 공원을 어지럽힌데스. 와타시타치가 심판해야 하는 데스.”

“아미 뭐, 사정을 알아보니 너희도 딱히 잘한 게 없던 것 같던데? 내가 보기에는 정당방위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 데스. 저자가 정말 억울했다면 보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재판해야 했던데스. 그걸 어긴 시점에서 저자도 똑같은데스.”

“아... 그래?”


경비실장의 논리적인 항의에도 남자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근데 어쩌라고. 씨발.”

“데뎃.”


미소에서 순식간에 바뀌는 남자의 표정.

그 표정을 본 경비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빵콘할 뻔 한 총구를 필사적으로 조였다.


착각하고 있었다.

대화를 잠깐 나눈다고, 조금 존중해 준다고 실장석과 인간의 관계는 변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순식간에 여기 있는 실장석들을 다 죽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새삼 느낀 경비실장은 조용히 물러섰다.


“다들 돌아가는데스.”


곧바로 근처에는 차녀와 남자, 단 둘만이 남겨졌다.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하려는데스?”


차녀가 물었다.


“솔직히 말할게. 나는 너를 사육실장으로 하려는 생각이 없어. 내가 말을 건 것은 투실장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찾고 있어서거든.”

“투실장 대회데스?”


투실장 대회.

어딘가에서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는 실장석의 투기 대회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실제로 목숨을 내건 사투.

그것을 인간의 모습을 한 실장석들이 한다는 것에 열광한 사람들이 뭉쳐 만든 이 대회는 그 잔혹함으로 인해 음지화 되면서도 그 명맥을 이어 온 것이다.


“거기서 우승하면 상상도 못할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고. 콘페이토는 물론이고 스시나 스테이크도 꿈이 아니지.”


그곳에서 우승한 실장석은 고가에 거래된다.

은퇴한 후 까지 살아남은 실장석은 그 종자만 하더라도 십만, 이십만은 우습게 불리며 씨를 뿌린다.

그야말로 자를 마음껏 낳으면서도 세레브한 대접을 받는, 실장석으로서는 꿈의 생활.

이 생활을 꿈꾸며 지금도 수많은 실장석들이 단련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 없는데스.”

“뭐?”


하지만 차녀는 그 모든 설명을 듣고서도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와타시는 그런 세레브한 생활은 꿈꾸지 않는데스. 아직도 꿈에서 나온 데스. 그날 죽은 마마가. 그날 죽은 오네챠가. 그날 죽은 이모토챠들이. 와타시는 항상 복수를 꿈 꾼데스. 그에 비하면 스시와 스테이크따위, 하찮은데스.”

“흠...”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적당히 분충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차녀의 가족애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실장석. 설득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남자는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숨겨둔 패를 꺼냈다.


“아직 끝마치지 못한 네 복수,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소용없는데스. 닝겐상이 대신 죽여줘도 와타시의 마음은 개운해지지 않는데스. 와타시가 직접 죽이고 싶은데스.”

“그러니까 그 복수를 도와줄 수 있다는거야.”

“뎃?”


차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남자가 씨익 웃었다.


“너 한 마리를 아직 못 찾았다고 했지? 이번 대회에 이 공원 출신의 경비실장이 나온다고 했거든. 대회는 죽이는 것도 자유니까, 혹시 대회에서 만나면 죽여버려도 된다고?”

“데데뎃!”


차녀는 남자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끝마칠 수 있다.

그 생각에 한때는 놓았던 미련이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는데스! 하는데스! 그 놈을 쳐 죽여버리는데스!”

“좋아 좋아.”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돼. 들 치고는 제법 강하지만 그 대회에는 밥먹고 수련만 한, 너보다 훨씬 강한 실장석이 많이 나오거든.”

“그럼 수련하는 데스!”

“그래! 내 말이 그거야. 지금부터 지옥 같은 훈련이 이어질거야. 버틸 수 있겠어?”

“물론인데스!”

“좋아!”


남자와 차녀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서로의 열정이 부딪혀 허공에 불꽃과도 같은 기세를 만들었다.


“일단 출전 이름을 정하자. 이제부터 네 이름은 미도리다.”

“알겠는데스. 닝겐상의 이름은 뭐인데스?”

“내 이름은 토시아키다. 잘 부탁한다 미도리.”

“잘 부탁하는데스 토시아키상.”


통성명을 한 둘은 시간이 아깝다는 듯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토시아키는 투실장에 대한 것은 초짜였지만 실장석에 대한 의학 지식은 전문가 수준이었다.

미도리는 토시아키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훈련에 나날이 강해져 갔다.

그리고 예선을 가볍게 통과한 미도리는 마침내 16강 데뷔전을 앞두고 있었다.


“토시아키상. 왜 그러는데스?”

“어...그게...”


말 끝을 흐리는 토시아키를 미도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둘은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 훈련해왔다.

비록 실장석과 인간이지만 둘 사이에는 이미 끈끈한 우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도리는 토시아키가 말을 흐리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괜찮은데스. 와타시는 토시아키상의 코칭 덕분에 강해진데스. 누구에게도지지 않는데스.”

“그래. 너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음...”


자신을 믿으라는 듯 가슴을 툭툭 치는 미도리에게 여전히 고개를 숙인 토시아키.

다시 한 번 미도리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아나운서의 마이크 소리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그럼 2024 스프링 시즌 투실장 대회를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멀리서 울리는 함성소리에 미도리가 일어섰다.

이제 곧 선수소개가 있다.

그리고 다음은 드디어 미도리의 차례인 것이다.


[모두 함성과 함께 맞이해 주십시오. 청코너! 코칭 경력은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실장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학대파 출신의 코치 토시아키! 그리고 마찬가지로 투실장으로서의 경력은 전무!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자실장 시절부터 공원에서 홀로 살아남은! 미! 도! 리!]


관객들의 환호 속에 미도리가 천천히 입장했다.

수많은 인간들이 소리치는 가운데 로프에 둘러싸인 사각형의 링이 보인다.

미도리는 약간의 긴장과 함께 곧 이어질 경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어서 홍코너! 두 번의 투실장 대회 우승! 세 번의 준우승! 이제 다시 우승을 위해 나섰다! 투실장계가 주목하는 신예! 노하라 코치! 그리고 미도리와 같이 투실장 경력은 없다! 하지만 공원의 치안을 지킨 경력은 그 누구보다 많다! 후타바 공원 경비실장 출신! 치! 이! 코!]


“!!!”


아나운서의 소개에 미도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링 위에 올라오는 실장석을 확인했다.

그녀석이었다.

마마를 도발하고, 7녀의 운치를 일부러 맞아 일가실각의 단초를 제공한 녀석.

미도리가 찢어 죽이고 싶어했던 그 녀석.


“죽여주는데스!”



링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미도리는 이성을 잃고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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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고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 본 데스

이번에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인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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