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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팬소설] 그깟 물건 上

유지일보198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09 12:50:28
조회 201 추천 4 댓글 1
														


쨍그랑!


주말아침의 평온을 즐기던 붉은 벽돌집에, 때아닌 뭔갈 깨뜨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문을 닫고 방에서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나에게도 들려올정도로,

꽤나 큰 소리였다. 있는것이라곤 부엌뿐인 머리맡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으니, 짐작컨대 누가 또 그릇같은걸 깨먹은것처럼 보였다.

보나마나 마리가 쟁반에 찻잔을 담아 옮기다가 실수로 엎어버린 것이겠지. 그도 아니라면, 누나가 무턱대고 맨손으로 뜨거운 냄비같은걸 옮기다가 떨어뜨린 것이거나.

우리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을때는, 항상 둘중 하나의 경우였다. 물론 이리저리 공상만 해볼뿐, 팔자좋게 누워있던 내가 나설만한 상황은 아녔다.

너무 심하게만 혼나진 않아야 할텐데, 한창 강을 건너 바라보는 구경거리에 무책임하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때였다.


"....흐윽...."



최근들어선 몇번 듣지 못했던 낯익은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주방쪽과 연결된 문밖에서 들려오곤 1분이 넘도록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던 것이다.

훌쩍이는 목소리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만, 의기양양한 누나가 고작 그릇하나탓에 쉽게 울리는 없을터. 그렇다면 남은건..


"마리! 괜찮슴까?"


잔머리를 굴리는것 말곤 그닥 써본적이 없던 머리로 결론을 미처 내리기도 전에, 세토가 먼저 마리의 곁에 다다른 모양이다.

아까만해도 숲에서 동물들이랑 담소를 나누고 왔으니 피곤해서 한숨 자야겠다며 기지개를 켜놓고서는.

사람이 눈 깜짝할 새에 이리도 다른 모습으로 바뀔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둘이 좋아한다 좋아한다 말은 하던데, 저정도였나.

뭐, 나도 무슨일인지 정도는 봐두는게 낫겠지.


덜컥


바깥 상황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마리가 특히 아끼던 폴란드제 찻잔 두어개가 군청빛 유리파편 수십개로 나뉘어져 나무바닥 위에 널리 흩뿌려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주전자는 땅바닥에 뒤집힌채로 아직 안에 남은 연갈색의 홍차를 연신 뱉어냈다.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찻물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바닥을 타

온 거실바닥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역시나, 마리에게 쟁반을 들게 만든것이 화근인것으로 보였다.



"뭐야, 다들 무슨 일 있어?"



"앗, 슈야. 혹시 저 좀 도와주실수 있겠슴까?"



세토는 힘이 빠져 몸을 가누질 못하는 마리를 부축하고는 소파로 옮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뭐야, 소파로 옮기려고?"



"네, 바닥은 아무래도 불편하니까요."



괜찮슴까, 괜찮을검다라며 기운좀 차리고 일단 앉아봐라 다그쳐도 보고, 그것도 통하지 않자 어떻게 해서든지 힘으로 앉혀보려고 하는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겨우 나보다 6cm정도 더 큰 키와 덩치로는 쉽지 않은듯 보였다. 누운채로 직접 보지도 않은채 문득 떠오른 대사들의 출처가 믿을만 한것일까 의심이 된다면,

저 둘이 매일 붙어다니는것을 일일연속극마냥 곁에서 봐온 입장에선 이런 나머지 장면들도 떠오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라.



'근데 6cm? 언제 쟤가 저렇게 컸더라?'



요리조리 곳곳에 흩뿌려진 유리조각을 피하며 마리에게로 가는 그 찰나의 시간에 떠올린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녔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도 볼수있었다. 어떻게 마리를 들어올릴지 뿐만 아니라 세토와 나 사이의 6cm 정도나 되는 키차이가 크지 않다는 자기합리화를 보완할 근거도 필요했다.6센치... 6센치.... 아 그래, 뭐, 조그만한 샤프심이 6cm 정도니까 아마 별반 큰 차이는 아닐것이다. 그렇고 말고.



"아, 오케이. 이쪽 허리춤 잡으면 되는거지?"



늘상 그렇듯, 지금 당장은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태평한 표정으로 세토를 쳐다보려 애썼지만, 몸을 쓰는 일에서만큼은 힘겨운 표정을 제대로 숨길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나는 그리 키가 크지도, 그렇다고 유별나게 힘이 강한편도 아녔다. 최소한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비견될만한 힘이 있었다면 적어도 키도에게 이처럼 무기력하게

맞고다니진 않았겠지. 그 말을 증빙이라도 하듯, 세토보다 약한 힘탓인지 마리의 몸은 수평이 아닌 내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모양새가 되었다.

도와달라 키도한테 칭얼거리기라도 해볼까. 그렇게 내정하고 입을 떼려던 참에, 지금 집에있던 사람은 나를 포함해 3명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 세토, 그리고 넘어진 마리. 지금 거실에 있는 사람들이 현재 구성원의 전부였다.



"카노, 이제 된것 같슴다. 놓아주셔도 됨ㄷ... 으엇! ㅈ, ㅁ, 마리?! 손이 왜그럼까?!"



얘 분명 40키로도 안된댔는데. 의외로 무거운 마리를 소파에 올려놓고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가쁜 숨을 내쉬려던 참에,

귀를 찌르는 쩌렁쩌렁한 세토의 목소리에 흠칫 세토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 야 너 손이..."



희귀한 피부병은 아닐지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새하얗던 마리의 손가락 끝이, 너무도 이질적인 붉은 피로 적셔져있었다. 여지껏 눈치채지 못했다는듯이 마리는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짓고는,나와 세토를 번갈아가며 응시했다. 한바탕 울음을 터뜨린 것 치고는 의외로 덤덤한 모습이었다. 이게 그리도 신경쓰이는 거냐며 마리가 반대쪽 옷소매로 상처를 문지르기가 무섭게, 그러면 상처가 곪아버린다 말하면서 마리의 손을 붙잡고 다그치는 세토의 말이며 행동이며, 딸바보 아버지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카노, 집에 구급상자 같은거 없슴까?!"



"응? 아, 그거 오래전에 의사 특촬물 놀이한다고 누나가 특대형으로 하나 사놓고 자기 방에.."



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세토는 다급한 발걸음으로 거실 반대편 누나의 방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단언컨대, 최근들어 내가 본 세토중에서 가장 빨랐다. 저정도로 유별난 모습이라면 누가보면 사람이라도 죽었겠다 유추하게 돼도 위화감이 없을정도였다. 그렇게 서두르다간 너까지도 다치니 조심하라며, 나는 세토에게 적당한 언성으로 조언했다. 잠깐. 이건 전형적인 어머니들의 말투인데. 아버지스런 세토의 언행을 유달리 여기면서, 어머니스런 말투는 누가 지니고 있을지 문득 떠올렸던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결됐다.



"이거, 아닌데... 그럼 이거.."



곧이어서는 뭐이리 복잡하냐는 푸념섞인 목소리와 함께 서랍을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저건 나중에 치워놓아야 할텐데.

의외로 깔끔히 정리정돈을 하는것에 조예가 깊은 누나인만큼, 나는 세토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대로라도 잡동사니들을 원위치로 옮겨놓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그전에,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할 일 한가지가 눈앞에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카노.. 피가 계속 나오는데..."



"으, 그래? 어디한번 볼까."



세토에게 이목이 끌려 잠시동안 존재를 잊고있었던 마리가 내게 검붉은 피가 고인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렇게 가까운 위치에서 피를 보게된것은, 기억상으론 대략 2년만이었다.

쿵쾅거리며 요란히 울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나는 조심스레 마리의 손가락에 손길을 가져댔다. 자칫 뒷걸음질을 치며 피에 대한 혐오감을 마리에게 보일뻔 했던 나는

괜한 감정만 복돋게 만드는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속으로 되뇌였다.



"으흠. 여기, 유리조각이 하나 박혀있었구나."



유심히 볼 필요도 없이, 나는 은은한 노란빛을 내는 형광등 불빛을 반사한 유리파편 하나가 마리의 손가락 한 가운데에 박친채로 광채를 뽐내고 있는것을 볼수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깊숙한 곳까지 박히진 않아, 간단히 엄지손가락을 지혈만 해도 쉽사리 파편을 빼낼수 있을것 같았다. 마리가 얼떨결에 나를 굳게만들지 않는다는, 한가지 전제하에 말이다.



"조금 아플건데, 또 저번처럼 능력쓰면 안된다?"


그때도 밴드를 붙이려 하다가, 불행히도 마리의 능력에 두어시간 가량을 허비했었으니, 명백한 피해자로써 이정도의 면박정도는 줄수 있었다.



"ㄱ, 그때랑은 달라!"



당혹스러움마저 이겨낸 당당한 태도가 묻어나오는 마리의 떨리는 목소리에 어쩐지 나도 모르게 마리에게 해봄직한 짓궃은 수백가지의 장난들이 떠올랐다.

세세히 기억하고 있진 않으나, 아마 마리에게 당했었던 그때의 나도 깨어난 뒤엔 지금이랑 영 똑같은 간사한 발상을 하고있지 않았을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옛 속설을 기억해내 속으로 읊어보고는 내심 감탄했다.



"자, 그만하고 손부터 주지 그래?"



마리가 시시각각으로 지어보이는 뾰루퉁한 표정은 안중에 두지 않은채 나는 오른손을 마리에게 내밀고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마지못해 마리도 붉게물든 검지손가락을 내밀곤 멍하니 바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음, 카노..? 왜 계속 처다보는 거야?"



멍을 때리다시피 하며 마리에게 시선을 고정해뒀던 나는, 의구심을 가득 품은 마리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제정신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호기롭게 손을 내밀라 말해놓고 멀뚱멀뚱 가만히 서있기만 한 내 모습이 어지간히 괴상한게 아니였는지, 마리는 활달한 성격을 두루 보여주는 특유의 표정에,

당혹감을 내비치는 찡그림을 섞어 나를 바라봤다.


...



무의식적으로 나는, 결국 짓궂은 장난을 행동으로 옮겼다. 마리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곤 살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손끝을 따라 보드라운 양털과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이번엔 갈피를 못잡고 맹한 마리의 모습이었다.



"그게.. 프흣, 마리, 너 진짜.."



---------------




"진짜 이젠 좀 제발 !!!"


오늘도 평범해 빠진 하루다. 내 앞에 놓여진 마리와 또 그앞에 덩그러니 놓여진 깨진 유리파편 수십여개를 빼면, 쳇바퀴마냥 굴러가는 어느때와도 다름없는 하루다.

고요한 정적이 소름돋도록 이어지는, 아지트 107호실에, 두 사람이 서로를 대면했다. 달력속 연도를 나타내는 수의 십의자리 숫자는, 그시절에서 정확히 1만큼 올라있었다. 나머지 부분은 볼 필요도 없었다. 사람 한명이 줄었고, 사람 여섯이 늘었다. 포근했던 나무재질로 된 거실의 벽면도 냉랭하기 그지없는 회백색 노출 콘크리트로 바뀌었다. 오래전 까치발을 들어야지 겨우 닿았던 식탁은, 이젠 허리를 조금 구부려야지만 어렵사리 손에 닿는다. 누군가의 옷은 보랏빛으로, 또 다른이의 옷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그게...."



면전 앞의 마리는 이번에도 고개를 푹 떨구고는 순수한 흰색에 가까운 손등에 반대쪽 손가락을 올리고 손을 조물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본인의 목소리를 가늠을 못한것인지,내가 자신의 심정을 알아주길 염원하며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의도한 것인지, 곧이어 마리는 평상시의 목소리의 6할정도 크기로 수차례 독백을 내뱉었다. 코앞까지 다가가 얼굴을 바라볼 정성까진 없어 보진 못했다만, 아마 눈시울이 붉게 번져 울기 직전의 모습이리라, 몇년간의 경험으로 그리 지레짐작 했다.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마리를 어르고 달래주고픈 마음을 가질법도 한데, 가슴에 손을 얹고서, 난 단 한줌만큼의 측은지심 마저 느끼고있지 않다.

순전히 마리를 내팽겨치지 못하는 유약하기 그지없는 세토와 키도를 향한 동정심 정도만을 느끼는 실정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학교라곤 정식으론 다녀본적이 전무한 내가, 어찌저찌 어디선가 접해본적이 있는 이지적인 표현이다. 주변사람들도 죄다 변했고,

하다못해 우리가 살고있는 장소도 완전히 딴판으로 바뀌었다. 이렇듯 수년이란 시간동안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그리 쉽사리 찾아볼수 없다.

이를 강산에 빗대어 표현한 우리 조상님들의 획기적인 발상이니 뭐니, 입에 담고픈 말이 몇마디 더 있었지만,



"넌 왜 아직도 바뀐게 없는건데?!!"



그 양반들은 살아생전 이런 황당무개한 사람, 아니 사람이라 단정짓기도 애매한 이런것을 만나볼 기회라도 있었을까.

마리는 상투적으로 우는것만을 반복해왔다. 그것도 몇년동안. 앞서 말한 그 많고 많은 것들중에서, 이 빌어먹을 뱀새끼만 일절의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다.

여전히 어리광과 투정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마냥 지닌채로, 그 긴 시간동안 나뭇가지 하나 남기지 않은채 갈아엎어졌을 강산의 고목나무 마냥 산산히 조각나버린,

수수한 벚꽃무늬 화병의 파편이 이리저리 흩뿌려졌다. 여전히 마리는 손을 다소곳이 모은채 자홍색 눈동자로 멀찌감치 떨어진 파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게 어떤건줄 알기나 해?!"



좀처럼 변변찮은 염가형 물건들로밖에 축하해주지 못했던 수년전 키도의 생일에, 그간의 한을 가득담아 주문했던 다섯자리 숫자가 넘어가는 고가의 꽃병이었다.

평소같았다면, 그거 하나에 대파가 몇단인줄 아느냐는 핀잔부터, 어서 중고장터에 등록해 팔아치워 버리라는 말과 함께 날라오는 매서운 주먹까지.

그야말로 할수있는 모든 행동을 총망라하여 결국에는 반품을 성공시켰을 키도였다. 헌데, 그날 만큼은 내가 키도를 이겼다. 평상시에 굳은일을 자처해 도맡았던 키도가, 적어도 여유로이 백합 몇송이를 수놓을 시간정도는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세토의 말을 빌려, 꽃병의 가격보다 나와 세토 둘이서 키도를 설득하는 인건비가 곱절로는 더 들어갈 정도라 몇번이고 담소를 나눴을정도니.

가정적인 사람에게 필수적인 물건임다, 요것 하나만 있음 부엌 분위기가 살아 난다니깐. 온갖 형태의 낯뜨거운 미사여구를 수식해가며,

최소한으로 잡아도 닷새정도의 시간동안 만고의 노력을 다했다.


세뼘 남짓크기의 꽃병에, 이리도 과분한 정성을 쏟는것이 타당하느냐고? 그렇지. 키도를 위했었다는건, 어쩌면 사실과는 일절무관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키도가 이런 단아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으리란 생각을 그 누가 하겠으며, 먼저 가져보고 싶다 내색 한적도 최소한 내가 아는 바로는 없으니까 말이다.

곱씹어볼수록, 그건 키도를 향한 순전한 내 이기심이었다. 한시라도 여유로이 일상을 즐기는 키도의 모습을 내가, 모처럼의 소박한 사치를 즐기는 키도의 모습을 내가, 보고싶었다.



그걸 마리가 깨뜨렸다.


그걸 저 아이가 깨뜨렸다.

그걸 저 뱀새끼가 깨뜨렸다.



"..... 너는...."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을 전부 내뱉지 못한채,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힘이 풀린 다리는 좀처럼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회백색 콘크리트 바닥으로부터 타고 올라가는 냉랭한 감촉과 같이, 차갑게 식은 기대감이 배신감이라는 좌절로 변화하는것을 느꼈다. 요지부동으로 자리에 가만히 있는채로,

떨리는 동공이 눈에 선히 보일정도로 당황감에 사로잡힌 마리가 고개를 떨구곤 나를 내려다봤다.



"꺼져.. 제발."



그저 순전히 시선일 뿐이었지만, 마리가 나를 내려본다는, 마리보다 낮은곳에서 바짝 허리숙여 앉아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이루 말 못할 묘한 모멸감을 자아내게 했다. 생각에 앞서, 그런 날이 선 말이 튀어나온 이유였다. 마리가 무슨 표정을 짓고있든, 그 순수하신 마음이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든, 더는 내 상관이 아녔다.

몇초가 흘렀을까, 내게서 거리를 차차 벌려나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은 멀어졌을뿐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로 방황하는듯 하더니,

이내 갈피를 잡고는 우측 끝쪽으로 멀어지는 기척이 느껴졌다. 한동안은 틀어박혀 있어주길, 멋대로 키도의 몫까지 덧붙여 소망했다.



ㅡㅡㅡㅡㅡ





어쩐지,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비교적 늦게 끝마쳤다. 휴대폰 바탕화면의 시계를 확인하니 대략 30분정도 되는 시간이 손님이 차고넘치는 휴일과도 거리가 먼 평일이었고, 별안간 농땡이를 피우며 불성실하게 시간을 허비하지도 아니었는데도, 요상히도 오늘따라 손에 일이 잘 잡히지를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수고하셨다는 의례적인 언사와 함께 초밥가게의 정문을 나온 순간부터, 어림잡아 집까지의 거리중 8할정도를 걸어온 지금에 걸쳐서, 뚜렷이 떠오르는 이렇다할 원인또한 없었다. 내가 기력이 쇠해진건가.연이은 같은 주제로 몇가지 추측을 떠올려보던 나는, 짐짓 웃음을 짓고는 마저 발걸음을 재촉했다. 보통 기우라고나 하는, 전혀 쓸모없는 걱정이란것을 실감하고는 내가 한심스럽다는 말을 내뱉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고, 고심해봤자 내가 눈치챌수 있는것은 전무한데, 결론적으로는 백해무익한 무쓸모한 고민이라는 소리다.


야옹~ (기울임 서체로)



집을 향하며 해온 고민들을 전부 쓸모없다고 정의하려던 와중, 동물 울음소리 같은것이 별안간 줄지어 늘어져있는 어묵 포장마차 거리의 뒤편 골목에서 들려왔다.

늦게나온 연유로, 그간 말로만 듣곤 군침을 흘렸었던 심야 포장마차에 시선을 빼앗길 법도 한데, 그보다는 의문의 울음소리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했는지 나는 이름모를 잡초가 무성히도 자라난 골목길로 대담하게 발을 내딛었다. 풀 틈새에 벌레라도 있으면 어쩌냐, 비위생적이다 같은 이유로 대개 걷기를 꺼렸을 거리지만, 어렸을 적 부터 워낙 동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던 탓일까. 제 집 드나들듯 밀림을 헤쳐가던 버릇은 여전한지, 별다른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그렇게 들어선 성인남성 두명 정도면 움직이기도 힘들법한 폭의 골목길은, 이렇다할 가로등이나 흔해빠진 전압기조차 전무한 텅 빈 모습이었다. 그나마 골목 구석에 놓여진,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듯한 낡은 쓰레기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얽히고 설킨 가시박이 감고 올라간 쓰레기통 위엔 웬일인지 이 동네에선 자주 나타나지 않던

남루한 모양새의 고양이 한마리가. 꾀죄죄한 모습과는 다른 요염한 자세로 올라가 있었다. 용케도 잘 찾아왔다며 말을 거는듯, 고양이는 재차 야옹거리는

울음소리를 내고는 그 위에서 내려와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덩달아서 나 또한 고양이가 있는 저 안쪽 골목으로 슬금슬금 놀라지 않도록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골목 길바닥에 고여있던 물이 첨벙대는 소리와 함께 신발속 양말을 적셨다.풀더미와는 달리 도저히 치장하기 힘든 불쾌한 감촉이라, 발끝부터 스며든 여전히 익숙치 않은 물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또 세탁 돌려야겠네.

이런 길이라 보기에도 미묘한 곳을 아득바득 5m 정도 걷고 나서야, 겨우 고양이에게 손이라도 뻗어볼법한 거리에까지 왔다. 자, 어서 이리로.



"읏차, 옳지."



한손으로 받아들려던 내 고집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예상외로 꽤나 육중한 몸에 자연스레 왼쪽 팔까지 뻗쳐나가 두손으로 공손히 고양이를 떠받드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이거, 재벌집 집사들이나 할법한 포즈아니냐. 그 위에 올라서도 아득바득 몸부림을 쳐댔을때는 고양이가 내팔을 부러뜨리려 작정이라도 한줄 알았다. 어떻게 떨어뜨리진 않았으나, 그마저도 슬슬 팔근육이 버티질 못하는것 같아, 서서히 두 팔을 가슴 아래쪽 부근까지 내리니 어느정도 한숨을 돌릴수 있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다본 근거리에서의 고양이의 생김새는 꽤나 특이했다. 때인지,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 산패해 만들어진 진액인지 모를것들이 군데군데 조금씩 묻어있고, 털도 보통은 찾아보기 힘든 짙은 회색을 지닌 고양이었다. 눈은 것보다 더 특이해서, 한쪽눈은 평범한 갈색, 나머지 한쪽은 조금만 더 짙었다면 붉은색으로 보였을 정도로 강렬한 주황색 색상을 가진, 두 눈의 색깔이 서로 다른 특이한 녀석이었다.


엇.


온동네의 숲이란 숲은 마다않고 모조리 돌아다녔던 방랑벽을 지닌 입장에서도 이런 고양이는 처음인지라, 나도 모르게 의문을 가득 담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 짧은 한마디에 담긴 의미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곳저곳으로 고개를 휘적거리던 고양이는 천연덕스럽게 눈을 마주치곤 불만이라도 있냐는냥

야옹거리는 짧은 대답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한가지, 꽉 깨물어주고 싶은 외관만은 만고불변이었다.



"역시~ 고양이는 언제나 귀엽.."



독백을 끝마치기도 전, 문득 귀여운 것을 좋아하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집 인근 산에서 자그마한 동물 한마리를 데리고 집에 돌아올때면, 천진하게 눈을 반짝이며

동물을 안아보고자 했던 한 사람이 떠올렸다.옛적 내 말투에 항상 불만을 가지고 날이선 말들을 내뱉다가도, 다음날이면 무뚝뚝한 말투로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건넸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우직하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자리를 지켰던 한 사람이....



야옹~



감상에 빠졌던 나를 다시금 원상태로 되돌려 놓은것은, 여지껏 내 손에 엉성한 자세로 들려져있던 고양이의 불평가득한 외침이었다. 양쪽 앞발만을 잡고 있던탓에,

무거운 몸을 저 아래로 축 늘어뜨린채 허공에 떠있는 아랫쪽 양발을 휙휙 휘저어대는 털뭉치의 모습은, 좀전까지의 감상에 겨운 감정을 무마시킬 정도로 엉뚱발랄하기 그지없었다.



"어, 아, 미안 미안. 불편했지?"



이것도 누군가가 아니꼽게 본다면은 동물학대일 터. 아등바등거리는 고양이를 다시 원래의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자, 기다렸다는듯 담벼락으로 달려가나 싶더니, 이내

그 아래쪽의 개구멍으로 좁은 골목을 빠져나갔다. 거칠게 나아가는 발자취에 이리저리로 튀겨진 흙탕물이 바지의 밑단을 갈색으로 물들였다.

마지막까지 받은것은 고스란히 돌려주는 성깔있는 고양이라, 담벼락을 바라보며 속으로 되뇌였다.



"어, 맞다. 시간이 벌써.."



이듬해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동물과 교감을 나눠본 것인지라,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있다는것을 잊고있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본 후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을땐,

이미 반쯤 자취를 감춘 석양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게시한 포장마차의 왠지모르게 정겨운 피리소리도 골목 밖에서 들려왔다. 흠, 다시보니 스피커로 튼것 같은데.


뭐, 어쨌든, 나는 미심쩍은 고양이를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한눈을 판 탓에 자각하지 않고있던 열악한 골목의 환경이, 반박자 늦게 눈에 들어온 탓이 가장 컸다. 양쪽을 에워싼 골목길 담벼락에서 벗어나자, 옆에서 비스듬히 거리를 비추는 눈부신 석양을 볼수 있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오므라이스나 도전해볼까, 오래전 그사람이 알려줬었던 대로만 한다면 분명 무난하게 만들 수 있을것 같은데.

역시 사람한텐 태평히 저녁반찬이나 고민할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지나간 일들을 하나하나 톺아보기보단 호탕하게 웃고 넘기자.

나는 꼬륵거리는 배를 틀어잡고 뉘엿뉘엿 지평선 아래로 흘러가는 태양을 응시했다. 참 계란후라이처럼 생겼네. 저무는 해가 오늘따라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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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얼굴을 파묻고는 몇번 남몰래 눈물을 훔치다 포근함에 기댄 몸과 의식이 흐려져 갈때 즈음에, 밝디밝은 햇빛이 팔로 꽁꽁 싸맨 눈가에 흘러들어왔다.

흠칫, 예상치않은 변화에 반사적으로 들이쉰 숨은, 봄의 청명함이라곤 개눈감추듯 사라진 후텁지근한 공기를 몸속으로 밀어넣었다. 이젠 맹렬한 더위마저 차근차근 발끝부터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희미하게 떠보았던 눈을 다시금 질끈 감았다. 찰나에 어렴풋이 변함없는 거실의 모습이 보여와, 엄습해오던 불안감도 반감된 기분이었다. 그전에, 방금 느닷없이 그림자가 앞에 보인것 같은데, 또 마리야?

제발, 제발, 좀 꺼



"어이, 카노. 오늘마저도 늦잠인거냐."





상반신이 마루바닷과 부딪히는 둔탁한 충돌음과 같이, 이번엔 머리부터 차근차근 몰려오는 고통에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말이 딱 어울렸지만, 충격은 그걸로 끝이 아녔다.아까 들린 익숙한 목소리를, 한줌에 담지조차 못할 시간동안 되새김질 할수록 뇌리에 강렬한 색상 하나가 스치는 느낌이었다.

혹시, 혹시... 감았다가 뜬 눈은 바닥과 맞닿아서,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진 나무패널이 시야를 꽉채웠다.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열에 아홉중 다른 하나를 꼽는 사람들이 있듯이, 조금씩 보이는 실루엣을 올려보며 나름의 잣대에 토대를 둔 실낱같은 희망을 하나 걸었다.


어딘지 낯익은 라임색상의 운동화, 차례로 베이지색 바지, 개성이 뚜렷한 보라색 후드. 그리고,



"츠보미."



골백번을 떠올려 아련한 감정을 덧대어 가는것에 , 단 한번 그 이름을 입에 올려보는것이 더 많은것을 형용해줄때가 있다. 어떻게 이루겠어라 낙담했던,

감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의 감상을, 말 한마디가 온전히 정리해줄때가 있다. 키도였다. 더 이상의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도 없이 키도였다. 더 이상의 표현도 필요없었다. 키도. 키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상황인건지 판단하기 이전에, 누가 머릿속을 홀라당 태워버린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를 기이하게 여기고 있는것인지, 키도는 허리를 앞으로 구부린 상태로 왼쪽 볼를 긁적였다. 괜찮다는 말이라도 전하려했건만, 긴장한 내 심장은 이미 귓가에 들려올정도의 크기로 콩닥였다. 아니지, 미칠듯이 쿵쾅댔다. 키도가 보고있을 어수선한 내 모습은, 요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전혀 안중에도 들어와있지 않았다. 몇초간 어색한 정적만이 이어지던 끝에, 너무나 듣고팠던 키도의 목소리가 기상천외한 내용과 함께 들려왔다.



"마지막 결전의 날이라고. 한번쯤이라도 제시간에 못 일어나면 어디 덧나기라도 하나."



결전의 날?


히어로 영화라던가, 예컨대 홍콩 무협영화에서도 본적이 있는것 같은 대사에 뒷통수를 벽돌로 후려맞은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키도가 했었던 언행을 보면 못할만한 말은 아니었다.어렸을적부터 메카쿠시단이다, 붉은 머플러다, 별별 특이한 컨셉트로 영웅놀이를 벌였었던 것이 그 연유였다. 문제는 그게 아녔다. 그 말을 꺼낸 장소가 문제였다. 매일 전대만화에 빠져살던 누나도 난데없이 거실에서, 그것도 우스운 자세로 나자빠진 사람에게 다짜고짜 이런적은 없었다. 고로 키도가 한 말이 시의적절하다고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할수 없었다. 언제 한번, 딱 한번 저런적이 있던것도 같다. 그게, 그런게, 그래. 키도가 저런 말을 입에 올린적은 기억하기로는 딱 5년전 그날이었다.


송두리째 모든 삶을 뒤바꾸어 놨었던, 5년전의 일.


그럼 잠깐, 오늘 날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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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月17日 201X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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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시감이 들어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잊고있었다.


자각몽.



애써 외면하려던 기억이, 나도 모르는 새에 꿈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때론 내 이름도 써내릴수 없던 시절에 헤어져야만 했던

사람에 관한 기억이 아른댄다. 어떨때는 그보다는 가까운, 허나 여전히 닿을수 없는 사람의 꿈을 꾼다. 그 꿈속의 나는 도무지 의연하다는,

성숙하다는 표현과는 일절의 접점도 없어서, 항상 낯익은 누군가에게 매달리고는 무언가를 간절히 빌곤한다. 애석하게도, 단 한번도 그 염원이 이뤄진적은 여지껏 없었다.


그런 세어보기 벅찰정도로 숱하게 많은 꿈들의 시발점은, 언제나 대동소이했다. 그 많은 경험들을 구분 지을만한 서사가, 단 두개뿐이었기에.

요근래에 들어서는 그조차도 한가지로 줄어들었다. 보름에 한번꼴로, 그런 같은 꿈속을 헤메이며 한탄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멋대로 이름을 부르고, 멋대로 가당치도 않은 망상으로 재단했다. 현실성 따위는 안중에도 두질 않았다.

혹시 꿈은 아닐지 볼을 꼬집었을때 느낀 고통에 감격에 겨워 뺨을 화수분이라도 되는것처럼 여기곤 눈물범벅이 되어 꿈속 키도를 껴안았던,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 첫번째 꿈은 여지껏 기억속에 강렬히 남아있다.


매번 모든게 허상이었다고,

다신 꿈에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 유념하고 새기리라 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이번이 몇번째인지 모를 희망고문에 또다시 말려들었다. 이놈의 하루는 몇번이나 나를 속여먹는지. 아님 그간의 남들을 속여온 내 업보를 청산이라도 하는건지. 방금전 떠올렸던 오글거리는 말주변을 기억속에서 아예 태워버리고픈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이미 했구나. 거지같은거.


이꿈은 원래 이렇다. 몇번이고 감상에 젖어가다가도, 꿈인것을 깨달았을때에 느끼는 좌절감은 점점 무뎌지고는 한다. 키도를 위해서 눈물을 흘려야 할것 같으면서도, 어느덧 이렇듯이 무기력한 신세한탄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말이다. 설사 공감을 할수 있었더라도, 정작 내가 흘려보낼 만한 눈물같은 것은 있을리 만무했다.

아니면 5년전 그 빌딩속에, 전해야할 말같은 것들을 모조리 두고왔을지도 모른다.



"계속 이러면, 버려두고 가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내가 지하철에서 행패를 부리는 말종이라도 된듯 쳐다보던것도 잠시. 여전히 요지부동인채 괴상한 자세로 앉아있던 내가 답답했는지,

손 한번 내밀어주지 않고선 휙 돌아 현관으로 걸어가는 키도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한 무심한 말투에 은연중 흘러나오는 장난기가 섞여있었다.



"아니... "



어느정도 익숙하다고는 해도 갑작스런 상황 하에선 하얀 도화지같은 상태였기에, 태연하게 이렇다할 뛰어난 언변을 뱉어낼 재간은 없었다. 어색한 대답을 내뱉던가, 아님 꿈인것을 자각한 이상, 꿈을 멈추고 잠에서 깨어난다는 선택지도 고려해 볼만 했다. 돌아가는건, 마음만 먹는다면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것 보다 쉬운 일이였다.

아무리 발악하고, 발버둥 쳐봐도, 지금의 기억을 전부 그 시절로 되돌리는것도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시침이 90도정도 돌아가면 저절로 끝을 맺을, 애처로운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잠깐만! 혼자 두고가면 섭섭하지!"



그럼에도,


이성적으로만 되는게 아닌지라.


꽤 오랫동안 잊고있던 특유의 미소는, 내 생각보다도 쉽게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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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도로 한복판을 걷고있다. 다들 입을 꾹닫고 제 갈길만 가는 묘하게 얼어붙은 기류에 다시 꺼내어본 휴대폰은 어느덧 오후 7시가 되었음을 알리고있다.

마리가 홍차를 쏟고는 얼굴을 두손으로 감싼 바탕화면 사진에 저절로 눈길이 가, 나도모르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한편으로는 그시절의 모든것이 이리도 세세히 구현되어 있는 꿈에 치가 떨리기도 한다.



"그나저나, 이동네도 참 많이 바뀐것같네요. 단장님."



나, 그리고 키도와 함께 묵묵히 길을걷던 모모가 길게 이어지고 있던 침묵을 깼다. 모모의 말에 덩달아 주변부를 돌아본 나는 현실에서 본것과 별반 다를바없는 도시의모습을 볼수 있었다. 망할 뱀새끼가 사라져 관련된 계획들이 모두 멈춰선 탓인지, 공사가 한창이었던 건물들도 흉측하게 방치된채, 근 5년동안 시내의 모습은 변하지를 않았다. 화려한 건물도 아닌, 그저 10여층짜리 수수한 외관을 가진 빌딩마저 새로 들어설 기미조차도 없었다.

매번 시내를 돌아다닐때마다, 주도면밀, 아니 영악한 그 뱀새끼가 이 도시 안에서 아빠 몸으로 얼마나 대범한 짓거리들을 하고 다녔을지, 예상하는것 만으로도 벅찼다.



"그런것 같네.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도 많은것 같고."



그놈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이를 아득바득 갈고있었던 탓일까. 나는 좀처럼 지어본적 없던 무표정으로 무미건조한 대답을 뱉어냈다. 제도 모르게 나온 날이 선 말투에 흠칫 놀라 모모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다행이라 하기도 뭣한것이, 이미 엎질러진 말을 무슨 수로 주워 담을수가 있을까. 하물며 모모가 물어본 사람은 키도였는데, 괜히 주제넘는 대답을 한것은 덤이었다.



"모모랑 카노, 오늘따라 지나칠정도로 침울해 보이는데."



혹여 능력이 풀려버릴까 잔뜩 긴장한채로 사주경계를 이어가던 키도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왁자지껄 하루가 멀다하고 떠들어대는 두 사람이 이리도 침울한 태도로 말을 섞는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 모양인지,

옷소매로 입을 가리곤 인위적인 헛기침을 몇차례 내뱉었다.



"그렇지만.."



더이상 입을 열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모모였다. 기저에 깔린 밝디밝은 성격마저 가릴수 없는 먹먹한 감정이 축 처진 그녀의 어깨에서 흘러나오는듯한 느낌이었다.

모모는 그 이상 말을 이을수 없었다. 목구멍 목전까지 밀려나온 어떠한 말이 있었더라도, 겨우 품어낸 용기가 다시금 절망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삼켜냈을 것이다.

차라리 함묵하는 것을 택한 모모였지만,역설적이게도 그보다 더 많은것을 형용해낸 수단 역시 없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격앙되어가는 감정을 채 정리하지 못한 실수인지,

혹은 그녀의 순수 의도였는지는 여태까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모모, 괜한 기우는 그만 멈추도록."



듣다못한 키도가, 단장답다 말할만한 근엄한 목소리로 모모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둘 사이에 위치해있던 내게도, 자연스레 키도의 붉은 두 눈동자가 보여왔다. 기우라. 기우. 두음절 단어 하나에 온신경이 쏠린 나는, 이윽고 무의식적으로 비웃는 소리를 냈다. 키도와 모모, 더불어 키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적어도 좌우 3m 안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수 있었을 소리에, 모모를 향했던 키도의 시선과 땅만 바라보고 있던 모모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집중되었다. 이윽고, 그 시선의 꼬리를 물고온 차가운 말들이 쏟아졌다.



"으응? 왜그러는 악, 크흡..."



말뿐만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연이어 옆구리의 꽂힌 키도의 주먹에 나는 짧은 탄성을 내뱉곤 헛기침을 몇번 내뱉었다. 5년동안 별탈없이 몸뚱아리에 붙어있던 옆구리가 옛추억처럼 현실에서마저 욱씬거리는 느낌이었다. 현실감이 넘치는 꿈이라 되뇌인것과 달리, 눈에서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물 한방울이 찔끔 떨어졌다.



"참 카노씨, 한번쯤은 진중하게 말해달라구요. "



"정말이지, 머리가 어떻게 된거냐."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나를 뒤로한채, 맵디매운 주먹을 후드티에 대충 문지르고는 태연히 면박을 주는 키도의 모습이 어쩐지 조금 얄미웠다.



"아니, 그런 의도가.... 맞지. 헤헤, 미안."



억울한 심정탓에라도 뭐라 변명거리를 늘어놓아 보려했건만, 안타깝게도 적당한 말을 찾아내지를 못했다.


아니지. 알곤있다.


이 꿈의 결말은 지금 곁에있는 둘을 포함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키도를 잃고, 모두는 억척스럽게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것.


자신을 희생해 타인을 지켜내는 영웅. 종편방송국의 클리셰범벅 일일연속극, 아님 고전적인 영웅서사를 담은 모든 매체에서 항상 이런 인물이 한명쯤은 존재한다.

그렇게 희생을 목전에 두고 포부에 맞는 멋드러진 유언을 남긴다. 남은 사람들은 그를 기리며, 온전히 지켜진 일상을 보낸다. 이게 전통적인, 모두가 원하는 결말이라면, 나는 키도를 기린다는 두번째 단추부터 어그러졌다. 기린다는 숭고한 표현보단 그리워한다는 미련한 표현이 내게는 더 어울렸다.


그렇기에 기억하고 있는것이다. 꿈을 조작하는 능력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떠올리면서, 편린으로 남은 기억을 지니고 매일밤 잠자리에 들었다.

5년전 휴대전화의 바탕화면마저도 화소단위로 생생히 떠올리도록 하는 이꿈에서, 하물며 기억하리라 아득바득 이를 간 비극의 단순한 맥락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어불성설이었다. 채 남아있는 꿈의 기억들을 가지고 마음만 먹으면어지간한 대하소설 한편쯤은 쓸 수 있을정도로 세세한 단락들까지도 아직 잊지를 못하고 있는 나였다.


이 다음이 어떻게 됐더라. 잊지 않기위해, 한번 더 떠올려봤다.



"그렇지 않는다면.. 코노하가 너를...!"



기지에 들어가서,



"코노하?! 너 괜찮은거 맞아?"



코노하가 당하고,



"어떻게든 임시로 막아뒀어...."



어찌저찌 일시적으로 잠재운다.



마리의 말을 끝으로 일거에 찾아온 침묵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를 휙휙 둘러보았다. 지는 태양에 온 하늘은 주홍빛으로 물들은채 가로수 주위로 땅거미가 지는 거리는 온데간데 없고, 음산하기 짝이없는 폐건물에 와있었으니 말이다. 너무도 현실성이 전혀 없.. 아, 맞다. 꿈이었지. 가만 떠올리는것 만으로 휙휙 주변이 삽시간에 바뀌는게 본디 꿈의 성질이다. 나는 곧이어 안도하고는 좀전으로부터 2시간 가량이 경과한 시간을 확인했다. 유독 현실감 탓에 잘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이기로서니, 꿈에서 개연성 타령이나 해대고 있는 내 모습이 꼴사나워, 절로 얼굴이 벌개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모두 무사해서 다행임다.. 정말 천운이 따랐슴다.."



그때, 능력을 쓴 탓에 다리 힘이 풀려버린 마리의 곁에 선 세토의 목소리가 우두커니 멍을 때리던 내 정신을 차리게했다. 추억속 목소리들의 틈새에서 찾은 매일 듣던

익숙한 목소리였다. 서느런 기류가 흐르는 폐건물 안에서 난데없이 검정 반팔티 하나로 버티고 있는 세토의 모양새에 저절로 의구심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세토의 점프슈트는 마리의 손에 들려 담요마냥 쓰이고 있었다. 서늘한 기류가 등골을 저리게 만드는 폐건물 내부임에도, 마리에게 겉옷을 흔쾌히 내어주는 세토의

모습에 일편단심으로 국가를 지킨 충신 정몽주가 생각났다.



"아직 안심하기는 너무 일러. 만약 또다시 깨어난다면.."



안도감이 묻어나오던 세토의 목소리와 상반되게, 넋을잃고 쓰러진 뱀새끼를 초조한 표정으로 째려보던 신타로의 목소리도 연이어 들려왔다.

어떤 내용인지는 미처 들을수 없었지만, 신타로가 왼손에 들고있는 휴대폰에서 카랑카랑한 에네의 목소리도 어렴풋이 들리는듯 했다.



"마리, 마땅한 해결책이라도 생각나는게 있어?"



어수선히, 또 공포감에 사로잡힌 단원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평정심을 유지하던 모모가 홀연히 코노하, 엄밀히 하자면 코노하였던 이의 앞에 서있는 마리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쇄국이라 적힌 후드집업은 와중에도 자꾸만 눈길을 끌었다.



"하나 있어... "



양쪽 볼에 시꺼먼 비늘이 돋아난 마리는, 세토의 품에서 벗어난채 우왕좌왕 혼란스러워하는 나머지 단원들에게 무언가 중대한 사실을 말하려는듯 계속해서 이어지던 우울한 침묵을 깼다. 전대미문이라는 말로밖엔 설명할수 없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알고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모두의 이목이 마리에게로 집중됐다.



"눈을 맑게하는 뱀을 아지랑이 데이즈에 가두는 방법."



어쩐지 마리의 목소리는 미세히, 허나 확연하게 떨리며 그 말꼬리를 흐리고 있었다. 아니, 어쩐지가 아니지. 마리는 알고있었다. 어떠한 대가조차 치루지 않고 내일을 얻어내는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반강제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해야만, 그토록 바라던 내일로 나아갈수 있음을. 마리는 한쪽손을 심부에 올리고 회백색 콘크리트 바닥을 응시했다. 가뜩이나 왜소한 마리가 어깨에 힘을 뺀 채로 서있으니, 천진한 어린아이들보다도 작고 힘없는 존재처럼 보였다.



"눈을 맑게하는뱀이 기절한 상태에서, 뱀의 의식을 가릴수 있는 한마리의 뱀만 있다면 아지랑이 데이즈에 영원히 가두어둘수 있어. 대신.."



마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채로 주위를 둘러싼 단원들의 낯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대신..?"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마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운 모모도 있는 반면 대신이라는 그 말을 읊조리며, 담겨있는 속뜻을 이해한 신타로는 복잡한 심경으로 자신 옆의 키도를 바라봤다. 히비야 역시 고개를 떨군채로 숙연한 표정과 함께 키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리는 재차 말을 이어보려 숨을 크게 들이쉬었지만, 입은 변함없이 굳게 닫혀있었다. 뱀의 의식을, 뱀의 기억을 가려낼수 있는 뱀이라는것은,



"내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 맞지?"



키도였다. 눈을 가리는 능력이 기억을 가려낼 수 있다는것, 그리고 그 능력을 필요로 할것이란 것을 이미 진즉부터 체념하고 있었다는듯이 키도는 정적을 깨고 어설프게 후드모자를 벗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몇올이 모자에 달라붙어 이리저리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마리와 코노하의 사이지점으로 몇발자국을 걷더니, 마치 긴 여행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는듯 비장한 눈빛으로 마리를 응시했다. 여장부라 칭해도 믿을법한, 결단력있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단원들중 가장 당황한듯 보이는 사람은 단연 세토와 모모였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 눈을 휘둥그레 뜬 세토는 키도의 양쪽 어깨를 꼭 붙잡고선, 여지껏 본것중 가장 큰 목소리로 호통쳤다. 키도가 나랑 카노에게 어떤 존재인지 아냐고, 그리 쉽게 내던질수 있는 가벼운 목숨이 아니라고. 만에하나라도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건 세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도에게 화 다운 화를 내본 유일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모모도 작금의 현실이 혼선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분개하는 세토를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채로 관망하기만 하다가, 마리에게로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비늘로 칠갑을 한 이질적인 존재가 됐음에도, 당황하는 그 모습만큼은 영락없이 마리였어서, 다른 차선책에 대해 애걸복걸하며 물었던 모모에게

마리가 이순간 답할수 있는것은 오직 미안이라는 짧고도 간결한 두음절짜리 대답뿐이었다. 힘을 가진 이의 별다른 방도가 없는 무책임한 대답이었다.


나머지도 숙연한 마음에 사로잡혀있긴 마찬가지라, 세토와 모모를 말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되려 둘을 방기해놓고서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키 일쑤였다.



"분명 다른 방법도 있을검다.. 저랑 카노에게 키도가 어떤 존재인줄 알고나 하는 거에요....?"



키도는 자신의 어깻죽지를 붙잡은 세토의 손을, 옅은 미소로 일관한채 한쪽씩 몸에서 떼어냈다. 당연지사 힘으로 키도가 세토를 이길 일은 만무했기에, 정적인 말투로 '어서 떼줘.' 라며 금방이라도 왈칵 눈물을 쏟을것처럼 흔들리던 세토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이다. 언제까지나 자신의 염원, 가령 키도와 함께하고 싶다는 바램을 위해 대치를 벌일수는 없었다.


코앞에 놓인 막강한 미증유의 적은 언제라도 세토, 단원들 모두의 꿈을 산산히 부숴낼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 앞에서, 어쩌면 지금 세토가 하고있는 행동은 모두를 구해낼수도 있는 유일한 이에게 훼방이나 놓고있는것과 다름이 없는것이다. 세토는 팔의 힘을 풀어 문항과 답이 하나로 귀결된 객관식 문제지를 내려두고는,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통탄했다. 누구보다도 애처로워 보이는, 울보였던 어렸을적에 비견되는 세토의 표정이 도무지 꿈속이라곤 볼수 없을만큼 생생했다.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내가 맡을수있는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절대 되돌리지 말고, 내가없는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줘. 단장으로서의 마지막 명령이야."



홀로 던진 공허한 우문에 잊고있었던 한가지 현답이 떨어졌다. 너무도 나와는 거리가 멀어, 자신의 목숨을 불살라서라도 미래를 얻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나는 여지껏 이해할수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섯번째로 마주한 이번 키도의 모습에게서, 나는 그런 의지에 조금이나마 동감할수 있게 된것인지 모르겠다. 어쩐지 상냥한 마지막 그 한 마디는 유독 키도답다는 느낌은 들지않았다. 모두를 위해 공허로 몸을 내던졌던 한 히어로의 모습이, 어렴풋이 키도의 모습에 투영되어 보이는것 같았으니까.또 다른 히어로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으니까.


키도는 자신의 앞에서 망설이는 마리에게 나지막히 어서라는 말을 건넸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눈을 맑게하는 뱀을 막기위해선, 야속하게도 키도의 목숨을 내놓는 방도뿐이었다. 머리카락에 의해 눈이 완전히 가려진채 무어라 중얼거리자, 저만치 떨어진곳에서 익숙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윽고 두사람을 감고 올라가더니, 조금씩 그 채도가 짙어져갔다.여지껏 나는, 감정에 휩싸여서는 의연히 머나먼 길을 나서려는 키도에게 매달렸었다. 내 망상이 반영된 꿈속임에도 억새같은 키도의 의지를 꺾을수는 없어서,

그 끝은 한없이 못난 눈물로 눈시울을 붉게 물들인채 재회를 끝마치는 찝찝한 결말뿐이었다.


이번에도 결말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키도는 죽고,


우리는 억척스럽게 내일을 살아가겠지.

변함없는 이 굴레속에서, 나는 내가 전할수 있는 최선의 말을 전하기로 맘먹었다.



"고마웠어, 좋아해."



칠흑같은 해일이 일순간 키도를 감쌌을때, 공허히 지어보인 미소를 본것은 나뿐이었을까. 이윽고 파도가 사그라들고, 마지막 순간 내던진 헤드폰만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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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실수탓에 하루를 망쳤어.


평온히, 아무렇지 않은듯 하루를 시작해도


결국 돌아온 곳은 이불 안의 초라한 공간이야.


키도의 사진 앞에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도, 변한건 없었어.


나는 서투를 수 밖에 없는 존재였나봐.


키도가 없는 세상을 씩씩하게 나아가기로 그렇게 약속했는데,


...


언젠가는, 키도 앞에서 떳떳한 내가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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