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꺾 쯤이었던 걸로 기억.

아침에 출근할 때 배럭 앞 길을 가다가 부대 미군 애가 택시기사랑 드잡이하고 있는 거를 봄.

나중에 걔 말 들어보니까, 걔가 횡단보도를 막 건너려고 하는데 멀리서 오고 있던 택시기사가 안 멈추고 속도 그대로 유지해서 그대로 지나가버렸다고 함.

그래서 걔가 열 받아서 뒤에서 손으로 어떤 제스처를 취했는데 (아마 ㅗ였겠지..?) 그걸 택시 기사가 백미러로 봤음.

각설하고 내가 막 목격한 거는 미군 애랑 기사가 드잡이하고 있던 거. 근데 그 부대 미군 애가 사고뭉치인 애라서 괜히 일 커질까봐 황급히 달려가서 말림.

어떻게 어떻게 말리고 났는데 기사가 내 명찰표를 유심히 보더니 이름을 적어감. 여기서부터 뭔가 불안했었음. 그래도 그 때는 '뭐 연락처 필요해서 적어갔나 보지'라고 생각했었음.

근데 좀 있다가 오후에 보니까 RSO 계원한테서 연락이 온 거임 ㅋㅋㅋ. 'xxx 상병님 뭐 하셨습니까? MP측에서 택시 기사가 신고했다고 지금 바로 헌병대 측 사무실로 오랍니다.'라고. ㅅㅂ ㅋㅋㅋㅋ. (더 어이없던 건 정작 시비붙은 미군은 신고 안했더라 ㅅㅂ) 어쨌든 그래서 부대 일등이한테 얘기했더니 일등이랑 커맨더가 자기들이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 헌병대 쪽으로 감.

가보니 택시 기사 이미 와 있음. 그리고는 존나 태연하게 생사람을 잡더라. '저 새끼가 한국인이 되어가지고는 미군이랑 같이 뒤에서 자기를 손가락으로 욕했다. 민간인한테 이래도 되느냐. 꼭 징계 먹여라. 등등등' 

여기서 꼭지가 돌아서 내가 뭐라뭐라 하려 하는데 부대 커맨더가 제지하더니 택시 기사한테 말하기 시작. 대충 요지는 '너 보행자 건너려는데 그냥 횡단보도 건넜다며? (아까 시비붙었던 그 미군이 대충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줘서 커맨더가 뭐가 발단이었는지 알고 있었음) 그거 부대 안 교통법규 위반인거 알지? 밥줄 잘리고 싶음? 내 짬이 소령인데 내가 헌병대에다가 증언하면 니 말이 설득력있을까? 내 말이 설득력있을까? 걍 생사람 잡지 말고 넘어가시지? 넘어가면 나도 넘어가줄게' 정도였던듯. 

택시 기사 그대로 데꿀멍해서 줄행랑 침. (ㅅㅂ 진심 생사람잡는데도, 신분이 그 때는 군인 신분이었던지라 혼자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그 놈의 대민마찰 ㅅㅂ....)

그 커맨더 원래 조온나아 까칠한 놈이라서 별로 안 좋아했는데, 그 날 이후로 진심 흠모하기 시작. 걔가 시키는 업무는 뭐든지, 다른 사람이 먼저 시킨 일도 내팽겨치고 다 당일안에 처리해줬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