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디 메이드 견생 > #10

30.

 태초의 하늘님은 사랑을 말씀하셨다. 이웃을 아끼고 원수마저 용서하라. 경전 첫 장에 나오니 신자라면 누구나 알 내용이다. 허나 간단한 문장에도 해석은 달랐다. 이교도, 무신론자가 이웃인가? 선지자를 박애한 무뢰배에게 용서가 합당한가? 사람의 형상을 하였다고 사람인가?

 하나는 분명했다. 믿음의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 로켓포 공격을 지시할 신은 없다. 천공에 계시며 어디서나 편재하신 하늘님께서도, 신의 적자이시며 인류를 구원할 선지자도, 오늘 서품받아 첫 예배를 집전할 목회자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31.

 파괴가 속삭인다. 3분 뒤에 죽음이 떨어진다. 반군 무장세력은 정기적으로 로켓테러를 가했다. 시간만 일정했지 위치는 무작위였다. 네옴시티 밖 불모지에서 쏘아진 로켓이 파멸의 곡선을 그려왔다. 

 P에게 닥친 미래는 그러했다. 그가 목놓아 외치며 시장바닥을 뛰어다녔다. 자경단도 종교경찰도 상인들도 P를 광인 보듯이 무시했다. 로켓 테러는 정기적으로 벌어졌고 지금은 그 시간이 아니다. 일상화된 테러는 일종의 불감증을 유발했다. 파트너인 티파마저도 어리둥절할 표정이다. 

 “모두 피해요! 여기 로켓이 날아와요!”

 “......”

 확성기도 없는 남자의 절규는 주변 소음에 묻혀버렸다. 깊고 공활한 하늘은 정적만 가득했다. 

-타다닥!-

 네오독 HACHI가 튀어나간다. 시장 광장에 위치한 선지자의 동상 꼭대기에 웬 중형견 한 마리가 올라선다. 신성한 선지자의 기념물에 불경한 동물이 올라서자 군중들이 동요했다. 종교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뛰어와 개를 끌어내리려 했다. 그런데...

 -아우우우우우우우!-

 하울링이다. 늑대의 후예가 포효했다. 체구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함성이 시장을 채워버린다. 이에 답하듯 개 짖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골목에서, 하수구에서, 쓰레기장에서 겨우 살아가던 떠돌이 개들이 동료의 소환에 응했다. 

 수백은 될듯한 개들이 광장으로 모였다. 사람이 어떻게 수습할 사태가 아니다. 선지자께서 늑대무리의 공격에 쫓긴 대목은 경전에도 나온다. 하늘님의 신자라면 모를 수 없다. 

 네오독. 

 이교도가 길렀고 

 어미의 배에서 잉태되지 않은

 오로지 전쟁 위해 복제된 부정의 산물.

 군중은 개떼에 몰려 혼비백산했다. 광장의 중앙, 선지자 동상 첨단에 우뚝선 HACHI의 눈이 기이하게 빛난다. 여기서 P와 T만이 유이한 인간이다. 그들이 우릴 먹이로 인식한다면, 평소에 당했던 박애를 기억한다면, 형체도 모를 고깃조각이 되리라. 

 공주와 티파는 무기에서 손을 놨다. 권총이 아니라 기관총을 들어도 이 개떼에게서 살아남긴 힘들다. 적대의사가 없음을 표현한 제스처는 동물에게도 먹힌 모양이다. 정확히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인지한 것이다. 다행히 공격 움직임은 없다. 다만 하늘은 그렇지 않았다.

 -휘이이이이잉!-

 비행체가 들린다. 테러단체가 쏜 급조로켓이 곧 광장으로 떨어진다. 군중은 전부 해산되었다. 티파가 공주를 잡아끌었다. 착탄 전까지 엄폐물로 뛰어갈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공주는 요지부동이다. 네오독 역시 하울링을 유지하며 동상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여기 있으면 다 죽어!”

 티파가 공주님을 안아들었다. 힘의 차이는 현격했기에 반항은 의미없었다. 두 사람이 빠지자 개들 역시 쏜살같이 흩어진다. 그러나 HACHI만은 그대로다. P가 외친다.

 “HACHI! 내려와! 어서!”

 “......”

 고개를 젓는다. 지금도 개들은 군중들을 폭심지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HACHI는 자리를 지켰다. 네오독은 그런 존재였다. 위험한 순간 목숨을 던져 주인을 지키는 것. 자신의 복제품이 냉동실에 대기 중이며, 영혼이 서버에서 백업 중이다.  갈팡질팡하던 공주의 뇌리에 메시지가 날아왔다. 

[집에 가요. 어서.]

네오독에게 죽음은 무의미했다. 

하지만 HACHI의 유언임은 분명했다.       

32.

-콰아아앙!-

-팍!-

 폭음이 휘몰아쳤다. 개와 인간이 연결된 공유의식이 단절된다. 

 티파가 공주를 업고 건물에서 나온다. 파괴가 휩쓸고 간 시장은 처참했다. 불행 중 다행은 로켓 탄두가 조잡한 고폭탄이라는 것이다. 집속탄이나 기화탄두였으면 티파 팀 역시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어이, 공주님 괜찮아?”

 “으으으으으...”

 P가 신음한다. 목이 뻐근하다. 목덜미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피드백 퓨즈가 터졌다. 비정상적인 자극을 한 번 차단해주는 안전장치였다. 폭사할 당시의 감각을 전달받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HACHI!”

 공주가 뛰었다. 착탄지 근처에 개 한 마리가 쓰려져 있다. 귀가 찢어지고 머리에서 엄청난 피가 나온다. 아직 살아있지만 바이탈 사인이 점점 꺼져갔다. 여기가 병원 로비라도 의미없을 중상이다. 사람병원도 열악한 곳에 수의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의식공유는 물리적으로 끊겼지만 마음의 손은 놓지 않았다. 공주는 옷을 찢어 HACHI의 머리를 감았다. 뇌수가 흐를 정도로 다쳤는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백업 후 파기.....나보고 친구를 불태우라고...”

 P가 울먹거렸다. 응급처치보다 증거인멸을 우선 해야한다. 네오독을 철저히 도구로 본다면야 가능하다.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정보가 단말기에 담겨갔다. 그리고 소멸명령을 이행해야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티파...부탁해요.”

 T가 파우치에서 꺼낸 건 진통제 스틱이다. 사람용이니 체중이 적은 개라면 효과가 빠를 것이다. 날뛰던 맥박이 떨어지고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심박수 제로를 확인하고는 두 사람은 화장을 시작했다. 

 제 ■■■■차 로켓테러의 사망자는 0명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