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좁아지고 있다. 페이스리그의 발달이 점점 빨라지면서 세상이 차츰 좁아지는가 싶더니, 이젠 2D 라이브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 전체가 아예 판때기판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판때기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우려하던 판때기화가 바야흐로 우리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세계는 진정 하나의 거대한 판때기로 묶이고 말 것인가?
요사이 우리 사회는 터진 봇물처럼 마구 흘러드는 외래 문명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판때기화가 니지산지라는 한 회사의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엔텀은 얼마 전 판때기를 아예 대량으로 채택하는 안을 검토한 바 있다. 3D 모델러들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대부분의 3D들이 이 유튜브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측한다. 3D를 잃는다는 것은 곧 그 컨텐츠로 세운 문화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토록 긍지를 갖고 있는 3D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토종 3D>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 유튜브의 리스폰 앞 계단에서 몇 명의 인방계 버튜버들이 자못 심각한 토의를 하고 있었다. 유튜브를 어떻게 하면 제2의 인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방계 버튜버들은 이미 유튜브의 동북부를 버츄얼 스트리머, 즉 ‘가상 스트리머’이라 이름지었지만 그보다는 유튜브의 좀더 본질적인 버츄얼화를 꿈꾸었다. 그들이 생각해 낸 계획은 참으로 기발하고도 지극히 버츄얼적인 것이었다. 인방러의 방송에 등장하는 인방의 컨텐츠들을
몽땅 유튜브 땅에 가져다 풀어놓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면 유튜브는 자연스레 인방처럼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후 몇 차례에 걸쳐 그들은 인방 본토에서 인방러의 컨텐츠들을 암수로 쌍쌍이 잡아와 리스폰 계단에서 날려 보내곤 했다. 인방러의 방송에 등장하는 컨텐츠들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는 모르지만 그 인방계 버튜버들은 참으로 몹쓸 짓을 한 것이다. 그 많은 컨텐츠들은 낯선 땅에서 비참하게 죽어 갔고, 극소수만이 겨우 살아남았다.
<니지산지산 판때기>
그런데 그들 중 니지산지산 판때기는 마치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퍼져 나가 불과 100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3D를 앞지르고 유튜브에서 가장 흔한 버튜버가 되었다.
우리 나라에도 몇몇 도입종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예전에 3D가 울던 유튜브에 요즘은 인방에서 건너온 판때기가 들어앉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삼키고 있다.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심지어는 우리 토종 3D로 먹고 살던 3D까지 잡아먹는다. 토종 3D들 역시 앱랜드에서 들여온 판때기에게 물길을 빼앗기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자기 나라보다 남의 나라에서 더 잘 살게 된 것일까?>
도입종들이 모두 잘 적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절대 다수는 낯선 땅에 발도 제대로 붙여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정말 아주 가끔 남의 땅에서 들풀에 붙은 불길처럼 무섭게 번져 나가는 것들이 있어 우리의 주목을 받을 뿐이다. 그렇게 남의 땅에서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종들은 대개 그 땅의 특정 서식지에 마땅히 버티고 있어야 할 종들이 쇠약해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들이다. 토종이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에 쉽사리 뿌리내릴 수 있는 외래종은 거의 없다.
<왜래종 챈모씨>
제아무리 노쟈로리가 살아 돌아온다 하더라도 더 이상 타문명의 유입을 막을 길은 없다. 어떤 문명들은 서로 만났을 때 충돌을 면치 못할 것이고, 어떤 것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게 될 것이다.
결코 일반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스스로 아끼지 못한 문명은 외래 문명에 텃밭을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싶다. 내가 당당해야 남을 수용할 수 있다.
생방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에 온 유튜브가 야단법석이다. 한술 더 떠 니지산지를 따라 판때기를 기본으로 하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판때기는 가격이 싸서 나쁠 것 없고, 생방은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생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미이다. 재미를 제대로 세우지 않고 생방을 들여오는 일은 우리 3D들을 돌보지 않은 채 판때기를 들여온 우를 또다시 범하는 것이다.
생방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은 새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재미를 바로 세우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판때기의 슈퍼챗에 익숙해져 유튜브의 광고 수입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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