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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번역] LO_Densetsu 3부 번역 (손번역)

모카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6 23:32:58
조회 2747 추천 53 댓글 20
														

다시금 콜로세움의 개최일이 찾아왔다.

오늘의 참가인수는 10명.

"아르카디아의 처녀들"을 총동원한다. 대전 상대 팀은 비공개.

회장에 발을 디딜 때까지 어떤 적을 상대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대기실에 모여 긴장한 얼굴로 한 사람 한 사람, 서로의 얼굴을 기억에 새겼다.

오늘 밤은 분명 격전이 되리라. 이 면면 가운데 몇 사람인가는 분명 대기실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나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


총동원- 요컨대 팀을 아끼는 게 도외시 된 것이다.

제작진은 다음 회 이후의 흥행에 "처녀들"의 출장 예정을 편성하지 않았다. 우리를 전멸로 몰아넣는 강적이 회장에 나타날 것이다.

대전자를 비밀로 감췄다는 것이 예감을 확실한 사실로 만들고 있었다.



"-모두 눈치채고 있겠지만 오늘 밤의 사냥은 일찍이 없던 거물과 겨루게 될 테지."



긴장을 감출 수 없는 "처녀들"을 향해 아탈란테는 늠름히 이야기한다.



"허나 두려워할 것 없다. 밤의 어둠이 깊어지면 달이 빛나는 법. 우리들에게는 여신의 가호가 있으니."



모두가 끄덕이고,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아르테미스 여신께 기도를 바친다.

물론 그리스의 영웅이라는 인격 설정이 가해진 아탈란테 외에는 그 누구도 여신에 대한 신앙심 따위는 없었다.

그 안에는 "아르테미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 교양조차 설치되지 않은 자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기도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기원 따윈 할 수 없으니.

사람을 사랑하고 이끈다는 신에게 바이오로이드의 기도는 닿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피조물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기도를 청하는 것은 잊혀져버린 달의 여신이 아닌, 우리들의 여왕 아탈란테의 말 그 자체였다.

우리를 지키고, 격려하며, 이끌어준 상승(常勝)의 전사.

그 말이 허구의 정신에서 온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들에게는 믿고 숭배할 가치가 있었다.



"함께 보여주자. 아르카디아의 영광을. 시간 끝의 세계조차 영원히 비춰줄 등불로서!"


"분부하신대로, 우리들의 여왕, 준족의 그대여."



아탈란테를 선두로 우리들은 의연히 고개를 치켜든 채 콜로세움에 입장한다.

우리를 환영하는 것은 땅울림과 같은 대환성.

그것을 더욱이 고무시키는 양, 사회자의 소갯말이 울려퍼진다.



"방송을 보고 계신 전 세계의 여러분! 그리고 객석까지 몸을 이끌고 나오신 프리미엄 회원의 여러분!

어서오십시오, 선혈의 궁전에! 오늘의 덴세츠 엔터테인먼트가 심혈을 기울인 스페셜 컬래버레이션을 전해드립니다!

그야말로 선명하고 처참하기 짝이 없는 꿈의 경연을!"


흥분으로 들끓는 객석의 열량을 앞에 두고, 우리들은 당혹할 수 밖에 없었다.

대전자의 입장 게이트는 닫힌 채. 좀처럼 열릴 기색이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합이 시작될 것만 같은 사회자의 바람잡이 한 편으로, 콜로세움에 서 있는 것은 우리 아르카디아의 처녀들 뿐이다.



"이건 대체…"



아탈란테가 입을 연 그 때, 머리 위로 흉조와 같은 실루엣이 일순 스쳐 지나간다.

제 7세대 개수형 스트라이크 앤젠. 초음속. 위험할 정도의 저고도-



"숙여!"



삽시간에 동료들에게 외치고선, 몸을 숙인다.

다음 순간 충격파가 회장을 유린하고, 폭격이 아닌가 싶을만치 모래 먼지가 일었다.

그러나 방어 필드가 전개된 객석에는 어떤 위험도 없다. 성대한 연출에 객석의 환성은 보다 한층 뜨거워져 간다.


빠르게 몸을 일으킨 우리는 그제서야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동체 시력으로, 두터운 모래 먼지 너머에 보이는 적의 형태를 시인했다.

앤젠의 봄 베이(bomb bay)에서 투하된 한 명의 소녀. 낙하산을 사용하지 않고 우아하게, 콜로세움으로 춤추듯 내려온 기동형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소닉붐에 의해 울려퍼진 폭음의 잔향에, 명랑히 노래하는 것만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여러분! 약속해주세요! 악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그 때 회장의 열광은 그야말로 정점에 달했다.



"소개드립니다! 오늘의 도전자!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그에 맞서는 것은 연전연승의 챔피온 '질주하는 아탈란테'가 이끄는 '아르카디아의 처녀들'이다!

자, 피로 피를 씻는 향연의 끝에! 콜로세움을 제패하는 것은 누가 될 것인가!"



"원진 태세!" 기동형 바이오로이드와의 대전 이론에 따라 아탈란테가 호령을 내린다.

적은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 이 쪽을 농락하는 마냥 일격 이탈 전술을 구사할 터.

그렇다면 우리는 철벽의 방어 진형으로 영격하여, 찰나의 카운터로 승기를 붙잡을 따름.


허나 콜로세움에 있어서 불패를 자랑하는 아르카디아의 처녀들도, 영상 부문과의 컬래버레이션 매치는 첫 체험이었다.

검투사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미지의 습격은, 우리의 판단을 그르치게끔 했다. "매-지-컬-"



"루치노-이, 프라치바탄카비- 그라미타묘-트!"



모모의 러시아어 영창과 함께, 앙증맞은 스틱 선단에서 폭탄이 사출된다.

로켓 모터의 불꽃과 함께 쇄도해오는 탄체가 성형 작열탄이 아니라 파편 유탄임을 간파한 나는 전율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산개!"



우리는 절박한 아탈란테의 지령에 즉시 응했다.

허나 첫 수에 진형을 잘못 짠 대가가 비싸게 돌아왔다. 거기에 더해 우리들의 일상적인 훈련은 격투전이 주로, 폭발물과 관련된 전술 따윈 상정 외다.

결국 발이 늦었던 세 사람의 '처녀들'이 모모의 초탄에 찢겨나갔다.



"아니 이건!? 다음 회 예고에 등장한 모모쨩의 신병기를 한 발 앞서 이 콜로세움에서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거야말로 매지컬 RPG 스틱! 세부까지 충실하게 재현한 복제품은 덴세츠 프리미엄 온라인에서 지금 이 시간 부로 예약 접수 개시!

다시는 없을 기회입니다!"



"이 녀석, 평범한 멧돼지가 아니군…… 마성의 짐승인가!"



일찍이 없던 적수에게 경악하면서도, 그에 움츠러들 아탈란테가 아니었다.



"적은 단독이다. 포위해서 움직임을 봉쇄해라!"



허나 그런 아탈란테의 용맹함을 비웃듯, 이제야 도전자 게이트의 셔터가 열리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스페셜 서프라이즈 제 2탄!

모모쨩의 궁지를 걱정하는 당신을 위해! 본 회장에서 준비한 무장 AGS의 원격 조종권을 특별 가격으로 발행합니다!

자택에서 조종 콘솔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참가 가능!"


"이럴 수가……"



사회자의 통보에 귀를 기울일 틈도 없이, 셔터 안 쪽에서 폴른형 AGS가 앞다투듯 콜로세움으로 밀려 들어온다.



"완매! 조종권, 1초도 되지 않아 완매입니다! 자, 오늘 밤 마법소녀를 구할 매직 젠틀맨은 누가 될 것인가!"



10기, 20기…… 연이어 출현하는 폴른 군단에 나는 말을 잃고 말았다.

오늘 밤의 시합은 시청자 참가형… 매지컬 모모 단신으로 팀전 리그에 나타난 것은 이런 악취미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모두! 고마워요! 모모 절대로 안 질 테니까!"



천진난만한 미소로 폴른의 무리에게 감사를 표하는 모모. 객석의 흥분은 더욱이 들끓어, 모모 콜의 빛깔로 물든다.


역시 시합 전의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 시합에서 아르카디아의 처녀들을 남김없이 써버릴 심산이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의 다음 시즌을 대비한 프로모션으로서.

그것이 영상 부문, 검투사 부문을 총괄하는 덴세츠 엔터테인먼트의 총의인 것이다.


절망한 나머지 처녀들 가운데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무너져 내리려 했다.

나는 재빠르게 그 팔을 붙들고 어깨를 빌려준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다리가 떨려왔다.

이미 콜로세움은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우리들을 물고, 뜯고, 으깨버리기 위한 처리 장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 때였다. 아탈란테가 소리 높여 웃기 시작한 것은.



"아아, 이 무슨 난적! 이 무슨 역경인가! 신들의 기대가, 흥분이, 이 얼마나 고조 되었단 말인가!"



동료 가운데 누구나가 하얗게 질린 가운데, 그녀는 마치 축제의 가락소리를 들은 아이 마냥 희색만면했다.



"우리들의 목숨은 지금 여기서 의미를 얻었다. 자, 영광을 붙잡자. 이 싸움은 분명 영원히 이어져 내려갈 찬란함이 될 테니!"



두말이 있으랴. 여왕이 그리 분부하신다면.

그녀의 한 마디에 아르카디아의 처녀들은 공포를 버렸다.


그녀는 허구. 창조자의 유희로 피와 살을 부여 받은 허구.

허나 그렇다 해도, 죽임 당하기 위해 태어난 우리들에게 있어, 그것은 선망하기 충분한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의미를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어찌나 눈부시고 고귀한 존재 방식인지.


우리들이 믿기에 충분한 것. 우러르기 충분한 것이라면 그것은 전장을 내달리는 준족의 용사 뿐.



"총원, 아탈란테의 원호를 맡는다! AGS를 여왕에게 접근시키지 말도록!"



나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외치고는, 선두를 내달려 폴른의 무리 한 가운데 뛰어들었다.

함성을 내지르며 다른 처녀들이 뒤를 잇는다.


일찍이 우리들은 군용 AGS 3기와의 변칙 시합을 치른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다섯 명의 동료가 희생 당한 어려운 승리를 거뒀다.

우리들의 검과 창은 군용기의 장갑을 꿰뚫기엔 너무나도 물렀고, 얇은 천을 둘렀을 뿐인 나신은 30mm 중기관포에 스치기만 해도 간단히 터져나갔다.


그 사투 속에서 살아남은 처녀들은 강철의 살육병기가 갖는 위험성을 몸으로 익혀 알고 있다.

30기를 넘는 무리에 돌격하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유일한 활로는 전황을 난전 상태로 이끌어, 조금이라도 적을 소모시키는 수 밖에.


그리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돌격은, 예기치 않은 공을 올렸다.

일찍이 우리들이 고전했던 AI 제어 AGS와 달리, 일반인이나 다름 없는 시청자들이 원격 조작하는 폴른은 전혀 연계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숫자가 방해가 되어 서로의 발목을 잡아 끌었다.


여기에 더해 폴른의 대군은 모모의 공격을 봉쇄하는 방패가 되기도 했다.

아마 모모는 상품 판촉을 위해 매지컬 RPG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 받았을 것이다.

허나 거금을 지출해 참가권을 얻은 시청자의 폴른을 오인 사격할 수는 없다. 유탄이라면 더더욱.


결국 모모는 폴른 군단 한가운데 뛰어든 아르카디아의 처녀들을 공격하지 못한 채, 오히려 아탈란테가 일방적으로 투창으로 모모를 노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여왕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처녀들은 연계하여 폴른을 교란하는 데 치중했다.


처녀들이 나를 포함해, 예비 무장으로 검 외에 채찍을 갖고 있던 것이 다행이었다.

어찌 됐든 검으로는 AGS의 장갑에 유효타를 넣을 수 없다. 오히려 이족 보행 형태인 폴른의 다리 부분을 채찍으로 묶어 넘어뜨리는 전술이, 인내력 없는 조종자들의 짜증을 부추겨, 판단력을 빼앗는 성과로 이어졌다.


어지러이 날아드는 총탄 가운데,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처녀들이 상처 입고 쓰러져갔다.

허나 그보다 배는 많은 수의 폴른이 서로의 오인 사격으로 폭파 되어갔다. 모모의 활약을 기대했던 객석에서도 차례로 야유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건 아마 운영 측에서도 상정 외의 전개였을 것이다.



"지금부터 매직 젠틀멘즈의 제 2진 모집을 개시합니다! 조종권을 희망하시는 분은- 어이쿠, 완매! 완매입니다!"



아나운스가 끝날 새도 없이 새로운 폴른이 게이트를 통해 돌입해왔다. 나는 외견에서도 알 수 있는 무장 변경에 전율했다.

화염방사기- 아마도 다루기 까다로운 30mm포에 대해 시청자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온 것이리라.

새로운 폴른의 끝머리에 장비된 무장은, 아군 AGS에게는 피해를 가하지 않고, 바이오로이드에게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흉기였다.


정체 되어 있던 전황은 순식간에 타개 되었다. 증원된 폴른이 사정 없이 흩뿌린 네이팜의 불꽃은 콜로세움을 작열 지옥으로 바꿔,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분투를 이어왔던 처녀들을 일소했다.

처녀들 가운데 한 사람은 불덩이가 되었음에도 최후의 함성을 울리며, 불꽃을 뿜는 폴른의 몸에 달려들곤 장갑의 틈새에 검을 찔러넣었다



"아르카디아를…… 위하여……"



불에 그슬린 폐부에서 마지막으로 짜낸 숨결로, 그녀는 그렇게 울부짖곤 힘을 다했다.

애통한 광경이 객석의 갈채를 불렀다. 퍽이나 무참하고 무의미한 저항으로 보였을 터다.

허나 나는- 산화해간 동료의 유해 곁으로, 폴른의 총대에서 떨어져 나간 화염방사기 유닛이 굴러 떨어지는 걸 놓치지 않았다.


사방에서 흩날리는 불꽃의 비를 헤쳐나가, 나는 그녀가 최후로 거둔 성과로 뛰어들었다.

방아쇠의 위치와 연료의 잔량을 즉시 확인. 할 수 있겠다…… 어쩌면 기사회생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른다.

최후의 반격의 기회가.


폴른 군단이 처녀들을 소탕하는 데 얽매인 사이, 아탈란테와 모모는 일 대 일의 양상으로 끌려 들어갔다.

허나 모모는 아탈란테가 던지는 창에 견제 받고 있어 이 쪽을 눈치채지 못한 채다.

이 화염방사기로 측면에서 기습을 가한다면 그녀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다!


주위에 있던 폴른의 총부리가 일제히 나를 향한다.

다음 순간 나는 횃불처럼 불타버리겠지. 허나 한 수 앞지를 수 있다면- 아탈란테에게, 승리를 헌상할 수 있다.


나는 몸을 지키는 일 따윈 생각도 않고 화염방사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허나 불꽃이 흩날리는 것보다 한 순간 빠르게, 모모가 이 쪽을 돌아보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기동형 특유의 날렵한 비상으로 나의 화염방사를 회피하는 모모.

그럴 수가…… 그녀는 아탈란테에게 묶여 있었을 터인데……

그리고 내게 그렇게 당황할 틈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이 놀랐다. 나를 태워 죽이려 했던 폴른들은?


돌아보면 그곳에는, 나를 노리고 있던 폴른들을 물리치는 아탈란테의 모습이 있었다.

신업과도 같은 창놀림으로 센서 유닛만을 파괴 당한 폴른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불꽃을 내뿜으며 달려간다.



"아탈란테!"



불현듯 그렇게 외친 내게 여왕은 날카로운 비취빛 눈을 돌리고…… 그 눈빛만으로 내게 모든 것을 전했다.


이것은 영광스런 싸움이다.

동료가 스스로를 희생해서 얻는 기습 따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승리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허나 방해가 됐던 폴른이 사라진 나와 아탈란테는, 모모에게 있어 절호의 표적이었다.

그녀는 스틱을 치켜들고, 다시금 그 공포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루치노-이, 프라치바탄카비-"



"그렇겐 안 된다!" 아탈란테는 외치고선 왼손의 원형 방패를 내던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비상한 방패는, 직격 당한다면 바이오로이드의 강화 골격 조차 부서뜨릴 위력이 있다.

그를 눈치 챈 모모는 몸을 비틀어 회피하고- 그야말로 아탈란테가 노리던 그대로의 틈을 보였다.


신화에 이름 높은 준족의 처녀. 그 일화에 부끄럼 없는, 화살과 같은 질주로 아탈란테는 모모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 때 나는 여왕의 속셈을 꿰었다. 그리고 그 속셈에 치명적인 헛점이 있다는 것도.

그녀는 모모의 무기가 저 비열한 스틱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탈란테는 적을 "마성의 멧돼지"라고만 여기고 있다. 그리스의 영웅으로서 칼류돈의 사냥에 나선다는, 좁은 세계관 안에서만 살아가는 그녀에게-

영상 작품으로서의 매지컬 모모는 보이지 않는다. '사무라이 마법소녀'라는 이명의 유래를 모른다!



"아탈란테, 안 돼!"



내가 그렇게 외쳤을 때는 이미, 모모의 티타늄 합금도가 칼집에서 뛰쳐나온 채였다.


아탈란테 쪽에서 보자면 한 번 부서뜨렸을 멧돼지의 엄니가, 전혀 다른 형상으로 돋아났다고 해야 할까.

왼손의 원형 방패가 있었다면 막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미 견제를 위해 내던진 뒤였다.


칼날의 번뜩임은 찰나- 허나 나의 눈에는 시간이 멈춰있는 마냥 보였다.

서슬 퍼렇게 빛나는, 흰 칼날의 유성이 아탈란테를 꿰었다.

심장, 간장, 비장, 횡격막, 어느 하나만 해도 치명상에 달할, 압도적인 살의를 담은 연속 찌르기.


각혈하는 아탈란테. 그녀의 눈길은 더는 모모를 향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죽음을 가져온 적이 아니라, 그보다 먼 앞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알 수 있었다.

그 때 그녀는 시간을 뛰어넘어 저 편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혼을 마지막까지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지중해의 신화의 환영을.

그리고 나의 여왕은, 피로 젖은 입술로 쾌활히 웃었다.



"영광을!" 끝까지 달려 마침내 골을 밟은 것 같은 환희를 담아, 아탈란테는 외쳤다.



"아르카디아의 영광을 여기에! 나는…… 질주하는……"



"이겼다아아! 승자는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 팀 리더 격파에 의해 시합 종료! 시합 종료입니다!"



관객석이 들끓는다.

매지컬 모모의 승리에 도취한 광란의 목소리, 또 목소리.

쓰나미 같이 밀어닥치는 음압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부서져 버렸다.


웃기지 마-

뭐가 영광이야. 당신은 마지막까지 객석을 직시하지 않았던 건가?

저기 늘어선 비웃음을, 호기심을, 정욕으로 찬 눈길을, 단 한 번도 보려 하지 않았던 건가?


이 절망적인 세계에 등을 돌린 채, 찬란하고도 대단하신 신화의 환상에 젖은 채, 당신은 저 너머로 가버린 건가…… 나를 홀로 두고!


뇌내에 시합의 규칙을 관장하는 명령 회로가 경보를 울려댄다.

싸움은 끝났다. 아탈란테의 죽음으로 승패는 정해졌다. 즉시 전의를 진정시키고 귀환하라.

-허나 몸이 멈추지 않는다.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시커먼 감정이 강제 명령을 덧써버렸다.


나는 달렸다. 아탈란테의 피로 젖은 칼을 쥐고 있는 모모를 노리고.

물론, 나의 다리는 준족의 여왕만은 못할 것이다.

모모는 시합 종료 명령과 모순하는 나의 행동에 당혹해하면서도, 침착하게 매지컬 RPG의 포구를 치켜들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탄두가 사출된다. 회피할 틈도 없다. 공포는 없었다. 단지 사납게 끓어오르는 충동만이 있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오른손의 채찍을 휘두른다.

스스로도 놀랄만큼의 속도와 위력과 정확도로, 채찍의 끝이 모모가 쏜 탄두에 명중한 데 더해, 탄두의 진로를 반전시켰다.


팽/이처럼 선회하며 모모의 발치에 떨어진 유탄이 폭발한다.

무엇이 일어났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 채, 누더기처럼 날아가버리는 모모. 하지만 즉사는 아니다.

내 안의 짐승도 가라앉을 줄 모른다. 쓰러진 모모에게 다시금 채찍을 휘둘러, 가느다란 목을 휘감아 끌어 당긴다.


코스터 씨가 보여줬던 홀로 영상을 떠올렸다.

그 때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배가 갈라지면서도, 마치 고통도 슬픔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주민인 것처럼.

그리고 지금도 역시, 모모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나의 흉악한 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이윽고 눈치 챘다. 압도적인 위화감에. 있을 수 없을 터인 정적에.


객석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모모를 지키기 위해 달려와야 할, 원격 조종 중인 폴른이, 모든 것이 멈춰서 있었다.

마치 질량을 동반한 것만 같은 시선의 압력. 폴른의 카메라 아이 너머,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그건 기대였다.


콜로세움의, 그리고 전 세계의 누구나가 지금, 침을 꼴깍 삼키며 기다리고 있다.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가 무명의 검투사에 의해 교살당하는, 그 무참하기 짝이 없는 최후의 광경을.


모든 것을 이해한 나를 향해 모모의 애처롭고도 무구한 미소가, 파랗게 질린 입술이, 작게 중얼였다.




-죽여줘.




그리고 나는 무너져 내렸다.

아니, 시합 종료 시의 제지 명령을 무시한 시점에서 이미 '나'라는 인형은 고장 나버린 것이다.

질식 직전의 모모로부터 손을 떼고, 가장 가까이 있던 폴른을 두들겨 패려 했다.


내딛을 수 있었던 불과 세 걸음. 그리고 두 번째의 강제 정지 명령이 나의 뇌간을 직격했다.

이번에야말로 저항할 여지 없이, 나의 의식은 어둠에 삼켜졌다.





준내 길어

어차피 번역기로 하는 게 더 빠르기도 하고 4부는 그냥 안 할 것 같다

그림이나 그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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