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나와 그녀와 베이커리 - 4 그랬으면 좋겠네앱에서 작성

달밤망원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4 13:34:34
조회 170 추천 14 댓글 1
														







피가 흘러도 닦지를 않았다.


그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럴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의 내비친 빈틈은 총알이 되어 날아왔고 드러난 나약함은 약점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다.




"어머, 언니~ 처음보는 얼굴인데 앞으로 여기서 일해요? 번호좀 알려주면 안될까?"

"...사장님은 어디계셔요?"

"저기, 이거랑 이거 계산해주세요. 아, 가면서 먹을거니까 포장은 괜찮아요."




세 명의 여고생 무리가 카운터라는 벽 앞에서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결코 빈틈을 보여선 안된다. 이 정신없는 대화는 나에게 방심을 유도해 정체를 파악하려는 조직에서 보낸 자객의 함정일 수 있다.


"빨리 계산해주세요!"


그 증거로 아까부터 나에게 번호와 이름을 물어보는 금발의 여학생. 사장에겐 몰라도 처음본 이 소녀가 나에게 신상을 묻는건 분명 평범한 의도가 아닐것이다.


"저 배고파요!"


그리고 아까부터 무표정을 연기하지만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경계하며 사장이 있는 주방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안경을 쓴 소녀. 분명 주변 인물을 파악해 놓으려는 셈이다.


"저기요?"


마지막으로 도넛과 초코마들렌을 담은 쟁반을 내밀며 계산을 요구하는 체구가 유독 작은 소녀. 분명 나의 집중을 분산시켜 자신들의 계략을 파악할 여지를 주지 않는것이 분명...



"어라, 너네들 왔어?"


"아, 언니!"

"아, 으,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이거 계산..."



주방에서 소란을 듣고 나온 소피아가 여고생 무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한다. 과연, 사장의 지인이었나.



"우으으... 저.. 계산...."


"어머, 리엘 씨? 소미 계산좀... 혹시 기계 사용법 다시 알려드릴까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가장 조그마한 소녀의 쟁반에서 빵을 받아 계산한 뒤 다시 소녀에게 돌려주었다.


소녀는 빵을 받자 살짝 울먹이며 '드디어...' 라는 말을 중얼거리다 도넛을 한입 베어물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너네가 왔다는건 벌써 8시가 다된거구나?"



사장의 말로는 이 소녀들은 이 가게의 몇 안되는 단골손님들 이라고 한다.


보통 평일 아침, 등교시간에 셋이서 가게에 들러 아침 대용으로 빵을 사가곤 하는데, 셋 중 압도적으로 많은 매출을 기록한건 가장 조그마한 소미 라는 소녀, 두번째는 안경을 쓴 메리, 그리고 빵을 거의 사먹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따라다니는 금발머리 애니라고 한다.




소녀들을 관찰하고 있자니 애니는 나에게 정보를 캐묻는걸 포기하나 싶더니 사장에게 직접 나에 대한것을 묻고있었고 메리는 사장 앞에서서 고개만 푹 숙인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 둘 사이에서 황홀한 표정으로 도넛을 맛보는 소미는 이미 도넛과 사랑에 빠진것 같았다.








세 소녀가 떠나자 거짓말처럼 가게는 한산해졌다. 그만큼 세 명이 시끌벅적하다는 뜻이었고 다른 말로는 그 세명 말고는 정말 손님이 오지 않았다.


가게가 한가하자 사장은 주방에서 나와 카운터로 들어와 내 옆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밀가루를 잔뜩 묻힌 앞치마는 털어낸건지 어느샌가 깨끗해져 있었다.



"첫 손님 맞이해보니까 어때요 리엘 씨?"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야하는겁니까?"


"어... 이렇게 라는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아이들이 유독 발랄한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영 대하기 껄끄러운 상대였거든요."


"아하핫, 리엘 씨, 말투가 무슨 군인같아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군인시절 이후에 조직에 들어갔으니 조직적 분위기에 말투가 굳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


"네..?"


"리엘 씨, 뭔가 사람을 대하는게 어려워 보인달까... 뭔가 자신을 잘 내비치지 않는것 같아서요."


"..."


"아, 혹시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아뇨, 딱히 그런건 아닙니다. 그저 사장님께 그런 기분이 들게 했다는것에 사과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네? 아뇨, 리엘 씨가 사과를 왜해요?!"




소피아는 내가 고개를 숙이려 하자 당황하며 내 어깨를 잡고 말렸다. 참 작고 가녀린 손이었다.




"그냥... 저는 리엘 씨가 저희 가게 분위기에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


"사실, 저는 어디 인터넷이나 SNS같은데서 맛집으로 소문나서 매일같이 모르는사람들이 저희 가게에 와서 제품을 품평하듯이 먹는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까 소미 기억 나시죠? 그 아이는 매일같이 도넛을 사가요. 가끔 가다 오늘처럼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을 같이 사가곤 해요. 그걸 매일 사먹어요. 질리지도 않나봐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가 좋아요. 제가 만든 빵을 좋아해주고, 매일 똑같은 빵을 사가면서도 매일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와서 빵을 베어물곤 행복한 표정을 지어요. 저는 그런 매일을 살고있어요."



나는 사장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갈피를 잡을듯 말듯 하였다. 나로서는 매일 같은 삶을 사는것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다 반복되는 날이 있어도 그 생활에 미소따위는 없었다.




"...저는 지금처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언제나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겠죠.

봐요, 오늘 새벽에 난데없이 찾아온 리엘 씨 처럼 새로운 만남이 있을수도 있죠!"




소피아는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몽실몽실한 모닝 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별도 있죠."


"..."



그 말을 끝으로 소피아는 어딘가 우울한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고 있단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아, 죄송해요. 아무튼, 즐거운 나날이 계속될 수는 없지만, 더 즐거워 질 수도 있고, 똑같이 안좋은 나날이 계속되지도 안잖아요? 그런거에요.

자주 보는 얼굴들과 즐겁게 이야기 하고, 즐거운 일을 하며 사는거요. 저는 분명 로또에 당첨되어도 그 돈을 빵만드는데 쓰거나 가게 인테리어에 쓸걸요?"



소피아는 미소를 되찾고 제 머리카랑을 엄지손가락으로 베베 꼬았다. 입을 우물쭈물 거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 깔았다.



"그, 그러니까.. 리엘 씨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요?"


"네. 그, 주제넘었을지도 모르지만... 리엘 씨는 어딘가, 공허해 보였거든요. 면접볼때도 그렇고... 눈에 생기가 없달까.. 아, 죄송해요..!"



혼자서 실컷 떠들며 즐거워 하다 침울해지고, 남 걱정을 해주다가 행복을 빌어주다가 이내 사과하기까지 이른다.


참, 재밌는 사람이구나.



"...후훗."


"......흐에?"





그날은, 루이가 처음으로 웃은 날일지도 모른다.



"...저, 저는 오후에 내놓을 빵 준비하고 있을게요..!"



소피아는 루이의 얼굴을 넋놓고 바라보다 얼굴을 붉히며 주방으로 도망쳤다.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7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2]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2860 14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892 44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5]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1283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944 4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6094 23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0]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611 29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0664 69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39786 27
1433045 일반 ㄱㅇㅂ)고닉 파면 뭐가 좋음? ㅇㅇ(175.116) 14:31 9 0
1433044 일반 늙붕이들은 왜 어린 척하는 거야? [1] ㅇㅇ(121.128) 14:30 14 1
1433043 일반 ㄱㅇㅂ)꽃보러 가서 백붕이들이 좋아할거같은 이름의 백합을 봤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9 20 1
1433042 일반 온난화로 북극은 죽어갈지는 모르지만 [1] ㅇㅇ(220.78) 14:29 14 0
1433041 일반 니나 뱃속에 누구애가 있을까 [2] 웃치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8 20 0
1433040 일반 스포)아니 이게 왜 근본임 [1]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7 33 0
1433039 일반 아와 스바루 너도 '동류'가 되어라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5 33 0
1433038 일반 이번화 히마리의 미친 퐉스 마인드 [1]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3 58 4
1433037 일반 물어봤다고 왜지움;;;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2 134 0
1433036 일반 어이 백씨 짤이나 날라 샤미몽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2 33 0
1433034 일반 마을에 총수 하나가 도망치니 온 마을 사람들이 횃불 들고 헛소리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6 21 1
1433033 일반 요리 머리를 후려갈기려는 히마리.jpg [3] ㅇㅇ(14.38) 14:11 141 9
1433032 일반 오늘은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인데 왜 늙백붕이들이 쉬는거지 [12]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0 86 0
1433031 일반 동방) 신음반에서 메리렌코 보비는거 어떻게됐어 [1] ㅇㅇ(121.128) 14:09 26 0
1433030 일반 걸밴크 애들 10년 후에 다같이 늦깍이 여고 입학하면 [4]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8 93 0
1433029 일반 모모카가 집나간 고삐리 니나 따먹는거 개꼴리네 웃치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7 41 0
1433028 일반 내가 모모카라도 니나 안놓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46 1
1433027 일반 블아) 슈가러시!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37 0
1433026 일반 아시타와 다레니나루 야핫테키미니 나루 [1] 푼제리를동경해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9 37 0
1433025 일반 걸밴크 백합밴드 애니라면 [5] 웃치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8 97 0
1433024 일반 헉 스바니나 커플 코트 [7] ㅇㅇ(125.177) 13:57 99 4
1433023 일반 루파는 학력이 어떻게될까 [2] ㅇㅇ(125.184) 13:57 68 0
1433022 일반 아 ㅅㅂ 이 뒤는 못보겟음 [5] ㅇㅇ(121.177) 13:56 122 0
1433021 일반 여아쟝 기습 기상 [7]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5 55 1
1433019 일반 "히마짱 지금부터 요리 예습을 할게♡" [4] 이토시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4 224 16
1433018 💡창작 만취한 모모카 따먹는 중졸들 [9] 라면먹고싶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51 246 20
1433017 일반 걸밴크 주인공 진짜 미친거같네 ㅋㅋㅋㅋ [3] p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8 107 0
1433016 일반 지듣노 rwbyro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45 21 0
1433015 일반 해파리 3화 보는 중 [4] 가로등불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8 109 0
1433014 🖼️짤 짐승과 조련사 걍하는지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8 60 0
1433013 일반 백안분 주의) 이거 밤해파리임? [3] 말랑한돌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4 158 0
1433012 일반 걸밴크나 밤해파리나 너무 마음에드는게 [1] 웃치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0 106 0
1433011 일반 이윽고 네가된다 2기는 안나오려나 [3] 푼제리를동경해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30 78 0
1433010 일반 7시간 반동안 뭐하지 [1] ㅇㅇ(125.177) 13:29 52 0
1433009 일반 길모마 2기 다봤네 [3] 호떡쿼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8 49 0
1433008 일반 이 게임 해보신 분 계심??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2 120 0
1433007 일반 갤순위에 걸맞지 않는 편안함이군 [5]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7 94 0
1433006 일반 와 백붕 어서 이 웹툰에 탑승하라.. [20] 그렌라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5 287 4
1433005 💾정보 척척석사 부농이 [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4 355 35
1433004 일반 아니 밤해파리 뉴비는지켜줘야해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3 89 0
1433003 일반 모모카<<<니나한테 풀베팅한게 갈수록 이해된다 [2] 룩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3 122 3
1433002 일반 백붕이 일어났어~백하백하! [8] 마후카나데나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 6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