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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자유의 애플리케이션 《상》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03:27:41
조회 272 추천 14 댓글 1
														

지금 내가 가진 것. 누가 봐도 수상쩍은 어플이다. 우연히 땅에 떨어져 있던 특이하게 생긴 종잇조각을 줍고, 펼쳐서 봤더니 QR코드가 있었다. 그걸 인식해서 받게된 것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수상쩍은 어플이다.


딱히 설명서가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종이에 있던 건 QR코드 뿐인지라 어플에 대해 알기 위해선 실행시키는 것 밖에 없었지만, 혹시나 해킹이면 어쩔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긴 했지만, 어플을 실행시켰을 때 별 문제가 없어서 안심했다.


물론, 또 다른 문제가 생겼지만. 어플을 통해 화면에 나타난 수치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어플의 기능. 말도 안 되는 기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은 상대의 신체를 자유자제로 조작하는 어플이라고 한다.


...이걸 만든 사람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처음엔 믿을 수 없어서 그대로 수상한 어플을 지우려고 했지만, 문뜩 지금 나의 처지를 생각하니 이런 허황된 희망에라도 뭐든 거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상황이란,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집단 따돌림 같은 건 아니긴 하지만, 유독 나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비를 걸며 심하게 괴롭히는 여자애가 한 명 있었다.


이름은 주인아. 뭐든 자기 성질에 맞지 않으면 화부터 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쥐어잡는, 이른바 일진이라는 존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싸움도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반 여자애들 그 누구도 인아에게 대들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년한테 찍힌 나도 참 불쌍하지. 찍힌 이유는 단순히 지나가다 서로 어깨를 부딪혀서 넘어진 것이었다. 자기 말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그 이후로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심하면 발로 걷어찰 정도로 말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어플이라면. 인아 그 년한테 써서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시도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앞에서 대놓고 써도 성공하면 그만. 성공할 기미가 안 보인다면 화면을 빠르게 꺼서 감추면 그만. 아무리 그래도 휴대폰은 부수진 않겠지만, 조금 맞는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일상이니까, 뭐.


그렇게 용기를 내 인아를 따로 쓰지 않는 교실로 불러냈다. 워낙 피해망상이 심한 넌이라 1대1로 싸우자는 도전장처럼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정중하게 말해서 불러내느라 꽤나 고생했다. 진짜 성질 하나는 세계에서 알아줄 정도로 더럽단 말이지.


"뭐냐, 이하인? 싸우자는 것도 아닌데 따로 불러서 할 말이 뭐가 있다는 건데."


역시 제일 거슬리는 내가 따로 불러내서인지 벌써부터 화가 나 있다. 후후, 하지만 내 계획이 성공한다면 넌 이제부터 내 노예가 되는 거다...!


"잠시만 기다려줘.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진짜 별 거 아니니까. 화내지 말구...응?"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밝게 말하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던 건지 인아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근처 책상에 앉아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알았으니까 준비되면 빨리 말해. 뒤에 약속 있으니까."


휴...다행이다.


우선 인아를 방심하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어플을 키고...어디보자. 사람 형상이 중앙에 있고, 여러 가지 수치가 있는 것 같은데. 우선 가운데에 시작 버튼이 있으니까 이걸 누르면 되겠지?


늦으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한 나머지 일단은 가운데에 보이는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내 기준으로 주변에 빛이 퍼지더니 금새 조용해졌다. 문제는, 그 빛이 인아에게도 보였다는 것이었다.


"...야, 방금 뭐냐?"


놀란 듯 하면서도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인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에서 일어났다. 큰일이다. 얼른 뭔가를 해야...그러니까, 아니, 뭔가 이상한 단어들도 보이긴 한데. 일단 호감도?! 뭐, 뭔가 이상하지만 다 조금씩 올려버리자!


"야! 뭔 짓을 하려는 거야!"


대충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조작하긴 했지만, 운동 신경이 썩 좋지 못한 터라 인아에게 곧바로 휴대폰을 뺏기고 말았다.


...망했다.


"...뭐야, 이게?"


"그, 그게..."


인아는 휴대폰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뭔가 크게 놀란 듯 나를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휴대폰을 나에게 보여주며 소리쳤다.


"야...! 뭐냐고, 이게!"


어라...예상했던 반응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내용을 보고 분명 곧바로 두들겨 패려는 줄 알았는데. 뭔가 어플의 효과같은 건가?


일단 이상하다 싶어서 휴대폰 화면을 봤더니.


=
[링크 완료]
대상이 지정되지 않은 관계로 조절하신 수치는 본인에게 적용됩니다. 또한, 조작자 역시 설정되지 않은 관계로 이 이후로는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에게 조작권이 넘어가게 됩니다.
=


이게 뭔 소리지?


"뭐, 호감도? 이게 뭐냐고! 그리고, 상대를 자유자제로 조작한다고? 너, 설마 이걸 나한테 쓰려고 한 거냐?"


자, 잔뜩 화났나? 이거, 최악의 상황인 게 아닐까...?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이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화가 잔뜩난 인아는 곧바로 내 다리를 걷어차고선 나를 넘어뜨렸다. 성대하게 소리를 내며 넘어졌지만, 외곽진 곳에 쓰지 않는 교실, 거기에 하교 시간을 조금 지난터라 사람이 오진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나한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인 건 변함이 없었다. 구원의 손길인 선생님들조차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그런 막막함, 그리고 공포심보다도. 아픈 게 너무 컸다. 신체적으로 아픈 건 확실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뭔가 더 핵심적인 무언가가 아파서.


"...야, 너 지금 우는 거냐?"


"어...?"


인아의 말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눈 밑을 만져보니 눈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차이고 넘어진게 아파서 느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차인 순간부터 머릿 속에 뭔가 큰 충격을 받은 것마냥 하얘지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부터가 이미 이상했다. 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었으니까.


"니가 운다고 내가 봐줄 거 같냐? 장소도 좋고, 약속이야 좀 늦는다고 하면 되니까 잘 됐네. 오늘 한 번 끝까지 가보자고, 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서 나를 죽일 기세로 쳐다보는 인아. 지금까지 겪어본 인아 중에서 최고로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전에 느껴지던 공포심은 온데간데 없고, 내가 느끼는 건.


"우...으윽..윽..흐윽..."


"...그러니까 그렇게 서럽다는 듯이 울어도 안 봐주...!"


"화내지...마...흐극...윽..."


슬픔이라는 감정이었다. 아픔보다도 가슴 쪽이 계속 찔리는 듯한 먹먹한 기분이 들어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홍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걸로 울지 않을 텐데. 울면 더 화낸다는 걸 알고 멈춰야할 텐데. 인아가 화를 내면 낼수록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동시에 사고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큰소리로 마음껏 울어버리고 싶다던가, 그만둬달라고 소리치고 싶다던가, 그것들보다도 더 심하게 이상한 건...당장에 인아에게 달려들고 싶다던가. 제정신이 아닌 수준이었다. 그만둬야 한다는 정상적인 사고 회로가 점점 주입되어 오는 개념들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야, 너 내 성격 알지 않냐? 전에는 안 그러더니, 왜 이러냐, 오늘?"


놀랍게도 화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듯 했지만, 침착함과 동시에 보내오는 싸늘한 시선. 그 시선을 보자마자 내 사고 회로는 순식간에 뒤집혀버렸다.


싫어.


무언가가 끊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인아에게 몸을 던졌다. 이렇게 된 이상 되던 안 되던 싸워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순수히 그저, 인아에게 안기겠다는 목적 하나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돌발 행동에 인아는 당황하더니 반사적으로 나를 한쪽 팔로 받아내고선 넘어지지 않도록 다른쪽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야, 야야. 너 진짜 왜 그러는데."


이제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당황하고 있는 인아만 남은 상태. 그렇기에 더욱 기회를 노리고 싶었다.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화, 이제 안 나...?"


"뭐...?"


"아직, 화, 났어?"


울먹이며 웅얼대듯 인아에게 묻자, 인아는 가관이라는 듯 이마를 짚더니 품에 안긴 나를 내려다봤다.


"그래. 화 다 풀렸다. 그러니까 좀 말해봐. 이게 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화가 풀렸다. 그 말 한마디만으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서 조심스럽게 인아와 시선을 맞추고서.


"인아한테 미움받기 싫으니까..."


인아가 너무 좋아서.


"화내면, 나, 싫어하는 것 같고..."


계속 붙어있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래서 계속 눈물이 나오니까...응, 그런 거야."


인아의 부드러운 품에 안긴 채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열심히 설명했다. 인아가 알아 들어줬을까?


"...너, 오늘 뭐 이상한 거 먹었냐?"


"응? 아니...왜?"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걸까. 알 수 없어서 의문을 표하자 인아는 뭔가 생각났는지 내 휴대폰을 보고선 다시 한 번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내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또 다시 한 번 이마를 짚었다.


"나 원 참. 이거 완전 정신 나간 년 아냐."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지?"


울 것만 같다. 나한테 하는 말이라면.


"아, 아니니까! 그니까 좀 그만 울어."


다행이다...


"야, 너도 이거 봤으면 알 거 아냐. 이거 좀 봐봐. 어떻게 좀 해보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인아가 내 휴대폰을 내게 건네준다. 휴대폰을 건네받고서 뭔가 싶어 확인을 해보니 여러 문구가 떠 있었다.


=
[메세지]
이미 올린 수치는 내릴 수 없습니다. 상대가 극한으로 감정과 민감함을 느꼈을 때에 이 기능들은 다시 정상화 됩니다.

[메세지]
링크를 해체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정상화 조건을 완료해주시기 바랍니다.

[메세지]
어플을 종료할 수 없습니다. 최소화는 가능하나, 종료하려고 해도 다시 창이 생기니 참고바랍니다. 정상화 조건을 완료시 종료가 가능합니다.
=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여러가지 수치. 눈에 띄는건 신체의 부분별 민감도, 그리고 거의 최대치로 당겨져 있는 호감도.


"이게 왜?"


"네가 실행한 어플이고, 네 휴대폰이니까 뭔가 알 거 아냐. 어떻게 해보라고."


"으응...?"


분명 앞에 있던 상황들이랑 지금 이 문구들을 합쳐서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인아를 좋아하는 거랑 인아한테 미움받기 싫다는 감정이 이 어플 때문이라는 건가?


"그런 건가?"


"뭔데. 알아냈어?"


"이 어플 때문에 내가 이러는 거라는 거 정도?"


"역시나인가. 연기는 아닌 것 같고...그럼, 알았으니까 해결할 수 있는 거지?"


"아니?"


"뭐?"


할 수 있을리가.


"나도 이 어플, 우연히 알게된 거라서..."


"뭐?! 아니, 애초에 이런 수상한 걸 왜 받냐고!"


"그게...받은 건 진짜 우연이지만, 한편으로는 인아한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의 희망을 걸고서..."


"뭐?"


갑자기 돌아온 분노에 찬 인아의 표정.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역시나.


"우, 으, 으윽..."


"아, 아아아아아?! 아, 아냐! 화낸 거 아니니까. 응? 그냥 의문형이었을 뿐이잖아. 그치?"


...화낸 게 아니었나? 정말? 인아가 직접 말하는 거니까 믿어도 되겠지?


"응...알겠어..."


나도 모르게 다시 울 뻔했지만, 인아의 말에 겨우 진정하고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하아. 네 그 감정들이 조작된 거라는 걸 지금 인지하고는 있는 거지?"


...인아는 당연한 걸 물어보는구나.


"그런데?"


"뭐가 그런데야...넌 지금 네 감정이 맞다고 생각해? 전에 그런 일들을 당하고서도?"


인아의 말에 내가 인아에게 당했던 괴롭힘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결국 지나간 일들. 중요한 건 현재라는 것이다. 알게 뭐야. 계속해서 내 호의가 부정당하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인아에게 호의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래서.


인아의 멱살을 잡고서 조금이나마 당겨 입을 맞췄다.


이른바, 키스라는 것이었다.


순간 인아의 움직임이 멈추고, 나 역시 인아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기에 눈을 감고서 천천히 감촉을 느끼기 시작했다. 부드러워서 녹아버릴 것만 같은 인아의 입술 감촉이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인아의 입술을 핥아버렸다. 그러자 인아는 그제서야 나를 밀어내더니 가쁜 호흡으로 나를 노려봤다.


"이, 이게 뭐, 뭐뭐뭐..."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실인 거잖아. 그러니까, 계속 부정하지마. 나, 화낼 거야?"


나름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인아를 노려봤지만, 별로 위협이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이걸로 인아가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니까.


"그럼 이걸로 용건은 끝. 약속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나도 이만 가볼게? 내일 또 봐."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에도 인아와 헤어진다는 사실이 약간 아쉬워서였을까. 문 앞에 서자마자 순간 돌아서서 인아에게 다가가 볼에 키스를 하고서 기분 좋은 느낌으로 도망치듯 교실을 나섰다. 떠나가면서도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내일도 인아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서 총총 뛰며 학교를 떠났다.


어쩌면 어플 덕분에 진정한 행복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소중한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것에 집중하고 싶으니까.


=

단편을 쓰다보니 뭔가 길어지게 되서 나누게 됐읍니다

다음으로 마무리될 것

요컨대 짧은 단편 분량조절 실패...

아무튼 백붕이들 좋은밤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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