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당신을 위한 악녀앱에서 작성

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19 12:50:25
조회 413 추천 23 댓글 3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그래."







나는 어릴 적부터 조신한 외모와 애교스러운 성격으로 부모님께 사랑을 받았다.


반면, 항상 무표정에다가 말을 거의 하지 않는 내 언니는 그닥 사랑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다가가 재잘재잘 떠들어대면, 이따금씩 보여주는 은은한 미소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나와 다른 그 어른스러움은, 동경을 품기에 충분했다.


이게 좋아하는거구나, 라고 생각했고 어렸던 나는 언니를 사랑한다는 의미를 몰랐다.


그럼에도 좋아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 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갑작스러움 죽음이었다.


내가 수험생일 무렵, 야자 시간에 들려온 부고 소식은 내 이성을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부모님은 사업의 거래처를 알아보러 가시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나는 장례식 내내 통곡했다.


그런 나와 다르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나에게 하던 언니의 말.


"나은아, 넌 꼭 내가 지켜줄게."


슬퍼하지 않는 언니가 미우면서도, 상냥한 그 말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하지만 그 후의 언니의 행동은 정반대가 되었다.


유산이 전부 언니에게로 돌아갔다는 소식에 나는 언니에게 대들었지만, 언니는 싸늘한 목소리로 내게 읆조렸다.


"넌 아직 돈을 맡을 능력이 없어."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언니는 하루종일 나가있다가 밤늦게 돌아왔고,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심지어는 가끔씩 기분이 나쁠 때면 집에서 나를 내쫓기도 했다.


"기분 안 좋으니까 아무데나 적당한데서 자고 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쥐어주던 지폐 몇 장이 너무나도 치욕스러워서, 아득바득 공부했다.


빨리 자립해서 내 스스로 돈을 벌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며 피나는 노력을 했고, 노력은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나는 내 성적에 맞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숙제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빌미로 나는 드디어 그 지옥같은 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언니는 마지막까지도 나에게 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투로 말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연락하지도 마."


나는 마지막인 김에 하고 싶던 말들을 다 쏟아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항상 조신한 척, 어른스러운 척은 다하더니, 속으로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진짜 비열하다. 한 때마나 동경했는데, 지금은 언니가 죽을 만큼 싫어. 무언갈 바라지도 않으니까, 방해나 하지마."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통쾌하게 문을 나섰다.


대학에 들어간 나는 꽤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고, 가계부를 쓰며 돈을 꼼꼼히 관리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서로에게 의지되어 주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술자리에서 언니와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고, 친구들은 입을 모아 언니를 함께 욕해주었다.


"뭔 그딴 년이 다 있어? 가족 맞아?"


"너가 워낙 우수하니까 질투한거야."


가끔씩 친척들이 나에게 언니의 안부를 물어오기도 했지만, 나는 모두 무시했다.


"혹시, 가은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니? 몇 달 전부터 소식이 끊겨서..."


"왜 그걸 나한테 물어요? 내가 언니한테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요?"


"나은아, 가은이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마. 걔는 다 너를 위해서..."


"여보, 조용히 해."


수화기 너머 고모의 옆에서 말리는 고모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모는 무슨 염치로 언니를 변호하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저는 다시는 언니 볼 생각 없어요. 언니 소식은 알고 싶지도 않고요. 끊어요."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대기업에 취직했다.


나는 성공한 내 모습을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나를 아무리 핍박했어도,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하지만 언니는 공부를 괴물같이 잘했기에,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몇 년만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언니는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언니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나를 붙잡았다.


"...나은아?"


나는 처음에 정말로 이 여자가 내가 알던 언니가 맞는지 의심이 갔다.


초췌해진 외모에 늘 반짝이던 눈동자는 사라지고 짙은 다크서클만이 남아있었다.


옷가짐을 보니 그닥 잘 살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에 통쾌함을 느끼며 입꼬리를 실룩였다.


"오랜만이네, 언니."


나는 언니를 카페에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


여기서 언니와의 관계를 완전히 끝맺을 심산이었다.


"유산은 다 챙겨가더니 꼴이 왜 이래?"


"..."


언니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항상 나를 보던 그 올곧은 눈빛으로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썩 기분이 좋지 않아, 눈을 피했다.


"할 말 있어?"


"...미안해."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와서? 다시는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더니, 내가 잘 살고 있으니까 마음이 바꿨어?"


"..."


변명 조차도 하지 않는 태도에 울컥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었던 소리를 했다.


"나는 언니가 너무 싫어. 어릴 때부터 음침해서 마음에 들지도 않았는데, 불쌍해서 말 걸어준거야. 알아?"


처음으로 언니의 표정에 동요가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마워 하기는 커녕 괴롭히다니, 진짜 쓰레기다."


긴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어릴 적의 복수를 위해 내가 해야 할 말을 했다.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날 생각하지마."


조용히 눈을 내리깔던 언니는, 이내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한 번 바라본 뒤, 조용히 카페를 나섰다.


나는 후련하면서도 찝찝한 마음으로, 자리에 남아 커피를 들이켰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나는 고모와 고모부와 함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고모와 고모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나를 살뜰히 챙겨주셨다.


두 분에게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언니를 만난 것을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조심히 이야기를 꺼냈다.


"몇 주 전에, 언니를 만났어요."


고모와 고모부는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래? 잘 살고 있더니?"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 네, 뭐..."


"그 얘가 빚 갚으려고 온갖 고생을 다했잖니... 우리한테 손 빌리라니까 기여코..."


나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빚이요?"


고모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고모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가은이가 아직도 말 안 해 주었니?"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내 서랍으로 달려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물쇠를 열자, 보이는 낡은 공책들.


그 사이에서 나는 하나를 꺼내들었다.


언니의 이름이 적혀있는 일기장.


몇 번이나 버릴까 하다가, 서랍에 박아둔 것.


나는 빛 바랜 일기장을 열었다.



*



동생은 빛나는 사람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져, 이런 나도 웃게 만든다.


동생의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는게 내 일상이었고, 행복이었다.


철이 들 무렵부터,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자각했다.


내가, 나은이를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이 마음을 절대로 전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동생이고, 나를 좋아해줄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 감정은 조용히 안에서 삭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저, 앞에서 울고 있는 내 동생이 안타까울 뿐.


그 모습을 보며, 꼭 지켜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모님 이름 앞으로 꽤나 많은 양의 빚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유산을 모두 내 이름으로 돌렸다.


그래야 동생에게 빚이 가지 않을테니까.


나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길거리로 나가 일을 시작했다.
꽤나 힘들었지만, 나은이를 생각하면 버틸만 했다.


빚에 대해서는 나은이에게는 비밀로 부쳐달라고 친척들에게 당부했다.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나는 나은이에게 일부러 못 되게 굴었다.


무서운 아저씨들이 찾아왔을 때 나은이를 보여주면 안되기에, 그 때마다 나은이를 집에서 내쫓을 구실이 필요했다.


나를 싫어하게 되어도 상관없다.


구속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렇기에, 훗날 나은이가 자립을 하게 된다면 더 이상은 만날 수 없을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이 빚을 갚고 나면,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좋아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언니로써 라도 남을 수 있길.



*



떨리는 손으로 몇 년만에 언니의 연락처에 손을 댔다.


무심히 울리는 연결음.


하지만 그 연결음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졌다.
요것도 창작에 다시 올려봄!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3

고정닉 10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8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2]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2857 14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886 44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5]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1279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937 4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6088 23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0]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603 29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0657 69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39783 27
1432933 일반 마후유는 왤캐 강간범처럼 나오는게 많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8 22 0
1432932 🖼️짤 아사리리 레섹짤 나옴ㄷㄷㄷㄷㄷㄷ [1] 이토시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 58 1
1432931 일반 니지동 슈퍼스타 걸밴 해파리 안봤는데 뭐부터 ㄱㄱ함? [3] 웃치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 39 0
1432930 일반 ㄱㅇㅂ)자전거 진짜 오랜만에 타봤는데 재미있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8 44 0
1432929 💡창작 포스트아포칼립스 백합 보고싶다 세자키아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5 50 2
1432928 일반 안욱이에겐 형식적으로 말하준것 포션중독용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56 70 1
1432927 💡창작 백합 그림 세자키아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2 64 2
1432926 일반 성우라디오 비슷한 작품 찾을라면 뭐라 검색해야함? [1] ㅇㅇ(211.243) 06:34 51 0
1432925 일반 야 빽백붕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2 33 0
1432924 일반 코믹스 나온 백합물 추천좀 [3] 히트샷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47 59 0
1432923 일반 에뚜왈 왜 백합주 떡락하니까 레이싱퀄 좋아지냐 ㅋㅋ [1] ㅇㅇ(61.77) 05:18 139 0
1432922 📝번역 스윙!! 25화 시라카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9 153 14
1432921 일반 이거 어케보는거임? [3] 차돌쨈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8 99 0
1432920 일반 무츠미 라이브도중에 덮치면 안되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44 57 0
1432919 🖼️짤 삼칠이는 스페이스 엘리시아가 맞음 [1] 고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4 85 0
1432918 일반 근데 내가 혐관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9] 퀸지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131 0
1432917 일반 자궁키스 [1] dapa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1 310 12
1432916 일반 rwby는 백합 애매해? [7] SM0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132 0
1432915 일반 쓰레기 백붕이 밤해파리 보고왔어!!!! [5] 퀸지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132 2
1432913 일반 피폐물 추천좀 [1] ㅇㅇ(39.115) 04:03 87 0
1432912 일반 뱅드림 마이고 밴드스토리 안봤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9 95 0
1432911 일반 마이고 2차창작은 아베뮤가 나와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6 32 0
1432910 일반 본인 백붕력 ㅁㅌㅊ? [8] 미타카아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5 88 0
1432909 일반 토모아논보단 아논소요가 맛잇긴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3 39 0
1432908 일반 요루 너 재능있어 [1] Chi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9 113 0
1432907 일반 지금부터 이 갤은 아논소요가 지배한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7 60 0
1432906 일반 스포) 밤해파리 5화 보는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9 132 2
1432905 일반 지금의 백갤이라면 한입거리조차 안되는구나 [5]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5 156 0
1432904 일반 아 종트 복습을 안했었네ㅋㅋㅋ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57 0
1432903 일반 와 이건 ㄹㅇ첨보는건데 [3] 삐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185 0
1432902 일반 해파리 5화 드리프트 레전드네 [3] ㅇㅇ(220.79) 03:22 111 0
1432901 일반 다들 잘자 [16]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127 0
1432900 일반 ㄹㅇ환생엔딩이 맛도리야 개같이보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76 0
1432899 일반 실시간으로 중계로 해파리본애들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6 137 1
1432898 일반 요루 치료하는 카노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2 288 12
1432897 일반 걸판 다시 보는중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2 51 0
1432896 일반 근데 밤해파리 원래 찐백홍보햇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181 1
1432895 일반 월다스 스토리 재밋엇는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3 35 0
1432894 일반 저번 분기 중에 볼거 있음? [7] ㄷㅍ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2 113 0
1432893 일반 요루키위단이엿는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0 47 0
1432892 일반 카트리나<<<<얘는 그냥 코코나를 사랑함 [7] 아이패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9 67 0
1432891 일반 잘자곰 [9] 출근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8 5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