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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Caitlyn and Vi: Determination 20~21

별쏘시개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07 2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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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 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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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0. 전쟁학회(1)


 바이가 필트오버 메인 병원의 넓은 양쪽 문을 거의 날려버릴 기세로 밀치고 뛰어들었다. 병원은 거대했고, 시내 변두리 쪽의 블록 하나를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바이가 광활한 로비를 둘러보았다. 안은 새하얗게 꾸며져 있었고 잡지와 푹신한 의자, 그리고 소파가 놓여있었다. 바이는 경찰을 인터뷰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은행에 잡혀있던 인질 대부분이 이곳에 와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 바이는 안내 데스크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그녀는 주위의 시선과 속삭임들을 무시했다.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이 순간 케이틀린만이 바이의 전부였다.


 그녀가 안내 데스크에 도착해서 작은 은색 종을 울렸다. 바이가 잠시 기다리자 젊은 여성이 데스크 뒤 공간에서 모퉁이를 돌아 나타났다. 그녀는 가슴에 차트를 끌어안고 피곤한 듯 구부정하게 서있었다. 바이는 놀라지 않았다. 이 병원은 오늘 아주 바쁜 아침을 보낸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젊은 여성이 자신의 금발을 쓸어 올리며 단조롭게 말했다. 그녀가 바이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여자는 깜짝 놀라 허리를 펴고 뒷걸음질치며 긴급 호출 알람을 누르려했다. 


 바이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웃어버렸다. 그녀의 보호구들은 너덜너덜했고 징크스가 일으킨 폭발에 그을려있었다. 바이는 자신의 얼굴도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의 건틀릿은 등 뒤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지만,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바이가 카운터에 비스듬히 기대며 말했다.


 여자가 여전히 조금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끄덕였다. 그리고 바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경외심이 섞여있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내 파트너가 조금 전 여기 입원했어. 케이틀린 히스로. 맞지?” 바이가 물었다. “난 당장 그녀를 보고 싶고, 안 된다고 해도 듣지 않을 거야.” 솔직히, 바이는 이 간호사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를 배려해줄 만한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보안관님이요?” 젊은 여성이 되물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찾아볼게요.” 여자가 서류철이 있는 데스크 오른편으로 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바이를 쳐다봤다.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네요. 전 소환사 리그의 열혈 팬이고, 당신과 케이틀린은 제가 제일 아끼는 영웅이에요.” 그녀가 멋쩍게 미소를 보였다.


 바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여자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고마워. 우리에게 팬이 있다니 기쁘네." 여자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서류철이 가득 꽂힌 캐비닛이 줄지어 서있는 카운터 뒤의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바이가 싱긋 웃었다. 그녀와 케이틀린은 오랫동안 리그에 나가지 않았다. 시즌은 끝났고, 둘은 두 달 전 필트오버로 돌아왔었다. 시즌이 곧 다시 재개되려 하고 있었지만 케이틀린은 도시가 더 안정되기 전까지는 리그에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바이는 징크스가 잡힌 지금, 그들이 다시 출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에 대한 생각이 그녀 안에 들불처럼 번졌다. 병원으로 미친 듯이 운전하면서, 바이는 그녀가 정말로 징크스를 잡았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온갖 감정이 바이의 등줄기를 스쳤다. 자부심, 기쁨, 안도, 심지어 후회까지도. 바이는 그 감정들을 잠시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바이는 체중이 실린 다리를 바꾸며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망할 다리.


 그녀가 금속을 덧대지 않은 다리 뒤쪽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옷이 피에 흠뻑 젖어있었다. 하!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간호사?” 바이가 불렀다. 여자가 일을 보다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붕대 좀 얻을 수 있을까?” 그녀가 머리를 옆으로 기울였다가 황급히 끄덕였다.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러 서랍으로 가 하얀 붕대를 꺼냈다. 서둘러 붕대를 건넨 그녀가 자신의 일로 돌아갔다. 바이가 눈썹을 들어올렸다. 참 멋진 팬이군.


 바이가 비어있는 소파에 앉으려 몸을 돌렸다. 비로소 그녀가 자신의 다친 다리에 신경을 쏟자, 잊고 있었던 만큼의 고통이 한번에 밀려드는 것 같았다. 바이가 이를 악물고 간신히 소파로 걸어갔다. 그녀는 털썩 주저앉아 건틀릿을 내려놨다. 건틀릿이 부드러운 쿠션에 깊게 파묻혔다. 그리고 그녀는 왼쪽 다리를 곧게 펴고 정강이 보호대의 버클을 풀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녀는 몸에 딱 붙는 바지만 남기고 금속 보호대와 그 밑의 가죽을 벗었다. 그녀가 보호구를 건틀릿 옆으로 던지고 천천히 타이츠를 말아올려 종아리를 드러냈다.


 다리의 상태는 바이의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총알은 종아리의 살 부분을 깔끔하고 빠르게 뚫고 지나갔다. 학회의 약이 고칠 수 없는 상처는 없었다. 그러나 상처 입은 부위는 말라붙은 피로 뒤덮여 있었고, 바이는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가 붕대를 잡아 짧게 뜯어냈다. 뜯어낸 천조각에 침을 뱉은 그녀가 상처를 꼼꼼히 닦아냈다. 침 때문에 상처가 찌르는 것처럼 따갑고 쑤셨지만, 바이는 고통을 견뎌냈다. 말라붙은 피를 닦아내자 상처에서 더 많은 피가 스며 나와 흘러내리려 했다. 바이가 재빨리 붕대를 집어 총상을 입은 자리에 바짝 대고 몇 번 둘둘 감았다. 몇 피트 길이의 붕대가 종아리를 감쌌고, 바이가 붕대를 끊어 고통스러울 정도로 꽉 묶었다. 종아리에 다시 한번 지독한 통증이 달렸다. 하지만 바이는 그것이 결국엔 가라앉으리라 생각했다. 바이가 자신의 가죽과 보호구를 다시 착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건틀릿으로 손을 뻗었을 때, 그녀는 그들을 보았다.


 케이틀린의 부모가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바이가 붕대를 묶느라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바이와 그녀의 건틀릿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곧장 데스크로 향했다. 그리고 바이는 소파에 앉아 히스로 부인이 말다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아가씨 잘 들어, 난 내 딸의 상태를 보고 싶어, 지금 당장!” 바이는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떨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아까 그 허둥지둥하던 간호사가 분명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히스로 부인, 저희는 지금 아침에 밀어닥친 사람들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가능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넌 지금 당장 알아내야 해! 나와 내 남편은 이 병원에 매달 기부를 해왔어. 우리는 이 병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고, 원한다면 너처럼 하찮은 간호사를 감봉시키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


 바이의 눈이 확 불타올랐다. 그녀는 빌어먹을 다리의 고통조차 잊고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자신을 보고 뭔가 말하려 시도하는 경관들을 밀치며 빠르게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 그녀는 케이틀린의 부모들 바로 뒤에 서있었고, 아까 그 간호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바이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그 간호사는 생활비를 대기 위해 이 직업이 필요해 보였다.


 바이는 끼어들기로 결심했다. “실례합니다, 어…”


 앞의 세 명이 바이의 목소리를 듣고 쳐다봤고, 간호사는 바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 클라크에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클라크 씨. 이분들과 내가 사적인 얘기를 나눠야 되거든? 잠시 비켜줄래?” 바이가 그녀에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간호사는 바이의 눈에는 그 따뜻한 미소의 흔적조차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끄덕이고 뒤로 물러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이가 케이틀린의 부모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비는 고요했고, 경관들도 환자들도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는 솟구치는 분노에 시야가 좁아진 상태였다. 그녀는 완전히 자제심을 잃었다.


 침착하게, 히스로 부인이 그녀의 눈에 경계심을 담았다. 그녀의 남편은 그의 나이 들고 냉담한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아, 집행자, 너도 역시 내 딸을 보기 위해 여기 있을 줄 알았어.” 히스로 부인이 뱀처럼 쉭쉭거렸다.


 바이가 고개를 조금 까딱였다.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그녀는 내 파트너고, 가까운 친구입니다. 전 케이틀린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만약 내가 다쳤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바이가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합리적인 말에 속으로 조금 놀랐다. 케이틀린과 어울려 다닌 것이 조금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우리 애가 그랬을 걸 나도 잘 알지. 내 사랑스러운 딸은 언제나 저 길바닥의 부랑아들과 노숙자들을 가엾게 여기곤 했으니까 말이야.” 사람들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바이는 당황했다. 히스로 부인의 군중을 휙 훑어보는 듯한 시선으로 판단하건대, 그녀는 그들이 카메라에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바이는 여자의 눈에 담긴 분노와 불안을 보았다. 그녀는 깨달았다.


“히스로 선생님, 그리고 부인, 전 범죄자를 체포하느라 케이틀린이 총에 맞았다는 걸 정말 몰랐습니다. 만약 제가 알았다면, 무조건 그녀의 곁에 있었을 겁니다. 전 그녀가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고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당신들을 괴롭고 슬프게 만들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간호사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괜히 목에 핏대를 세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케이틀린은 현재 안정된 상태라고 경위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제발,” 바이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아주십시오. 전 당신들만큼이나 케이틀린이 보고 싶습니다.” 바이는 이 두 사람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자기 자신을 쥐어짰다…바이가 그들에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만약 그녀가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한다면, 그녀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것이었다. 그녀는 어쨌든 전설적인 집행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케이틀린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만약 지금 자신 때문에 케이틀린이 세간의 좋지 못한 관심을 받게 된다면, 그녀는 혀를 깨물고 죽을 생각이었다. 


 히스로 부인은 입을 닫았고, 잠시 동안 일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바이에겐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집행자, 당신은 지금 우리를 비난한다는 잘못을 저지른 걸 모르는 것 같군?” 히스로 부인이 목소리를 높였고, 바이는 단어 뒤의 폭력을 느꼈다. 사람의 주의를 끄는 깊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솔직히, 난 왜 내 딸이 너 같은 것과 어울려 다니는지 모르겠네. 넌 네 주변의 놈들처럼 고집 세고, 과격하며, 이기적이야. 네가 상실과 사랑에 대해 뭘 알겠어. 난 네가 우리 딸을 보도록 허락하지 않을 거고, 넌 알게 되겠지. 네가 말하는 ‘일’이라는 게,” 그녀가 경멸하는 어조로 내뱉었다. “정말 말도 안 된다는 걸. 이제 어디 다른 데서 또 다른 재앙이나 일으켜 보는 게 어때?”


 바이의 안에서 무언가 뚝 부러졌다.


“잘 들어, 개자식들아. 난 네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듣지 않을 거고, 아무도 내가 내 파트너를 만나러 가는 걸 막을 수 없어. 난 네놈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좆도 신경 안 써. 내 과거와 문제들에 대한 네 빌어먹을 동정 따위 필요 없어. 내가 5살 때 우리 부모님이 살해당했다는 그런 눈물 나는 스토리를 원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길바닥에서 처절하게 살아왔는지 궁금해? 내가 어떻게 도둑질을 하고, 소매치기를 하며, 쓰레기통을 뒤졌는지? 아니, 난 네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 안 해. 네가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아. 네가 원하는 건 그저 내가 그런 곳에서 자랐다는 사실 그 자체겠지. 내가 겨울에 어떻게 굶주렸는지, 어떻게 하수구의 들쥐들을 잡아먹으면서 목숨을 연명했는지 궁금하지 않겠지. 아니, 난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아. 내가 갱단에 들어갔었다는 게 사실이냐고? 난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내 나이 9살 때 갱단에 들어갔다고. 그건 쥐를 잡아먹는 것 보다는 더럽게 살만한 삶이었지. 난 내 인생에 걸쳐 계속해서 싸워왔어. 그리고 내가 평생을 위험과 죽음 속에 살다가, 어느 날 길바닥에서 뒈져버릴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하지만 당신의 딸이 내게로 왔어. 그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날 바꿔나갔고, 난 지금 그걸 확실히 느낄 수 있어. 빌어먹을, 네 말이 맞았어! 난 그녀의 파트너로 어울리지 않아. 한 번도 그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 그녀에게 몇 번이고 말했어. 난 너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럴 때 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지 “그렇지 않아.”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난 그녀가 왜 나에게 그런 심한 거짓말을 하는 건지 궁금했어. 하지만 그거 알아? 난 그녀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그녀는 누가 뭐라고 하든 정말로 나를 믿었어. 어디 한번 내가 내 파트너를 만나지 못하게 막아보시지. 날 멈출 수 없을 테니까. 넌 내가 상실과 사랑에 대해 모른다고 했지? 난 케이틀린을 죽도록 사랑해. 그리고 지금, 그만큼 고통스러워. 알아둬.” 바이가 큰 소리로 으르렁거렸고, 말이 끝날 무렵엔 그들의 얼굴에 거의 침을 뱉을 기세였다.


 그들이 있는 공간은 쥐죽은듯 조용했다. 오직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와, 녹화 장치가 작동하면서 내는 빨간 빛의 점멸만이, 병원 안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너무나 완벽한 정적에 바이는 피가 자신의 몸 속을 흐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헐떡이는 숨소리는 마치 엄청난 바람이 부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마치 바닥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때 커다랗게 목소리가 울렸다.


“어, 바이 씨…” 간호사 클라크가 불렀다. 모두의 충격 어린 시선을 받자 그녀의 얼굴이 곧바로 빨개졌다. “그리고…그리고, 어…히스로 선생님, 부인…” 간호사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케이틀린 히스로 환자는 전쟁학회의 소환사가 5분 전에 데려갔습니다. 환자분도 전쟁학회에서 치료받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고마워, 클라크.” 바이가 대답했다. 학회라고? 바이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곧장 돌아서서 자신의 건틀릿을 챙기고 병원의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과 태도는 가슴 속에 소용돌이치는, 마치 바람이 울부짖고 있는 것과 같은 감정의 폭풍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든 눈동자와 카메라 렌즈가 그녀가 나가는 모습 뒤로 따라붙었다. 몰려있던 사람들이 바다가 갈라지듯 그녀에게 길을 내주었다. 유리로 된 양쪽 문을 밀고 나서면서, 그녀의 심장이 와락 죄어들었다. 그녀는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챕터 21. 전쟁학회(2)


어떻게 보면, 필트오버에 있는 전쟁학회 대사관의 매끄러운 하얀 벽은 바이에게 발로란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하얀 벽의 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당연히 크기는 훨씬 작았지만. 바이는 케이틀린의 순찰차에 앉아 멍하니 눈 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바이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리그에 참가했을 때부터 이 건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바이는 가죽 의자에 뿌리박힌 듯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잔뜩 엉켜있었다. 대사관의 길가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었다. 바이는 도저히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네가 비밀을 말해버렸어! 듣기 싫은 속삭임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쉭쉭거렸다. 네가 그녀의 믿음을 배신했다고! 바이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주먹 쥔 손이 그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녀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케이틀린과 그녀의 관계는 지금 막 시작된 참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바이는 밀려드는 공포 때문에 순찰차 안의 조용한 라디오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은 연설이 모든 뉴스 방송을 통해 방송되었으리라는 걸 확신했다. 케이틀린이 널 원망할거야. 바이가 눈에 맺힌 눈물을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케이틀린은 다쳤고, 바이가 자신을 보러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을 터였다. 바이는 어찌되었든 학회로 가야했으며, 그녀는 필트오버를 잠시 떠나있을 필요가 있었다. 바이는 학회에서 여러번 머물렀었다. 하지만 그녀는 케이틀린과 다른 많은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계속되는 경기에서 떠나 긴 휴식기를 갖고 있었다. 학회는 아주 활기가 넘쳤고 경기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 쉬거나, 그 기간동안 자신이 속한 도시나 나라의 의무를 다하러 가는 것을 선택했다. 바이는 학회가 늘 지나치게 딱딱하고 긴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양 쪽에는 아주 작은 경사의 계단이 나있었다.


 바이가 문을 열고 자신의 건틀릿을 집어 들었다. 확고한 발걸음으로 그녀는 보도를 건너고, 인도 사이를 지나, 학회 대사관의 하얀 대리석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2층 높이에 달하는 하얀 기둥 사이로 뻗어있었다. 문 앞에는 깨끗한 하얀색으로 반짝이는 갑옷을 입은 두명의 문지기가 어깨에 긴 창을 걸치고 서있었다. 의장용 창처럼 보였지만, 날카로웠다. 바이가 다가가자 두 문지기가 투구를 쓴 채 그녀를 잠시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여 들어가라는 몸짓을 취했다. 전쟁학회는 그들의 챔피언을 알아보았다. 바이가 금속 문을 밀어 열었다. 그녀는 여러 번 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눈부시게 밝은 내부에 익숙했다. 하얗게 타일이 깔린 바닥, 소파, 의자, 그리고 빛이 로비를 비추고 있었다. 그다지 넓은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직 두어개의 소파와 의자만 놓여있었다. 저 멀리 책상과 보라색 로브를 입은 소환사가 보였다. 빠른 발걸음으로 바이가 로비를 가로질렀다. 소환사는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부딪치는 금속 부츠의 소리를 들었다. 책상에 있는 소환사는 젊은 남자였고, 바이가 자신의 앞에 서자 가볍게 인사했다.


“아, 집행자님! 대사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영웅이시여,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금발의 남자가 물었다.


“난 전쟁학회로 가고 싶어. 지금 당장.” 바이의 단호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이 소환사들은 과하게 문학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당신께서 그 경이로운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하시는 마음,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부디 묻건대, 하얀 벽의 도시로 가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희 위대한 학회는 아직 대규모 수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소환사를 한 대 후려치는 게 큰 문제가 될까? “나도 알아.” 바이가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학회로의 전송 요구는 내 영웅으로서의 권리이기도 해. 네 전에 이 자리에 있던 소환사를 내가 어떻게 대했는지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눈에 띄게 침을 삼켰다. “예, 에…알겠습니다. 운좋게도 저희는 준비된 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남자가 서둘러 데스크 옆의 문을 열고 나와 오른편의 복도로 향했다. 바이가 뒤를 따랐다. 그는 몇 개의 홀과 방을 지나 닫힌 문 앞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걸어가면서, 바이는 방 안에 있거나 복도를 걷는 소환사를 몇 명 더 발견했다. 그리고 문 바깥에는 같은 보라색의 로브로 몸을 감싼 지위가 높아보이는 소환사가 있었다.


“아타린, 이동 텔레포트를 준비해주십시오.“ 책상 앞에 서있던 소환사가 말했다. 침묵하던 소환사가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흔들림 없는 손놀림으로, 깊고 푸르게 빛나는 룬문자가 가운데에 새겨진 문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문이 열리면서 난 마찰음과 함께 두 명의 소환사와 바이가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방이었다. 두 피트 정도의 타일과 커다란 소환진이 그려져 있었다. 원 안에는 방 뒷부분을 덮는 10 피트 정도의 넓이를 가진 돌로 된 조각들이 서있었다. 천장은 바닥에 새겨진 것과 같은 룬 문자로 장식되어 있었다. 바이는 어떻게 해야할 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돌로 된 조각들 사이에 섰다. 두 소환사가 각각 옆으로 퍼져 서로 원의 반대쪽 끄트머리에 섰다. 일제히 그들이 영창을 시작했다. 평범한 언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깊고 울리는 주문이었다. 바이가 고개를 숙이자 돌에 새겨진 룬문자에 덩굴처럼 보라색 마법이 스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빛이 공중을 가르고 날아와 그녀의 몸을 둥글게 감쌌고, 이내 빠르게 주위를 맴돌았다. 바이가 눈을 감았다. 눈 앞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녀는 자신의 배가 당겨지고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중력이 사라졌고, 빛이 눈부시게 뿜어져나왔다. 바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거대한 전송장치가 가득한 방이 눈 앞에 보였다. 하얀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이 로브를 입은 소환사들과 뒤섞여 걸어다녔다. 둥글고 광활한 공간의 가장자리에 7개의 전송장치가 배치되어있었다. 원을 이루고 있는 기둥들이 천장을 떠받치고 서있었고, 그 안의 넓은 공간에서는 근위병들과 소환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둥 바깥에는 그들의 위대한 도시들로 이어주는 전송장치에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가 있었다. 전송장치와 기둥 사이에는 방 전체를 잇는 복도가 놓여 있었다. 바이는 만약 그녀가 이 길을 따라간다면, 길이 그녀를 학회의 다른 곳으로 안내할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재빨리 전송장치에서 나와 대리석이 깔린 바닥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여기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졌지만, 바이가 출구를 향해 약간 경사져있는 바닥을 걸어갈 동안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녀가 다른 전송장치 앞을 걸어갈 때였다. 그 전송장치는 황폐한 도시 자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운의 가장 좋은 곳조차도 필트오버의 뒷골목에서의 삶보다 끔찍할 터였다. 바이가 그곳으로 통하는 입구를 쏘아보았다. 모든 도시와 국가들은 전송장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거대한 방 한가운데에 전송장치가 하나 더 있었다. 바이가 훑어보며 기둥 사이로 언뜻 보이는 그 특별한 전송장치를 발견했다. 바이는 그것이 다른 전송장치들보다 훨씬 힘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도시 국가 소속이 아닌 영웅들을 데려오는 것에 쓰이는 장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사용처가 있었다. 바이는 공허의 생물인 벨코즈가 전쟁학회에 소환되었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경기를 끝내고 근처를 지나가고 있을 때, 그 생물이 소환되었다. 그러나 그 괴물은 깨어나 자신을 얽매던 모든 통제와 구속을 파괴했다. 바이는 덤벼들었고, 벨코즈를 쓰러뜨렸다. 괴생물체의 마법의 불길이 그녀의 어깨에 덧댄 보호구를 녹여버렸었다. 바이는 생각을 흔들어 털어냈다. 벨코즈는 이 일 때문에 여전히 그녀를 싫어했고, 그들이 몇 번 소환사의 협곡에서 마주칠 때 마다 그녀에게 그 사실을 상기시켰다.


 생각에 잠긴 채, 바이는 그녀가 소환사의 협곡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거짓된 명분을 위해 싸우거나 죽는 것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자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바이는 오직 케이틀린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필트오버에서의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그의 영웅이 되었다. 리그의 심판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녀는 그 보상을 즐겼다. 하지만 그녀는 어떠한 불쾌감 속에서 이곳이 오랫동안 머무를 곳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이곳엔 거드름 피우는 소환사들이 너무 많았다.


 바이가 출구에 도달해 밖으로 걸어나가려 할 때였다. 천장에서, 그리고 그녀 뒤의 전송장치에서 보라색 빛이 폭포처럼 쏟아져나왔다. 거대한 방에 있던 수십명의 소환사들과 근위병들이 깜짝 놀랐다. 바이가 뒤돌아섰지만, 호기심에 찬 수많은 사람들이 기둥 사이를 보려는 그녀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누군가가 중앙에 있는 전송장치로 텔레포트했다. 바이는 약간 놀랐다. 다른 영웅들은 보통 학회에 오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영웅들은 시즌 오프 때도 학회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즌은 몇 주 뒤에나 시작될 터였다. 그녀 주위의 소환사들과 근위병들에게서 숨막히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명백히 그들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너머로 바이는 전송장치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마법의 보라색 빛이 그 속도를 높이는 것을 보았다. 쉬익 소리와 함께 마법이 바깥으로 터져나왔고, 공기에 닿자 그것은 즉시 사라졌다. 몇 초간의 기다림. 다급한 고성과 칼이 칼집에서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이는 소환사들을 어깨로 밀치고 승강기에 올라 타려 안간힘을 썼다. 


전송장치 안에 서있는 망토를 두른 사람을 본 바이가 꽤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소환사를 지나쳐 달려갔다. 근위병들이 경계하며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바이는 마침내 소환사들이 몰려 서있는 끄트머리에 도착해, 전송장치로 다가가기 위해 그들 사이를 거칠게 비집고 들어갔다. 그녀는 뒤에서 투덜대는 소환사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움찔했다. 바이가 히죽 웃고는 가까워진 장치로 시선을 돌렸다.


 망토를 두른 사람의 그림자가 검게 서있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단단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바이는 독특한 검의 손잡이가 망토 위로 비죽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이가 주저하며 어두운 망토의 후드 너머를 보려고 애썼다. 그녀는 칼 손잡이를 보고 깨달았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일인가? 후드를 눌러쓴 시선이 그녀에게 가닿았고, 바이는 그림자 속의 얇은 입술이 싱긋 웃는 것을 보았다.


 바이가 크게 웃었다. “이게 얼마만이야, 리븐! 정말 리븐 맞아?” 바이가 손을 들어올려 환영하는 몸짓을 취해보였다. 


 확실한 여성의 목소리가 목 깊숙한 곳에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망토를 뒤집어 쓴 사람이 팔을 들어올려 두껍고 검은 천을 잡아당겨 후드를 벗었다. 밝은 은빛의 머리카락과 씩씩한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특히 단단한 턱선과 광대뼈가 그녀의 얼굴에 조각처럼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깊은 진홍색의 눈은 언제나 계산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철저한 군인이었다.


 하지만 친구를 알아봄과 동시에 붉은 눈동자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유명하신 집행자님이네! 너 대체 여기서 뭐해!?” 그녀가 재빨리 장치에서 내려와, 길을 지나가기 위해 근위병들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들은 리그의 영웅을 알아보고 물러섰다. 바이가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그녀는 깊은 흉터로 가득한 추방자의 팔을 애써 못본 척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리븐. 그리고 나도 너에게 같은 걸 물어봐야겠는걸! 시즌은 몇 주 뒤에나 시작할텐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온거야? 지난 몇 달동안 아이오니아에 있던 거 아니었어?”


 리븐이 끄덕이며 앞을 가리켰다. 두 여자는 전송장치가 가득한 방에서 나가는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흩어졌다. 방 안이 좀 더 평화롭고 안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이오니아에 있긴 했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거든…” 리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바이는 이해했다. 그녀는 리븐을 학회 내에 있는 술집에서 만났었다. 그 바에서 리븐은 술로 자신의 슬픔을 지우려고 애쓰고 있었으며, 계속되는 불면증에 고통받고 있었다. 악몽과 두려움으로 가득찬 어두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리븐은 공포를 떨쳐버렸다. 둘은 정말 죽이 잘맞았다. 그리고 둘 다 서로가 굉장히 마음이 잘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이는 또한 지금껏 그녀보다 나은 스파링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바이는 리븐이 여전히 그녀의 과거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녹서스와 아이오니아의 전쟁은 참혹한 것이었다. 전쟁 중 그녀는 자신의 충성심이 진정으로 향해야 할 곳을 몰라 갈팡질팡했으며 혼란스러워 했다. 아이오니아로 간 것은 바이가 제안하고 리븐이 받아들인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녀가 아이오니아 영웅들과 함께 아이오니아 전송장치로 가는 것이 바이가 본 리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네 고통을 끝내기를 원하는 마음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 바이가 말했다. “지난번 너와 같이 걷고 있던 여자는 누구였어? 난 네게 물어볼 기회가 없었어.”


 리븐은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녀는 어…아이오니아의 근위대장 이렐리아야. 그녀는, 음…흥미로운 여성이지. 그녀가 날 한적한 아이오니아 교외로 안내했어. 아이오니아 사람들은 날 별로 믿지 않거든…” 리븐이 기둥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쳐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바이가 씩 웃었다. “아주 매력적이던데.”


 리븐이 끄덕였다. “맞아, 그녀는…잠깐, 바이! 야, 너 진짜 이럴래?” 리븐이 분홍 머리의 집행자를 옆으로 밀쳤다. 바이가 크게 웃었다.


“이봐, 난 그냥 말한 거라고…” 바이가 리븐에게 눈썹을 치켜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리븐의 얼굴은 더 이상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바이가 투덜거렸다. “너희 망할 군인들은 정말 재미없다니까.”


 리븐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바이, 넌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난 네가 징크스를 쫓고 네 보안관을 못살게 굴면서 필트오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바이가 뒤통수를 긁으며 웃었다. “네가 아직 못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오늘 아침, 난 은행을 습격한 징크스를 체포했어. 지금쯤 유치장에 있을 걸.”


“넌 날 놀리고 있어!” 리븐이 소리쳤다.


“아니야! 난 결국 그녀를 잡았어. 그녀는 내 종아리를 상처입혔지만,” 바이가 자신의 다리를 가리켰다. “하지만 난 건물 옥상에서 그녀를 체포했지.” 바이가 그 순간을 떠올렸다. 징크스의 눈동자에 담긴 고통스러운 표정을. 바이는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오직 혼란과 설명할 수 없는 슬픔만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리븐이 물었다.


“뭐?” 바이가 자신이 바닥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올렸다.


 리븐이 바이를 날카롭게 눈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바이는 마주 쏘아보았다. 그녀가 리븐의 눈을 마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망할 빨간 눈.


“난 그녀를 잡은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어. 난 거의 어린 아이에 가까운 소녀가 고통에 울부짖는 걸 봤어. 난 범죄자가 아니라 세상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진, 겁먹은 십대 소녀를 보았어.” 바이가 조용히 말했다. “케이틀린은 총에 맞았고, 난 이성을 잃었어. 징크스를 흠씬 두들겨 팼지. 난 만족스럽지 않고, 그 이유를 모르겠어! 난 분명히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바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리븐이 생각에 잠긴 채로 말했다. “내 생각엔, 그걸 알기 위해서는 징크스와 마주보고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 난 내 안의 두려움과 맞서기 위해 쿠르 계곡으로 돌아가야 했었지. 네가 너 자신을 위해 징크스를 만나리라 믿어. 그리고 케이틀린이 무사하길 바래. 네게 그녀가 얼마나 특별한 지 알거든.”


 바이가 끄덕였지만, 리븐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난 케이틀린을 만나러 의무실로 갈건데, 같이 가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리븐이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넌 군인들이 짜증난다고 했지? 경찰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미안하지만 바이, 난 내 방으로 돌아가서 이 짜증나는 소환사들과 함께 몇 가지 일을 처리해야 해. 나중에 술이나 한 잔 어때?”


“그러지. 아마 이번엔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거야.”


“웃기시네.” 리븐이 싱긋 웃고는 왼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긴 망할 복도에 막 들어선 참이었다. 바이가 잠시 동안 떠나는 리븐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망토로 가리고 있었지만 바이는 그 너머의 잘 짜인 근육과 다듬어진 몸을 볼 수 있었다. 바이는 리븐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어느 술 취한 밤 그녀와 몸을 섞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컵케이크를 향한 불길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 생각과 함께 그녀는 의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협곡의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드넓은 복도는 길이가 최소 1마일은 되어 보였고, 넓이는 100야드 정도로 보였다. 이곳은 전쟁학회의 힘과 기술이 집약된 곳이었다. 아치 모양의 천장은 100피트 높이로 솟아있었고 학회 곳곳으로 통하는 거대한 문들이 복도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리븐은 전송장치가 있는 방 근처의 통과소 문으로 갔다. 홀의 반대편 끝은 소환사의 협곡과 뒤틀린 숲, 칼라만다에 있는 수정의 상처로 통하고 있었다. 협곡과 전송 방 사이엔 거주지와 연무장, 정원, 식당 등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기본적인 모든 것들이 위치해 있었다. 바이가 인상을 썼다. 의무실은 소환사의 협곡 옆에 있었다.


 의무실은 더럽게 먼 복도의 끝에 위치해 있었다. 


 바이가 힘겹게 절뚝거리며 복도 끝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다리의 상처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의무실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대한 아치형 문은 이제 바로 앞에 있었다. 바이가 문을 지나쳐 걸어갔다. 의무실 양 옆에는 침대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책상에 앉아있던 소환사가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바이는 오직 배에 붕대를 감고 있는 밤색 머리칼의 보안관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곁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바이가 줄지은 침대 사이를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고, 등 뒤의 건틀릿이 마구 흔들리며 그녀의 등을 때렸다. 세 명의 사람이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바이는 어렴풋이 키가 큰 여자 소환사와, 독특한 뿔과 휘어진 염소 다리를 가진 별의 아이 소라카가 있다는 걸 인식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아주 잠깐 쳐다봤을 뿐이었다.


 케이틀린은 타이트한 스포츠 브래지어와 바지를 입은 채, 등을 바로 하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고 몸은 조금 창백했지만, 눈동자는 맑게 빛났다. “바이! 왔구나!” 케이틀린이 기뻐 소리쳤다. 하지만 바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행자는 등 뒤로 손을 뻗어 건틀릿을 풀었다. 쿵 소리를 내며 건틀릿이 나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이?” 케이틀린이 건틀릿을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바이는 그녀의 케이틀린을 깊은 안도 속에 내려다보았다. 바이가 케이틀린의 무릎에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케이틀린의 어깨를 붙잡아 그녀의 살아있는 몸의 감각을 느끼는 데에 열중했다. 그녀가 떨리는 한쪽 손을 들어 케이틀린의 귓가에 가져갔다.


“바이!” 케이틀린이 재빨리 옆에 서있는 두사람을 훔쳐보며 속삭였다.


 케이틀린은 바이의 입술이 자신의 것과 맞닿아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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