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칭대명사 개념 정리하다가 주화입마 오거든? 왜냐면

일단 대명사는 문장 내에서 한정성이 부여된 명사를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품사이므로 대명사를 모조리 명사로 바꿔써도 그 문장은 구조적으로 정확해야하고, 뜻도 잃지 않아야 함.

근데 영어를 제외하고, 서유럽에 주어용 및 전치사 조합용 이외의 인칭대명사에 이 대전제가 제대로 적용되는 언어란게 사실상 없어. 로망스어 씬에서 명사 목적어가 동사 뒤에, 인칭대명사 목적어가 동사 앞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뭐 지적 안해도 알거 아니냐. 결국 그 둘은 등장순서를 공유할 수없고,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로망스어에서 진짜로 목적어 명사를 온전히 대체할 수있는 목적어 인칭대명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야. (유럽 포르투갈어도-로 연결되냐 안되냐 차이 있을걸?)

그러나 게르만어 쪽도 따져보면 북유럽어에서 네덜란드어를 거쳐 독일어에 이르기까지 직목과 간목은 인칭대명사와 명사의 어순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간목과 직목이라는 것도 어차피 고립어의 개념이라서 그냥 순서가 그렇게 정해진 특수한 예외라고 치고 넘어가면 그만이야. 그래서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까지는 크게 문제가 안되는거야.

근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엔 소위 중성대명사라고 불리는, 간목의 범주를 넘어가버리는 기타격대명사들이 등장을 해요. 이건 고립어적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용이 되질 않는다고. 왜냐면 고립어라면 인칭대명사는 당연히 주어형하고 목적어형밖에 없는데 어떻게 탈격의 인칭대명사 en이라는게 있을 수가 있나? 고립어에서는 명사, 한정사의 탈격굴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영문학 전공자라면야 고어 thence를 떠올릴 수있겠지만 그건 영어가 굴절어였던 시절의 어휘이지. 게다가 프랑스어 y는 광범위 처격/방향격 기능도 하기 때문에 '왜 영어로 there(부사)인걸 대명사라고 규정하는거냐?'라는 영원히 답을 얻을 수 없는 거지같은 자문의 무한반복에 빠지게 됨. 도르마무처럼.

그 비논리를 완전히 타파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프랑스어 인칭대명사 체계를 논리적으로 납득하게 할 유일한 방법은 프랑스어를 '굴절어'로 재정의하는 것 말고는 없음. 근데 그걸 누가 언제 할런지 모르니까 이렇게 골까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