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붕이’ 별다를 것 없는 단어. 새벽까지 갈드컵을 하다 잠들었다. 갤로그에 써진 ‘내일부터는 즐거운 일이 시작될꺼다 게이야’라는 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갤에 이상한 놈들은 한 둘이 아니니까
잠에서 깬 나는 처음 보는 풍경에 잠이 덜깼나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 우그러진 벽면 약하게 나는 쇠 비린내까지 이질감 투성이다. 다시 눈을 떠도 변하지 않은 환경에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났다.
내가 깼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 집주인은 침대 옆 다 찌그러진 의자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넌 뭐하는 놈이냐 그 시간에 길바닥에서 자면 죽는 것도 모르나?”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색 바랜 머그컵에 담긴 걸쭉한 액체를 건넨다.
“어디인가요? 여기는”
집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기억소거 절차인가?”라고 말한 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긴 L사 구역이야 날개가 보호하는 구역이지”
등줄기가 서늘했다. L사라면 내가 익히 아는 그 게임의 L사일 것이다. 50일이 지나면 백야와 흑주가 발생하고 신나는 피아노와 함께 음표행이 될 게 뻔했다. 당황스러운 표정은 감춰지지 않았는지 집주인이 연신 추궁을 이어갔다.
“그래서 새벽 1시가 넘어서 길바닥에서 코까지 골고 디비져 잔 이유가 뭐야?”
나는 어색한 미소를 이어가기만 하다 신세를 졌다는 말만 건네고 짐을 챙겨 일어났다. 집주인은 이내 목적을 드러냈다.
“이유야 니가 아는 것이고 살려줬으면 보답은 있어야지. 갖고 있는 것 다 꺼내봐”
내 주머니 속에 있어야봐야 지갑과 휴대폰 뿐 그럴듯한 좋은 물건은 없다. 지갑과 열쇠, 동전 몇 개를 꺼내자 그는 500원짜리 동전을 챙겼다. 집주인에게 도시가 위험하다는 일장 연설을 듣고는 문 밖으로 나섰다.
켜본 휴대전화는 말할 것도 없이 기지국을 이탈하고 인터넷도 없는 상태다. 다만 생전 처음보는 어플리케이션이 바탕화면 중앙에 떡하니 깔려 그리고 배터리 표시는 없어져있었다.
[롭붕이]
뭐 이런 병신같은 어플이 다 있나 생각해 눌러보자 지금껏 이 세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의 내용과 사용법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다양한 기능을 불러올 수 있게 설계됐지만 다 갖가지 이유로 막혀있다.
[용기부족] [지혜부족] [절제부족] [정의부족]
[E.G.O 추출 불가능] [E.G.O 최소 조건 불충족]
당장 소환이 가능한건 제압봉과 정장, 참회뿐이다. 아니면 머리카락을 재물로 삼아 [너 대머리야]의 에고 ‘터프’도 소환이 가능하지만 이건 원거리라는 점을 제외하곤 나한테 마이너스일 뿐이다.
개 같은 상황에 욕지거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 일본산 애니는 다른 세계에 가자마자 이쁜 여자도 만나고 야스각이나 재면서 치트급 능력을 활용하는데 나는 머리카락을 재물로 삼아야 권총을 얻다니 열 받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에고를 소환하는지 궁금해 ‘참회’를 눌러보자 눈앞에 덩그러니 옷이 떨어졌다. 이런 병신같은 상황이 다 있을까 속에서 불같은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 시발’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구석진 골목에서 입었다. 옷을 입자마자 시간초가 흐르기 시작했다.
[장착 가능시간 180초]
1등급 직원도 착용이 무제한인 참회조차 내가 입으면 제한조건에 걸려 180초라니 미칠 지경이다.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던 나에게 이건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이 에고를 차고 9급 해결사로 멋지게 살아보려는 생각을 했는데 누가 '3분카레 해결사'를 쓰겠는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무기를 휘두르던 중 시간 경고가 들어왔다.
[장착 가능시간 5초]
4.. 3.. 2.. 1..
밝은 빛과 함께 에고가 회수됐다. 나는 이내 알몸이 됐다. 당혹스러움도 잠시 방금 벗어놓은 평상복으로 뛰어가 옷을 챙겨입었다. 다시 휴대폰을 보니 재사용시간 4시간 까지 걸려있다. 눈앞이 캄캄하다.
골목을 나서려는 중 어떤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 팔목을 붙들었다.
“너 재밌는 놈이네?”
이내 뒷목에 강한 충격을 받고 시야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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