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글 - 교재

Hoyo · 2024.02.13 20:46:55

바이올린 정리글 – 교재편 오늘은 지금까지 직접 해본 바이올린 교재에 대해서 적어보겠음

주관적인 견해가 다소 들어있으니 반박시 환영

1. 입문 교재 : 스즈키

바이올린을 처음 시작하면 보통 접하게 되는 교재. 나도 이걸로 바이올린 시작했다. 물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스즈키 말고도 사이먼 피셔나 OO곡 모음집으로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기와 재미 모두를 잡으려는 시도가 스즈키 교재인 것 같다. 역설적으로 그 무엇에도 치중되지 않아서 어중간하고, 그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벼운 마인드로 (결코 나쁜 게 아님. 취미는 취미일 뿐) 설렁설렁 하는 바린이는 스즈키로 쭉 밀고 나가도 문제 없고, 좀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바린이는 아예 곡과 기본기를 따로 하기를 추천함.

흐리말리

플레쉬의 하위호환격 무난 입문용 기본기. 다만 세브직, 슈라딕과 같은 연습 액기스 모음집이라서 질리기 쉽다. 하루에 꾸준히 20-30분만 해도 많이 하는 거다.

edit: 이거 처음에 세브직 하위호환이라고 씀 ㅈㅅ

카이저

에튀드 입문용 교재. 역시 무난하다. 크로이쳐/돈트 준비용 교재인 것 같다. 왼손과 오른손을 고르게 다져놓으려는 착한 에튀드집

세브직

솔직하게 이 교재는 취전공생 가리지 않는 유용한 교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음. 흐리말리의 상위호환 버전이고, 활뿐만 아니라 트릴, 화음, 포지션 이동 연습을 자세히 다룬 교재들이 따로 있어서, 한 가지를 좀 자세하게 파고 싶고자 하는 사람에겐 세브직이 매우 좋음. 효과는 보장함. 어릴 때 활 삐뚤삐둘 + 손목이 나뭇가지처럼 빳빳하게 쓰던 안 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엄격한 선생님이 세브직 가지고 참을성 있게 고쳐놓음.

2. 중급 교재, 취전공생 가리지 않는 기본기의 정석들

돈트, 크로이쳐

서로 비슷하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교재들. 보통 플레쉬와 병행하거나 플레쉬를 하기 위한 전단계 정도로 봐도 무방. 크로이쳐가 전반적으로 골고루 기본기를 다룬다면, 돈트는 눈에 띄게 왼손이 불편한 에튀드들이 많음. 특히 화음 아르페지오 A Major 에튀드는…. ㅡㅡ 아무튼 둘 다 매우 좋은 교재임. 하나만 해도 되고, 둘 다 병행해도 되고…난 돈트를 조금 더 많이 했음.

로데

이건 특히 프랑코-벨기안 스쿨 사람들이 강력 추천하는 교재임. 크로이쳐/돈트와 세비직이 정직한 기본기를 다룬다면, 이쪽은 멜로딕한 아티큘레이션에 몰빵한 경우임. 프랑코-벨기안 스타일 특유의 가벼움 + 가창성과 궁합이 매우 좋은 것 같음

세비직

여기서도 등장한 세비직. 뒤로 가면 어려운 바리에이션들이 자주 등장해서 중급 라인에도 들어감. 바리에이션식 연습 액기스 모음집 특유의 어마어마한 범용성이 돋보임

3. 고급 교재

카를 플레시

왼손 정석 중 정석 1. 심플하고 고른 스케일 연습과 화음이 특징이다. 뇌빼고 하면 쉽지만, 특히 아르페지오 음정 제대로 맞추려고 하면 스트레스 받기 시작한다 ㄹㅇ 핑거 옥타브를 (1-3,2-4) 깔끔하게 할 수 있으면 당신은 파가니니도 (왼손 한정) 여유롭게 다룰 확률이 높다. 핑거 옥타브 아르페지오에 대해선…아아 그냥 생각하지 말자!

이반 갈라먄

정석 중 정석 2. 플레쉬보다 더 심층적으로 왼손을 다루는데, 반음, 온음, 별별 신기한 스케일들을 다 포함시키고, 1-2번 손가락으로만 장조 스케일 하기, 4번 손가락으로만 G현 6포지션까지 올라가게 만들던지… 불편한 연습들이 많이 있음. 세브직, 슈라딕: 이 둘은 아래에 따로 설명이 있음. 언뜻 초보 교재인 것 같으나, 실질적으로 전공생들에게도 매우 효율적인 교재

4. 마이너하지만 유용한 교재

가비니에스

모 작가의 협주곡할때 도움이 무척 되었던 교재. 왼손과 오른손이 꽈배기가 될 정도로, „불편함“에 치중되어 있음. 불편함에 있어서 돈트의 상위호환이라고 느껴졌음. 그 대신 돈트는 왼손을 다소 강조해서 오히려 고른 소리 내기 + 탄탄한 운지법을 목적으로 하면 더 적절할 수도?

메뉴힌

이건 교재라기보다는 바이올린을 하기 위한 마인드, 바이올린에 적합한 신체적 조건 설명과 연습 몇몇을 합쳐놓은 책에 가까움. 여러분이 아는 것처럼, 메뉴힌은 뛰어난 왼손과 어마어마한 유연성을 가지기로 유명했음. 심지어 고령의 나이때 물구나무 자세에서 다리로 지휘를 할 수 있었을 정도로 평범한 음악가의 범위를 벗어났음. 그는 평생동안 요가를 했는데, 그래서인지 호흡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함 + 호흡 연습들이 있음. 호흡이 중요한 건 나도 동의한다. 호흡 연습 중 예를 들자면, 숨을 들이쉴 때, 콧구멍 중 하나를 완전하게 막고, 숨을 내쉴 때, (콧구멍 하나는 계속 막은 채) 숨이 나오는 콧구멍을 절반 정도로 막고 1~3분 동안 숨을 일정하게 내쉬는 연습이 있음. 이거 처음 40초 하다가 어지러워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걸 3분동안 할 수 있었다는 메뉴힌이 그저 경이롭게 느껴진다.

전공생도 안하거나 안 하려는 고문에 가까운 교재

이거 하면 당신은 바린이중에서도 보통 바린이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걸 즐기면 당신은 인생의 모든 고난을 문제없이 헤쳐나갈 수 있다.

두니스

그리스 바이올린 선생님이자 의사였던 두니스가 낸 교본. 의학적 접근을 강조함. 실상은 불편하기로 유명한 슈라딕, 돈트, 가비니에스, 갈라먄을 합쳐놓은 고문법에 가까운 교본. 에튀드 형식이 아니라 바리에션 액기스인 세브직/슈라딕과 같다. 거기에다가 어마어마하게 두껍다. 양손 그냥 다 불편하다. 버티면서 트릴, 버티면서 1-3포지션 이동, 1포지션에서 7포지션으로 슈퍼 점프, 손가락 2개 찢은 채 다른 손가락들 움직이기 등….개인적으로 이건 10도를 무난하게 소환할 수 있을 경우 추천하고, 하루에 30분만 해도 충분하다. 이거 하루에 2시간씩 하다가 건초염 온 사람 봤다; 난 지금 막 2부 시작했는데….이건 도저히 즐길 수가 없다…….

슈라딕

두니스의 순한 버전. 그렇다고 해서 결코 순하지는 않다. 왼손의 전반적인 (화음 없는) 운지법을 다루는 교재와, 화음을 다루는 교재로 나눌 수 있다. 물론 화음 교재가 훨씬 어렵다. 굳이 비유하자면 바이올린계의 필라테스 버전이랄까. 버티는 동작들이 많다 (예: D현에 4번 손가락 떼지 않고 G 현에서 1-2포지션 이동). 찬찬히 다져놓으면 할 만한 플레쉬의 고른 화음스케일과는 다르게, 이쪽은 4번 손가락을 아주 작정하고 괴롭힌다. 몇 달만 하면 손날에 근육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마법을 볼 수 있다. 세브직과 똑같은 형태인 액기스 모음이라서 지루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왼손이 너무 힘들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ㅜㅜ 나 이거 처음에 쉽다고 얕보다가 화음 교재 첫 페이지 해보고 난 뒤에 해탈한 거 기억난다. 참고로 내 4번 손가락은 매우 짧은 편이다. 만세!

세브직

이 글의 단골손님. 아기 바린이에겐 반가운 입문용 교재, (준)전공 바린이들에겐 그저 바이올린계의 펠덴크라이스….어릴때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이제는 세브직하면 잠이 쏟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서 기본기 다질때 정말 좋긴 한데, 역설적으로 액기스 모음집이라서 무척 지루함. 이 지루함의 정점을 찍는 것이 트릴 교재다. 그땐 ㄹㅇ 꾸벅꾸벅 졸다가 악기를 두 세번 떨어트릴 뻔 했다. 매우 쪽팔리지만 사실이다 ㅋㅋㅋ; 그나마 나은 세브직은 40 바리에션 교재…

덧붙이자면 내가 밟아오던 교재 루트 순서는: 스즈키 (1-4권) , 슈라딕 -> 흐리말리 깔짝,카이저 깔짝, 세브직 -> 세브직, 크로이쳐 깔짝, 돈트 -> 세브직, 가비니에스 깔짝, 플레쉬 -> 세브직, 플레쉬, 슈라딕 (화음 교재) -> 세브직, 플레쉬, OO ……….등등 이랬음. 볼 수 있는 것처럼 세브직은 초보용 교재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함. 위에 언급한 것처럼 취전공자 가리지 않고,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주니까 좋음.

파가니니랑 비니야프스키 넣을까 하다가 안 했다. 그 둘은 연주곡으로도 자주 애용되어서… 아무튼, 위에서 말한 것처럼 주관적인 견해가 다소 있는 글임.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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