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에서 추천받아서 본 홍수연 대표작 '바람'을 읽었어

나는 도서관에서 종이책으로 빌려서 봤는데 양이 상당해 합치면 900페이지 넘는듯..

그래도 연 이틀만에 내리볼 정도로 흡입력이 상당했어

이 책을 보고있으면 정통신파물이 이런거구나 싶더라고 ㅋㅋㅋ

사실 남여주 로맨스 이외에 좀 부가적인 이야기들이 꽤 많고 직장이나 강씨 집안 대화 이런것들이 있는데

극중 스토리나 배경의 디테일을 위해 넣은 장치라서 불만없이 봤다는...

나는 여주짝사랑녀물을 꽤 몰입해서 잘 보는데 이건 진짜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아려온다고 해야하나...? 여주가 정말 뼈까지 다 긁어내서 제 모든걸 다 줄 정도로 남주를 사랑하는 이야기야

참고로 이 리뷰는 거의 이야기 전체를 다 쓸거라서 스포가 싫으면 뒤로 가는게 좋을거야!

이야기의 시작은 남주가 자기 친척 파티에서 어떤 이름 모를 여자랑 술취해서 원나잇을 하는걸로 시작해

그리고 술깨고 나서 남주는 자기가 잤던 사람이 누군지도 기억못하지..무려 남주의 첫 관계였음...

남주가 정말로 대쪽같이 올바른 사람이여서 하룻밤 불장난같은 그 밤을 꽤 자책했을거야...

로맨스의 법칙이지만 당연히 그 여자는 여주임..19살?이제 갓 성인이 된 상태였을거야

남주는 어렸을적 보스턴에서 유학을 하는데 자기를 돌봐준 엄마의 후배(기자)네 집에 자취를 한다고 해야하나?그래

그 집에서 그 후배네 딸래미가 태어난 것부터 보고 자라지

남주랑 여주가 나이 차이가 13살인가그런데...보고있으니 키잡물인가(?) 싶더라

여주가 9살이 되던해였나 여주네 부모님이 차사고로 돌아가시고 

남주는 아끼는 여동생이나 다름 없는 여주를 꽤 오래 보살펴 자신이 대학생일때까지

여주한테 남주는 아빠이자, 오빠이자, 보호자이자, 가족이나 첫사랑이자...그냥 여주 인생의 모든 '첫' 존재가 되는거지

남주는 재벌 3세인데 후계순위로 따지면 3인자 자리였어

언제까지 어린애 뒤치닥거릴 할수없고 집안의 호령때문에

자기 재산을 떼어주면서까지

어린 여주를 미국의 친척에 맡기고 떠나게돼

여주는 아마 자기가 남주한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했을거야..

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여주는 남주가 호주 리조트 지사장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멀쩡히 붙은 신문사를 포기하고 무작정 호주 워홀을 떠나

여주는 먼 발치에서나마 아주 간절하게 남자에게 닿고싶어했거든

남주가 여주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면 됨

그래서 어찌어찌 주변만 맴돌다가 남자의 리조트 비서실 말단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남주와 재회하게 돼

남주는 지독한 워커홀릭이고, 아주 노력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런 표현 안좋아하지만 진짜 도덕책같은 사람임...ㅋㅋㅋ

바르고 똑바르고...그냥 정석같은 남자야

그치만 야망은 있음 그 대단한 기업의 후계자가 될거라는...

여주가 그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그 여주가 자기랑 하룻밤을 보냈던 그 여자이자

어릴적부터 키운 것이나 다름없던 여동생인지 꿈에도 몰라봄

그치만 자연스레 서로 끌리게 되고 여주는 진짜 너무너무 그 남자를 간절하게 바라왔지만

남주에게 있는 약혼녀의 존재를 알고서 거부해..시작조차 못하고 지독하게 아파함

하지만 서로에 대한 끌림을 무시하지 못하고 

여주는 그냥 가볍게 만나서 가볍게 헤어지자고...그냥 뭣도 아닌 관계처럼 만나자고 하게됨

일생을 걸어서라도 닿고싶은 남자를 포기하지 못하니까

자신의 깊은 마음을 숨기고서 남자와 관계를 맺어

남주도 10년을 기다려온 약혼녀(애정x)한테 죄책감?같은 걸 느끼면서도

결국 여주를 놓지못해 약 3개월 남짓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게됨

남주는 여주를 아끼고 좋아했지만 

너한테는 아무런 감정도, 줄게 없다고 미리 경고와 같은 말을 해

희망고문하고싶지 않았던 거지...

너와 나의 관계는 '바람'같은 거라함...

여기서 바람은 1.외도 2. 간절히 바라는 염원 둘다라고 보면돼

여주는 그걸 인정했고 그렇게라도 당신을 만나고 싶다 하면서 불안하고 힘든 만남을 시작하게돼

몇번의 잠자리, 데이트같은 거 거의 해보지도 못함

직장에서는 죽어도 밝혀지면 안되고

여주는 남주한테서 그 흔한 선물 한번 받아본적 없어

데이트 비용을 내도 여주가 다 내겠다고 하고 물질적인걸 정말 받지않음

그리고서는 자기는 당신을 만난 것 자체가 보상같은 것이라함...

당신을 너무나 오랫동안 좋아했고...간절히 기다렸고...그래서 당신에게 다 주고싶다하고

진짜 엄청나게 순정을 바치는 여주임 보면 가슴 먹먹해질만큼

남주는 그 흔한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도 해주지 않았어

여주가 목걸이가 이쁘다고 했지만 그것조차 사주지 않았고

자기가 무언가를 주게된다면 나중에 남겨질 여자가 엄청 힘들어질걸 아니까...

아무것도 내어주려고 하지않음...하지만 여주가 가장 바랐던 사랑을 줘버렸지...

책에서도 이런 표현이 나옴

'받고 나니 알게 되었다. 더 미안해서 더 아프고, 아무것도 돌려줄 수 없어서 더 힘든 마음이었음을 

더 차가워지고, 더 무심해지고, 무책임한 순간의 달콤함 따위는 주지 않는 것이 더 깊은 그의 배려였음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상대방이 무언가를 주는 것도 상처가 되는 걸 알고있어서'

여주의 존재를 알게된 약혼녀는 결혼을 압박해서 결국 앞당겨 둘은 헤어지게돼

남주도 여주도 서로를 붙잡지 못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평범한 일상의 어느날처럼 헤어짐...

남주 캐릭터는 할머니와 가족의 믿음, 어깨에 걸려있는 후계자로서 지닌 의무, 집안끼리(약혼녀)의 오랜 약속

긴시간 쌓아올린 야망, 그 많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없었어. 자신의 36년 인생 전부를 부정하는 일을 저지를 수 없었고...

참고로 약혼녀와 결혼함으로써 남주한테 무려 6조원의 주식을 가져온다했음;; 그만큼 엄청난 인수합병과도 같은 결혼이였어 

남주는 사랑없는 약혼녀와 결혼을 하게되고

남주, 여주 서로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살아나가야하는 일상을 보내게돼

남주는 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는 안했거든

각방으로 지냈고 남편으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사랑을 떠나보냈으니 껍데기만 있는 결혼생활을 할수밖에 없지

잠을 자지 못하고 매일 술만 먹고...그냥 사는게 사는게 아님 

자신에게 다가온 아내를 안아보려고 하지만 죽어도 그 여자의 등에 칼을 꽂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안을 수없게돼...

남주 여주 대화에 서로에 대한 정절?순결?이런걸 지키는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표현이다 뭐 그런말 하거든

그런 의미지..아무것도 주지 않고 여주를 버렸지만

그것만이 그 여자에게 줄 유일한 마음? 사랑이 그렇게 나타남

남주한테 후계자에 밀려 머리가 쳐돌은 강규원(사촌형)이 아내한테

여주한테 남주의 아기가 생겼음을 말해 (여주도 헤어지고나서 알았음

껍데기만이라도 갖고있는 남편을 뻇기기 싫어서 사람을 사주해서 여주가 큰 사고를 당하게 만들고

여주는 아기도 없어지고 굉장히 크게 다쳐

남주는 병원에 찾아와서야 자기가 예전에 보살피던 그 동생이 여주란걸 알게되고...

하늘이 무너지는거지...

그 이후의 이야기는 뭐 상상이 가지^^ 

전작 눈꽃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맞아

나는 이거 보면서 아마 한숨은 백만번 쉰 것 같아...

여주가 정말정말 너무 남주를 사랑하는데 그 헌신이 가슴아픈거야

책임감이 엄청난 남자니까 자길 책임지라고 했다면

남주는 아마 여주랑 헤어지지 않았을거임

그치만 여주는 욕심부리지않음 끝까지 원망하지 않고 남주가 행복하기를 바람

남주도 사실 내 모자란 글솜씨로 표현할 수 없는 

상당히 마음이 깊고...대단히 어른스러운 사람이야 

겉은 건조하고 냉정한 사람같은데 그 안에 뜨거운 마음이 있는 그런 캐릭터..ㅠㅠ

아시바 존나 멋있는데 더 표현을 못하겠어

사실 난 보면서 여주(서진)가 무엇하나라도 보상받길 바랬어 

저렇게 절절하게 아픈 사랑이 사랑일수 있을까

그냥 뼈 근육 내장 장기까지 다 줄 사랑임...ㅠㅠㅠㅠ

남주와 여주의 표현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지만 둘이 굉장히 닮은 모습이 많음

여운이 오래갈 것 같은 작품이야...후유증이 생겨서 한동안은 슬픈 내용은 못 볼 것 같아

나는 제3자의 입장에서 봤지만 남주/여주 어느 입장에서 보든 상당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작품이야...

남주가 결코 나쁜 남자라고 생각은 안해. 그게 남주한테는 최선의 사랑방식이였고

여주도...3개월 남짓되는 그 찬란한 순간을 기억으로 앞으로 남은 삶을 아프게 살아도 된다고 여기고...

뭐라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지는 모르겠지만

정통신파물 여주짝사랑물 좋아한다고 추천하는 작품이야!

어떤 극적인 감정표현이랄까 카타르시스는 없을수도 있어

사실 남주가 굉장히 말수가 적고 과묵한 사람이라서...

그래도 매력적인 사람임은 부정할 수 없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