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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하루키 LP 문답 (7)

(220.92) 2020.02.18 17:30:36
조회 312 추천 9 댓글 5
														

15.03.03
Q. (전략)…
저는 간사이의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서 디렉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국 스튜디오에 이제 턴테이블이 없습니다. 평소에 거의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게스트가 LP를 틀고 싶다며 들고 오면, 기재들을 보관하고 있는 마스터 룸에 가서 무거운 턴테이블을 빌려 온 후 미니 앰프로 연결해야 합니다.

저도 신보를 체크할 때는 iTunes를 이용할 때가 많기 때문에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라디오 방송국에서 레코드를 트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레코드 스토어 데이가 성황이어서 아날로그 생산량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레코드의 매력과 필요성을 설파해서 방송국이 언제든지 레코드를 틀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하려면 어떻게 속여… 아니, 설득해야 할까요?

‘바이닐 마스터’ 무라카미 씨의 지혜를 빌릴 수 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라고에, 남성, 48세, 라디오 뒷편)

A. 제가 라디오 디렉터였다면 ‘아날로그 레코드만 트는’ 방송을 만들 겁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런 기획은 통하지 않겠지요. 옛날 DJ들은 바늘이 같은 소리골을 계속 돌고 있으면 ‘엇차’하고 손가락으로 밀어서 다음 골로 넘기곤 했습니다. 그런 거 재미있지요. 군데군데 ‘타닥타닥’하고 튀기라도 하면 최고일 텐데. 그런 카리스마 DJ 같은 사람이 나오면 좋겠네요. 제가 해도 되긴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요.


Q. 안녕하세요, 하루키 씨.
저는 레코드 가게를 아주 좋아합니다. 한가할 때는 하루에 세 번 정도 같은 레코드 가게에 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외투를 벗거나 선글라스를 쓰면서 직원이 ‘쟤 또왔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뭐 어차피 들켰겠지만요. 왜 하루에 몇 번씩이나 가냐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가 꼭 들어야 할 멋지고 저렴한 레코드를 누가 먼저 사갈 지도 모를 것 같다는 강박관념이 한 달에 몇 번씩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값싸고 근사한 레코드를 찾아다닐 뿐, 비싸고 귀한 레코드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레코드 가게의 100엔짜리 코너나 고물상 앞에서 파는 박스 속에서 제가 살 운명의 레코드를 찾아내고, 집에 돌아와서 틀었는데 대박이 걸렸을 때의 기쁨을 하루키 씨라면 아시겠지요. 와이프는 ‘그래 오늘도 영역 순찰하러 가시는군’하고 놀립니다만.
(원반 소승, 남성, 49세, 뮤지션)

A. 저는 레코드를 자주 사지만 자주 팔기도 합니다. 꽤 예전 일이지만 재즈 레코드 200장 정도를 한꺼번에 처분한 적이 있습니다. 차에 잔뜩 싣고 가서 거래했습니다. 그때 “무라카미가 돈이 없어서 난처하다는군” 하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둘 곳이 없었을 뿐입니다만.

한번은 자동차로 스웨덴을 여행하다가 시골의 휴게소에 들렀는데 구석에 LP로 꽉찬 박스가 놓여 있더군요. 파는 것 같아서 보니 대부분이 재즈 LP인데다, 게츠의 메트로놈 앨범 초반 같은 게 막 굴러다니는 겁니다. “오오, 이거!” 하면서 순간적으로 기쁨의 춤을 췄는데, 자세히 보니 내용물이 엉망이라 구매 의욕이 싹 없어졌습니다. 흥, 희망고문이나 하고 말이야. 그래도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중고 레코드를 파는 나라도 있구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100엔 코너에서 열심히 디깅합시다.


15.03.05
Q. 무라카미 씨 안녕하세요. 제 컴포넌트는 고등학교 때부터 26년간 썼던 물건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턴테이블이 망가져서 레코드를 못 듣게 되었습니다. 너무 낡아서 수리도 못하고 포기했는데, 이게 웬걸 어제 같은 물건을 인터넷 옥션에서 단 500엔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다시 레코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씨는 인터넷 옥션을 이용하기도 하십니까?
(티그리스, 남성, 42세, 자영업)

A. 저는 일본의 인터넷 옥션은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만 미국에서는 꽤 여러 가지를 샀습니다. 특히 오디오 관련으로는 편리해서요. 보통은 구하기 힘든 걸 꽤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옛날 JBL 유닛의 부품 따위도 단번에 찾곤 하니까, 낡은 장비를 오랫동안 아끼며 즐길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레코드 좋지요, 앞으로도 스크래치 들어간 음악을 마음껏 즐깁시다.


15.03.10
Q. 항상 소설 잘 읽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씨의 머릿속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곧잘 듭니다.
최근 들어 아버지와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클래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람스의 곡’, ‘모차르트의 곡’이라는 정도밖에 모르겠고 교향곡이나 콰르텟이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라카미 씨는 클래식을 들으면서 작곡가나 곡명까지 떠오르시나요? 암기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펜네임, 여성, 22세, 학생)

A. 제 머릿속은 혼잡한 벽장과 비슷합니다. 다양한 것들이 잡다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여차하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대번에 생각해냅니다. 그런데 여차하지 않을 때는 단순한 혼돈입니다. 들여다봐도 특별한 부분은 없을 겁니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면, 맘에 드는 곡이나 연주가 있으면 그걸 몇 번이고 들으면서 외워질 때까지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스탠더드가 될 겁니다. 곡명은 저도 기억을 잘 못합니다. 콘서트에서 앵콜 연주를 할 때도 “이거 자주 듣는 건데. 아~ 뭐였지? 으음, 제목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말이야” 하는 일이 곧잘 있습니다.


15.03.13
Q. (전략)…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소나타 중에 마음에 드는 녹음이 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루트비히히, 여성, 51세)

A. 발트슈타인 좋지요. 집에 뭐가 있나 찾아 봤습니다.
1) 박하우스 (스테레오판) Decca
2) 박하우스 (‘마지막 연주회’) Decca
3) 루돌프 제르킨 (모노럴판) Col.
4) 루돌프 제르킨 (스테레오판) Col.
5) 호로비츠 (모노럴판) RCA
6) 길렐스 Grammophon
7) 폴리니 Grammophon
8) 아쉬케나지 Decca

그리고 굴다의 옛 녹음이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 지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 있는 것을 방금 전부 들어 봤는데 (한가하군), 제가 좋다고 느낀 것은 1) 박하우스와 7) 폴리니입니다. 박하우스는 몇 번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습니다. 곡과의 거리감이 한치의 오차도 없어서 멋집니다. 폴리니는 기품 있으면서도 적당한 열정이 있어 훌륭한 연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몇 번씩 듣다 보면 조금씩 질릴 수도 있습니다. 호로비츠의 옛날 음반은 좀 과격하지만 나름대로 감탄이 나옵니다. 길렐스의 연주는 대범하지만 저에게는 좀 지나친 느낌입니다. 음악은 어렵네요.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나요?


Q. 무라카미 씨도 버트 배커랙을 좋아하실 줄로 압니다. 만약 DJ가 되어서 한 곡만 고른다면 뭘 고르실 건가요? 저는 단연코 ‘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입니다.
(松田一哉, 남성, 48세, 회사원)

A. 글쎄요. 저도 그 곡을 고를 것 같습니다. 들을 때마다 좋습니다. 가사도 멋지고요. 그런데 배커랙 본인은 이 곡이 별로였던 모양입니다. 곡을 받은 디온 워릭도 ‘이건 필요 없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몇 년쯤 후에 생각을 고쳐 먹고 녹음했지만). 그래서 재키 데샤논이 부르게 되었고 그녀의 노래로 대히트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에 젖어도(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도 레이 스티븐즈에게 거절당한 후 B.J.토마스가 부르게 됐습니다. 배커랙 씨도 참 힘들었겠군.

이 곡은 많은 이들이 커버했습니다. 저는 웨스 몽고메리가 연주한 버전이 좋습니다. [Tequila] (Verve)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스탠 게츠도 연주했지만 ‘대충대충’ 느낌이 강해서 패스해도 됩니다. 웨이웨이 우 씨가 얼후로 연주하는 중국풍 배커랙 (Warner)도 있습니다. 이거 꽤 좋아요. 그래도 역시 재키 데샤논의 노래가 좋지요. 호른 솔로로 시작하는 부분은 완전 배커랙인데, 데샤논의 좀 독특한 보컬이 들어가면서 정돈된 배커랙 월드를 무너뜨리고 있어서 ‘옷!’ 하게 만듭니다.


재키 데샤논 (오리지널)



웨스 몽고메리



웨이웨이의 얼후 버전은 유튜브에 없는데 궁금하긴 하네요


(https://www.amazon.co.jp/plays-bacharach-%E3%83%97%E3%83%AC%E3%82%A4%E3%82%BA%E3%83%BB%E3%83%90%E3%82%AB%E3%83%A9%E3%83%83%E3%82%AF-%E3%82%A6%E3%82%A7%E3%82%A4%E3%82%A6%E3%82%A7%E3%82%A4%E3%83%BB%E3%82%A6%E3%83%BC/dp/B0002VL6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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