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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괴짜경제학은 어떻게 경제학을 말아먹고 있는가모바일에서 작성

경갤러(112.160) 2024.04.14 19:32:02
조회 555 추천 9 댓글 9
														

1. 들어가며

대학원생 시절 내가 실제로 읽었던 논문 중 하나는 Josh Angrist와 Alan Krueger라는 경제학자가 썼던 논문이었다. 1990년대 초에 Angrist-Krueger는 수십년 간 경제학자들을 괴롭히던 질문을 답변하고자 했다: 바로 교육은 당신의 미래임금을 증가시키느냐? 박사들과 고등학교 자퇴한 사람들의 임금 격차를 비교했을 때, 박사들의 임금은 언제나 높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궁금해했던 것은 이 격차가 교육 때문인지였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라서 교육을 오래 받는 것이고, 이로 인해 더 높은 임금은 그냥 머리가 좋아서지 교육 때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을 어떻게 답변하는가? 이를 깔끔하게 답변할 수 있는 방법은 랜덤하게 추려낸 학생 절반에게는 기술을 가르치고 다른 학생 절반에게는 인문학을 가르쳐 대조하는 사회실험뿐이지만 경제학자라도 이런 대담한 발상을 실제로 옮길 엄두는 내지도 못했다.

그리고 Angrist-Krueger는 이 질문을 최대한 실험결과에 근접하게 답변하고자 했다. 해당 논문에서 그들은 공교육 제도의 두 가지 특징을 이용했다. 첫째, 대부분의 주에서는 만 16세까지 학교를 다녀야되는 게 강제되어있다. 둘째, 수십년 간, 학생들은 만 6살부터 학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법들은 다음과 같은 현상이 일어남을 내포한다: 내가 동년 1월생이고 당신이 동년 12월생인 상태에서 우리 둘 다 16세에 자퇴했다 가정했을 때, 이 법은 당신이 거의 1년어치의 학교를 더 다니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주: 같은 해에 학교를 시작해도 난 10학년 중반에 16살이 되지만, 당신은 11학년 중반에 16살이 된다.)

그리고 이 법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교육은 바로 경제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고, Angrist-Krueger는 이를 이용하여 교육은 확실하게 임금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내가 이 논문을 처음 접한 것은 1999년이었다. 경제학 특유의 수학으로 도배된 서술에 지쳐가던 내게 처음에는 신선하다는 의미로 다가왔지만, 그 이상으로는 별 감흥이 없었다. 3년 뒤, 학계를 떠났지만 매사추세츠 주 Cambridge (주: 하버드-MIT가 위치한 동네)에서 일을 하면서 난 경제학 전문 기자로서, 그리고 많은 경제학 대학원생들과 교류했다. 그리고 내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이 대학원생들이 Angrist-Krueger 논문을 거의 우상처럼 숭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논문 이후 대학원생으로서 명성을 쌓기 위해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법을 개발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교육 논문 이후 수년 뒤, Angrist는 군입대시험이 1970년대 후반에 잘못 채점되었던 사실을 알아냈다. 이 사태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수천명의 지원자들이 합격통지서를 받도록 유도했으며, Angrist를 이를 이용하여 재수좋은 낙제생들과 재수없는 모범생들을 비교하여, 군대 복무가 임금에 끼치는 영향을 실증했다.

2000년에 하버드 교수인 Caroline Hoxby는 19세기 학군 조성에서 개천이 경계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개천이 많은 도시일 수록 학군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Hoxby는 이를 이용하여 학군 간의 경쟁이 교육 수준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렇게 경제학도들이 새로운 채점 오류나 경계, 경제학자들이 도구변수라 부르는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교수진들은 이에 흥분한다.

그리고 대학원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난 이것을 경제학계의 영리함 문제라고 정의하고 싶다. 왜 톱클래스의 경제학부에 들어온 학생들, 세계 경제의 영원한 문제인 빈곤과 불평등, 실업등등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들어온 학생들이 이 대신 시사퀴즈 수준의 상식 캐기에 환장하고 있을까?

2. 괴짜경제학


<img src='' style='width: 316px; font-size: 13px; vertical-align: top;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color: white;'>2005년에 나온 괴짜경제학은 시카고 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레빗이 쓴 것으로서, 내가 대학원생일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보여줬다. "깔끔한 식별", 즉 인과관계 도출,을 위해 레빗은 괴상한 예시인 일본 스모 경기와 시카고 부동산 시장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이 책은 UN 외교관들의 주차딱지, 헬스장 멤버쉽, 대학농구 등등을 연구하는 각종 파쿠리를 양산했다.

이 논문들은 유쾌하고, 많은 이들을 경제학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혹자는 이렇게 궁금해할 것이다: Angrist로부터 Levitt까지, 그리고 Levitt 흉내쟁이들이 하고 있는 영리함 놀이로 인해 우리가 경제학자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진짜로 중요한 질문들을 답변할 시공간을 몰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이 영리함 문제가 최근 20년 사이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가끔 쓸모있는 것보다 영리한 것을 좋아했었다. 1996년에 1960년대 모델을 개발한 댓가로 노벨상을 수상한 컬럼비아의 William Vickrey는 자신의 모델이 기여한 게 없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증이 아닌 Vickrey같은 이론경제학자들이야말로 영리함을 독점했다.

실증경제학자들은 대부분이 영리함보다는 노력과 끈기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하버드 경제학자였던 Zvi Griliches는 수십년간 삶의 질 향상의 핵심요소인 생산성 성장 데이터를 모았다. 그의 동료였던 Simon Kuznets는 그의 일생 절반을 오늘날 학자들이 쓰는 경제성장 측정법 개발에 할애했다.



그리고 이 수십년 간의 노력이 마치 사활을 건 듯하면, 그들 삶을 보건대 별 놀라운 게 아니다. Griliches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며, Kuznets는 독일군 점령 하 우크라이나에서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 실증경제학자들은 위기를 맞았다. 유명한 경제학자인 H. Gregg Lewis는 당시까지 나와있던 노조에 관한 분석논문을 봤다: 그가 찾은 것은 충격적이었다: 몇몇 논문은 노조가 임금을 폭증시킨다고 밝혀낸 반면 다른 논문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논문의 유일한 차이점은 바로 가정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이런 비판들은 경제학자들을 방황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img src='' style='width: 320px; font-size: 13px; vertical-align: top;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color: white;'>과거 경제학 기법은 대담한 목표를 설정해놓았었다.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한 쪽으로는/다른 한 쪽으로는" 수준의 얼버무리기나 횡설수설에 불과하면 무슨 소용인가? "당시 사람들은 측정결과를 믿지 않았었죠." 당시 프린스턴에서 기대를 모으던 David Card는 이렇게 회상한다.


"사람들은 경제학에서의 증거들을 믿을 수 없다고 봤었죠."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과학을 본받으려 했다. 이는 소름끼치는 우려를 낳았다: 우리가 평균적인 인문학자들보다 진실을 탐구하는것을 못 하면 어떡하지?

이런 우울한 비전 속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진실로 가는 길은 간단한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라 결론을 내렸다. 즉, 여기서 그들은 앞서 얘기한 "깔끔한 식별", 즉 인과관계 밝혀내기에 촛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접근법을 개척한 Angrist-Krueger-Card는 다 훌륭한 학자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이 세 학자들 모두 다 그들의 창의성을 중요한 질문 답변에 사용했다. 1990년대 후반이 되서야 이 트렌드가 붕괴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깔끔한 식별 문제로 교수들에 털리는 것은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동료교수들 사이에서도 악몽입니다." 한 하버드 박사는 이렇게 회상한다.

문제는 잘못 채점한 시험이나 경계선이 답변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은 매우 한정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기법에 너무 얽매이려들면, 결국 앞서 얘기한 방황 모드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방법론보다 질문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러기에 인디언 보호구역의 화장실의 경제학 같은 괴상한 논문을 만들죠." Raj Chetty는 이렇게 주장한다.

많은 젊은 학자들은 아예 중요한 질문들을 답변하는 것을 포기했다. 시카고 대학교의 제임스 헥맨은 노벨상을 수상한 노동경제학자다. 몇 년 전 그는 조교수와 대화를 했다. 헥맨은 당시 경제학자들이 어렸을 때 영양상태와 가정환경, 교육수준 등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해야된다고 멘붕하고 있었다. 이는 보육-교육 정책에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img src='' style='width: 580px; font-size: 13px; vertical-align: top;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color: white;'>그는 조교수에게 이 연구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오래 걸린다며 꺼려했다. 테뉴어를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질문들에 관한 논문 여러개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퀴리 부인이 라듐을 추출하기 위해 몇 년을 소비했죠? 2~3년? 만약 우리 학교 모 교수처럼 대학원생들에게 1주일이나 한 달 내로 풀 수 없는 질문이면 포기하라고 가르치면,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 역시 답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헥맨의 이 발언은 그의 동료 교수인 스티븐 레빗을 대놓고 디스하는 발언이다. 스티븐 레빗은 하버드를 졸업하여 컨설팅에서 잠깐 일하다 1994년 MIT에서 3년만에 박사를 땄다. 그리고 90년대 초반만 해도 자연실험 상태를 잘 관찰하면 경제학 교수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고 한다.



Levitt은 학생 시절에 각종 질문에 실마리를 찾아냈다: 가령 그는 돈이 선거결과를 좌지우지하는지, 아니면 그냥 더 뛰어난 선거 후보가 자금을 더 잘 모으는 지를 답변하고자 했다.

그리고 여기서 후자임을 밝혀낸 그는 경제학계 톱 저널에 논문이 수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2001년에 레빗은 그의 논문 중 가장 논란이 큰 논문인, 1970년대 후반의 낙태합법화와 1990년대 범죄 감소 사이의 관계를 밝혔다. 레빗은 부모가 원하지 않는 자녀들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img src='' style='width: 600px; font-size: 13px; vertical-align: top;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color: white;'>물론 레빗의 논문들은 어느 정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레빗은 가령 범죄행위는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행위라는 것을 밝혀냈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JBC 메달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레빗은 질문보다 방법에 촛점을 맞추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여줬다.


그리고 괴짜경제학에 인용된 그의 논문들은 이른바 "하버드식 접근법", 즉 내가 답변할 수 있을 때까지 질문을 간단화시키는 접근법의 극단적 모습이다.

그리고 레빗의 문제점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논문이 다른 상황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과장하는 것이다. 가령 그의 퀴즈쇼 논문을 보자. 이 퀴즈쇼 논문에서 나온 차별 결과를 우리가 실제 직장에서 일어나는 고용과 승진 선택에 그대로 적용할 보장성은 없다.



퀴즈쇼에서 나온 논리는 평균적인 인사부에서 쓰는 고용결정과 완전히 다를 수도 있으며, 인사부는 퀴즈쇼와 달리 TV 관객들 앞에서 쇼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

레빗은 이 소리를 들으면 이런 반응을 보인다: "내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논문들을 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패션산업과 같지요. 오뜨꾸뛰르와 vs 기성복을 생각해보세요. 내 논문들은 실제 결과보다는 학계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오뜨꾸뛰르(하이패션)에 가깝습니다."

놀랍지 않게도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지도하고 있고, 조교수 고용을 하고 있으며 톱 저널인 JPE를 편집하는 시카고대학교에서도 레빗을 적대하는 사람은 많다. 레빗의 가장 큰 적은 헥맨이다. 레빗이 그의 독창성으로 유명하다면 헥맨은 직업교육과 교육 분야에서 디테일에 대한 근성있는 꼼꼼함으로 유명하다.

안 그래도 헥맨은 이런 레빗을 얼마나 싫어했는 지, 몇 년 전만 해도 그가 탈시카고할 것이라는 루머가 횡행했다. 시카고 대학교는 언제나 실증연구를 하기에 최적인 곳이 아니였다: 노벨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나 로버트 루카스는 데이터 분석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들어오기 시작한 실증경제학자들은... 헥맨이 쓸모 없다 보는 사람들이었다.

"시카고가 최근 깜찍하고 영리한 짓거리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실망입니다."

헥맨은 이런 시카고 학부의 변화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니였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한 학부는 노동의 분화로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이론경제학자들이 예측을 낳으면, 실증경제학자들이 그 예측을 데이터로 점검한다고. 그리고 이 방식은 실제 예측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 각종 예측을 힘겹게 했는데 흥을 깨려 들면 기분상하지 않겠는가?

이런 면에서 이론경제학자들에게 있어 헥맨보다는 레빗같은 학자들이 더 매력적이다. 덜 까탈스럽고, 영리하고 깜찍한 토픽을 연구하며, 중요한 질문을 답변하지 않으려는 학자들은 헥맨같이 꼼꼼한 학자보다 더 상대하기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엄밀한 이론과 개판 실증은 공존할 수 있어요." 헥맨은 이렇게 말한다. "엄밀한 이론가들이 아무렇게나 숫자를 만들어도 된다는 소리거든요."

매년 하버드 경제학부에서는 정치경제학 강의 시리즈에 유명 학자들을 초청한다. 그리고 여기서 학자들은 새로운 논문들과 학계 동향에 대해 논의한다. 과거 발언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질문들인 "Rule 합리성 vs Act 합리성"이나 "ECB의 계약 균형" 등등에 대해 논했다. 그리고 2002년, 하버드는 레빗을 초청했다.

레빗은 여기서 괴짜경제학을 하는 법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창의적 논문을 쓰는 법 등등을 얘기했죠." 한 참가자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리고 레빗은 강의 끝에 대학원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니네들이 Martin Feldstein 수준으로 전통적 경제학 주제를 연구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렇게 하세요." 청중들은 웃었다. "하지만 그 수준이 아닌 것 같으면 비전통적 주제를 연구하세요." 이 메세지는 가슴에 와닿았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그 후 수 주간 일상생활에서 괴짜경제학 주제를 관찰하여 논문을 낼 구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레빗이 상아탑에 갇혀 가끔가다 성장과 불평등을 생각하려는 경제학자들에게 그의 영리한 호기심을 자랑한다면, 이는 학계에 있어 좋은 오락거리일 것이다. 아니 경제학적으로도 도움은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경제학적 행동한다는 것이 관찰되지 않는 것만큼 악몽은 없을테니까!

하지만 레빗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이상이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학계의 성공과 대중들 사이에서의 인기를 이용하여 레빗이 새로운 경제학자 세대를 구성하려드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최근 경제학계에서 자주 보이는 논문들은 바로 레빗류 논문이고, 각종 섹시한 토픽이다.



최근 톱 저널에서는 멕시코의 성구매자들이 콘돔없는 성행위를 위해 창녀들에게 더 돈을 많이 준다는 것을 찾아냈다는 논문이 게재되었다. 물론 이 논문은 언론인들에게는 매력적일 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더 돈을 내고 싶어한다는 소리는 최근 경제학 교과서를 펴보았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놀라운 거리도 아니다.

3. 행동경제학

이와 비슷한 부류로는 일반적 경제학 모델이 관찰되는 것을 밝혀내는 대신, 관찰되지 않을 때를 밝혀내는 행동경제학이 있다. 그리고 행동경제학 논문 1세대는 경제학자들이 단순한 최대화 로봇대신 사람들의 선택방식에 대해 더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크나큰 도움을 줬다.



가령 Samuelson-Zeckhauser는 사람들이 현재상태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연금을 들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세대 이후 행동경제학은 위의 깜찍한 경제학 수준으로 열화했다. AER에 나온 최근 행동경제학 논문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지도 않는 헬스장에 수십만원 씩 멤버쉽으로 갖다바치는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또 다른 논문은 쇼핑객들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때 겨울 옷을 마구 산다는 것을 분석했다.

문제는 이 논문 두 개 다 이런 비합리성이 우리에게 중요한 상황들, 즉 일자리에 대한 선택이나 주택 구매, 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니, 사람들이 겨울 장화를 살 때 비합리적으로 구는 일은 장화에 대해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아서일 지도 모른다. 일자리와 주택은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그리고 이런 "깜찍경제학"에 먹이를 계속 주는 것은 경제학 논문을 광고하는 언론인들이다. "이제 인센티브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업적들 만들기에요. 그리고 이런 업적들 중 몇 개는 톱저널에 게재되겠죠. 난 레빗을 딱히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데이비드 카드는 이렇게 본다.

하지만 카드는 이런 현상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그는 이 현상이 "마치 인문학의 포스트모더니즘 같아요."라고 불평한다. "베토벤에 대해 말할 게 뭐가 있지? 멍청이들은 베토벤의 기술적 작곡방식에 대해 이해를 못할 것이고 음악의 역사도 몰라. 그러니 그가 조카랑 남색 행각을 벌인 것에 대해 쓰자고! 수준이죠."

슬프게도 카드는 그렇게 틀리지 않았다. 몇 년 전 레빗이 지도해 지금은 에모리에 가있는 Andrew Francis라는 학생이 있었다. 그가 조교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내놓은 논문의 제목은 이랬다: "성의 경제학: HIV/AIDS가 동성애 행위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여기서 Francis는 AIDS가 유행할 때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로 변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람들의 성적 행동이 질병에 반응한다는 논문은 여러 개 있었다.

하지만 Francis는 난교의 감소, 콘돔 사용의 증가 등등에 대해 분석한 게 아니다. 그는 아예 성적 오리엔테이션 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이는 하버드식 실증.주의랑은 약간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논문의 문제는 경제학을 경제학이 아닌 분야, 즉 수요와 공급보다 생물학과 심리학이 관할할 확률이 훨씬 더 높은 분야로 들고 간 것이다. 그리고 이 접근법 역시 하버드와 레빗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의학에까지 도전장을 던지는 오만함(?)은 최근 스캔들로 인해 증명되었다.

4. 경제학계의 의학 침공


<img src='' style='width: 480px; font-size: 13px; vertical-align: top;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color: white;'>아마르티야 센 밑에서 박사를 딴 에밀리 오스터를 보자. 오스터는 이른바 "실종여성" 문제에 대해 연구를 했다. 아마르티야 센은 아시아의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중국-인도-파키스탄에서 최대 1억명 가까이의 여성이 실종, 즉 성비불균형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박사를 끝내가면서 오스터는 다음과 같은 의학 논문을 접했다: 바로 B형 감염에 감염된 여성은 남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고!

그리고 이로부터 오스터는 각종 자연실험상태를 관찰한 뒤, 실종여성은 실종한 게 아니라 그저 아시아에 B형간염이 더 흔하기 때문에 남아가 많이 태어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는 남아선호사상 이하에 일어나던 여아 상대 범죄에 대한 각종 비난들을 한꺼번에 잠재우는 핵폭탄급 결과였다.

또한 이는 괴짜경제학의 레슨을 충실히 이행한 작품이었다. 레빗은 오스터의 논문을 JPE에 출판했다. 그리고 괴짜경제학의 공동저자인 스티븐 더브너는 Slate지에 그녀의 논문을 기사화해서 언플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반전이 일어났다. 버클리 출신 한 대학원생이 B형 간염과 실종 여성 문제는 상관이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아시아 여성들의 딸 출산율은 첫 아이일 때 서양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 아기를 가질 때 이 비율이 바뀌었었다.



즉, 아시아 여성들이 첫째 출산과 둘째 출산 사이에 B형간염에 집단으로 감염되지 않는 이상, 센이 추측했듯이 사람들이 딸 둘을 피하기 위해 각종 짓거리를 한다는 것이였다.

어떻게 보면 헥맨과 레빗 사이의 분쟁은 너드와 영리한 애들 사이의 분쟁일 지도 모른다. 너드들은 레빗이 그냥 경제학을 때려치고 저널리즘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우리 학계의 몇몇 사람들의 논의 수준은 뉴요커 잡지 수준까지 떨어졌고 그들은 답변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질문이 뭔지에 대해 불확실하죠." 2005년 미네아폴리스 연준에서 헥맨은 이렇게 얘기했다.

반면 레빗은 그들의 연구가 경제학 이론과 배치된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신 너드들이 일종의 SM에 빠져 지식의 발전은 커녕 대단한 연구를 한다는마냥 오만함에 빠져있다고 주장한다. "구조방정식 나치들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거야 그냥 모든 학문에서 흔히 보이는 자존심 싸움일 수도 있지만, 헥맨의 불평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괴짜경제학 이후 레빗의 유명한 관찰 중 하나는 "경제학은 답을 구하기 위해 훌륭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만 재미있는 질문을 물어볼 줄 모른다"였다. 그리고 스스로 존재 이유에 대해 자학하는 학문에 대해 외부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5. 나가며

대학원생일 때 난 경제학자들이 재미없는 질문을 답변하고자 한다고 생각했다. 내 첫 박사논문은 "사춘기"에 대한 것으로, 왜 몇몇 사람들은 일찍 진로계획을 못잡고 20대 내내 방황을 하며, 이에 대해 왜 정부지원을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논문은 딱히 생산적이지 못했고, 난 조금 더 일상적이지만 여전히 좁은 질문인 "감옥노동형이 죄수들이 사회로 돌아갈 때 그들의 임금 상승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썼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해지고 해당 데이터를 모으지 못하자, 난 실제로 중요한 질문을 답변하기로 했다: 신기술은 어떻게 옛날 기술을 대체하며, 이를 위해 대중교통을 케이스스터디로 삼자고. 난 Paul David이라는 학자에게 지도 요청을 했고, David는 기술습득의 권위자인만큼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게 진지하고 꼼꼼한 연구가 뭔지를 가르쳐줬다.

내가 레빗에게 이 말을 꺼내자 그는 거의 사과하듯 말을 했다. "나 같은 학자가 너무 많으면 학계의 미래가 밝지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간단한 진실은 좋은 연구를 하기 힘들다는 거죠. 그리고 흥미로운 연구는 흥미를 준다는 점에서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기사

6. 감상

위에서 잠시 언급된 에밀리 오스터에 대해 좀 서술할까 했는데 이 양반 욕할 거리가 거의 한 트럭급이라서 이건 나중으로 미뤄보고, 간만에 정말 잘 읽은 경제 저널리즘이었다

https://newrepublic.com/article/62561/freaks-g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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