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은 조선말 충청도 연산에서 태어난 개벽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3000년간 동양의 제일고전이었던 <주역>을 <정역> 으로 바로잡은 인물이다.

주역은 전설상의 인물 복희가 최초로 만들고 후에 주나라 문왕이 다듬은 것으로 전해지며 우주만물의 운행원리를 음양오행, 팔괘, 육십사괘 등의 불변의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정립한 것이다.
이후 주역은 도교, 유교 및 여러 사유의 근본이 되었으며 특히 공자는 책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때까지 주역을 읽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주역은 곧 불변의 법칙이요, 진리였던 것이다.
반면, 지방의 선비였던 김항은 부동하고 정적인 주역에 의문을 갖고 시간과 변화의 원리를 종합해 내놓았으니 주역을 바로잡았다는 뜻에서 이것이 바로 정역(正易) 이다.
정역의 핵심 내용을 살피자면, 만물은 음양 이전에 율려(律呂)의 법칙이 있어 음과 양이 불균형하고 균형하게 되는 것이 시간에 의해 변함을 지적한다.
따라서 역법의 질서또한 변화하는 것이며, 위로만 향하려던 하늘과 아래로만 향하려던 땅이 서로 멀어지기만 해 세상에 패륜이 난잡하게 된 것이, 개벽으로 인해 완전히 뒤집혀 땅과 하늘이 화합하는 후천세계가 오리라는 개벽사상을 천명한 것이다.
이와 같은 후천개벽 사상은, 후대 천도교 대종교 등 각종 민족종교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정역의 가치는 단순 이론의 완성성과 유토피아적 예언이 아닌 고전의 극복적 재창조, 중국 중심주의 탈피와 주체주의, 새 시대의 선언으로써 후대 민족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