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도 끝났고, 평가도 어느정도는 마무리 된 거 같아

새로운 코어를 뽑고 본격 리빌딩에 들어간 팀들을 보니 그냥 생각나는 게 있어서

NBA도 같이 보는 사람 많으려나 모르겠네

미네소타 팀버울브즈라는 팀이 있어. 응원팀이었지.

왜 응원하게 됐을까. 이만큼 미래가 밝아보이는 팀이 없었거든. 팀의 주축들이 젊고, 빠르고, 강했어. 2015년 쯤이었던 것 같은데, 르브론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 불렸던 앤드류 위긴스. 등장하자마자 리그 최상급 빅맨으로 자리잡은 칼 앤써니 타운스. 농구는 못해도 운동능력 만땅의 원석, 역대급 덩크콘테스트의 우승자 잭 라빈까지.

거기다 프랜차이즈 과거는 어떻고. 우승은 커녕 리그에서 변변한 강팀으로 자리 잡아본 기억조차 거의 없대. 이들과 함께 새 역사가 시작되는 걸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생기더라고. 당장 성적은 안 좋았지만, 곧 저 커리와 르브론의 시대가 끝나고 리그에서 강팀 대접을 받으며 대권에 도전할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들이 함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시간이 지나도 팀은 성장하지 않아. 잭 라빈이 먼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 최근까지도 소속팀에서 욕먹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지내고 있지. 앤드류 위긴스도 곧 팀을 옮겨. 옮긴 팀에서 우승도 했지만 뭐, 루키 때 받았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지. 타운스는 팀의 코어로 남아. 좋은 꼴은 못봤지. 팀 성적은 안좋은데 밤새 게임한다고 워크에씩 논란이 일었거든. 다 한 5년 사이 일어난 일이었나 그래. 

팀의 역사에서 10년은 짧을지 몰라. 근데 보는 사람한텐 아니잖아. 난 팀버울브즈 응원한 뒤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퇴사를 하고 새 일을 찾고 결혼도 하게 돼. 그렇게 내 삶은 변하는데 응원팀은 성장은 커녕 욕만 먹고. 반짝하나 싶다가도 바뀌는게 없으니... 점점 안 보게 되더라고. 미네소타 경기 뿐 아니라 농구 자체를. 그렇게 정착할 곳을 찾아 떠돌다 풋볼도 보게 된 거고.

지난준가. 팀버울브즈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스윕하고 2라운드로 올라가. 플옵 2라간게 20년만이라던가. 그렇게 안 본지 3~4년쯤 된 거 같은데 또 잘한다는 소식이 들리니 챙겨봤지. 잘 하더라고. 웃기게도 이번 주역은 또 새로운 3년차 선수야. 그 때 위긴스에게 바랐던 모습을 신인이 보여주고 있고 타운스는 그 때 없었던 무게감있는 만능롤을 맡고. 예전에도 베테랑 취급받던 선수가 베테랑으로 제 몫을 해주고. 좋은 팀이 됐던데.

근데 뭔가 즐겁고 들뜨지가 않아. 그냥 경기 끝 오 잘했네 굿게임 정도? 2라운드도, 더 높이 올라간다면 또 보겠지만 이겨서 통쾌하다거나 져서 분하다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

리빌딩이란게 참 그런 것 같아.

처음 시작할 땐 져도 좋아. 지금 성적은 안좋아도 유망주들이 터지며 곧 강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잖아. 근데 참, 그게 쉽지 않고. 바닥인 기간이 길어지면 보는 사람 스스로도 떠나간 팬심이 잘 돌아오지가 않아. 코리안이 뭔 연고로 응원하는 것도 아니고.

NBA 보며 기억에 남는 게 뭔지 생각해보니

골든스테이트와 르브론의 파이널 맞대결들. 코비의 은퇴경기. 안테토쿰보의 미친 파이널 퍼포먼스 이런 거더라고. 정작 기억나는 응원팀의 모습은 거의 없다는게 좀 그래

드랩 1라운드에서 이렇게 많은 QB가 뽑힌 건 역대급이라지. 그만큼 리빌딩 버튼 누르고 벽돌 쌓아가는 팀이 많다는 거겠지.

케일럽 윌리엄스의 시카고든, 보 닉스의 덴버, 제이든 대니얼스의 워싱턴, 리빌딩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JJ맥카시의 미네소타, 뭐 올핸 아니지만 브라이스 영의 캐롤라이나도

다들 빠르게 성적 내서 응원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다 슈퍼볼 우승하는 건 말도 안되겠지. 그래도 빅 게임에서 짜릿하게 승리하는 경험, 뽕 차오르는 경험은 모든 리빌딩팀 팬들이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

NFL갤에 너무 농구 얘기했나 싶기도, 리빌딩이 아니라 리빌딩팀 보다 늙어가는 사람의 얘긴가 싶기도 하지만

리빌딩 팀 응원하는 팬들 다 올 한해 짜릿한 경기들 많이 보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