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는 두번째임 (첫번째는 다른나라에서)

나는 홍상수의 이런 솔직함이 참 즐겁더라

자신의 바라고자 하는 것, 욕망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그걸 너무나도 당당히 표현하는 모습

뭐 누구는 이걸 보고 뻔뻔하다고 욕할 수도 있을텐데 결국 뻔뻔하다는 건 숨김없다는 것 아닐까

주인공인 영화감독의 이름은 소완수, 김민희의 작중 이름은 만희인 것부터 이 영화는 무척 자전적임

만희가 해고된 이유는 "부정직함"인데 사실 작중에서 정직하다고 볼 법한 인물은 오히려 만희임

만희를 해고한 상사는 그녀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다 말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고

그러니까 부정직함을 꼬집는 인물의 부정직함을 일부러 드러낸다는 건 홍상수 감독 본인이 하고 싶은 말로 보임

이런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면 추하기도 한데 자기 합리화보단 뻔뻔하게 추함을 인정하고 "너네도 다를 거 없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만희가 해고되고 어느 파티에서 감독이 그녀에게 윽박지르는 장면은 사랑 고백이자 이렇게 밖에는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부탁이라고 느꼈다

이 사랑 고백은 현실에서도 유효하지 않을까

아직 홍상수만의 구조적 실험이 뭔지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그 메세지만으로도 나에겐 너무 재미있었음

홍상수 영화 중에 졸작이라는데 그러면 나머지는 뭐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