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출국해서 3박 4일로 후쿠오카를 다녀옴

프렌치, 가이세키 등 다른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고 왔지만, 여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서 먼저 후기 써본다

(갔던 다른 곳들도 시간될 때 후기 쓸 수는 있는데, 장르가 달라서 다른 갤에 쓸 듯?)

가게 이름은 제목에 적어놨고, 한자 그대로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나옴

여기 유일한 단점이 위치인데(뜬금없이 주택가 있는 곳에 위치해서 텐진, 나카스 기준 전철로 30분 이상 걸리는데 주변에 연계해서 갈 곳도 없음),

그거 감수하고 갈 정도로 충분히 좋은 가게라고 생각함

사실 후쿠오카니까 30몇분 걸리는 게 길게 느껴지는 거지 도쿄나 오사카 갔다고 생각하면 ㅈ도 아닌 거리기도 하고

예약은 타베로그로 할 수 있는데, 전혀 빡세지 않음

나는 5일 전에 예약했는데, 확인해보니 바로 전날에도 빈자리 있어서 예약 되더라

그래도 연휴 기간같이 사람들 몰리는 시기에 갈거면 일주일 전에는 해두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바로 후기 시작할게

첫 츠마미로 나온 고마도후

특별할 건 없고 탱글 고소하니 무난하게 맛있음

계란찜 온도감 뜨끈한게 아주 좋았고, 육수는 패류쪽을 사용하신듯

특이한게 연자육을 넣어서 살짝 향기로운 느낌이 있던데,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하지 않고 딱 적절해서 잘 어울렸다

사시미도 나왔는데 저거 2인분임

와사비는 시즈오카꺼 사용하신다고 알려주셨음

도미, 갈치, 오도로, 주도로는 확실하고 아부리된 게 킨키였나 킨메다이였나 잘 기억이 안 나네

도미는 2일 숙성하셨다고 했는데 적당히 쫀쫀하면서 감칠맛도 잘 올라오는 게 딱 제일 맛있을 때 먹은 것 같았다

갈치는 담백하면서 살살 녹는 식감, 그러나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포션이 조금 작아서 아쉬웠음

참치는 일본에서 잡힌 자연산 쓰신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지방기가 꽤 있는데도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성의 맛이더라

아부리 된 피스는 엄청 고소하고 훈연 향도 나고 맛있었는데, 갠적으로 저런 피스는 간장보다 소금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함

소금 달라고 하셨으면 주셨을 것 같은데, 그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

사쿠라에비였나? 조그마한 민물 새우같은 애들이랑 누에콩 뭉쳐서 튀김으로 주심

새우도 갑각류 향 잘 나면서 고소한게 맛있었는데, 저 누에콩 튀김이 고소하면서도 옥수수처럼 달달 쫀득하니 계속 생각나는 맛임

맥주 시키려다가 사케 먹는 중이라 참았는데 그냥 시킬걸 그랫다

미나리, 계란, 죽순, 고사리 들어간 국물인데 뜨끈해서 좋았음

맛은 무난

여기 국물 낼 때 사용하는 가쓰오부시도 무슨 나무토막같이 생긴 가쓰오부시 토막 가져와서 직접 대패로 갈아 사용하시던데 한국에선 잘 못 보던 광경이라 신기했음

미니 카이센동

밑 접시에는 샤리가 들어있고, 플레이팅이 아기자기하니 귀엽다

우니 어디껀지 물어보는거 깜빡했는데 달달하면서 바다향도 적당히 나서 맛있었음

(본인 해수우니도 잘 먹고, 그냥 달달하고 크리미하기만 하면서 바다 향 아예 안나는(산타바바라 우니가 이런 경우 많더라)는 우니는 약간 불호))

츠마미는 여기까지

스시 나오기 전에 네타 사진찍으라고 저렇게 보여주심

도미야 아까 먹었던 건데, 숙성 잘 되서 맛있었고 샤리랑 잘 어울렸음

여기 샤리 밥은 진짜 잘 지었는데, 초랑 간이 약간 심심한 편이더라

나는 조금 더 간이 있는 편을 선호하긴 하는데, 여기 네타가 워낙 좋아서 이 편도 나쁘지 않았음

갈치

이것도 아까 사시미로 나왔던건데, 확실히 스시로 나오니까 피스가 더 커져서 맛이 더 잘느껴지더라

사시미보다 만족도 훨씬 높았음

이 날의 베스트 1, 전갱이

기름기도 꽉 차있는데, 숙성이 미쳤음

무슨 전어 먹을 때 나는 고소한 멸치 향? 이거에 내가 환장하는데 그 향이 전갱이에서 나니까 느닷없이 한 대 먹은 느낌

4일 숙성하셨다고 하시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맛이 나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먹은 전갱이 중에 베스트라고 하니 셰프님 활짝 웃어보이심

보리 새우는 한국에서 먹는 거랑 큰 차이 없고 특별한 건 없었음(절대 맛 없었다는 얘기는 아님)

그래도 11만원도 안 하는 코스에서 이게 나온다는 것 만으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진짜 여기 코스트 어떻게 맞추는 건지 궁금하다

짚불에 훈연한 가다랑어

은은하게 올라오는 훈연 향이랑 가다랑어 자체의 산미가 잘 어우러졌고, 식감은 일반적인 아카미보다 더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

삼치 훈연한거보다 이쪽이 내 취향

이날의 베스트 3, 한치

위에 올라간 우니랑 캐비어는 조연이고, 한치 원물이 다 했음

한치 사이즈가 1kg을 넘는 놈이 들어왔다고 자랑하시던데, 진짜 엄청 쫀쫀하고 탱글하고 달달하고 지금까지 내가 먹어온 한치는 뭐지 싶은 맛이었음

내가 한국 수산시장 몇 년 다니면서 그 정도 크기의 한치는 한 번도 못봤는 데 대체 이런거 어디서 사냐고 물으니까, 일본에도 이 사이즈는 잘 없다고 하시더라

셰프님이 들떠서 자랑하신 이유가 있었다

참치 나오기 전에 저렇게 잘린거 보여주셨는데, 크기는 좀 작지만 기름기가 딱 봐도 꽉차보임

2~300키로 축양에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면서 산미도 잘 나고, 느끼하지 않아서 훨씬 맛있다고 느낌

괜히 참치는 일본에서 먹으라고 하는 게 아니더라

아카미에서도 기름기가 느껴졌다...

베스트 2, 오도로

아카미도 맛있었지만, 오도로가 진짜 압권이었다...147kg짜리가 이정도면 200kg 넘는 자연산은 어떤 맛일지 상상도 안가네

아나고 폭신 달달하니 맛있었음

참치 다져서 말아주셨는데, 참치도 맛있지만 김도 엄청 파삭파삭하더라

초-호화 참치김밥

교꾸는 폭신폭신하면서 새우향 강하게 나는 스타일인데 취향에 잘 맞았음

장국 나오고

디저트까지 해서 마무리

디저트 생긴건 이쁜데 저 빵은 그냥 쏘쏘한 맛이었음

셰프님 내가 질문하는거 하나하나 상세하게 대답해주셨고, 뒤에 직원분은 계속 우리 술, 물 마시는 속도 보면서 채워주심

그리고 가게 밖 나설때 부담스러울 정도의 미오쿠리까지...서비스에서도 뭐 하나 지적할 부분이 없었고 오히려 내가 과분하다고 느낌

여기 오고 확실히 느꼈다...오마카세는 일본에서 가는게 무조건 이득이라고

당분간 또 눈코뜰새없이 일하는 시즌이라, 돈 열심히 모아서 8월에 꼭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다짐함

여긴 위치가 도심이랑 떨어져있어서 한국 사람들 많이 안가는 것 같던데, 알려지기 전에 우리끼리 꿀빨자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