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사토루. 이 가면 이상하진 않아?”

키노는 가면을 만지작거리며 사토루를 바라보았다. 인베리아의 유산으로 부모님의 유품인 가면이었기에 소중한 물건이었지만, 소녀 감성인 키노에게 있어 사토루에게 이 가면이 우스워 보이진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아니! 아주 어울린다, 키노. 만약 키노 내가 너를 만나지 않은 우주가 있다고 한들 네가 그 가면을 쓰고 있었다면 내가 먼저 다가갔을 정도로 귀여운 가면이다.”

사토루는 거짓으로 답했다. 누군가 저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면 의심을 넘어 적대시할 사토루였지만, 키노가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짓말했다. 실제로 키노가 이블아이로 사는 세계에서의 사토루는 이블아이에게 마음을 두지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가면이었다.

“헤헤, 정말?”

키노는 그런 사토루의 말을 전적으로 믿으며 기뻐했다. 그런 키노의 반응을 본 사토루는 없는 입고리가 올라갔다. 사토루는 키노가 상처받지 않도록 모몬으로 활동할 때의 갑옷을 꺼내며 역으로 키노에게 물었다.

“키노, 그렇다면 내 갑옷과 투구는 어떻느냐?”

“음… 다른 길드원들은 사토루의 모몬이나 나베 같은 이름하고 갑옷이 조금 유치하다곤 하지만, 나한테는 멋있어!”

“으윽!”

키노의 악의 없는 말에 사토루는 휘청거렸다. 이윽고 정신안정의 효과로 안정됐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사토루 본인도 자신의 센스가 형편없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나자릭 지하대분묘에 자신이 만든 ‘판도라즈 액터’라는 NPC의 복장과 설정 그리고 이름을 떠올리려니 다시 정신안정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특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판도라즈 액터의 원래 이름은 다른 길드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반대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모몬과 나베라는 이름 역시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특히 칠흑의 모몬이라는 이명과 외형 역시 자신의 세계에서 흔히 말하던 중2병과 닮은 것 같았다.

“이건 전부 터치 미씨 때문이야.”

“사토루 괜찮아?”

사토루는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그걸 본 키노는 바로 사토루에게 다가가 사토루를 위로했다. 그런 키노의 모습을 보자, 앞으로 이름을 짓는 거나 복장 같은 건 키노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키노에게는 미안하지만, 키노는 자신의 의견이라면 다 좋다고 말하기에 객관적인 답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 괜찮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러면 키노. 우리 다른 복장으로….”

“아냐! 나는 괜찮아, 사토루. 동화 속의 모험을 떠나는 공주 같지는 않지만, 가면을 쓴 매직 캐스터와 칠흑의 기사도 충분히 동화 같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키노는 사토루가 다른 복장을 하자고 제안한 게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토루가 자신의 네이밍 센스가 형편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듯이, 키노 본인도 자신이 소녀 같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신을 사토루가 배려해서 모험가 복장이 아니라, 소녀처럼 입고 나가자는 말로 잘못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 키노. 네가 괜찮다면야.”

만약 사토루가 혼자 있었다면 “내가 바로 칠흑의 모몬이다!”라며 검을 뽑으며 자세를 취했던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면서 이불을 발로 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선망하는 키노의 앞이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키노는 사토루의 대답을 들은 후 식어버린 스프와 토스트를 입에 구겨 넣고는 준비하겠다면서 방으로 향했다. 그런 키노를 본 사토루는 부끄럽다는 말을 남긴 채 자신의 방으로 쓸쓸히 돌아갔다.

“헤헤, 사토루랑 데이트다.”

키노는 기뻐하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모험가의 복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물품들부터 시작해서 가면으로 가릴 거지만, 가벼운 화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인 신생 아인즈 울 고운의 멤버라는 것을 증명하는 반지를 ‘링 오브 아인즈 울 고운’을 왼손 약지에 끼며 제자리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준비를 끝낸 키노는 방 한쪽에 놓인 옷장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사토루 몰래 메이드들과 도시로 나가 맞춰두었던 새하얀 드레스가 한 벌 걸려있었다. 사토루조차 모르는 이 드레스는 키노에게 있어 꿈이자 목표였다. 언젠가 사토루를 위해 사토루를 향해 입을 일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그녀는 옷장 문을 닫았다.

그리고 키노와 함께 그 드레스를 고른 메이드들은 그날을 대비해 비장의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고, 다른 길드원들 역시 둘의 결혼식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토루를 제외한 모두가 사토루의 결혼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자기 전에 우선 1화는 다 썼습니다. 이상한 부분이나 사토루나 키노의 말투를 아신다면 댓글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신생 아인즈 울 고운의 멤버들은 이름이 밝혀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