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뉴비라고 하기에도 벌써 10년차네......

고앵욱의 따부루푸레이로 국뽕 충만한 밤을 보내고, 그날부터 코묻은 돈 한푼한푼 모아서 윌슨 A1000을 샀었지.

노력이 가상해 보였던지 헬지 핸드폰 사업부 마케팅쪽에서 일하던 우리 삼촌이 어디서 엘지 모자랑 유니폼을 가져왔더라고.

미안한데 형 유니폼은 아니었어ㅋ 이대형이었음ㅋ 그때 형 잘 못했을때라ㅋ

사실 그렇다고 해도 그런거 준다고 없던 팬심이 생기진 않잖아.

주변애들이 하나둘씩 야구 관심 없던 놈들도 나 오늘부터 두산팬 해야지! 이러고 있길래, 나도 두산이 핫한데 두산 팬이나 해볼까 이러고 있었음.
당시 중1들한테는 두산이 제일 핫했다ㅋㅋ
아니 솔직히 우리나이 또래에 엘팬 찾기 개힘듬ㅋㅋ 내 주위에만 없나 시벌.....

여튼 그래 시발 집 옆도 잠실구장인데 두산이나 빨자 빨자 해도, 잘 모르겠더라. 솔직히 두산 존나 잘할땐데 이상하게 매력이 없었음. 그래서 어디가서 두산팬이라고 말하기는 쪽팔렸다.

그렇게 애들하고 캐치볼만하다가, 어느날 입고 갈 게 없어서 이너도 없이 존나 큰 이대형 유니폼을 입고 나갔다. 그러니까 애들이 묻더라,

"너 엘지팬이냐?"
난 아무생각없이 멍청하게 대답했다 "응"


그렇게 엘지팬이 되었다.

다음해에 간 수련회에서 애들하고 일장 야구 토론이 이뤄지던 때였다. 각자 팀 자랑을 하는데 누가 선빵를 때리더라.

"야 너네팀은 페타지니랑 박용택만 야구하잖아ㅋㅋㅋㅋ"

"뭐 시발아 근데 그 둘이 존나 잘하잖아ㅋㅋㅋㅋㅋ"

그렇게 존나 시끄럽기 떠들다가 수련회 조교한테 걸렸다 시발...... 술쳐마신것도 걸림.
존나 몰래 갖고 들어온 맥주 한캔이었는데...... 그것도 존나 쬐만한거 여덟명이 돌려마신거였는데...... 근데 애새끼들이 다 얼굴 빨개서 술냄새가 나니까 자는척을 해도 걸리더라.

여튼 그렇게 존나 혼나고 난 뒤로 난 형에게 관심이 생겼다.
둘만 야구하는데 그래 시발 얼마나 잘하나 봐야겠다.

쪼금 졸렬하긴 해도...... 결국 상은 형 혼자 타더라. 물론 팀은 병신.

...... 그렇게 좋아하는 선수가 생겼다.

형의 데뷔는 내 나이가 좆밥이라 못봤지만

형의 전성기는 오롯히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전성기는 10년을 더 갔고,
어제부로 박용택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