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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6-05-04

[감상] ❗ ❗ ❗이청준❗ ❗ ❗기습숭배❗ ❗ ❗앱에서 작성

배고픈독린이

2024.05.02 20:35:31

조회 333 추천 7 댓글 22

이청준, 그는 장광 없는 도스토예프스키요, 이론과 지식 없는 토마스 만이며, 그의 소설들은 영원히 살아가는 파우스트들의 일대기이다(이를 지루하게 쳐다보는 메피스토펠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한 쪽에 위치한 부조리 작품들은 현실의 물리적 법칙에 묶인,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모순에 허덕이는 좌우 반전된 카프카에스크이고, 반대쪽에 위치한 토속과 정한의 소설들은 언제나 미래의 평안만을 약속하는, 닿을 수 없는 구원의 복음서이다.

이청준이 평생토록 찾고자 했던 구원은, 역설적으로 치밀한 논리 전개와 의식의 탐구, 그리고 현실에의 지속적인 귀의로 인해 그의 인생 동안에도 유보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이청준은 가혹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달디단 닫힌 벽을 세우지 않고 둑을 무너뜨려 영구히 열린 텍스트를 지향하였다. 독자는 둑 속의 개간지가 아닌 끝없이 펼쳐진 대양 위에서 표류하며 소금물을 퍼먹어야 하는 운명에 순응해야 하고, 최후의 저작에서 조차 마무리되지 못한 세계의 끝을 바라보며 허망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삶은 이청준의 소설처럼 살아가고 구원을 찾아가는 행로가 된다. 엘디아인의 좌표처럼 이청준의 소설은 모든 한국인의 삶을 무책임하게 이끌고, 그의 죽음 이후에도 소설을 들춰낸 독자 스스로가 묶어버린 굴레가 되어 삶을 지배한다.

그러므로 우린 이청준을 읽어야 한다. 지난 반백년 한국인의 의식을 형성한 역사를 소설적 텍스트로 읽어내야 한다. 그 닿을 길 없는 진정한 말에 대한 탐구와 소리의 세계, 꿰뚫린 코로 끌리며 무작정 바랄 수 밖에 없는 구원, 알아낼 수 없는 거짓과 진실 사이의 고뇌 속에 허덕이며 끝없이 읽어나가야 한다...

갑자기 꽂힌 단어에서 시작한 뻘글이니 무시하고 지나가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다들 이청준 읽지 않을래? 서편재? 떠도는 말? 빈 방? 선학동 나그네? 조율사? 춤추는 사제? 제 3의 현장? 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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