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셰슈티 전투 기념비

독일군에게 점령된 루마니아는 그해 닥친 50년만의 강추위에 독일군의 무자비한 약탈까지 겹쳐서 지독한 기아에 시달려야 했음. 왕실 가족들도 콩으로 간신히 형편을 연명해야 했음.

기나긴 겨울이 끝나가던 무렵인 1917년 3월,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이 발생하면서 전국이 혼란에 빠짐. 러시아 임시정부가 군대를 신경 쓰지 못 하는 사이에 루마니아의 러시아 장교들은 루마니아의 창고를 습격했으며 병사들은 루마니아인들에게 봉기할 것을 부추겼음. 다행히도 정부가 전쟁이 끝나는 대로 개혁을 약속하면서 루마니아에서는 혁명이 발생하지 않았음.

한편 이 시기 동안 연합군의 원조 아래 루마니아의 상황은 꽤 나아졌음. 루마니아군은 프랑스의 앙리 베르텔로 장군의 군 재교육 아래 급속도로 현대화되었고 다시 공세에 나설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옴. 영국의 존 노턴 그리피 대령은 독일군의 눈앞에서 플로이에슈티 유전을 폭파시키기도 함.

그러나 루마니아군의 공세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루마니아는 이아시의 방어에 더 중점을 두기로 함. 1917년 8월에는 마라셰슈티에서 프랑스식 훈련으로 무장한 루마니아군들이 한 달의 치열한 전투 끝에 독일군과 오스트리아군을 격퇴시키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음.

1917년 11월, 레닌이 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리고 독일과 협상하면서 종전 협약을 맺자, 이아시가 함락되면 러시아로 망명하려던 페르디난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됨. 완전히 포위당한 루마니아군은 독일군의 지속적인 공세로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러시아군이 루마니아 국경에서 뒤섞이면서 군대는 아수라장이 됨. 심지어 혁명군들은 루마니아 왕국을 붕괴시켜 볼셰비키 정부를 세우려는 계획까지 세웠음.

결국 루마니아 정부는 독일과 평화협상에 나섬. 독일은 1918년 5월 부쿠레슈티 조약을 통해 루마니아에게 가혹한 대가를 부여함. 다만 페르디난트 왕은 이 조약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음.

1. 도브루자 지방을 포함한 일부 영도의 양도

2. 루마니아의 유전은 90년 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공동 관리

3. 10년 동안 모든 농산물들은 독일을 위해 비축

4. 루마니아에 주둔한 독일군의 경비는 루마니아 정부가 전액 부담

5.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의 자유로운 카르파티아 산맥 통과 보장 등등

1918 부쿠레슈티 조약으로 인한 영토의 변화. 맨 밑의 파랑색이 불가리아에게 양도된 도브루자이며, 보라색으로 표시된 트란실바니아 일부는 오스트리아-헝가리에게 양도되었다. 위쪽의 주황색은 러시아에게 양도받은 베사라비아 지방이다.

그나마 루마니아가 건진 것이 있다면 베사라비아의 지배권을 인정받았다는 것 뿐이었음. 그 와중에 러시아는 루마니아에서 철수하면서 몰도바 지방을 약탈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감. 러시아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루마니아가 임시로 맡긴 문화재들을 모두 압수했으며 지금까지도 돌려주지 않고 있음.

다행스럽게도 전쟁은 얼마 안 가 독일이 항복하면서 끝나게 됨. 페르디난트와 마리는 다시 부쿠레슈티로 돌아왔지만 이미 전국이 전쟁으로 십창난 상태라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음.

한편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인들은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18년 10월 12일에 민족 자결주의를 선언한 후 11월 28일 루마니아와의 통일을 선포함. 며칠 뒤 12월 1일에는 대규모 군중 집회를 통해 루마니아로의 합병이 결정됨.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12월 1일이 루마니아의 국경일(인민의 날)이 됨.

전 세계에서 전쟁의 기운은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루마니아는 트란실바니아의 영유권 문제로 헝가리와 전쟁이 발발하면서 회복할 틈도 없이 다시 군대를 움직여야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