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통판 준비 단계
전략 구성 → 기간 설정 → 플랫폼 선정 → 정보 전달 매체 제작 → 통판 글 작성
이전 '결정 단계'가 통판을 왜 할것이냐를 선택하는 단계였다면
'통판 준비 단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결정 단계에서 자료를 많이 정리해뒀다면 꽤 수월하게 흘러갑니다.
1. 전략 구성
마케팅이나 컨설턴팅 등, 전략 수립 과정에는 정론이 없습니다만,
저는 편하게 육하원칙을 선호합니다. 간결하고, 쉬우며, 엉뚱한 결론으로 셀 틈이 적거든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누가: 부스와 부스원, 그리고 통판을 책임지고 맡을 인원
언제: 시작할 대략적인 일정
어디서: 특정 플랫폼,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
무엇을: 굿즈 종류가 되겠지요? 경우에 따라선 서비스가 될 수도 있구요.
어떻게: 이 부분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단에 적겠습니다.
왜: 추가 수익이 목적인지, 지방 거주자에게 제공이 목적인지, 재고 처리 목적인지 등등...
'어떻게'에 들어갈 내용은 참 다양합니다. 딱히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키워드가 될 수 있고, 문장이 될 수 있고, 등등.. 사람들 따라 참 가지각색입니다.
추천하는 바는, (어떠한) 굿즈를 + (아무 말) + (동사) 형태의 문장 구성입니다.
심지어 '어떻게' 안에 육하원칙을 또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
예시입니다.
비인기 재고를 + 묶어서 + 팔 것이다.
'회지'를 + 싼값에 뽑기 위해 + 미리 대량 발주하고자 한다.
되팔이가 심한 굿즈를 + 재생산해서 + 이슈를 해결하겠다.
포토 카드는 + 고객을 만족을 주고자 + 서비스로 하겠다.
어떻게를 잘 준비함에 따라, 이 굿즈를 판매하는 이유와 통판의 목적을 스스로 점검 가능합니다.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어떻게' 부분을 잘 나열해봅시다.
육하원칙은 나(판매자)도 적용되고 고객에게도 적용됩니다.
고객에도 적용된다니 뜬금 없긴한데, 고객의 관점에서 우리 부스가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는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이 어렵다면, 통판을 진행하는 다른 부스(혹은 과거의 통판들)을 고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됩니다.
누가: 부스 이름이나 특정 작가 등 정보로, 부스의 얼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언제: 마감 시점이나 배송 시작 시점, 더 주관적으로 따지면 월급이 들어오는 날 전이냐 후냐 등도 가능하겠죠?
어디서: 고객 입장에서 사용이 편리한 곳이냐 친숙한 곳이냐 접근성이 뛰어나냐 등
무엇을: 내가 사고자하는 게 있는지
어떻게: 통판이 진행되는 과정, 통판을 진행하는 이유 등이 되겠습니다.
왜: 내가 이걸 사야 될 이유, 내가 이걸 보고 있는 이유, 내가 사기 싫은 이유 등 이유가 되겠습니다.
육하원칙에서 반드시 작성 순서를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개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본인이 인기 작가라면 고객입장에서나 판매자 입장에서나 '누가'가 제일 중요한 개념이 되겠습니다.
틈새 시장을 노리거나, 행사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불타오를 때는 '언제'가 제일 중요하겠습니다.
(가챠게임의 경우, 캐릭터 인기 사이클이 매우 짧음을 생각해봅시다.)
플랫폼의 다양한 결제 수단을 강점으로 내새우거나, 커뮤니티나 SNS의 팬들을 활용하겠다면 '어디서'가 중요하겠지요?
우리 부스만의 독특하고 인기 있는 굿즈가 있다면 굿즈만 내세워도 됩니다. '무엇을' 이겠습니다.
'어떻게' 할 지에 따라 현장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특별한 목적 달성이 중요하다면 '왜'가 0순위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름 정리를 하다보면 문득
통판을 왜 하고 무엇을 팔고 어떻게 팔고 언제까지 팔거며 누구에게 팔 지 명확해지기 시작합니다.
연관성이 있게 최대한 묶고, 관련이 없거나 불필요하다 싶은 개념과 아이디어들은 버립시다.
불필요한 아이디어들까지 끌고갈만큼, 여유로운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아이디어와 결정들은 고객들에게 혼선을 줍니다.
이것도 담고 저것도 담고 싶다면 뷔페를 해야합니다.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뷔페를 하는 것 보다는 잘하는 일품 요리를 보여주는 쪽이, 요리사가 어떤 음식을 잘하는지 알리기 더 쉽겠지요?
즉, 현실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으니 그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게 현명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왜 통판을 하는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게 연습해봅시다.
그리고 그걸 풀어서 글로 써내려 가봅시다. 동료나 응원해주는 지인 등, 내 주변에 공유해봅시다.
그들의 반응과 의견을 보고 수정해갑시다. 불필요한 아이디어나 핵심과 어울리지 않는 의견은 과감히 처냅시다.
이걸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들 섞어서 써주면 소위 '사업 전략'이니 뭐니 할법한 모양새가 갖춰집니다.
물론 굳이 그렇게 쓸 필요까진 없지만요.
2. 기간 설정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낼지입니다.
판매 개시 시점부터 정산까지가 아니라.
통판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점부터 고객응대가 끝날 때까지입니다.
위에 전략설정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면, 대충 내가 통판을 위해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윤곽이 잡힙니다.
내가 통판 과정에서 얼마나 굴러야 될지도, 모양새가 갖춰지려면 준비는 어느정도 해야할 지도 감이 잡히기 시작하죠.
내가 해야할 작업들을 '시간'이나 '비용'등, 수치화해봅시다. 내가 가진 자원도 수치화해서, 투입량도 생각합시다.
내가 가진 자원이 가능한 정도의 선에서 각 기간을 설정합시다.
복잡하게 써서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피곤해서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행사가 끝나고, 월요일부터 통판을 진행하려고 가정합시다.
그러려면 일요일 귀가하고나서부터 월요일 저녁까지 쉬지않고 통판 준비 작업을 해야되는 셈입니다.
행사도 리뷰하고 재고도 파악하고 전략도 세우고 동료 의견도 취합하고...
조금 비현실적이죠? 이걸 현실적으로 하자는 말입니다.
다른 예시를 들겠습니다.
굿즈 제작처에서 택배를 수령하자마자, 고객들에게 당일 택배를 보내주면 참 좋습니다만...
통판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택배 준비가 여간 힘든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제작처에서 굿즈가 올 것으로 생각되는 시점을 파악하고,
택배 작업을 한다면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계산하고
구매자 분들이 '택배 언제 발송하나요?'라고 묻지 않을 적절한 시점을 설정합시다.
발주를 언제할지도 대략 정합시다.
통판을 시작하며 바로 할것인지
통판 진행 중에 할 것인지
마감이 끝나고 할 것인지 등
앞서 전략을 잘 세워뒀다면 발주 기간과 굿즈 예상 수령 시점을 설정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구매자분들 질의와 클레임이 언제까지 올지도 대략적으로 기간에 반영합시다.
질의가 들어오는 시점은 크게 4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통판 이전 / 통판 개시 / 마감 직전 / 배송 이후
배송이 끝났다고 나몰라라 할 순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판매된 굿즈라면, DM으로 날라오거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거나 에고서치를 하지 않는 이상, 고객들의 메시지가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굿즈를 전달하는 방식이니, 어지간한 문의나 요청사항은 현장에서 처리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통판은 구매자와 나 사이, 중간에 낀 과정이 많습니다.
그 과정들마다 어떤 이슈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어떤 문의와 요청이 들어올지도, 어떤 클레임이 어떻게 발생할지도 미지수입니다.
하루종일 커뮤니티, SNS, 플랫폼 메시지창만 확인하고 있다보면 정말 피폐해집니다.
그렇기에 미리 '언제까지는 고객 대응으로 일상이 바쁘겠구나~' 하고 기간을 설정해둬야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기간이 얼추 구해지면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보통 3개월 주기로 큰 동인 행사들이 있지요?
통판으로 3주~1개월 가량 소모되는걸 생각하면, 휴식할 시간이 생각보다 없음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신 당부하지만 기간을 동료들에게도 꼭 공유합시다.
(알려도 까먹을테니) 두번 세번 계속 공유합시다.
3. 플랫폼 선정
그나마 이 부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겠네요.
판매할 곳마다 장단점과 특징이 있습니다.
검색해서 대충이나마 비교를 해보고, 적절한걸 고릅시다.
다양한 결제 수단을 지원하지만 수수료를 땔 수 있고
개인 사이트 등을 열어 직접 결제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심지어 오픈 채팅이나 DM 방법으로도 가능하겠구요.
무엇이 정답이다는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수수료를 주더라도 결제 수단이 다양하고 구매자 정보 관리가 편한 쪽을 추천합니다.
택배를 보낼 때 구매자가 기입한 개인 정보가 이상하면... 진짜 피곤해집니다....
구매자 수가 적다면 모르겠지만, 통판 규모가 커질수록 플랫폼 이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광고 안 받음)
4. 정보 전달 매체 제작
인포를 만듭시다.
선입금이나 현장결제 인포를 그대로 써도 문제는 없습니다.
절대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현장용 인포는 실물 사진이 없어도 됩니다.
'아 현장에서 실물로 보면 어떨까?' 혹은 '아직 제작중이라 없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거든요.
게다가 구매자들이 현장에서 실물로 보면서 본인이 보고 싶은 부분을 자세히 보는 게 가능합니다.
그런데 통판에서는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말고는, 구매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입니다.
궁금증에 질의를 주는 고객은 소수입니다.
쇼핑몰을 들어갔을 때 상품 설명이 애매하거나,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어서 구매를 안 한 경우가 있을겁니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 말고는 구매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란 점은 오히려 기회이기도 합니다.
내가 부각시키고 싶은 점을 더욱 강조해서, 구매자에게 적극 어필할 수 있거든요.
쇼핑몰에서 아무 상품이나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이해가 빠를거라 생각합니다.
상품 정보를 읽다보면 판매자가 무엇을 강조하는지,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고 제작한지 그 의도가 보일겁니다.
플랫폼에 따라 더 적합한 정보 전달 방식이 존재할 수 도 있습니다.
가령, 해당 플랫폼에서 동영상이나 GIF 사용이 가능하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쓰면 좋겠지요?
블로그나 DM등으로 진행된다면, 단순한 복붙보다 뭔가 고객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는 느낌을 줘도 좋습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내가 쓸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지 생각하고 잘 준비합시다.
5. 통판 글 작성
전략도 세웠고, 기간도 정했고, 플랫폼도 골랐고, 인포도 준비했다면 이제 작성만 남았습니다.
준비를 잘 했다면 빠진 것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만 하면 끝입니다.
이제 세숫대야에 물을 따르고 많이 구매해주기만 빕시다.
주변에 최대한 공유하는 것도 잊지맙시다.
쪽팔리더라도 일단 커뮤니티와 SNS등에 홍보글을 쓰고 봅시다.
생각보다 이걸 안 해서 낭패 볼 때가 많습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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