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은 꼬기들



강원도는 정말 장점이 확실한 곳이다
어딜가나 물이 맑고 공기에는 향기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어딜 가더라도 수건과 내가 갈아입을 여분의 옷을 들고 다니셨다
내가 물만 보면 일단 들어가고 보는 물에 미친 놈이어서...
어른이 된 나는 절제할 수 있게 됐지만 강원도 계곡은 거의 최면처럼 나를 홀렸고 절제력을 상실시켰다

여름이면 근처에 찜해둔 포인트가 있었는데 다리 밑이라서 햇빛도 피할 수 있고 물도 깊었으며 다이빙 포인트가 있어서 다이빙도 가능했다
더 좋은 점은 워낙 계곡이 많기도 하고 사람왕래가 적어서인지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 그런지 다들 계곡에서 취사를 했다
그것도 미친 삼겹살에 김치까지 구워먹기 쌉가능

수영하고 다이빙하고 물안경에 쑥즙으로 코팅해서 잠수하고 물고기 따라다니다가 힘 빠지면 올라와서 라면 끓여먹고 옆쪽가서 꺽지낚시 좀 하다가 더우면 다시 수영하고 또 고기구워먹고...
가끔은 친구들도 초대해서 대접하고 수영못하는 친구들은 튜브랑 구명조끼 씌우고 물에 띄워놓고 과자하나 쥐어주면 그렇게 좋아하더라

내가 자주 가는 포인트가 있었지만 사실 냇가 근처 어딜가도 포인트라면 포인트였다
차타고 지나가다가 냇가에 누가 보여서 내려가보면 가물치도 잡고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빠가사리도 잡고 있다
고기 이름을 물어보면 옆에 아빠랑 붙어있던 애기들이
"이건 피라미구요~ 이건 돌고기구요~ 이건 여름치구요~"
하며 고기 이름을 알려주고 그랬다


근처 다른 부대에서 근무하던 동기형은 배스낚시에 빠져서 나를 초대했고 한동안은 배스에 빠져서 저수지와 호수를 헤치고 다녔다
바다랑은 다르게 고요한 호수를 보며 휙휙 루어대를 던져대면 호연지기를 느끼며 물아일체가 되는듯, 해탈과 열반에 드는것 같았다


물고기하면 역시 바다낚시인데 동해바다가 낚시하기 정말정말 좋았다
대충 원투 던지면 장어들이 꿈지럭꿈지럭 올라왔고 작은 찌를 달아서 던지면 2자반 3자 고등어와 전갱이가 줄줄 올라왔다
주말에 새벽처럼 나가서 고등어, 전갱이를 비닐봉지에 왕창 잡아왔고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냇가에서 손질해서 얼려두고 밤마다 소주에 생선구이를 해먹었고 가끔은 밤에 고성에 어느 항구에서 장어낚시를 해 숯불에 통구이를 해먹곤 했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가끔은 해삼같은게 올라오면 회쳐먹기도 하고, 지나가던 길에 낚시하는 사람 구경하고 있었는데 숭어를 잡으시더니 회쳐서 나눠주시는걸 얻어먹고 보답으로 소주를 사드리곤 했다


동기형은 고향이 경기도였는데도 강원도라는 위치에 나름 만족해 했다
왜냐면 서울까지 두시간이면 갔기에 그닥 먼 거리가 아니라고 했다
도로가 한산하기 때문에 서울 초입까지는 정말 빨리갔고 나도 고속버스나 자가로 서울구경을 자주 갔다

만족해하는 다른 동기도 있었는데 얘는 자기 부대가 너무 좋다며 물 만난 물고기마냥 좋아했다
왜 때문에냐고? 얘는 보드가 취미였다
여름에는 속초가서 피부가 초콜렛이 되도록 서핑하고 겨울에는 비발디파크 정액권같은걸 끊어놓고 스노보드를 탔다
평일에도 퇴근하고 비발디로 쏘더라 야간이 더 좋대나 뭐래나

지금도 나는 강원도는 사람 살데가 못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너무 각박한 삶을 살아야하지만 대신에 짐승과 자연에게는 천국이라 관광하기에 좋았다
조금만 가면 유명한 가평 엠티촌, 자라섬, 남이섬, 양구 펀치볼, 파로호, 울산바위나 미시령, 소양강과 홍천강 축제 같은 것들을 어렵지않게 접할 수 있었다.
강원도에 살지않았으면 아마 대부분 못가봤을 곳들이었겠지


너무 길게 쓰면 가독성이 떨어지니 이쯤하고 줄일게요
관종이라 관심받으니 기분이 좋아요
칭찬 댓글이랑 추천먹고 글 씁니다ㅋㅋ
강원도 생활은 대부분 절망편이지만 가슴에 쿡쿡 박히던 고급 절망편도 생각하고 있는데 정리되면 써보겠습니당
즐거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