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눈을 뜨지 못하던 진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오랜 투병 생활과 누적되어왔던 신체적인 고통은 진을 하반신 마비로 만들었다. 이리스와 스텔라는 단지 그가 깨어났고, 목숨이 무사하다는 것 만으로 기뻐하고 행복했다. 진은 그런 가족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라고 말하며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를 원망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리스는 진을 위해 여러가지 생활 용품과 최고급 휠체어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구매하고, 스텔라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해보겠다고 재료를 공수했다. 진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공포에 질린듯한 표정이었지만 행복감을 감추지 못한 모양인지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진은 맛있게 요리된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제대로 구워진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입 전체에 향기롭게 퍼지며 미뢰를 자극하는 황홀감이 느껴졌다. 자신이 긴 시간동안 누워있는 만큼 이리스는 스텔라를 위해 요리공부를 열심히 한 모양이었다. 앞으로의 걱정은 필요없으리라. 진은 이리스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다만 그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되는 것 하나였다. 스텔라의 경우에는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고 귀엽게 소리치고는 하지만 여전히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고, 이리스의 경우에는 스텔라의 교육 문제도 도맡아야 하지만 이제 자신의 케어또한 임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은 이리스에게도, 그리고 더 좋은 것을 해주지 못해 스텔라에게도 미안했다.

진의 얼굴에 복합적인 감정이 피어오르자 이리스는 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이 뭐라 말하려는 순간 이리스는 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말 하지 않아도 알아. 또 미안하다고 하겠지. 하지만 혼자서 너무 앞서가고 뒤돌아보지 않는건 나쁜거야. 이제 같이 천천히 가자. 가족끼리 천천히."

이리스는 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속삭였다. 그렇기에 진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지만 억지로 참아낸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다른 고기를 입에 넣었다.

반대편에서 우물우물 열심히 고기를 씹는 스텔라의 행복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줄 준비가 되어있는 이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분명 가족이었다.

그렇기에 진은 행복했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없게 되었지만, 항상 앞에서 가족들을 돌아보지 않고 뛰었던 전과 달리 이제는 가족과 정말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기에. 그렇기에 진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진은 웃었다.
인생은 아름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