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 써봄.

연질러버가 나쁘다는게 아니야. 연질러버는 죄가 없어. 나도 한때는 경도 45도 근처인 애들 많이 썼었고 더 부드러운 애들도 백에다 붙이고 쓴 적도 있다.

근데 탁구 메타가 좀 바뀌었다는 것도 인식은 해야해.

테너지 05가 처음 나왔을때가 2008년 이었고, 선수들이 너도 나도 쓰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으로 크게 퍼지기 시작한 시절은 2009~10년 부터 시작이야. 

저 시기는 아직 셀룰로이드 볼 쓰던 시절이고, 그 초창기 시절 테너지는 단단한 느낌을 준 게 맞아. 근데 볼이 플라스틱, ABS로 바뀌어가면서 기존 테너지는 너무 하드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지 버터사에서는 세팅값을 조절했다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건 스폰지 경도 하나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고, 다른 부분의 세팅에 조금 변화를 주면서 전체적인 감각을 부드럽게 세팅했었음. 회전 잘 안먹고 그만큼 무거운 느낌을 주는 새로운 볼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었지. 

그래서 지금 대다수 러버들의 특징은, 무려 52.5도 정도의 고경도 러버임에도 옛날에 진짜 딱딱한 느낌을 줬던 그런 고경도 러버들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는 것임. 쉽게 말해서 의미있게 회전을 줄 수 있는 임팩트 임계값이 옛날 러버들만큼 높지는 않다는 뜻이지. 

그래서 현 시점 기준으로 보면 테너지 05 정도는 이제 일반인이 써도 충분히 의미있게 쓸 수 있는 러버 맞다.

당연히 선수부들이 테너지 쓰는 경우만큼 볼빨 내긴 어렵겠지 아마추어가.

근데 저번에 너가 말한대로 임팩트 조금만 떨어져도 회전량이나 볼빨이 팍팍 떨어질 정도로 빡센 러버는 결코 아니라는거다 현 시점에서는.

그러니까 지역 5~6부 정도 레벨 되는 사람들도 어려움 없이 쓰는 경우가 많은 거고.

연질러버로 회전을 쉽게 줄 수 있는 건 맞아. 하지만 그걸 쓴다고 플레이의 안정성이 올라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조금 단단하게 러버에서 버티는 느낌으로 볼을 다뤄왔던 사람들은 연질러버를 주면 공이 자꾸 주저앉거나 예상치 못하게 커트볼이 붕 뜨거나 해서 당황할 수 있거든.

그리고 임팩트 스타일 자체가 약간 고경도 러버 스타일에 맞춰진 사람은 연질 러버를 주면 오히려 특성을 못살리고 볼빨이나 회전량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연질러버 잘만 쓰던 사람이 살짝 경도 높였을 뿐인데 중구난방 되는 경우도 있고.

아님 연질 러버 잘 쓰던 사람에게 고경도 러버 줬더니 그대로 안정적으로 치는데 볼빨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경우들이 있으니까 생체인거야. 

그걸 엔간하게 뭉뚱그려서 "고수가 아니면 고경도 러버는 아무 의미 없다 무조건 연질이 낫다" 이렇게 말하면 좀 무리 아니냐? 그래서 한 말이야.

대충 이정도로 정리 좀 하자. 백날 천날 물어 뜯고 살 수도 없고.

글고 테너지랑 비슷한 48도 근처 러버들 기회되면 한번 써봐. 생각보다 진짜 안어렵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