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물에서 던전과 일맥상통하는 탑은 조금 논외로 하겠음
물론 그 탑도 해당되지만 좀 더 정통적인 탑등반물에 대해서.

탑등반물이라 함은 층마다 컨셉이 있고 서사가 있는 구조

작가가 가장 쓰기 쉬운 장르이자
작가가 가장 죽어나가는 장르이기도 함

탑등반물의 이점은 극명함

1. 명료한 목적 (간단하니까 설명 생략)

2. 전개성의 자유

지망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라고 하면
전개의 확장임
아, 다음 얘기 뭐 쓰지? 쓸 내용이 없는데? 하고 막히는 게
지망생이 가장 전형적으로 맞이하는 어려움이라 생각함

하지만 탑등반물이면 층 단위 에피소드 구성이 가능하기에
새로운 컨셉과 내용에 맞는 전개를 다시 구상하면 될 뿐임

보통 컨셉이 극적으로 바뀌면 독자는 이질감을 느끼지만
탑등반물에 한해서는 독자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임

때문에 본인이 쌓아둔 소재를 얼마든 꺼낼 수 있는 장르임

3. 계획적인 보상과 연출

2에서 파생되는 내용인데
기존에 지급한 보상의 쓰임새에 맞는 스테이지 구성이 가능함

내가 이런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 하면
거기에 맞춰 역순으로 전개를 구상해 나가는 거지

이걸 잘 사용하면 독자에게 아주 무난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음
국밥 같은 재미라고 할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전개임

이걸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보상을 지급할 때부터 인플레를 억제해서 지급할 수 있음
보상 자체는 대단치 않더라도 금방 쓰임새를 부여하면 되니까
물론 독자가 납득을 해야 하므로 회귀와 엮어 사용하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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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난점도 극명하게 존재하는 편인데
글이 길어져서 그냥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겠음

1. 대가리 빠개져라 구상해야 함

매번 컨셉이 리셋된다?
소재 소모 속도가 엄청나게 빠름

2. 층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급발진

이 층의 배경은 이렇고 저렇고
물론 나름 반전도 주고 싶겠지?

대가리 빠개져라 구상해서 결국 뚫었다는 기쁜 마음에
층과 관련된 빌드업을 제대로 안 하고 설명충 빙의할 수 있음

층의 컨셉은 한 줄로 요약되는 정도가 딱 좋은데
매번 그렇게 명료하게 구상이 되냐 하면 그게 어렵거든

그래서 설정딸을 치게 되는데 지망생이 많이 하게 되는 실수임

3. 인물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움

헌터물은 약간 논외이기는 한데
층의 메인이 되는 인물들 또한 매번 리셋이 됨
데리고 가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어려움이 좀 있지

보통은 층에 속한 존재들 / 탑등반하는 사람들
이런 2분류가 이어지고 후자 관계가 지속되는 관계인데

탑 공략을 여러 인물과 함께한다? 그만큼 층 구상이 난해해짐
공략법이 핵심이 될 때가 많은데 그러면 조연은 전부 병풍이거든

튜토하드 / 자살헌터
이 2개가 탑등반물 교본이자 서로 스타일이 갈린다고 생각함

튜토하드는 솔플의 정당성을 부여해놔서
층의 구상을 좀 더 자유롭게, 각양각색으로 할 수 있었고
부족한 상호작용을 다른 난이도의 존재와 커뮤니티로 채웠지
(후에 인물이 합류하기는 하지만 합류하자마자 탑 탈출)

자살헌터는 반대로 공략 멤버가 구성되어 있음
인물 관계가 점차 쌓여가고 직업으로 역할성도 부여된 편임
공략은 죽고 부활하는 주인공이 핵심으로 이루어내지만
나름 조연에게 역할이 필요한 부분을 직업으로 잘 채운 것 같음

구상을 정말 치열하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잘 써서 그렇지, 공략 중에는 언급이 사라질 때가 많음




아무튼 지망생에게 쓰길 권하고 싶기도
말리고 싶기도 한 게 탑등반물의 매력인데

내가 쌓인 소재가 한 트럭이다? 한 번 써보기를 권함

한 번 쓰면 소재털이가 뭔지 실감하게 될 것임
반대로 다양한 소재 다루며 은근 장르폭이 넓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