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연갤을 하다보면 문장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보이는 것 같음....

모바일 가독성 챙겨라, 웹소설에서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필요없는 미사여구 좀 넣지 마라....

전부 중요하기는 한데, 이런 '글쓰기 규칙'같은 거 너무 신경쓰면 정작 가장 중요한 걸 까먹기가 쉬움.

바로 '생산성'임.

이건 내가 웹소설의 본질이 재미있는 이야기, 플롯이라고 생각하는 플롯주의자라서 하는 말이니까, 웹소설이야말로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 읽어도 괜찮음....

"문장은 중요하지. 그런데 얼마나?"

솔직히, 최소한의 가독성만 챙길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함.

가독성을 챙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짧은 문장, 줄 바꿈같은 것들이고....

그런데 이걸 일종의 '규칙'이나 '더 나은 문장 만들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는 것 같음. 문장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필요없는 묘사는 빼면 뺄수록 좋다...

이걸 규칙으로 여기다보면, 이제는 문장을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장을 덜어내기 위해서 문장을 다듬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됨.

"괜찮은 단문을 뽑아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괜찮은 장문을 뽑아내기 위해 걸리는 시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 외에도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감각적인 표현 위주로 사용해라'처럼 주옥같은 조언들까지 합쳐지면, 진짜 문장 '따위'에 너무 신경을 쓰게됨.

이거 진짜 비효율적임... 글을 쓸 때 고려해야할 규칙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음...

그런데 이거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애초에 이런 걸 신경쓰면서 글 쓰던 사람은 뭘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잘 모름.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음.

"그냥 이야기 전개부터 써라."

이야기부터 써라. 사건부터 써라. 아무튼 내용부터 써라.

이것도 조금 추상적이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사부터 써라."

이게 원래부터 플롯 쓰면서 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안 됨. 이 갤러리 완장님처럼 주인공이 '해야할 일'과 '사건'을 미리 짜놓고 플롯을 구성하는 분들도 계시고.(그분이 세무사셨나 그랬을걸...)

그런데 플롯부터 짜라고 해도 되게 막막하잖아.

그럴 때 '대사'부터 쓰는 습관을 들이면 대충 '이야기'가 어떤 건지 감을 잡기가 쉬움. 대사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반응이고, 이야기의 내용이니까.

이건 내가 어제 올렸던 '버디를 사용해라'라는 팁이랑도 연관되는 건데....

"대사부터 쓰면 어떤 묘사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대사부터 쓸 때의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하지 않은 묘사를 전부 대사로 쳐낼 수 있다는 거임.

왜냐하면 다른 지문부터 쓸 때하고 비교했을 때, 대사의 비중이 되게 높아지거든.

일단 대사로 한번 설명했으면 나중에 지문을 쓸 때, "아, 이건 대사로 이미 썼으니까 굳이 지문으로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네."라고 대충 체감할 수 있음.

그런데 지문 먼저 쓰려고 하면 이게 절대 안 됨.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을수록 떠오르는 '묘사'들을 되게 꽉꽉 채워넣으려고 하거든.

그리고 대사를 먼저 쓰면 가장 중요한 장점이 있는데.

"대사를 쓸 때, 지문으로 묘사할 때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다."

진짜 밖에 나가서 말 한 마디 안 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닌 이상, 대사로 글을 쓰면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음.(그런 종류의 사람이면 미안...)

애초에 문어체라는 것 자체가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너무 자기주장이 강한 문체임.

반면에 구어체는 훨씬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체임.

정보 전달이 목적이든, 스토리 진행이 목적이든, 구어체로 하면 훨씬 더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쓸 수 있음.

"일단 대사를 먼저 쓰고, 묘사는 나중에 채워라."

이렇게 대사를 통해 뼈대를 먼저 잡아놓으면, 그때는 가독성있게, 그러니까 '짧고 간결하게' 글을 쓰는 게 훨씬 쉬어짐.

대사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만 지문을 통해 설명하면 되거든.

여기까지 썼으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정말 '필요'하지만 대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의 존재를 작가 스스로 알고있을 거임. 그걸 지문으로 표현하는 게 곧 '간결한 글쓰기'임. (보여주든 설명하든 그건 뭐... 알아서 하고...)

어쩌면 대사로 먼저 쓰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대사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먼저 지문으로 써놨을 수도 있음.(사실 이게 베스트임.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써야한다고 느낄 때 쓰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서...)

"대사부터 쓰되, 정말 써야한다고 느껴지면 그냥 써라."

이상 생산성있는 글쓰기를 위한 팁이었음!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면 대사를 미친듯한 벽돌이랑 정보로 채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어... 그건 그냥 소설 쓸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

아무리 생각해도 대사로 쓸 수가 없다고 느끼는 망생이들을 위한 팁.

주인공한테 상태창을 주자.

진짜 주인공한테 상태창 설정을 넣어주라는 게 아니라, 초반에 이야기 뼈대를 잡을 때 상태창 형식으로 쓰라는 이야기임.

[주인공이 '최고급 마나석(1억원짜리)'을 획득했습니다!]

[주인공이 가로베기를 사용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천지가 갈라지고 양아치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앗! 인스턴스 게이트 발생! 내부의 몬스터를 전부 처치하기 전까지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퀘스트 : 재벌가 양아치 참교육하기]

뭐 이런 식으로....

일단 이렇게 써놓고 다시 쓰면 좀 편함... 아님 말고...

&&&

Q : "이야기부터 썼더니 글자 수가 부족한데 어떡함?"

A : "필요없는 묘사랑 대사 끼워넣으삼. 어차피 이야기 완결성있으면 좀 뻘글같아도 대충 넘어감."